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05
204. 반가운 예감 >
태주는 자신의 말이 맞을 거라 확신하는 듯한 최나라의 표정에 순간 기가 찼다. 무슨 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말한 단편적인 것들만으로도 전혀 말이 안 되는 소문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저렇게 확신하는 모습이라니….
그는 회귀 전 이런 경우를 여러 번 겪었었다. 그를 만만하게 생각한 건지 이용하려던 사람과 그게 되지 않자 헐뜯고 깎아내리려던 사람이 꽤 많았었다. 눈앞의 최나라도 그런 사람이 퍼트린 소문을 듣고 자신에게 쫓아온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원인은 고의로 헛소문을 퍼트린 누군가일 테지만, 이런 식으로 앞뒤 보지 않고 덤벼드는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네?”
태주는 제 분에 차서 다짜고짜 제 할 말만 쏟아 낸 최나라를 대우해 줄 생각을 버렸다. 그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 단 한 번도 한 적 없는 말투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들었다며?”
“무, 무슨?”
“들었다면서 본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아직 모르나?”
“당신!”
“학습이 부족한 거야? 아니면 학습 능력이 부족한 거야? 아아! 한 번 쏟아 내고 회사 생활 정리할 생각?”
비꼬는 기색이 역력한 말투로 말을 뱉어내는 태주의 모습은 평소와 전혀 달랐다. 시시껄렁한 태도는 물론이고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는 눈빛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낯선 모습이었다.
그는 평소와 다른 오만하고 거침없는 모습을 연기하는 중이었다. 태주는 회귀 전 지금 모습과 비슷한 배역을 맡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연기했던 모습을 따라 하는 중이라서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사람들이 알아?”
“모르면? 소문이라도 내게?”
“그래! 소문!”
“해 봐. 결과는 책임지고.”
“뭐, 뭐?”
“결과는 네가 책임지라고.”
태주는 말로 하지 않았지만, ‘네까짓 게 무얼 할 수 있을까?’하는 눈빛을 최나라에게 던졌다. 몸값, 인지도, 평판, 경력 중 무엇 하나 그보다 나은 게 없는 그녀가 하는 말을 믿을 사람은 없었다. 더욱이 그 말이 사실이 아닌 거짓이라면, 이후에 벌어질 일은 모두 그녀의 책임이었다.
최나라는 태주의 입에서 나온 책임이라는 단어에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놀랐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인 건지 알아차렸다. 자신을 쫓아낼 거라고 들었던 사람을 보자 눈이 뒤집혀서 쫓아왔지만, 상대는 이태주였다. 어쩌다 한 번씩 조연을 맡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최나라 씨가 무ㅅ….”
“태주 씨?”
“….”
“무슨 일이십니까?”
“최나라 씨가 사과하러 오셨어요. 아까 사무실 앞에서 무례하게 굴었던 일이 마음에 걸리셨나 봐요.”
“그렇습니까?”
태주는 조감독과의 통화를 마치고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견우 때문에 최나라에게 쏘아붙이려던 말들을 삼켰다.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녀에게 해 줄 말은 많았지만, 굳이 자신의 매니저를 걱정하게 하면서까지 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과하러 오신 걸 말리고 있었어요. 저희가 데뷔 일자까지 하나하나 다 따지는 가수는 아니잖아요. 제가 데뷔는 좀 빠르지만, 겨우 한 살 차이인데, 너무 격식을 차리시려는 것 같아서요. 그러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건 아닙니다, 태주 씨.”
“아니에요, 매니저님. 같은 소속사인데요, 너무 그러면 보기 안 좋아요. 게다가 사람이 항상 좋을 수는 없잖아요. 일이 많아서 피곤할 수도 있고, 몸이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그런 날은 짜증도 내고 실수도 해요. 그러니까, 최나라 씨. 사과는 죄송하다는 말 정도면 충분해요.”
“이런! 매니저님이 오셔서, 무안하신가 봐요. 여기까지 오셨는데…. 괜찮아요, 최나라 씨. 사과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하세요.”
태주는 이 정도면 겁 없고 앞뒤 분간 못 하는 후. 배. 에게 충분한 기회를 줬다고 생각했다. 그는 잠시 최나라를 내려다보다 바로 몸을 틀었다. 무례한 상대를 마주하며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그럴 바에야 집에 돌아가 태산이의 재롱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게 백 배 나았다.
