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14
213. 회의 참석 >
U19 팬 미팅 다음 날 진행된 20+ 팬 미팅은 그 색이 완전히 달랐다. 가수의 쇼케이스 같았던 U19과 다르게 20+는 왜 팬 미팅에 나이 구분이 필요했는지, 알게 하는 내용이었다. 20+ 팬 미팅은 선곡, 퍼포먼스, 의상 무엇 하나 자극적이고 관능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덕분에 20+ 팬 미팅이 끝난 후, 태주의 팬 카페에 폭발할 것처럼 많은 양의 후기 글이 올라왔다.
팬 카페에선 태주가 선보인 새로운 모습이 화제였지만, 연예 뉴스에선 다른 소식에 초점을 맞췄다. 태주가 팬 미팅에서 기습적으로 밝힌 차기작 정보가 그것이었다.
[팬 미팅에서 가수 못지않은 실력 뽐낸 배우 이태주] [배우 이태주 팬 미팅에서 차기작 발표] [소속사 공식 발표, 배우 이태주 의 이제영 감독의 신작 출연 확정 인정] [여전히 회자 되는 의 명장면들 다시 재현되나?] [차기작 출연 인정, 영화 내용 공개 불가]팬 미팅 관련 기사가 회사에서 예상한 것보다 많이 올라와 있었다. 출연 중인 드라마의 인기 때문인지, 아니면 팬 미팅에서 차기작을 발표해서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이런 일도 많은 기사가 올라올 정도로 그의 복귀가 성공적이란 사실이었다.
“응?”
“왜 그러십니까?”
“신경 쓰이는 기사가….”
“무슨 내용입니까?”
“저랑 직접 관련된 기사는 아니에요. 아니, 영화랑 관련 있으니, 직접적으로 관련된 건가?”
태주가 팬 미팅 기사를 훑어보는 사이 새로 올라온 기사였다. 그가 섭외를 거절한 의 촬영 세트 건설을 위해서 지방 도시에서 장소를 제공한다는 기사였다. 한국 영화사 최대의 세트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제작 기간에 관한 내용이었다.
“예상 제작 기간 6개월.”
“예?”
“의 세트 제작에 6개월을 예상한다는 기사예요. 실제 하시마 크기의 3분의 2 규모래요.”
“엄청나군요.”
“네. 엄청난 규모예요.”
회귀 전 실제 세트에서 촬영했던 배우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어둡고 갑갑하고 기괴한 세트였다고 말했었다. 훌륭한 세트가 연기에 도움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낯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면 더 그럴 것이다.
‘그런 것치고 배우들 연기에 새로운 게 없었지만.’
태주가 자기 기사를 훑어보는 사이에도 차는 멈추지 않고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잠시 후 차는 이미 여러 차례 들러서 익숙한 건물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약속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지만, 태주도 견우도 개의치 않고 바로 회의실로 올라갔다.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들의 성격상 이미 모두 회의실에 도착해 있을 게 분명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요. 건물 진짜 좋네요.”
“확실히…. 좋긴 좋습니다.”
“건물주가 건물주시니, 당연한 일인가요?”
“하하하.”
건물주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모르는 척 웃어 버리는 견우였다. 태주도 그의 그런 반응에 마주 웃음을 흘렸다.
태주는 처음 드라마 출연 계약을 하러 왔을 때도, 그 후 방문했을 때도 제작사 건물을 보고 감탄했었다. 고급스러운 대리석 내장재, 곳곳에 장식된 아름다운 미술품과 세련된 가구. 건물은 위용만으로도 절로 제작사에 대한 믿음이 생길 만큼 훌륭했다.
그렇지만 태주를 가장 흡족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이런 건물 한 개 층을 전부 사용하는 제작사의 재력. 비록 그것이 할아버지가 손자를 위해 공짜에 가까운 조건으로 빌려준 것이라 해도. 이런 건물에 당당하게 제작사를 차릴 능력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어서 오세요.”
“실장님 잘 지내셨어요?”
“네. 잘 지냈습니다. 이 배우님 이쪽으로 오시죠.”
