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00
199. 기사들 >
배동석은 태주의 복무 기간과 비슷한 시기에 휴식기에 들어갔었다. 회사의 만류에도 고집을 부려서 출연했던 드라마 ‘신부님’이 저조한 성적으로 종영된 후, 충격으로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었다. 그렇게 잠시 활동을 쉬다 태주의 복귀 몇 달 전에 영화로 복귀했다.
그는 영화의 후 작업이 한창인 지금, 이 주 정도 휴식을 취한 후 바로 예능 나들이에 나섰다. 다행히 배동석이 출연한 예능은 시즌제로 제작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지금도 한 잡지사와 예능과 영화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나오는 중이었다.
“뭐 하냐? 누굴 그렇게 열심히 봐?”
“좀 전에 기자 하나가 와서 별 이상한 묻고 가잖아요.”
“뭐 묻고 갔는데?”
“형님 예능 관련해서가 아니라, 이태주 씨 5월에 제대한 게 맞냐고 묻고 갔어요.”
“태주? 태주 제대 기사 나간 게 언젠데 그걸 이제 물어봐? 게다가 그걸 왜 너한테 물어?”
“그러니까요. 이상하잖아요.”
태주의 제대 기사가 나간 지 벌써 두 달이 넘어선 시점이었다. 이미 기사의 단물이 빠져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 시기였다. 그가 알기로 태주는 지금 지방에서 복귀작을 촬영 중이었다. 하반기 기대작으로 총 20부작의 제법 긴 퓨전 사극이었다.
배동석은 얼마 전 회사에서 봤던 태주의 뽀얀 얼굴을 떠올려 봤다. 같이 운동하자고만 하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도망 다니는 주제에, 자신이 사과를 좋아하는 걸 알고 매번 가져오는 기특한 동생이었다.
기자의 알 수 없는 질문에 여전히 찝찝한 듯 인상을 찌푸린 매니저에게 배동석이 회사에 연락해두라는 말을 꺼냈다.
“별일 아닐 것 같은데요?”
“우린 모르지만, 회사는 또 다르겠지. 찌라시 도는 거 있을지 어떻게 알아?”
“태주 씨 찌라시 돌 게 있나? 워낙 바른 생활만 하는 사람인데.”
“기레기가 뭘 못 해? 없는 말도 지어내는데.”
“하긴. 에고, 우 팀장님 무서운데….”
“잘못한 것도 없는데 쫄기는.”
그렇게 말하는 배동석도 우 팀장은 조금 무서웠다. 조곤조곤한 말투로 말하는데도 듣다 보면 괜히 야단맞는 기분이 들어서 가끔은 불편했다. 그래도 대부분은 우 팀장은 우기기 대장인 그의 고집대로 일을 처리해줬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녀의 설명이나 의견이 맞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그냥 해. 기자가 괜히 와서 물어보진 않았을 거 아니야.”
“알았어요.”
배동석의 매니저한테 기자가 태주의 일을 묻고 다녔다는 소식을 들은 우 팀장은 태주의 최근 스케줄을 되짚어 봤다.
제대 후엔 미디어 인터뷰를 여러 번 하고, 화보 촬영을 몇 개 진행했었다. 그 외에는 드라마 관련 스케줄로 의상 팀 미팅, 리딩 현장 참석 등을 했다. 드라마 촬영 중 휴일을 맞아 어게인 레이블의 신곡 뮤비에 출연했지만, 그쪽 기사는 레이블에서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은 후 미디어에 자료를 돌릴 예정이었다.
“드라마 포스터 촬영은 아직 멀었는데…. 내가 모르는 기자가 물 만한 기삿거리가 있었나? 김 실장님한테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야겠네.”
우 팀장은 자신이 알아보기보다 기자들 사정을 잘 아는 홍보팀의 김 실장님에게 사실을 알렸다. 그녀는 어느 기자가 어떤 기삿거리를 물어서 자신의 배우에 관한 걸 캐고 다니는지 몰랐지만, 부디 드라마 관련 내용이 아니길 바랐다.
