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15
214. 부유 섬 >
김은지 작가가 회귀 전엔 했던 작업에 분명 이런 스릴러는 없었다. 물론 회귀 전 이 시기에는 독립 영화를 찍은 후에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갓 데뷔한 신인이라 업계 사정을 잘 몰랐지만, 그래도 이 시기 김은지 작가가 스릴러를 썼다는 기억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내가 마음이 급해서 바로 이 배우한테 연락했어요. 이해해 줘요.
“괜찮아요.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을?”
-이 배우도 참. 내가 연락할 일이 뭐겠어요?
“아! 시놉시스 얘기시라면 잘 봤습니다, 작가님.”
-…그게 전부예요?
“음. 이미 캐스팅을 끝내셨을 것 같아서, 뭐라 말씀드리기가 난감해서요.”
-호호호. 욕심내도 좋은 상황이에요. 편하게 얘기해 봐요.
김은지 작가는 당연히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욕심낼 거라는 자신감이 드러나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었다. 그녀는 써내는 작품 모두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었다. 믿고 보는 김은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고정 팬도 많은 유명 작가였다.
“제대로 대본을 본 게 아니라서요. 혹시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더라도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전 이 작품이 꽤 아이러니하다고 느꼈어요.”
-아이러니?
“네. 살기 위해선 남을 죽여야 하는데, 상황은 남과 힘을 합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게 대부분인 점도 그렇고요. 정치적 기반을 다지려면 정적을 쳐내야 하는데, 역병 사태에서 양반의 의무를 다하는 건 정적 세력밖에 없어서 결국엔 찾아가는 점도요.”
-재밌네요. 다들 동양 배경에 서양 좀비 등장이 어울릴까에만 관심을 가지던데….
“물론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어렵고 낯선 작품 배경을 어떻게 설명하실까 하는 걱정도 했었어요. 그래도 그것보단 제가 연기할 배역의 감정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서요. 혹시 제가 어설프게 나선 걸까요?”
-호호호. 전혀요. 재밌었어요. 그럼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길 나누어 보죠.
“네? 네, 네.”
통화를 끝낸 태주는 그대로 소파에 엎어져 버렸다. 짧은 통화인데도 모든 기력을 써 버린 느낌이었다. 엎어진 자세로 잠시 앓는 소리를 낸 태주가 그대로 소파에 누워 버렸다.
김은지 작가의 시놉시스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서 통화 중 허튼소리를 하지 않은 건 다행이었지만, 통화 결과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초에 그 많은 시놉시스와 시나리오 중에서 그녀의 작품을 똑똑하게 기억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너무 취향이 아닌 장르여서였다.
“에이. 우 팀장님이 알아서 거절해 주시겠지. 내가 호러나 스릴러 싫어하는 거 잘 아시니.”
게다가 실제로는 캐스팅되지도 않았는데 김칫국을 마시는 것일 수도 있었다. 김은지 작가는 벌써 석 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못 고를 정도로 깐깐하게 배우를 보는 중이었다. 통화를 끝내고 마음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좀 전 생각했던 대로 우 팀장이 거절했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실제로 태주를 본 후에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태주는 닥치지도 않은 일로 고민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 것을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최근 부쩍 감정 기복이 커진 태산이를 걱정하는 게 나았다. 태산이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체력을 주체하지 못해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중이었다. 그 외의 심리적인 이유도 있고.
2호도 신경을 쓰고 태주도 가능하면 몸으로 하는 놀이를 많이 해 주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워낙 체력이 좋은 아이라 놀아 주다 보면 태주가 먼저 지쳐 버렸다. 대안으로 2호가 무술을 가르치고 있었지만, 그걸로는 많이 부족했다. 태산이는 2호가 아닌 태주가 관심을 보이고 같이 시간을 보내길 바랐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휴가는 가족들이랑 보낼 생각이었으니까.’
입대 전에는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성공적으로 복귀도 했고 차기작 계약도 했다. 그러니 가족과 여행도 다니고 여가 생활도 하면서 여유롭게 활동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는 그 시작을 이번 휴가로 잡고 있었다.
*
오전 내내 정원과 집 근처를 탐색하고 다닌 태주와 태산이는 소파에서 뒹굴고 있었다. 소파 위의 모든 쿠션을 다 끌어모아 몸의 이곳 저곳을 받치고 누운 태주는 연신 감탄을 흘리고 있었다. 그가 보는 태블릿 화면에는 유명한 휴양지 사진이 나와있었다.