“다른 분들은요? 먼저 오신 분 계세요?”
“예, 오시기로 하신 분 모두 이미 오셨습니다.”
전 실장의 대답에 태주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의 예상대로 회의 참석자들은 모두 미리 와 있었다. 실제론 별것 아닌 일이었는 데, 그만큼 영화에 적극적인 것처럼 느껴져서 만족스러웠다. 좀 전에 봤던 기사의 찜찜함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영화 관련해서 결정된 것은 연출을 이제영 감독이 맡고 주연은 태주가 맡는다는 사실 뿐이었다. 영화는 최소한의 조건을 채우고 겨우 출발선에 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재력도 든든하고 감독의 권위를 존중해 주는 제작사가 생겨서 다행이었다.
제작사의 행보 중 특히 그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영화에 최소한의 상업적 요소만 넣기로 한 일이었다. 이제영 감독은 영화에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길 바랐고, 제작사는 그의 의견을 받아 주었다. 덕분에 이제영 감독과 이지명 대표, 두 사람을 소개해 준 태주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 인사가 끝나고 논의 사항이 하나둘씩 회의 테이블로 올라왔다. 배우 캐스팅, 오디션 일정, 촬영지 섭외, 촬영팀 구성, 홍보회사 계약 등 논의할 게 많았다.
사실 이런 제작 회의에 주연인 태주가 참석할 필요는 없었다. 나중에 소속사를 통해서 실제 촬영에 들어가는 날짜와 필요한 준비 사항만 전달받아도 괜찮았다. 그런 그가 굳이 제작사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제영 감독과 배역에 관해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이제영 감독과 제작사에 부탁할 자료도 있고.
“이런 영화는 고증만 잘해도 욕을 먹진 않습니다. 아니, 고증으로 꼬투리만 잡히지 않아도 반은 성공한 겁니다. 하지만, 겪어 보신 대로 자료가 많지 않습니다.”
“맞아요. 사실 저도 영화 배경 자료를 부탁하려고 회의에 참석한 참이에요.”
이지명의 말에 이어서 태주가 회의에 참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의 자료를 소속사에 부탁하고 자신도 찾아보고 할 테지만, 이제영 감독이 영화 대본을 쓰면서 참고한 자료보단 못할 게 분명했다. 태주는 그 자료에 제작사에서 확보한 참고 자료도 얻길 바랐다.
“그래서 시나리오 감수를 맡을 전문가를 따로 섭외할 예정입니다. 괜찮으십니까, 감독님?”
“내가 부탁하고 싶었던 겁니다. 시대상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싶었는데, 자료를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개인으론 확인 불가능한 것도 꽤 있었고요.”
“감독님이 찬성하셨으니, 이 건은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할 생각입니다.”
“다큐멘터리요?”
이지명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일본의 강제동원 실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한 사실을 알렸다. 제작사에선 영화 개봉 전에 여러 매체를 통해 다큐멘터리를 공개해서 사회적 관심을 끌 생각이었다.
홍보의 일환으로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지만, 영화에 담지 못하는 내용을 전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찬성했다. 태주 역시 다큐멘터리 제작을 반겼다.
“다큐멘터리면 내레이션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 내레이션이요. 제가 해도 될까요?”
“당연히 됩니다. 태주 씨가 해 주시면 더 화제가 될 겁니다.”
“그럼 그건 제가 할게요.”
“예.”
회의 테이블에는 다큐멘터리 제작 같은 반가운 소식 외에 그렇지 못한 소식도 많았다. 협조를 요청했던 지방 자치 단체에서 그들이 아닌 다른 영화에 촬영지를 제공했다는 소식이었다. 또, 비슷한 주제의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촬영에 들어갈 듯하다는 소식도 있었다.
“우리와 주제가 겹치긴 하지만, 하시마를 주제로 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건 그렇죠.”
“사업적으로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라 마냥 반길 순 없지만, 이런 역사를 알리는 건 꼭 필요한 일이긴 합니다.”
“개봉 시기가 문제겠어요. 세트 제작에 6개월 정도 본다고요?”
“오늘 기사에는 그렇게 나왔습니다.”
