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98
197. 클라스 >
드라마 촬영에는 상당히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이지명의 제작사 드림쉽은 이 과정을 생각보다 잡음 없이 넘기고 있었다.
주연 배우 캐스팅이 늦어서 감독이나 작가와 마찰이 있진 않을까 내심 걱정했던 태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환대에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태주는 고사 준비가 끝나길 기다리면서 감독과 제작을 준비할 당시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대표님이 캐스팅을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속이 타긴 했죠.”
“죄송해요.”
“아니에요. 태주 씨가 미안할 건 없죠. 복무 중이었는데요. 그런데 결국 캐스팅은 제가 바라는 대로 다 됐어요.”
“다행이에요, 감독님.”
“진짜 폭풍 같은 한 달이었어요. 아마 누구한테 한 달 만에 프리를 끝냈다고 하면 믿지도 않을 거예요.”
“하하하.”
제작사에선 남자 주연만 빼고 거의 모든 출연자와 연출자를 찾아 뒀었다. 그것도 2, 3순위까지 모두 일정을 확인하면서. 그런 상황에서 태주의 출연이 확정되자마자 바로 차근차근 계약을 진행해 순식간에 준비를 마쳤다. 게다가 한 달 늘어난 준비 기간에 나중에 짓기로 했던 세트까지 미리 지었다.
태주와 감독은 고사 상차림이 거의 끝나가는 것을 보고 앞으로 나섰다. 감독님이 제일 먼저 축문을 읽기로 되어 있어서였다.
“푸하하하하.”
“감독님?”
“크흐히히히.”
“감독님, 괜찮으세요?”
돌돌 말린 축문을 들고 사람들 사이를 가르던 감독이 느닷없이 웃음을 터트린 바람에 현장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렸다. 감독의 곁에서 같이 사람들 앞쪽으로 이동하던 태주에게 이유를 묻는 눈빛이 닿았다.
“크흐흐. 쟤, 태주 씨 고양이죠?”
“네? 우리 태산이요?”
“키킥. 지금도 봐 봐요.”
“네? 뭘 보라고 하시는…. 허허험. 아이고.”
“태주 씨도 봤죠? 지나가다 저거 보고 빵 터졌어요.”
감독이 가리킨 방향에는 2호의 품에 안긴 태산이가 있었다. 태산이는 주변이 시끄러워지건 말건 상관 않고 무서울 정도로 돼지머리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2호가 시선에서 가리려는 듯 몸을 틀었는데도 꼼질꼼질 움직여서 돼지머리와 다시 시선을 맞췄다. 중간중간 입맛을 다시듯 쩝쩝거리기도 했다.
“아이. 형 민망하게.”
“아유. 실컷 웃었네. 자, 다들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시간 됐으니 시작합시다.”
“그래요, 감독님. 빨리 시작 안 하면 돼지머리 뺏기겠어요.”
“하하하. 진짜 오랜만에 보는 제대로 된 고사 상차림인데 그럼 큰일 나죠.”
최근 촬영 전 고사는 아예 생략하거나 간략하게 떡과 과일만 올리는 정도로 끝내는 추세였다. 그에 반해 오늘은 과일도 높게 단을 쌓아 올리고 전과 나물 등의 제수 음식도 푸짐하게 차린 제대로 된 고사상이었다.
퓨전 사극이지만, 사극이라는 장르에 맞게 나름 격식을 갖춘 것 같았다. 물론 분위기는 경건하다기보단 화기애애했다. 사회를 맡은 분의 진행도 부드러운 편이라 사람들은 편한 분위기로 고사를 치렀다.
사람들이 저마다 손에 음식 접시를 들고 식사를 즐길 때였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금살금 움직이는 존재가 있었다. 태주 주변에 몰리는 사람들에게 신경 쓰느라 주의가 쏠린 2호 품에서 빠져나온 태산이였다.
태산이는 사람들이 별로 보지 않는 박스 뒤 의자 아래로 조용히 움직였다. 네 발의 발톱을 숨겨서 은밀하게 그리고 빠르게 목표를 향해 다가갔다. 태산이의 목표는 바로 직전까지 사람들의 모든 관심을 받던 돼지머리였다.
“크르릉.”
돼지머리는 고사장 한쪽에 잘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물렸던 돈 봉투나 카드 등은 이미 회수한 상태였다. 태산이는 쓸모가 다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돼지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태산이는 돼지머리를 향해 뛰어들기 전에 주변을 둘러봤다. 누구도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크르르. 사냥을 예고하듯 목을 울린 태산이가 순식간에 뛰어올라 돼지의 코를 물었다.
“푸하하하. 박 감독님 찍었어요?”