“태산아, 여기 봐 봐, 바다야. 좋지?”
“냐아아.”
“이따 태우네한테 물어봐서, 여기 놀러 가자.”
“냐아아.”
태주가 태산이에게 보여 주는 화면에는 하얀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가 나와 있었다. 바다 구경을 많이 해 보지 못한 쿠첼루스와 태산이를 위한 휴가 계획이었다.
그가 사진을 넘기면서 바닷가 휴양지를 고르고 있을 때였다. 그렇지 않아도 잠시 후에 연락하려던 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다.
-Trrrr.
“어, 연우야.”
-태주 형 . 혹시 다음 주에 시간 있어요?
“형 휴가라서 시간 많아. 무슨 일인데?”
-그럼 저희 촬영 좀 도와주실 수 있어요? 호 형도 같이요.
“촬영? 무슨 촬영?”
-그게요….
연우의 설명은 간단했다. 생각보다 미튜브 수익이 괜찮아서 기부할 생각인데, 그걸 콘텐츠로 제작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기부금을 보내는 게 아닌, 물품을 구매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찍게 도와 달라는 얘기였다.
“형 얼굴 안 나오는 거면 상관없어.”
-형 얼굴 나오는 건 우리가 사양이에요.
“헐. 그렇게 들으니까, 이상하다.”
-아하하. 그럼 날짜랑 시간 정해지면 다시 연락할게요.
“어. 아! 너랑 태우랑 여권 있지?”
-네. 작년에 만들었어요.
“맞다. 너희 작년에 아시안 푸드 특집 올렸었지. 그럼 좀 이따가 형이 휴양지 링크 보낼 테니까, 어디가 마음에 드는지 골라 봐. 휴가 가자.”
연우의 웃음기 섞인 알겠다는 대답을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통화가 끝난 후, 태주는 동생들이 기부하는 곳에 같은 수량의 물품을 기부하는 건 어떨까 따져 봤다. 괜찮을 것 같았다. 꼼꼼한 아이들이니 기부 물품이 꼭 필요한 곳으로 잘 골랐을 것 같았다.
그는 비록 노동력을 빌려 달라는 연락이었지만, 연우의 연락이 무척 반가웠다. 처음 영상을 제작해서 올린다고 했을 때, 사실 그는 둘이 이 정도로 잘해 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두 동생은 5년 내내 성실하게 영상을 제작해서 올렸다. 그가 본인의 일로 바빠서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기부도 할 정도로 채널을 키워 냈다. 기분 좋은 그의 오산이었다.
그의 좋은 기분은 정원 입구를 통과하는 동안에도 계속 유지됐다. 비록 너무 활동적인 아이 때문에 잠들기 전까지 녹초가 될 정도로 뛰어다녀야 했지만, 그 정도로는 그의 좋은 기분을 지우기 어려웠다.
“태주! 태주! 기다렸어.”
“희?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빨리. 태주, 빨리 관망대.”
“어? 어, 어어. 잠시만.”
태주는 그를 마중 온 도도의 카펫 위에 태산이를 올려 주었다. 그는 도도의 붉은 껍질을 쓱쓱 쓰다듬어 주고 오두막으로 먼저 가라고 말을 건넸다. 비몽사몽 한 태산이 녀석이 꿈질꿈질 움직여 옆에 찰싹 붙자, 도도가 카펫을 움직였다. 그는 그걸 확인한 후 희와 같이 관망대로 움직였다.
“희 혹시 재밌는 거 발견했어?”
“응, 태주. 희랑 제피르가 부유 섬을 발견했어.”
“부유 섬? 그게 뭐야?”
“우응?”
“하하하. 우선 가서 확인하자.”
태주는 부유 섬이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희를 달래며 관망대 안으로 들어갔다. 방어 탑 근처에 세워 둔 관망대는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구경할 수도 있었고, 천문대처럼 플라네타륨 기능도 있었다. 그런 관망대는 쭉 방치당하다가, 얼마 전에야 희와 제피르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도도 나무를 얻은 후로 둘은 예전만큼 유원지에 자주 가지 않게 되었다. 그 후 둘은 관망대를 새로운 놀이터로 삼았다. 둘은 관망대에서 하늘 구경을 하면서 놀거나, 망원경으로 새로운 별자리를 찾아내는 일에 열중했다.
“태주, 여기. 여기서 보여.”
“히이잉.”
“맞아. 제피르랑 희가 찾아냈어.”
“신기하네. 난 부유 섬은 처음이야.”