“그만 가요, 매니저님.”
“후우. 가시죠.”
처음 사과를 하러 왔다는 태주의 말에 바뀌려던 평가는 다른 사람이 왔다고 해야 할 사과도 하지 않는 태도에 보류되었다. 견우는 그들이 돌아가려고 하는데도 여전히 그대로 있는 최나라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뱉었다.
‘쓸데없는 자존심.’
견우는 잠시 태주와 최나라, 두 사람이 얘기할 시간을 주어야 할까 고민했지만, 그만두었다.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걸 금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무례한 상대를 무례한 대접을 받은 사람이 배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견우는 태주가 이끄는 대로 차를 세워 둔 방향으로 걸었다.
그때였다.
“…죄, 죄송해요.”
돌아선 두 사람의 등 뒤로 최나라의 더듬거리는 사과가 들려왔다. 태주는 잠시 멈춰 시간을 들이다 뒤로 돌았다. 옆에 있는 견우를 생각해서 평소의 친절하고 다정한 미소를 얼굴에 띄운 채였다.
“괜찮아요.”
“죄송해요!”
“괜찮으니, 최나라 씨도 그만 가 보세요. 형식 씨가 찾고 있겠어요.”
“…네.”
최나라를 주차장에 두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태주는 그녀에게 들었던 송재성에 관한 일을 떠올려 봤다.
송재성은 회귀 전에도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최나라 역시 마찬가지. 그가 모든 배우의 이름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회귀 전 20년 가까이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배우를 만났었다. 그런 그의 기억 속엔 지금은 무명인 배우도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할 배우도 있었다.
두 사람이 있었던 JJ 엔터테인먼트는 그가 회귀하기 전까지 계속 존재했었다. 남자 아이돌 그룹, 여자 아이돌 그룹을 꾸준히 제작했었다. 그 외에도 힙합 가수나 인디밴드 등이 활동하는 레이블도 여러 개 산하에 두었었다.
하지만 송재성이나 최나라의 이름은 그의 기억에 없었다.
‘배우들을 모두 내보냈다고 했던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송재성은 모르겠지만, 최나라의 태도만 보아도 JJ의 성향을 알 수 있었다. 아티스트 중심. 트리즈와는 다른 의미의 아티스트 중심의 소속사 같았다.
“JJ 기획사 대표님이 가수 박준재 씨죠?”
“맞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태주가 기획사의 성향에 관해서 모두 아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뉘는 것은 알고 있었다. 대표의 출신에 따라 매니지먼트 중심, 프로듀서 중심, 아티스트 중심,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뉘었다.
첫 번째, 경영자 출신의 대표가 있는 기획사는 대개 아티스트의 성공을 매니지먼트의 결과라고 보는 경향이 컸다. 그래서 그런 곳은 아티스트 역시 소속 직원의 한 명, 회사의 이익을 위한 자원 정도로 대우했다.
두 번째는 프로듀서 출신의 대표가 있는 기획사로, 보통 아티스트의 성공이 기획력에 달려있다고 판단했다. 배우보다는 가수를 제작하는 곳이 월등히 많았다. 또 그런 기획사는 대표가 프로듀서 역할을 겸임하는 일도 흔해서, 대표의 발언권이 상당히 큰 편이었다.
마지막은 아티스트 출신이 대표로 있는 기획사로, 대표가 가수나 배우 출신이라서인지, 대부분 아티스트의 대우가 괜찮았다. 하지만 회사 직원을 함께 일하고 같이 성장하는 동료로 보지 않고, 일개 아티스트의 보조 자원 정도로 보고 차별하는 경우가 많았다.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그보다 매니저님 송재성 씨 소문 들은 것 있으세요?”
“송재성 씨요?”
“네. 회사를 그만두셨다고 들었어요.”
“소문은 듣지 못했습니다. 다만 대표님이 직접 송재성 씨와의 전속 계약 해지를 추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대표님이 직접이요?”
“네.”
송재성이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소속 배우에게 무척 관대한 대표님이 직접 계약을 해지할 정도였을까? 태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회귀 전엔 김지혁도 전속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계약이 끝날 때까지 데리고 있었다. 그런데, 송재성은 겨우 2년 만에 계약을 해지한 게 이상했다.
‘아! 매니저님이 그만큼 잘 커버해 줬었던 건가?’
