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06
205. 고정하세요, 전하! 촬영 현장 >
오후 촬영이 취소되고 다시 맞춰 본 촬영 스케줄은 견우의 예상대로 돌아갔다. 야간 촬영을 하게 된 것이었다. 1화 방영 전에 최대한 많은 촬영분을 확보하길 바라는 감독의 마음이 십분 반영된 결정이었다.
“어휴. 감독님이 절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아요.”
“음. 무슨 문제라도?”
“아니요. 제 분량이 많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긴 하지만요. 사극 촬영은 용좌에 조연으로 출연한 게 전부인데 말이죠.”
“그런 뜻이셨군요. 그런 것이라면 전 감독님의 판단이 옳다고 봅니다.”
“매니저님은 항상 정말 절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세요.”
“하하하.”
드라마 촬영 일정이 한 번 밀리면, 배우들의 촬영 스케줄이 전체적으로 꼬이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 ‘고정하세요, 전하!’의 경우에는 배우 촬영 스케줄을 꽤 융통성 있게 짤 수 있었다. 주연 배우인 태주가 솔선해서 힘든 스케줄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사극의 경우뿐 아니라 드라마 대부분은 중견 배우들의 스케줄을 먼저 배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로 배우나 중견 배우를 예우하는 차원이기도 했지만, 그들은 대체하기 어려운 배우였고, 대부분 동시에 여러 작품에 출연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주연 배우를 홀대할 수도 없어서, 일정을 새로 짜는 일은 제작사로서는 무척 골치 아픈 일이었다.
‘태주 씨가 먼저 나서서 스케줄 조정에 찬성해 줘서 수월했지.’
견우는 예정에 없던 야간 촬영을 진행하자는 말을 꺼내고 미안해하던 연출진한테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얘기하던 장면을 떠올렸다. 견우의 허락에 감독 이하 회의하던 사람들 전부가 얼마나 안심한 표정을 지었는지, 아마 그들 스스로는 모를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 있게 돌발적인 스케줄을 받아들이겠다 지를 수 있었던 자신도 아마 평소완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견우는 회의 때처럼 다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손끝으로 살살 쓸어내렸다.
“아마 감독님도 제가 태주 씨를 믿는 것처럼 태주 씨의 연기를 믿고 계실 겁니다.”
“아유. 절 민망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면 이미 성공하셨어요, 매니저님.”
“하하하. 그렇습니까? 태주 씨라면 야간에 하는 연기도 잘하실 겁니다.”
“잘해야죠. 매니저님이 이렇게 믿어 주시는데.”
현대극과 다르게 사극의 대사에는 어려운 용어도 많고 익숙하지 않은 표현도 많았다. ‘고정하세요, 전하!’ 역시 퓨전 사극이지만, 사극이라서 그런지, 보통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이 많이 나왔다. 게다가 사극은 야간에 촬영할 때는 주간 촬영과 다르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늦은 밤 대군의 처소에 드나드는 이가 왜인처럼 보인다는 말이냐?”
“확실한 것이냐? 잘못 본 것이 아니더냐?”
“아니다. 그 아이가 그럴 리가 없다. 왜인을 증오하기로는 과인보다 더한 것이 그 아이야.”
“최근 대군이 백화원에 다녀간 적이 있더냐?”
“또 누가 백화원에 다녀갔는지 소상히 알아보거라.”
궁밖에 마련한 안가에서 대군의 감시를 맡겼던 무사에게 보고받는 장면이었다. 태주는 야간 촬영 장면에 맞춰서 긴장감이 들게 평소 보다 한 템포 늦춰가며 대사를 연습했다. 거기에 정체를 숨긴 수하와 대화하는 장면이라, 은밀함이 느껴지게 호흡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다.
엄살 피우듯이 말했던 것과 다르게 태주의 연기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그가 읊는 대사에는 이복동생이지만 우애가 좋은 대군을 감시하라 명하고, 그 보고를 받는 왕의 불편한 심정이 잘 녹아 있었다.
견우는 태주가 대본을 보며 연습을 시작하자 자리를 피했다. 얼마 남지 않은 촬영 시간까지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려는 배려였다. 태주가 대기하는 장소에서 조금 떨어져 멈춰 섰을 때였다. 중견 배우의 매니저 한 명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견우 씨.”