“히히힝.”
“제피르도 처음이래. 희도 처음이야.”
사실 태주도 관망대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이 근처를 지날 때는 항상 방어 탑의 투명화 마법에 눈이 갔었다. 반짝이는 실루엣만 보이는 방어 탑을 구경하느라 관망대는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건 얼마 전까지의 일로, 최근 그는 관망대 방문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희와 제피르가 마음에 드는 별자리를 찾을 때마다 태주를 관망대로 초대해서 별자리를 구경시켜 주고 있어서였다. 태주는 둘이 새로운 놀잇거리를 찾은 게 반가웠다. 다만 너무 늦게까지 별자리를 찾느라 늦잠을 자주 자는 건 조금 걱정스러웠다.
“황무진데?”
“응. 황무지야. 태주, 갑자기 나타났어.”
“갑자기 나타났다고? 어디서 나타난 거지?”
“이히히. 희랑 제피르가 처음 발견했어. 태주, 처음 발견하면 이름 지을 수 있지?”
“아! 아하하. 물론이지.”
새로운 별을 찾아내면 제일 먼저 찾아낸 사람이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얘기를 해 줬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흥분한 모양새를 보니 이름 붙이기를 해 보려고 별자리 찾기에 열심이었던 것 같았다.
“이히히. 제피르, 희랑 예쁜 이름을 지어 주자.”
“히이이잉.”
“하하하. 희, 제피르 이름 기대할게.”
“응. 기대해, 태주.”
“그나저나 풀 한 포기 없는 황무지라니, 꿈의 세계에선 좀 낯선 모습인걸.”
태주의 정원도 요정 숲도 모두 알록달록한 꽃과 나무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아칸서스가 정원 중에 관리를 시작하지 않은 부분을 황무지라고 부르긴 했지만, 실제로는 잡초가 무성한 들판 정도였다. 부유 섬처럼 맨흙이 드러난 곳은 아니었다.
“으음. 희, 우리 정원이랑 부유 섬 거리가 어느 정도로 보여?”
“응?”
“열기구로 건너가는 건 무리인가?”
“응? 열기구? 태주, 모험이야?”
“히이이잉.”
“하하하. 모험은 아니고. 부유 섬이 너무 허허벌판이라. 만약 가까운 거리면 나무나 꽃을 좀 심어 줄까 해서.”
“모험이다!”
부유 섬이 아주 멀진 않은 것 같았다. 태주는 흥분해서 날개 가루를 퍼트리고 있는 희와 발을 슬쩍 들었다가 내리는 제퍼르를 말렸다.
이제 겨우 정원에 도착한 참이었다. 아직 오전 중에 해야 할 일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텃밭 작물을 수확하고 나서야,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출발하기 전에 부유 섬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해야 했다.
“태주, 희는 햄 샌드위치가 좋아.”
“응?”
“해나가 만들어 줄까?”
“킥. 물론이지. 모험에는 도시락을 꼭 가져가야지.”
“이히히.”
태주는 먹보 요정 아가씨의 희망 사항을 꼭 해나한테 전해 주겠다 약속했다.
텃밭의 작물을 수확하고 씨앗을 심는 중에도 그의 머릿속엔 황무지의 부유 섬이 떠나지 않았다. 풀 한포기 나지 않은, 황갈색 흙이 그대로 드러난 황량한 모습이 계속 생각났다.
‘잉어 밥만 주고 출발할까? 가지치기는 나중에 해도 될 것 같은데.’
오후에 점심을 먹은 후에 출발할 생각이었지만, 어쩐지 조바심이 들었다. 황무지에 뭐라도 심어 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계속 생겨나서 초조할 지경이었다.
태주는 황무지 부유 섬에 심을 만한 것으로 허브 종류를 골랐다. 로즈마리, 타임, 차이브, 오레가노, 파슬리, 라벤더 등. 혹시 누군가 부유 섬을 발견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게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다년생 허브로 골랐다.
‘우물은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연못이 낫겠지?’
“냐아아.”
“깼어? 태산아 오늘은 정원 순찰을 금방 끝내고 와야 해.”
“냐앙.”
“곧 부유 섬에 갈 생각이야. 너무 멀리 가지 말고. 부르면 바로 와야 해. 알았지?”
냐아아아. 길게 이어지는 울음소리를 남기고 태산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침은 먹고 가는 건지…. 정원 곳곳에 육포를 숨겨 둔 녀석이라 배를 곯을 일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걱정이 덜어지진 않았다. 특히 요즘은 빈번하게 기분이 바뀌는 터라 더 그랬다.
