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17
216. 굿바이 뽕망치 >
태주는 태산이를 안은 채로 열기구에 올라타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마법도 쓸 줄 알고 능력도 좋은 사람들이 이동문을 열고 단숨에 건너가면 될 걸 굳이 열기구를 탈 게 뭔가. 밥을 먹자마자 제피르가 모는 열기구를 다시 탈 줄 알았다면, 희한테 협회에 연락하는 걸 미루게 했을지도 몰랐다.
“태쭈. 사니 꼬옥 해 져?”
“…그래. 산이가 형 꼬옥 해 줘.”
태산이 녀석은 제 녀석이 무서우면서 누굴 걱정해서 안아 준다는 식으로 말을 꺼내고 있었다. 태주는 잔망스러운 꼬맹이의 말을 듣고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부드럽게 눈꼬리를 접었다.
잔망스러운 것은 잔망스러운 것이고, 아이가 귀여운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안아 주느냐고 묻는 아이가 귀엽지 않을 리 없었다. 태주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통통한 뺨에 입술을 대었다.
“꺄하.”
“하하하.”
몽실몽실한 분위기가 태주와 태산이 사이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제피르와 희가 어지럽게 둘의 머리 위를 날았다. 이히히. 히이이잉. 맑고 기분 좋은 소리가 둘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정원사님, 이제 출발해도 되겠습니까?”
“네? 네. 출발하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해요. 제피르, 부탁해.”
“히이잉.”
태주는 두 사람이 듣지는 못하겠지만, 좀 전에 속으로 욕한 걸 사과했다. 부유 섬의 확인을 서두르는 중이었는데도 두 사람은 그가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동안 기다려 줬다. 나중에 혹시 부유 섬이 정원 섬으로 판명되고 보상을 받을 때, 진화석을 받지 못해도 원망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열기구는 여전한 속도를 자랑하며 부유 섬 초코코를 향해서 날았다. 이나타나 요원 S는 제피르가 부스터 단계를 올려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다. 태주와 태산이, 둘만 서로를 꼭 끌어안고 비행이 빨리 끝나길 바랐다. 열기구가 초코코 섬에 착륙하자, 태산이는 태주의 목에 감고 있던 팔을 풀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태쭈, 무셔떠?”
“아니. 산이가 꼬옥 해 줘서 괜찮았어.”
“사니가 지켜 주께.”
“하하하. 든든하다. 고마워.”
이미 오늘만 세 번째 타는 열기구라서 괜찮은 것이었지만, 아이의 물음에 네 덕분이라는 말을 했다. 태주의 대답에 눈매를 곱게 휘며 당당하게 지켜 준다 말하는 아이가 귀여웠다.
그는 잠시 태산이와 눈을 맞추며 마주 웃어 주다 곧 목에 묶어 준 손수건으로 입을 가려 주었다. 흙먼지가 많이 피어오르는 초코코 섬 방문을 대비한 준비였다. 태주 역시 목에 수건을 두른 채였다. 그는 협회의 두 사람에게도 수건을 권했다.
“괜찮습니다. 부유 섬 중앙까지 빠르게 움직여도 되겠습니까?”
“네. 저희 둘은 신경 쓰지 마시고 먼저 가세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희, 제피르랑 같이 먼저 가.”
“응, 태주. 빨리 와야 해.”
태주가 권하는 수건을 거절한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부유 섬 중앙으로 움직였다. 마법 속성을 가진 흙을 발견했다고 희한테 들었지만, 직접 확인하고 싶은 것 같았다. 태주는 먼저 출발한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천천히 흙먼지가 일지 않게 걸었다.
“머찐 무니 무떠운 발톱 어흥 어흥 호랑이.”
그렇지 않아도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편인데, 얼굴에 수건까지 감고 노래를 부르자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도 태산이는 꿋꿋하게 호랑이 노래를 불렀다. 호랑이 노래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는 여름부터 가을로 넘어가는 지금까지 같은 노래를 줄기차게 부르고 있었다.
황갈색의 부유 섬은 몇 시간 전과 바뀐 점이 없었다. 태주는 아이의 노래를 배경음 삼아 곳곳을 둘러봤다. 부유 섬은 정확한 크기를 가늠하긴 힘들었지만, 그의 정원보다 훨씬 작은 크기였다. 게다가 돌담이나 정원 입구 같은 시설물도 전혀 없어서 황폐한 느낌이었다.
정원의 씨앗이 자라서 나무가 되면 그가 알던 정원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협회 직원이 직접 돌담이나 텃밭 같은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정원사님.”