“예. 무슨 일이신가요?”
“이거 태주 배우 좀 가져다줘요. 우리 형님이 담근 오미자차예요. 그리고 여름이라도 밤엔 서늘하니까, 담요도 챙겨 주라 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께도 감사하다 전해 주세요.”
“그렇게 전해 드릴게요.”
“예. 들어가십시오.”
견우의 인사를 받은 중견 배우의 매니저가 손을 휘휘 젓더니 그대로 돌아서 촬영장을 벗어났다. 그는 트리즈의 소속 배우인 김윤선, 정한선과 친한 중견 배우의 매니저로 견우와는 전부터 안면이 있었다. 그가 담당하는 중견 배우는 이번 드라마에 감독과의 친분으로 특별히 출연하는 중이었다. 그 중견 배우가 이번 드라마 촬영에서 태주가 특히 중견 배우들의 대우에 신경 쓰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
촬영 스케줄에 많은 배려를 받은 중견 배우의 음료 선물을 받았지만, 야간 촬영은 생각보다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해당 장면에서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의 실수가 계속 이어져서였다.
‘고정하세요, 전하!’는 사극에 익숙한 중견 배우들이 여러 명 출연하기도 했지만, 배역에 잘 어울리는 신인 연기자들도 여러 명 출연하고 있었다. 태주에게 대군의 감시 결과를 보고하는 무관 역할을 맡은 배우도 신인 연기자였다.
“…왜인처럼 보인다는 말이냐?”
“예! 조선인처럼 꾸몄지만, 소관의 눈엔 왜인으로 보였습니다!”
“컷! NG.”
감독은 잠시 숨을 고른 후, 좀 전에 디렉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신인 연기자에게 다시 한 번 같은 주문을 했다.
‘힘을 빼라. 무관이라 딱딱한 말투는 괜찮지만, 늦은 밤 사람 눈을 피해서 보고를 하는 상황이니 좀 더 소리를 낮추고 감정을 누르며 대사를 해라.’
감독의 요구는 어렵지 않았지만, 신인 배우는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리를 낮추라는 말은 대사가 들리지 않게 작게 말하라는 뜻이 아니었는데, 계속 작게 속삭이듯 대사를 해서 NG를 내고 있었다. 게다가 감정을 누르라는 말은 대사에서 비장한 느낌을 빼라는 뜻이었는데,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았다.
태주는 단역 배우가 꽤 열심히 연기를 준비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촬영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와서 준비하고 대사를 연습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지만, 그가 보기엔 준비의 방향이 조금 잘못된 것 같았다.
‘은밀하게 전하라는, 주변을 신경 쓰는 느낌을 담으라는 주문인데…. 이런 상황의 대사는 준비를 안 한 건가? 맞춰 주기 힘든데.’
무관 역할을 맡은 배우는 이미 잘못된 감정으로 캐릭터를 채운 상태였다. 긴장을 많이 해서인지, 순발력이 부족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자신이 연습한 대로만 연기하는 중이라 상대인 자신과 합이 전혀 맞지 않았다. 아마 감독님 눈엔 저 무관 역의 배우만 붕 뜬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일 것이다.
자신은 아끼는 동생에 관한 바라지 않던 보고가 믿기 힘들었지만, 군주로서 냉정하게 그 가능성을 따지는 모습을 연기하는 중이었다. 그런 주군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수하라면 그런 상황에서 비장한 감정만 담은 보고를 하지 않을 터였다.
“…왜인처럼 보인다는 말이냐?”
“예! 조선인처럼 꾸몄지만! 소관의 눈엔 왜인으로 보였습니다!”
“컷! NG.”
감독의 답답한 표정에 무관 역을 맡은 배우가 긴장하는 게 보였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주변에서 알려 주고 있었지만, 긴장 때문에 그게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더 자신이 달달 외워 온 연기를 고집하는 것 같았다.
-짝!
“헉!”
“흡.””
“뭐? 뭐야?”
조용한 촬영장 안에 갑자기 들린 피륙이 부딪히는 소리에 이곳저곳에서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주변이 부산스럽게 바뀌었지만, 그 소리를 낸 주인공인 태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두 손을 들어 보였다.
“긴장 풀리셨어요?”
“네? 네? 어? 어어!”