‘이지명 대표가 재벌가, 그것도 집안 어른들이 모두 귀여워하는 막내라는 걸 알면 섣부르게 기사를 내진 않을 텐데, 그게 아니니. 이 배우님 주변을 한 번 더 살피고 견우 씨한테도 주의하라 얘기해 둬야지.’
그녀는 태주와 관련해서 기사가 될 만한 게 딱히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주변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하기로 했다.
*
마른장마로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을 거라는 일기 예보와는 전혀 다르게 남부 지방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태주를 비롯한 ‘고정하세요, 전하!’ 촬영팀은 폭우에 촬영을 잠시 멈추었다. 예비 전력이 있어서 촬영 장비 전력 공급에 문제는 없었지만, 기자재를 옮기거나 출연자 이동 등에 문제가 많아서였다.
빡빡한 촬영 일정 중간에 쉬는 일이었지만, 감독을 비롯한 연출진과 제작진의 얼굴은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촬영을 예정보다 한 달 늦춰서 시작했는데, 폭우로 지연되어 버려서 향후 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한눈에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촬영지의 지대가 조금 높은 편이라 다행이었다. 만약 낮은 지역에 세트를 만들었으면 침수 피해도 걱정해야 할 뻔했다. 물론 비가 그치면 외형만 그럴싸한 세트가 폭우에 상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었지만, 물에 잠기지 않는 것만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감독님 어떻게 하실래요?”
“뉴스는요?”
“삼 일은 더 비가 온다네요.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금요일에나 그칠 거 같아요. 비 그쳐도 바로 촬영은 힘들 것 같고요.”
“흐음. 지금 빌릴 수 있는 스튜디오가 있어요?”
“일산 쪽에 잡아 뒀어요.”
앞으로 삼 일 정도만 더 비가 내릴 거라는 뉴스 예보 역시 믿기 힘들었다. 애초에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을 거라는 뉴스였기도 했고, 또 다른 태풍이 접근하는 중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지 이제 하루, 감독은 여전히 스튜디오 촬영을 먼저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중부 지방의 강수량이 적다는 뉴스는 봤지만, 촬영장을 옮기는 것은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았다. 또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서 이동과 세팅을 하는 중에 비가 멎을 경우도 고려해야 했다.
촬영 일정을 고민하던 감독은 잠시 경기도 양주에 있는 테마파크를 떠올려 봤다. 뉴스대로라면 양주가 여기보다 비가 적게 내리는 것 같았지만, 그쪽에서 촬영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어 보였다.
“그쪽은 비만 오면 침수되는 구역이 있는데….”
“어디요? 혹시 양주요?”
“예. 거기요.”
“거긴 이번에도 침수 구역이 생길 것 같은데요.”
“비 많이 오면 항상 그렇죠. 이 대표님 의견대로 촬영 순서를 바꾸죠. 스튜디오에서 찍을 수 있는 장면들 먼저 찍읍시다. 준비 좀 부탁해요.”
“예.”
이지명은 바쁘게 제작사 직원들과 움직였다. 연출진과 논의해서 스튜디오에서 촬영 가능한 신을 추리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하려면 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또 변경된 촬영 순서에 관해 출연진에게 양해도 구해야 했고 스케줄도 다시 맞춰 봐야 했다.
‘고정하세요, 전하!’ 드라마 팀은 궂은 날씨 탓에 한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
온갖 포털의 첫 화면을 날씨 관련 기사가 차지하고 있었다. 태풍이 움직이는 방향을 예측하고, 폭우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라는 기사가 끝도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폭풍이 지나고 있는 남부 지방 일부가 재해 지역으로 지정됐다는 뉴스, 대피 시설에 수용된 수재민을 위문하는 정치인 사진도 순식간에 올라왔다 밀려날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도 연예면에 올라오는 뉴스는 날씨 뉴스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수재민을 위한 성금을 낸 연예인 기사나, 폭우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연예인 기사 등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평소 올라오던 기사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중에 순식간에 사람들이 클릭할 만한 내용을 담은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태주와 관련된 기사였다.