“큭큭. 찍었어. 이거 아주 제대로 된 메이킹 필름이 나오겠어.”
“제목은 뭐로 할까요? ‘고양이 vs 돼지머리’로 할까요?”
“에이. 너무 성의 없다. 요샌 긴 제목이 많던데. ‘고사장의 맹수, 돼지를 사냥하다.’ 어때?”
“킥. 전 제목은 아무거나 괜찮아요. 아하하! 그나저나 저 녀석 진짜 물건이네.”
사실 태산이의 움직임은 초반부터 메이킹 카메라에 담기고 있었다. 태산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괜한 문제를 일으킬까 걱정한 2호가 제지하려 나서려 했다. 그러나 2호는 바로 태산이를 찾아가려던 것을 포기해야 했다. 감독님과 메이킹 필름 촬영 감독이 나서서 그를 말렸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재밌는 것을 발견한 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태산이의 행동을 찍고 있었다. 두 사람의 낯선 행동에 태산이의 행동을 눈치챈 사람이 여럿 나왔다. 태산이는 은밀하게 움직였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론 고사장의 여러 사람이 알아채고 태산이가 움직이기 편하게 길을 터 주기도 했었다.
“냐냐냥.”
“크르릉.”
“냐냥.”
돼지머리에 정신이 팔려 그런 주변을 알아채지 못한 태산이는 만족스러운 사냥에 한껏 고양된 상태였다. 신이 나서 냥냥거리면서 돼지머리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태산이의 사냥 중간쯤부터 촬영 중인 걸 눈치챘던 태주는 두 감독이 촬영을 끝내려는 기색을 비치자 바로 나섰다.
“아이고. 이 녀석아. 돼지머리에 이빨 자국 어떡할래?”
“냐앙.”
“뭘 잘했다고 으스대니? 응?”
“냐아아앙. 냐냐냐앙. 냐냥.”
태주는 자신의 손을 요리조리 피하는 태산이를 잠깐 지켜봤다. 돼지머리 주위를 돌며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른 곳을 보지 않고 그의 주의를 끌려는 듯 그를 향해서 계속 우는 모습에 일순 당황했다.
“어머. 기특해라. 주인님한테 선물하는 거야?”
“냐앙.”
“민주 선배님? 선물이요?”
“응. 후배님 고양이가 사냥해 온 걸 선물하는 거야. 어서 받아. 계속 받으라고 울잖아.”
“아!”
태주는 태산이가 사냥한 돼지머리가 담긴 접시를 두 손으로 들었다. 임민주 선배의 말대로 그에게 주는 선물이었던 듯, 그제야 태산이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돼지머리를 두 손으로 든 태주는 애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물은 무척 고마웠지만, 한편으론 무척 부담스러웠다. 돼지머리는 제작사에서 준비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돼지머리가 부담스러웠다. 아니, 실은 조금 무서웠다.
“호호호. 얘 봐라. 늠름한 포즈로 앉아 있네.”
“큼.”
“아유. 오늘 사냥이 자랑스러워요?”
“냐아아.”
“어머 어머. 대답도 너무 잘하네. 어디서 이런 귀여운 아이가 나타났지?”
임민주는 늠름한 자세를 취하고 앉은 태산이 이마를 검지로 살살 긁어 주었다. 그녀는 그 손길에 금세 흐물흐물 자세가 흐트러진 태산이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선배님 고양이 키우세요?”
“어, 치즈 세 마리. 셋 다 열 살이 넘었어.”
“귀여워요? 나중에 사진 보여 주세요.”
“응. 호호호. 기분 좋아요?”
“냐아아.”
태산이는 민주의 손길이 좋은 듯 그새 식탁 위에 누워 버렸다. 그녀는 그런 아이 곁에 붙어서 가벼운 장난을 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태주가 슬그머니 돼지머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이었다. 누워서 애교를 부리던 태산이 녀석이 벌떡 일어나 그를 향해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었다.
“냥!”
“어머!”
“냐냐냐냐.”
“후배님 돼지머리 챙겨야지. 선물을 잊으면 어떡해.”
“냐냐.”
“크흠. 챙길게요.”
태주는 이후로 음식을 먹는 내내 돼지머리를 근처에 두고 있었다. 태산이 녀석이 돼지머리를 다른 사람은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는 바람에 계속 그가 챙겨야 했다.
*
고사를 치르고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장소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 실장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꼼꼼하게 환경을 확인하고 있었다.