“몸이 너무 굳으셨어요. 잠깐 몸 좀 움직여 보세요. 그리고 지금 너무 감정 과잉이세요. 감정을 좀 비워 내셔야 할 것 같아요.”
“아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혹시 평소 긴장 푸는 방법이 있으시면 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
태주는 그에게 잠시 기다릴 테니 긴장을 풀고 다시 하자는 말을 꺼냈다. 그런 말을 남긴 태주는 카메라의 앵글에서 벗어나 감독의 곁으로 갔다. 감독에게 좀 전 행동의 양해를 구할 생각이었다. 그가 끼어들어서 흐름을 끊은 일을 그가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어서였다.
지금까지 ‘고정하세요, 전하!’의 감독은 한 장면을 반복해서 찍는 일이 많지 않았다. 필요한 컷이 머릿속에 모두 들어 있는 것처럼 빠르게 촬영을 진행했었다. 난해하거나 촬영이 힘든 장면은 융통성 있게 대사를 수정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장면을 수정할 생각도 하지 않고, 반복해서 찍고 있었다. 아마 늦어지는 시간에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그도 잠시 평소의 모습을 잃은 것 같았다.
“감독님. 저 물 좀 마시고 다시 해도 괜찮을까요?”
“아아. 괜찮아요. 다들 10분만 쉬고 합시다.”
감독의 말이 있자마자 팀장급 스태프들이 먼저 장비를 내려놓았다. 그 후 바로 몸을 풀거나 태주처럼 물을 마시는 사람이 여러 명 나왔다.
태주는 견우가 건네준 물을 마시면서 스태프들의 그런 모습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다행히 태주의 행동을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스태프 대부분은 잠깐의 휴식을 반기고 있었다.
감독은 촬영장의 무거운 흐름을 끊은 태주의 행동에 조금 놀라고 있었다. 신인은 아니지만, 여전히 어리다 볼 수 있는 나이에 경력도 길지 않은 배우였다. 좀 전 같은 경우, 태주처럼 젊은 배우들은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고 참기 바빴다.
‘지금 상황에서 자신 말고는 누구도 그 말을 꺼내지 못한다는 걸 아는 거지. 보통은 그냥 내가 참고 말지 하고 넘어가는데….’
태주는 그가 들었던 대로 확실히 배짱이 있었다. 백 명 혹은 그 이상 되는 사람을 잠시 멈춰 세우고 숨 고르기를 시키는 배짱은 이십 대 중반의 배우가 부리기 쉽지 않았다. 그런 배짱을 태주는 자연스럽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정도로 부리고 있었다.
평소엔 연기에만 열심이어서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는데, 소문대로 이태주는 현장 분위기를 좋게 끌고 가는 데 익숙한 것 같았다. 감독은 그런 태주의 의외의 모습이 꽤 흥미로웠다.
다시 촬영이 시작된 후에도, 잠깐의 휴식으로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서 모든 게 잘되는 만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횟수가 거듭될수록 무관 연기자가 상황에 맞는 연기를 보여 주는 빈도가 높아졌다.
*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촬영했지만, 촬영진은 다음 날도 새벽부터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지명이 자신할 정도로 합리적이었던 일정은, 폭우로 촬영 현장을 스튜디오로 옮겼던 순간부터 굉장히 빡빡하게 바뀌었다.
태주의 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겨우 두세 시간만 자고 다시 일어나서 분장을 받고 있었다. 이번에는 지난밤에 했던 양반의 모습이 아닌 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의 처소 앞까지 찾아온 중전을 깍듯한 예의로 맞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찍을 차례였다.
“롱 샷 리허설 먼저 갑니다. 배우들 위치에 서 주세요.”
태주를 비롯한 배우들이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앵글 속 지정된 위치에 섰다.
따로 나눌 얘기가 있어서 신하를 대동하고 처소로 온 태주와 중전이 마주치는 장면이었다. 정략결혼 상대인 중전에게 차가운 왕과 그런 지아비를 연모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찾아온 중전의 엇갈림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리허설을 거쳐 본 촬영이 시작된 후 중견 배우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지난밤 태주에게 음료를 챙겨 줬던 그는, 롱 샷 촬영에서 태주가 상당히 힘을 빼고 가볍게 촬영하는 중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태주는 연기를 대충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해당 장면에 공을 덜 들이고 있었다.