태주는 회귀 전 김지혁을 담당했던 견우의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그리고 이런 매니저님을 걷어찬 송재성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어떤 큰 사고를 쳤든 매니저님이 곁에 있었으면, 전속 계약 해지까진 가지 않았을지도 몰랐는데, 자기 복을 자기가 발로 찬 꼴이었다.
“송재성 씨의 소문이 돌고 있습니까?”
“저도 잘 몰라요. 최나라 씨가 송재성 씨가 회사에서 나간 일을 신경 쓰는 것처럼 보여서요. 같은 소속사에서 옮겨 왔잖아요, 둘이.”
“그렇습니까?”
견우는 태주가 잘 모른다고 말했지만, 분명 그가 무슨 소문을 들었을 것이라고 여겼다. 지금까지 그가 겪은 태주는 남의 소문에 관해서 궁금해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태주는 자신의 소문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전원주택에 태주를 내려준 견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10시. 아직 우 팀장이 잘 시간은 아니었다. 우 팀장은 송재성의 관리를 맡은 사람이었다. 그녀라면 송재성에 관한 소문을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
이틀간의 휴식일을 보낸 태주는 바로 견우의 차로 지방 촬영지로 이동했다. 태주의 밴의 뒤로 태산이 짐을 실은 2호의 차가 따라오고 있었다.
“태쭈. 이꺼.”
“아까 하나 먹었잖아. 나중에, 점심 먹고 먹자.”
“앙. 이꺼.”
“지금 먹으면 점심은 어떻게 먹으려고?”
“태쭈. 아이쑤크림 주떼요.”
“…큼. 하나만이야?”
태주는 아이스크림 봉지를 뜯으며 속으로 자신의 의지가 약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태산이가 너무 귀여운 게 문제라고 변명했다. 태산이가 혀짧은 소리로 ‘주떼요.’를 시전 하면 자신뿐 아니라 누구도 견디지 못할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쯧쯧. 산이 버릇은 네가 다 망치겠다.”
“크흠!”
“산아 지금 아이스크림 먹으면 배불러서 이따가 꼬꼬 못 먹는데…. 아이스크림 먹을래?”
“꼬꼬? 미나 누나, 꼬꼬 머거요?”
“응. 점심으로 꼬꼬 먹을 거야. 산이 꼬꼬 먹을래? 아이스크림 먹을래?”
“꼬꼬!”
고민할 것도 없었다. 태산이 일 순위는 언제나 꼬꼬였다. 태주는 어쩔 수 없이 봉지를 뜯은 아이스크림을 그대로 입에 물었다.
“태쭈. 꼬꼬 머짜. 아이쑤크림 아니야.”
“…네가 먹는다고 했었잖아.”
“호호호. 산아, 태주는 어른이라 아이스크림 먹고 꼬꼬도 먹을 수 있어. 봐 봐. 산이보다 배가 크지?”
“앙.”
“산이도 조금만 더 크면 둘 다 먹을 수 있어. 그러니까, 이따가 꼬꼬 많이 먹자.”
“앙.”
태주는 제 녀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자신을 불손하게 보는 태산이가 얄미웠다. 자신은 아이 모습으로 지방에 내려가는 게 걱정스러운데, 꼬꼬를 먹는다고 신난 모습에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촬영이 2주 동안이라, 계속 아이 모습을 하고 있으면 답답할 텐데.’
견우가 데리러 오기 전에 아이 모습을 호랑이 모습으로 바꾸게 하려고 별별 시도를 다 했었다. 간식으로 유혹하기도 하고, 요정 숲 유원지에 데려가지 않겠다는 협박도 했었다. 물론 전혀 소용이 없었다.
2호도 있으니, 자신이 촬영하는 동안 모터홈에서 놀게 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데리고 오긴 했지만, 역시 걱정스럽긴 했다. 예전 제주도 여행 때도 답답해했는데, 이번 촬영은 2주였다. 태산이는 아직 2주라는 긴 시간 동안 아이 모습을 유지해 본 적이 없었다.
“산아 집에 가고 싶으면 형이나 호한테 얘기해야 해. 알았지?”
“앙. 아라찌.”
“대답은 잘해요. 꼭이야?”
“꼬옥?”
“응. 꼭.”
-꼬옥!
태주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올 뻔한 것을 힘겹게 참았다.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후, 제 목을 감고 ‘꼬옥!’을 외치는 아이의 노력을 비웃는 거로 보일까 봐 걱정되어서였다.