“화낸다고 밥도 안 먹으려고 하고 말이지.”
요즘 태산이는 그와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맺길 바라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짜증이나 신경질을 부리는 중이었다. 늘어난 체력을 소모하지 못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태산이는 그에게 더 사랑받고 싶은, 더 밀착된 관계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채워지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었다.
성장하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듣긴 했지만, 그가 주는 관심이 부족해서 그러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한동안은 여유가 있으니, 부족한 애정을 한껏 채워 줄 생각이었다.
연못 정원의 잉어 밥을 주고 돌아온 오두막에는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그가 보기엔 샌드위치와 음료수면 충분한데, 해나는 아닌 것 같았다. 달콤한 과일 조리는 냄새에 버터 냄새도 나는 게, 케이크나 과일 잼 쿠키 같은 것을 만드는 것 같았다.
“정원사 씨, 도시락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해.”
태주의 예상이 맞았다. 오두막 주방에서 해나가 체리 타르트를 만들고 있었다. 진홍색 체리로 타르트쉘 안을 가득 채우고 다시 그 위에 크림으로 모양을 내고 있었다. 해나가 만든 것은 체리 타르트뿐이 아니었다. 초콜릿 푸딩에 보석 열매 푸딩도 있었고, 태산이가 좋아 하는 소고기 브리또도 있었다.
“우와! 해나, 도시락이 너무 화려한데요.”
“호호호. 오랜만의 모험이잖아. 솜씨 좀 발휘해 봤지.”
“고마워요. 그런데 정말 같이 안 갈 거예요?”
“도도랑 단단만 두고 갈 수 있겠어?”
“다 같이 가는 건요?”
“호호호. 괜찮아. 부유 섬은 예전에도 많이 봤는걸. 황무지는 처음이지만, 굳이 보러 갈 정도로 궁금하진 않아. 게다가 단단은 열기구를 무서워하잖아. 억지로 데려갈 생각이야?”
해나의 질문에 태주가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무서워하는 열기구에 억지로 단단을 태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 태주의 모습을 흘깃 본 해나가 달래듯이 말을 이었다.
“도도도 두고 가는 게 좋겠어, 정원사 씨. 정원 하늘이라면 모르지만, 정원의 영역을 벗어난 곳으로 알인 도도를 데려가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
“해나 말이 맞아요. 그렇게 할게요.”
“호호호. 잘 생각했어. 도도가 아무리 용의 알이라지만, 조심해야지.”
“깜빡하고 잊었어요. 워낙 알 상태로 돌아다니는 일에 익숙해져서요. 그럼 해나 도시락 다 되면 불러 주세요. 전 부유 섬이 뭔지 찾아 보고 있을게요.”
“응. 정원사 씨. 천천히 찾아봐.”
주방을 나서는 태주에게 천천히 부유 섬에 관해서 찾아보라고 당부하는 게, 해나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음식을 만들 생각인 것 같았다. 음식이 남으면 현실로 가져가서 먹으면 되기 때문에 그는 그런 해나를 말리지 않았다.
거실로 가는 중 태주는 매일 정원 이곳저곳을 쏘다니는 도도를 떠올리고 헛웃음을 지었다. 도도가 마법 카펫을 타고 활개 치고 다니는 바람에 최근엔 알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처음의 조심스럽기만 하던 태도도 좋진 않았지만, 좀 전처럼 부주의한 태도도 좋지 않았다. 그는 다음부턴 좀 더 주의하자고 기억해 두었다.
“부유 섬…. 부유 섬, 여깄네.”
거실 책장에 둔 백과사전에 부유 섬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일정한 목적지 없이 이리저리 떠다니는 섬이라는 간단한 설명이 있었고, 그 아래에 특이 사항으로 가끔 자연적으로 정원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부유 섬이 생기기도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정원의 씨앗? 혹시 중앙의 큰 나무 씨앗을 말하는 건가?”
태주는 바로 백과사전에서 정원의 씨앗을 찾아봤다. 특수한 환경에서 생겨나는 씨앗으로 적합한 장소에 심으면 꿈의 세계의 정원의 근원이 되는 나무로 자랄 수 있다는 설명이 나와 있었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만약 희와 제피르가 발견한 게 정원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부유 섬이라면, 정원이 생겨나는 과정을 직접 볼 수도 있었다. 그는 두근거림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대로 책을 쥐고 희를 찾아서 관망대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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