[배우 이태주 병역법 위반.지난 5월 1x일 소집 해제되며 군 복무를 마친 배우 이태주(25)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19조, 제30조를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주는 현재 복귀작인 드라마 를 촬영 중으로, 해당 작품의 출연 계약을 복무 중이던 지난 4월에 체결했다.
해당 내용은 소속사 관계자에게 확인한 것으로 당시 복무 중이던 이태주가 소속사에서 계약을 진행한 것이 사실이며, 이는 명백히 병역법 위반 사항이며….]
-이태주 좋게 봤는데, 이건 아니지.
ㄴ겨우 한 달 가지고 ㅂㄷㅂㄷ 하긴.
ㄴ한 달은 어겨도 되나요? 한 달도 위법은 위법이죠.
ㄴ계약만 한 것도 걸림?
ㄴ계약 자체로 위반임.
해당 기사는 자사 소속 연예인 관련 기사가 아니더라도 매일 연예면을 확인하는 홍보팀에서 제일 먼저 발견했다. 직원은 우 팀장에게 언질을 받은 김도진 실장의 주의가 있어서 더 꼼꼼하게 확인하던 중이어서, 다행히 기사가 올라오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홍보팀 직원은 태주와 관련된 기사가 뜨자마자 내용을 스캔하고 링크를 김도진 실장과 홍보팀 직원들 그리고 우 팀장에게 보냈다.
“이게 뭐야? 왜 이런 게 기사로 떴지?”
“사실이에요, 실장님?”
“사실일 리가 있어? 우리가 일을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역시. 겨우 한 달인데, 그걸 못 참고 트집거리를 만들 리가 없지.”
“당연하지.”
김도진 실장은 우 팀장과 태주의 지난 일정과 기사, SNS, 팬클럽 게시물 등을 모두 살폈었다. 과거 출연했던 광고들도 현재의 정책이나 대중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나 검토했을 정도였다. 다행히 태주가 올린 게시글이나 광고 중에 문제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나마 드라마 캐스팅 관련한 것 중 그들이 살피기엔 괜찮았지만, 남들이 봤을 때는 문제 삼을 만한 사항이 한 가지 있긴 있었다.
“문제가 된다면, 태주 씨 캐스팅이 늦어져서 조연이랑 단역 배우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한게 될 줄 알았는데….”
“갑질로요?”
“듣기 거북하기는 하지만 갑질이 맞지. 언질도 없이 쭉 기다리게 했었으니까.”
“에이. 복무 중인데 어떡해요? 게다가 그땐 섭외 제안도 없었잖아요.”
“사실 여부는 제쳐 두고 그 문제로 논란을 만들려면 만들 수 있었다는 거지.”
실제 방송국이나 제작사의 처사는 이번 드라마 캐스팅 건보다 더 심한 경우가 많았다. 오디션 합격했다며 촬영 일자까지 정해 놓고는 당일 아침에 취소됐다고 문자 하나만 덜렁 보내는 일이 허다했다. 혹은 아예 연락을 받지 않는 일도 많았다.
이지명 대표의 제작사처럼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곳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워낙 화제의 드라마니 꼬투리를 잡고 문제 삼으려 하면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얘기였다.
“반박 기사 자료 보낼까요?”
“기다려 봐. 제작사에서 출연료 몇 회분 들어온 게 있거든. 그거 확인하고 반박 기사 내보내자.”
“네. 그럼 초안 만들어 둘게요.”
“어.”
김 실장은 반박 기사를 바로 내보내려는 직원을 말렸다. 우선 재무팀과 법무팀에 확인해 보고 증빙 자료를 첨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절차를 지키려는 김 실장의 노력은 빛을 보지 못했다. 김 실장과 다르게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문제를 처리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제작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폭우로 스튜디오를 빌리고 촬영 계획을 다시 세우느라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전 실장과 이 대표가 그 주인공이었다. 두 사람은 기자재 대여부터 추가된 경비 산정까지 쏟아지는 일감에 밤을 새우면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기자의 기사는 좋은 화풀이 대상이었다.