촬영 세트가 지어진 이곳은 시내와 제법 떨어진 곳이라서 숙소나 음식점 같은 편의 시설이 부족했다. 이곳과 좀 떨어진 시내에 배우와 스태프들이 묵을 숙소를 잡았지만, 사실 그곳도 썩 좋지는 않았다. 시설이 부족해서 스태프 여럿이 방을 나눠 써야 하기도 했고, 그곳 역시 주변 시설이 변변찮았다.
“올 때가 됐는데.”
전 실장은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 시간이 거의 다되었다. 그녀가 다시 한번 주변을 확인했다. 널찍했다. 풀이 많이 자라 있었지만, 버스 같은 큰 차량도 세울 수 있을 만한 공간이 있었다.
촬영용 기자재나 촬영 스태프가 탈 차들은 좀 더 촬영장과 가까운 곳에 세우니, 이곳을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로케이션 매니저에게 들었던 대로 공터 주변의 경관도 나쁘지 않았다.
“전 실장님 식사 안 하시고 여기서 뭐 하세요?”
“…대표님은 어디 가십니까?”
혼자 공터에 서 있는 전 실장이 이상했는지 지나가던 이 대표가 차를 세우고 이유를 물었다. 전 실장은 이 대표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이 대표의 행선지를 물었다.
“저는 커피 사러 가요. 다 준비했는데, 커피가 없네.”
“다녀오십시오.”
“네. 어? 어라? 저게 뭐지?”
“…음. 대표님, 차를 한쪽으로 빼 주시겠습니까?”
“네? 제 차요?”
고개를 끄덕인 전 실장은 어서 빼라는 눈빛을 마구 쏘았다. 그녀가 기다리던 것이 도착했다. 그녀는 할 일이 꽤 많았다. 누구의 방해도 받길 바라지 않았다.
-촤라락. 촤라락.
자갈을 밟으면서 올라오는 거대한 차량을 보는 이지명의 표정이 묘했다. 그는 어머니의 이런 관심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기뻤다. 그는 실실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차에서 내려서 공터에 주차하는 차량으로 다가갔다.
“전 실장님, 이런 걸 준비하셨으면 미리 말씀하시지.”
“아이. 엄마도 참. 미리 말했으면 호텔 안 잡았을 텐데.”
“크흠.”
“와! 이걸 언제 들여오셨데. 진짜 우리 엄마 아들 사랑은…. 흐흐흐.”
이지명은 번쩍번쩍한 차량을 요리조리 훑어봤다. 예전 할리우드의 모 스타가 영화 촬영 중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구매했다는 2층짜리 대형 모터홈보다는 작았지만, 혼자 쓰기에는 충분히 커 보였다. 모터홈은 지금은 그냥 주차한 상태라 평범한 버스처럼 보였지만 확장하면 내부도 꽤 넓을 것 같았다.
“전 실장님 호텔에서 가방 좀 챙겨다 주세요.”
“…닙니다.”
“네? 뭐라고요?”
“크흠. 이건 대표님이 쓰실 물건이 아닙니다.”
“네? 엄마가 보낸 거 아니에요?”
“여사님께서 보내신 건 맞습니다만…. 다른 분을 위해서 준비하신 겁니다.”
다른 분? 이지명은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의 엄마가 이 눈앞의 신차 특유의 번쩍거림을 뽐내는 모터홈을 보낼 사람이 자신 말고 누가 있단 말인가. 그는 전 실장을 돌아봤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정말로 엄마가 막내아들이 지방에서 고생할까 봐 준비한 게 아니란 말인가?
전 실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고갯짓에 이지명이 실망하는 게 보였지만, 전 실장은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여사님이 준비하신 이 모터홈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그럼 전 준비할 게 많아서 이만.”
“…전 실장님.”
이지명은 기사가 열어준 모터홈 문 안으로 들어가는 전 실장을 막지 못했다. 전 실장은 그가 방해하면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제작사에서 책상을 빼고 엄마의 보좌 자리로 돌아갈 성격이었다.
이지명은 세워 뒀던 차에 올라탔다. 이미 커피에 대한 욕구는 사라졌지만, 그대로 차를 몰고 촬영지를 벗어났다. 그러지 않으면 모터홈 앞에서 누가 주인인지 지키고 있을 것 같아서였다.
물론 모터홈이 촬영장으로 올라가는 도로 옆 공터에 있으니, 주인이 누구인지는 금세 알 수 있을 테지만, 지금 당장은 알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어쩐지 그 주인이 너무 쉽게 예상되어서 알 수 없는 패배감이 들기도 했다.
*
촬영 첫날이라 많은 신이 배정되어 있지 않았다. 태주는 어쩐지 촬영보다 분장이 더 오래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화려한 의상을 벗었다. 아직은 초여름이라 괜찮았지만, 다음 달만 되어도 촬영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유. 벌써 이렇게 더우면 어떡하니.”