그는 자신이 말한 것과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 아이를 비웃지 않았다. 그러기엔 아이의 행동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호호호. 산이 꼬옥 했어요?”
“앙. 꼬옥!”
“아이고, 귀여워라.”
“하하하.”
다시 들린 ‘꼬옥!’ 소리에 태주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2주간 아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지만, 지금 당장은 아이의 재롱이 기꺼웠다.
*
도착한 세트는 거센 폭풍우에 상한 곳이 여러 군데 있었다. 태주와 감독이 일산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동안 조감독과 일단의 스태프들은 세트의 보수를 위해서 미리 내려왔었다. 그러나 계속된 비로 실제로 보수를 시작한 지는 며칠 되지 않았다.
태주와 일행은 모터홈이 세워진 공터 앞쪽 도로로 출연자들의 차와 자재를 실은 트럭이 지나가는 것을 잠시 지켜보았다.
“아무래도 오후 촬영은 힘들 것 같군요.”
“저번에 조감독님이 오후부터 촬영한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오후 촬영은 취소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저녁에 촬영 스케줄을 다시 맞춰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가 생각보다 더 오래 내리긴 했죠.”
목재로 만든 세트라서 비에 약한 게 문제가 되고 있었다. 목재가 수분을 한껏 머금은 상태라 보수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았다. 태주는 촬영이 취소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후, 오후에는 태산이와 근처를 돌아다닐 마음을 먹었다.
“매니저님 촬영지 벗어나도 되나요?”
“으음. 촬영지를 벗어나시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스케줄을 맞춰봐야 하겠지만, 어쩌면 야간 촬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보수가 금방 끝나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알았어요. 그럼 산이랑 이 근처만 다닐게요.”
“네.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미뤘던 촬영이 시작되면 아이와 느긋하게 놀아 줄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태주는 태산이가 낮잠에서 깨면 데려갈 만한 곳이 있나 근처를 둘러봤다.
“어. 음. 구경할 만한 곳이 없네요.”
“호호호. 차라리 세트장이 더 볼 만할 것 같은데. 산이 사극 촬영장은 처음이잖아.”
“어. 그, 렇죠? 처음이죠?”
“풋. 그걸 왜 나한테 묻니?”
“아하하하.”
산이 모습은 아니었지만, 태산이는 예전에 용좌 촬영장에도 갔었고, 얼마 전까지 이곳 촬영장에 같이 있었다. 태주는 거짓말을 하는 상황에 잠깐 당황했지만, 곧 진정했다. 산이 모습으로 사극 촬영장에 오는 것은 처음이니,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다.
잠시 후, 그는 낮잠에서 깬 태산이 손을 잡고 촬영장을 천천히 구경하고 다녔다. 탕탕탕! 위이잉! 못을 박는 소리,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촬영장 곳곳에서 들리고 있었다.
“음. 태주야.”
“왜요, 누나?”
“너 혹시 빚진 거 있니?”
“네? 그게 무슨 말이세요?”
“아니. 저쪽에 일하시는 분이 계속 널 쳐다보잖아.”
“어디요?”
태산이 반대쪽 손을 잡고 같이 촬영장 구경을 하던 미나는 한참 전부터 자신들이 있는 방향을 뜨겁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대체 누구인가 궁금해서 둘러보던 그녀의 시야에 안전모를 쓰고 작업을 하던 사람이 들어왔다.
“저쪽 남색에 주황색 줄무늬 티셔츠 입은 남성분.”
“어? 어!”
“누구야? 아는 사이야?”
“네.”
의문성과 감탄성을 이어서 내는 태주의 모습에 궁금했던 미나가 누구인지 캐물었지만, 태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를 열렬히 쳐다보던 인부에게 고개 숙여서 인사를 건넸다. 인부 역시 그런 태주에게 정중하게 마주 인사했다.
“누구야?”
“하하하. 있어요. 다행히 건강하시네요.”
“누군데?”
태주가 인사한 사람은 5년 전 여름, 영화 버스킹을 찍던 중 만났던 꼬마 아이의 아버지였다. 그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은 사고를 당해서 집에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건강하게 회복되어서 현장 일을 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모습이었다.
“이번 드라마 촬영은 진짜 좋은 것 같아요.”
“갑자기?”
“하하하.”
뜻밖의 사람의 반가운 모습을 보게 되어서일까. 태주는 이번 드라마 촬영이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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