[드라마 제작사 드림쉽, 사실 확인 없이 주연 배우에 관한 허위 사실을 보도한 기자 고발 예정.] [드림쉽 이태주 배우와 맺은 출연 계약서 사본 일부 및 세금 계산서 발급 서류 등 자료 공개] [제작사 드림쉽 이지명 대표는 촉박한 일정에도 자사의 드라마 에 기꺼이 출연해 준 배우 이태주 씨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또한, 허위 사실을 보도한 미디어에 관해서는 배우 이태주 씨의 소속사와 별개로 고소 고발 조치할 예정임을 밝혔다.]김도진 실장의 통화가 끝나기도 전에 반박하는 내용을 실은 기사가 여러 개 올라오기 시작했다. 김도진 실장은 하던 통화를 이어서 하는 한편 직원에게 손을 휘저어 사인을 보냈다. 준비한 자료를 각 미디어에 보내라는 사인이었다.
“보냈어요, 실장님.”
“어. 잘했어.”
-Trrr~
-Brrr.
곧이어 확인 연락으로 온 사무실 안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김도진 실장은 이번 일은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모든 홍보팀 직원에게 바로 응대하라는 지시를 했다. 홍보팀 직원들 눈 밑에 진하게 자리 잡은 다크서클이 눈에 들어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런 기사는 즉각적으로 해명해야 했다.
최근 홍보팀은 일복이 터졌다는 표현이 딱 맞는 상태였다. 배동석의 예능과 영화 홍보에, 태주의 복귀와 드라마 홍보. 이 둘 외에도 활동을 시작한 배우가 많았다. 덕분에 홍보 자료 준비와 기사 관리로 홍보팀 직원들은 모두 한 사람 몫 이상을 해내야 했다.
“악! 실장님. 처음 기사에 나온 소속사 관계자 좀 찾아 주세요.”
“맞아요. 이런 쓸데없는 소릴 지껄인 주둥이 좀 찢….”
“야! 너무 갔어.”
“…낯짝 좀 보게요 ”
“알았어. 계약과정이 흘러 나간 경로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으니까, 찾아볼게. 그러고 보니 나도 궁금하네. 최근에 퇴사한 매니저도 없는데, 어떻게 소속사 관계자가 등장했지?”
연예인의 비밀이 퍼지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가장 내밀하고 민감한 얘기는 보통 퇴사한 매니저의 입을 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리즈는 다른 곳에 비해 매니저에 대한 대우가 좋은 편이라 퇴사가 많지 않았다. 소속 배우들도 대체로 매니저에게 까다롭게 구는 편이 아니라서, 대부분 수년 동안 바뀌지 않고 같이 일하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소속사 관계자의 정체가 김 실장도 궁금했다.
우 팀장은 김 실장이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소스를 제공한 범인을 순식간에 유추해 냈다. 태주가 말년 휴가를 나와서 계약 얘기를 나누던 당시 가장 가까운 현장에 있었던 외부인, 송재성이 그녀가 생각한 범인이었다.
그러나 우 팀장은 그런 얘기를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우선 송재성에게 사실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확인 결과 그녀의 의심이 잘못되었다면, 송재성에게 사과하고 향후 그의 관리를 다른 팀장에게 부탁할 생각이었다.
-땡그랑!
“도형 씨? 괜찮아요?”
“괘, 괜찮습니다. 그냥 좀 소, 손이 미끄러져서.”
“그래요. 다행히 뚜껑이 잘 닫혀 있었네요.”
우 팀장은 박도형 매니저의 좀 전 반응으로 굳이 송재성에게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 생각에 에어컨이 잘 돌아가는 실내에서 모니터를 보며 식은땀을 흘릴 이유는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이유가 무엇이든, 같은 소속사 선배를 음해하는 후배를 두고 볼 대표님이 아니시지. 그것도 계약 같은 민감한 사안을 미디어에 흘리는 방식은 더더욱 그냥 넘기지 않으실 테고. 단독인지 공조한 건지가 문제겠군.’
계약 과정을 지켜본 건 송재성, 소스를 흘린 것은 매니저 박도형. 우 팀장은 조사하지 않아도 자기 생각이 맞을 거라 예상했다. 그녀는 이 사안을 누군가의 입을 거치지 않고 그녀가 직접 대표님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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