“우리 쪽은 대략 80회차 정도고, 빡빡하게 넉 달로 잡으면….”
80회차. 한국 장편 영화 평균 회차인 60회차보다 조금 많았지만,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회차는 더 줄어들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약 4개월의 촬영 기간이 필요했다.
는 시대극이라 프리 프로덕션을 6개월 정도로 잡고 있었다. 10월이 코앞인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 해도 실제 촬영은 일러야 내년 4월에나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예상하지만, 최근 추세는 프리 프로덕션이 길어지더라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추세였으니, 어쩌면 시기가 더 늦어질 수도 있었다. 프리 프로덕션에서 더 꼼꼼히 준비해서 회차를 줄이면 그만큼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얘기하는 프로덕션에 들어가는 시기는 향후 바뀔 가능성이 컸다.
“조금 여유롭게 잡죠. 내년 4월 말을 프리 프로덕션 마감으로 잡죠. 그 안에 필요한 일들을 마치도록 하죠.”
“4월 말이라…. 그렇게 하시죠.”
회의가 끝나가는 분위기였다. 태주는 회의에 참석한 목적이었던 자료를 부탁한 후, 이제영 감독의 뒤를 쫓았다.
*
회의에 참석한 목적 대부분을 이루었지만, 이제영 감독과 배역에 관해 얘기하겠다는 목적만은 이루지 못했다. 이제영 감독은 예전 에서 그랬던 것처럼 태주가 좀 더 고민하고 스스로 결론을 내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마디로 배역에 관한 힌트를 전혀 얻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은근히 고약한 성미시라니까.’
태주는 소파에 몸을 깊게 묻었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쿠션을 마구마구 주물렀다. 인내심 테스트나 다름없었던 제작사 회의의 화풀이였다.
이제영 감독님이 힌트를 주지 않고 돌아가 버린 것은 괜찮았다. 실제 촬영까지 7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었고, 그 안에 리딩도 할 테니 배역에 관해 얘기할 기회는 충분했다.
그런데도 그가 쿠션에 화풀이하는 이유는 회의 내내 혼자서 속을 끓였기 때문이었다. 회의에서 나왔던 에 관한 소식과 그 영화에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해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었다.
‘세트 제작 기간은 6개월이 아니고 9개월이고요. 우리보다 한 달 늦은 6월에 크랭크 인, 12월 말에 크랭크 업을 한다고요.’
그 영화의 촬영 회차는 120회차 정도로 상당히 길었었다. 군중 장면도 여러 번 나오고 화려한 액션도 많이 나온다. 사실 이런 제작 과정을 알리지 못해서 그가 속을 태운 건 아니었다. 회의실에서 나왔던,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알리는 영화라 반갑다는 사람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퍽!
‘그 영화는 역사를 알리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탈출 액션 영화라고요!’
-퍽! 퍽!
‘하시마, 전 국민 알리기 프로젝트? 흥!’
-퍽! 퍽! 퍽!
“후우. 아주 제대로 의욕을 불어 넣어 주는군.”
과거를 바라보는 나성안 감독의 중립적인 입장이건 뭐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장면들이 포함된 영화였다. 톱 배우, 거대 제작사와 배급사, 스타 감독, 최대 규모의 세트, 대규모 자본, 수천 명의 출연자까지. 강제 징용 같은 주제로는 쉽게 얻기 힘든 기회였는데, 그걸 제대로 살리지 못했었다.
‘우리 영화에 하시마는 별로 안 나오지만, 그래도 그 영화보단 사실적이지.’
일본 본토의 전범 기업들은 부족한 인력을 조선인 노무자로 대체하고자 했다. 그 전범 기업들의 요청을 받은 조선 총독부는 지방 곳곳에서 강제로 어린 소년들을 징집해서 일본 각지로 보낸다.
영화 속 동생 역시 학교 수업 도중 들이닥친 군인에 의해 강제로 일본으로 연행된다. 그리고 전범 기업이 운영하던 탄광이 있는 지옥의 섬 하시마에 배치된다. 그런 과정이 영화에 그대로 나온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사실을….”
-Trrr.