그는 태주에 관해서 ‘항상 진지하게 연기한다.’, ‘동료 배우와 호흡을 잘 맞춘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었다. 같은 소속사의 김윤선이나 정한선이 그렇게 말했고, 태주와 연기했던 다른 중견 배우들도 모두 그렇게 말했었다. 실제로 그가 지금까지 겪은 감상도 다른 이와 다르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 진행하는 롱 샷 촬영에선 그런 평소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제대로 대본대로 연기하고 있지만, 주변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그런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여 주고 있지 않았다.
‘뒷심이 부족한 타입인가? 아직 촬영 일정이 꽤 많이 남았는데….’
촬영은 이제야 중반을 넘어선 상태였다. 앞으로는 날도 더 더워질 테고, 긴 촬영 기간에 체력도 떨어질 텐데 걱정이었다. 주연 배우가 맥없는 모습을 보이면 촬영장 분위기도 덩달아 그렇게 갈 가능성이 컸다. 그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담긴 눈빛이 태주의 뒤통수에 떨어졌다.
“바스트 샷 갈게요.”
하지만 뒷심이 부족한가 하는 의심 같은 것들은 모두 그의 기우였다.
바스트 샷 촬영이 시작된 후, 태주는 돌연 태도를 바꿔서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언제 힘을 빼고 연기했냐는 듯 탐욕스럽게 주변의 시선을 훔치는 배우로 바뀌어 있었다. 좀 전 촬영을 마친 롱 샷에선 전혀 보여주지 않았던 진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의 의견을 사사건건 막아서는 권신의 딸. 가장 가깝지만, 도리어 가장 믿을 수 없는, 믿어서는 안 되는 사람. 사랑하는 소희를 해칠지 모르는 잠재적 위험 요소.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선 언제나 미안한 상대.
중전을 향한 복잡한 마음을 영민 왕으로 분한 태주가 세밀하게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는 바스트 샷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카메라를 자신에게 당기고, 해당 장면의 목적을 동료 배우들에게 주입하고 있었다.
‘하하하. 재밌군. 재밌어.’
태주는 뒷심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극에 중요하지 않은 배역이 없듯, 중요하지 않은 장면은 없었다. 그러나 힘을 실어야 하는 장면과 빼도 좋은 장면은 분명히 있었다.
그가 뒷심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것은 태주가 그런 장면을 모두 파악하고 강약을 조절하고 있던 걸 몰라서 그런 것이었다. 아직 젊은 배우인 그가 오랫동안 현장에서 구른 배우처럼 노련하게 체력을 안배하는 중이라고 짐작하지 못해서 하게 된 오해였다.
“하하하. 20부작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 질주할 리가 없는데. 어린 나이에 속았구먼.”
“형님?”
“영근아.”
“예.”
“우리 회사도 저런 애로다가 좀 찾아봐라. 회사에 젊은 애는 많은데 어째 쟤 반만큼도 하는 애가 없어?”
중견 배우의 매니저는 자신이 담당하는 배우를 황당하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누군들 이태주 같은 배우를 회사에 들이고 싶지 않을까? 연기 잘하고 광고 많이 찍는 젊은 배우를 마다할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배우가 없어서 문제지.
“매물로 나오려나?”
“트리즌데 나오겠습니까?”
“그렇지? 쩝. 아깝다, 아까워. 쟤가 우리 배우면 같이 작품 들어가기 얼마나 편하겠어? 안 그래?”
“그건 그렇죠.”
중견 배우는 진심으로 아쉬웠다. 태주에게 들어오는 대본에 자신이 들어가기 좋은 역이 있을 수도 있고, 역으로 자신에게 들어오는 대본에 태주가 들어가기 좋은 배역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런 때에, 같은 소속사면 얼마나 일이 편하게 풀리겠는가. 그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배우 수는 많지만, 트리즈보다 질적인 면에서 뒤처지는 자신의 회사에 태주가 올 리 없어서였다.
“영근아. 촬영장 있는 동안 태주 매니저랑 친하게 지내라. 우리 회사 애들 가능하면 태주 들어가는 작품에 넣어. 쟤는 진짜야.”
이미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태주였지만, 실제 그를 보지 못한 사람은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그를 낮춰봤다. 미래를 위해서, 태주가 저평가 받는 지금 누구보다 먼저 그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 둘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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