“그러니까요.”
“속에 받쳐 입을 의상을 몇 벌 더 준비해야겠다. 모자라겠어.”
“대체 몇 겹이나 입는 건지. 전통 의상은 보긴 좋은데, 진짜 더운 거 같아요.”
“겨울엔 춥고.”
“킥. 맞아요. 겨울엔 바람이 숭숭 들어오죠.”
상투 머리 가발까지 벗고 나자 그제야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태주는 땀을 닦으면서 휘휘 주변을 돌아봤다. 엉뚱한 사냥꾼이 보이지 않았다. 2호도 없는 걸 보면 같이 나간 것 같긴 했지만, 안 보이니 슬쩍 걱정이 들었다.
“호는 차가운 음료 가져온다고 갔어. 태산이랑 같이.”
“아아.”
“킥. 아마 돼지머리도 챙겨올걸. 큰 냉장고에 넣어 놨잖아.”
“하하하. 정말이지.”
태주는 끝까지 자신에게 돼지머리를 선물하려던 태산이 때문에 스태프들의 의아해하는 시선을 받아야 했다. 주연배우가 돼지머리를 계속 끌어안고 다니니 그런 시선을 받는 건 당연했다. 민망해하는 그를 보고 임민주 선배가 해명해 줘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돼지머리 어떻게 하죠?”
“머, 먹어야지?”
“어떻게 먹어요?”
“모르겠는데. 원랜 어떻게 처리하니?”
“저도 잘….”
처치 곤란한 선물이었다. 두 사람이 돼지머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 분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의외의 인물이 분장실로 찾아왔다. 2호와 태산이가 곁에 있는 걸 보니 근처에서 만난 것 같았다.
“전 실장님?”
“다행히 아직 돌아가지 않으셨군요.”
“네. 아직 정리할 게 있어서요.”
“정리 끝나시면 함께 가 주시겠습니까? 보여 드릴 물건이 있습니다.”
“예. 곧 끝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작사의 실장님이 보여 줄 물건이란 게 뭔지는 몰랐지만, 촬영도 일찍 끝났으니 같이 가 봐도 될 것 같았다. 태주와 일행은 빠르게 분장실을 정리하고 전 실장을 따라나섰다.
전 실장은 태주와 그의 스태프를 촬영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안내했다. 촬영장을 벗어나는 방향이라 중간에 태주의 매니저가 잠시 멈췄었지만, 곧 그녀를 따라서 다시 움직였다. 촬영장으로 올라오는 길을 따라가는 중이라서 의심하지 않고 따라오는 것 같았다.
“여깁니다.”
“어? 이건?”
“촬영하시는 동안 쓰시면 됩니다. 필요한 물건은 최대한 갖춰 두었습니다만, 부족한 게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헐. 전 실장님. 이게 대체?”
“그럼 쉬십시오. 가이드북은 차량에 있습니다.”
전 실장은 예약했던 숙소보다 보안이나 편리성이 나을 거라면서 인사를 남기고 가 버렸다. 누가 보냈는지 물을 새도 없었다. 그녀는 모터홈의 문을 연 후 차 키를 넘겨주고 바로 촬영장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게, 대체.”
“우선 내부를 확인하시죠.”
“네. 궁금한 건 내일 물어보기로 하고 구경 먼저 해요.”
“제가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응? 응. 먼저 올라가 호야.”
호의 확인이 끝난 후 들어선 내부 모습에 태주와 일행은 입을 떡 벌렸다. 호텔 스위트룸에 버금갈 정도로 고급스러운 가구와 설비가 차 안에 가득했다. 네댓 명이 생활하기 충분할 정도로 공간도 넓었고, 전 실장님 말대로 음식부터 책, DVD, 게임기까지 골고루 즐길 거리도 갖춰져 있었다.
“태주 씨, 여기 카드요.”
“어. 고마워, 호야.”
샴페인과 같이 놓여 있던 카드를 2호가 태주에게 가져다주었다. 태주는 이런 준비를 해 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바로 카드 내용을 확인했다.
[전역 축하해요. 몸 건강히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복귀작을 찍는 곳이 외진 곳이라고 들었어요. 촬영 기간이 짧지 않을 텐데, 너무 고생스러울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편히 촬영하라고 준비한 거예요. 편하게 쓰세요.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누구라고 나와 있지 않았지만, 태주는 누가 보낸 선물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논현동 성덕 여사님. 회귀 전에도 후에도 그의 큰 지지자이자 후원자인 여사님이 준비한 선물이었다.
‘아! 여사님 클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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