“우 팀장님?”
-Trrr.
남모를 의지를 다지던 중 우 팀장의 연락을 받은 태주는 잠시 망설였다. 제작사 회의에 참석하긴 했지만, 실제론 휴가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제대하자마자 드라마 촬영에 팬 미팅까지 치른 태주는 약 한 달가량의 휴식기에 들어간 상태였다. 드라마 방영이 끝날 때까지, 최소한의 스케줄만 소화하기로 우 팀장과 얘기를 해 둔 상태였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그녀가 늦은 시간에 연락하는 게 어쩐지 불길했다.
‘받, 받아야 하나?’
잠시 연락을 받을지 망설이는 사이 우 팀장의 전화가 끊겨 버렸다. 태주는 끊긴 연락에 어쩔 수 없지 하는 심정이었다. 연락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휴가를 방해받는 것보다 궁금증을 참는 게 나았다.
물론 그가 궁금증을 참아야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바로 우 팀장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기 때문이었다.
-딩동!
-이 배우님. 통화가 되지 않아서 문자로 남겨요. 이 배우님, 혹시 김은지 작가님의 시놉시스 보셨나요? ‘디펜더 오브 더 킹덤’이요. 아직 안 보셨으면, 미리 봐 두세요. 작가님이 연락하실 것 같아요.
“으음.”
우 팀장님의 문자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내용이었다. 김은지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재밌었지만, 우 팀장이 말한 그 작품만은 아니었다. 그 작품은 태주가 취약한 장르의 작품이었다. 스릴러, 호러. 그는 이런 호칭이 붙는 장르는 쥐약이었다. 그리고 김은지 작가의 시놉시스는 정확하게 그 장르였다.
배경은 가상인지 평행 세계인지의 조선 시대였다. 전란이 끝나고 가뭄이 길어지는 시기 미지의 전염병이 나라 안에 퍼지기 시작한다. 전염성이 강하고 병세의 진행이 빨라 순식간에 주민 전체가 몰살당하는 마을도 생긴다. 전염병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날은 점점 추워지고 의문의 살인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그게 괴물이었지. 어우, 진짜. 그런 걸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강심장인 거야.”
태주는 시놉시스도 보기 힘든 작품이었다. 전염병으로 몰살당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산 자를 공격한다는 내용에 시놉시스를 던져 버리고 싶었었다. 로맨스 코미디를 기대하고 시놉시스를 봤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김은지 작가 표 좀비 떼거리가 등장하는 스릴러였었다.
‘시놉시스 받고 석 달 가까이 지났는데, 설마 아직도 캐스팅을 못 했나?’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작품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태주의 의심은 당연히 합리적인 것이었다. 그는 드라마 촬영 중이라 가볍게 넘겼지만, 김은지 작가의 작품을 그처럼 가볍게 넘길 배우는 몇 명 되지 않았다.
TV 극본상, 작가상. 김은지 작가의 시나리오는 온갖 시상식에서 매번 이 상들을 차지했었다. 그녀는 15년 이상을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스타 중의 스타 작가였다. 그녀의 작품은 입봉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화제가 되지 않은 게 없었다.
-Trrrr.
“으앗! 깜짝이야.”
-Trrrr.
“으음. 모르는 번호. 설마 김은지 작가님은 아니겠지?”
분명 좋은 작품이지만, 내키지 않는 작품이기도 했다. 미니시리즈 박수를 찍으면서 가끔 나오는 귀신 배역 때문에 얼마나 놀랐던가. 그때도 혹시 촬영이 길어져서 야간 촬영으로 넘어갈까 봐, 귀신 역의 배우가 나올 때는 초긴장 상태로 촬영했었다.
-Trrrr.
“여보세요.”
-여보세요. 혹시 이태주 씨 전화가 맞나요?
‘악! 김은지 작가님이잖아!’
“마, 맞습니다.”
-반가워요. 나 김은지예요.
로맨스 코미디의 대가이신 분이 왜 하필 스릴러를 쓰시고, 그걸 왜 하필 자신에게 보낸 건지…. 손톱만큼도 반갑지 않은 연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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