“확인 끝나셨어요? 정원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곳이 맞나요?”
“맞습니다. 씨앗을 심을 수 있는 곳입니다.”
“태주, 씨앗이 다른 나무가 될 수도 있대.”
“응? 무슨 뜻이야?”
백과사전에 나온 설명은 정말 간략한 설명이었다. 실제 정원의 씨앗을 심었을 때, 정원사를 맞이할 수 있는 정원으로 바뀌는 비율은 반반이었다. 정원 시스템의 단말기 역할을 하는 큰 나무로 자랄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나무로 자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과거 한 부유 섬은 정원의 씨앗에서 슬라임 나무가 자랐습니다.”
“슬라임 나무요?”
“네. 물방울처럼 가지에 열매가 맺혔는데, 실제론 슬라임이었습니다. 부유 섬 전체가 슬라임으로 가득 찼었습니다.”
“그건 좀…. 사양하고 싶네요.”
“한번은 꿀 거미 나무로 자라기도 했습니다. 달고 맛있는 거미줄이긴 했지만, 너무 끈적끈적해서 섬을 벗어나는 데 한참 걸렸습니다.”
이나타와 요원 S의 설명을 듣는 태주의 눈동자가 떨렸다. 정원이 슬라임 밭이 되었다가 등장한 슬라임킹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괴물이었다. 그리고 거미는 여전히 친해질 수 없는 곤충이었다. 전원주택에서 살고 정원 일을 매일 하는 그였지만, 곤충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그럼 초코코 섬에 정원의 씨앗을 심지 않을 건가요?”
“그렇진 않습니다. 그저 그런 예외도 있다는 걸 알려 드린 것뿐입니다.”
“요원 S의 말이 맞습니다. 정원사님이 오시면, 바로 씨앗을 심을 생각이었습니다.”
“따로 주의할 점이 있나요?”
“요원 S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시면 됩니다.”
태주에게 주의 사항을 말한 후, 이나타는 마법 주머니에서 커다란 씨앗을 꺼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사람 머리만 한 씨앗에는 은은한 빛이 감돌았다. 태주는 순간 그 씨앗에 눈을 빼앗겨 버렸다. 엷은 빛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나타가 마력을 움직여 녹색과 푸른색이 섞인 흙 가운데를 팔 때도, 그 안에 커다란 씨앗을 넣고 다시 흙을 덮을 때까지 태주는 눈을 떼지 못했다.
-파앗!
-쿠구구궁!
이타나가 씨앗 위에 흙을 덮을 때까지 태주는 홀린 듯이 씨앗을 보고 있었다. 멍하니 씨앗이 묻힌 땅만 보던 그는 굉음과 함께 지면이 요동치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어엇!”
“괜찮습니다. 정원사님 발밑을 보십시오. 보호 장치가 가동 중입니다.”
“우와! 산아 밑에 봐 봐. 마법진이야.”
“앙.”
모르는 사이에 시전 된 마법진이 태주와 일행을 지켜 주고 있었다. 섬 전체로 번진 쿠구궁 소리와 콸콸 콸콸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태주는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쑥쑥 자라고 있는 나무와 부유 섬 곳곳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정원사님 예상대로 물의 정원이 되었습니다.”
“아아. 그런데 어째 정원 모습이….”
정원의 씨앗을 심었지만, 정원 섬 가장자리를 두르는 돌담도 없고,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생기고 땅이 질척하게 바뀐 것 외에 달리 변화가 없었다. 극적으로 변한 것은 태주와 태산이가 심어 둔 허브가 한순간에 자란 것뿐이었다.
“정원의 씨앗이 제대로 자랐으니, 이제 다른 것들을 설치할 겁니다.”
“다른 것들이요?”
“우편함이나 게시판 같은 시설을 말하는 것입니다.”
요원 S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나타가 레시피를 찢기 시작했다. 이나타는 제일 먼저 큰 나무 앞쪽에 책 모양 조각상을 세우더니, 평평한 곳을 골라서 우편함, 게시판, 상점을 세웠다. 그리고 그대로 공중으로 올라가서더니, 초코코 섬 경계를 따라서 돌담을 세우기 시작했다.
“우와! 태주 정원이야.”
“응. 정원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였구나.”
“신기해.”
“끝났군요.”
“네? 이걸로 끝이에요?”
요원 S는 이나타가 돌담을 세우자 모든 일이 끝났다는 듯이 말했다. 태주가 보기엔 여전히 황무지나 다름없는 모습인데, 그는 태주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당황한 태주가 자신의 정원의 첫 모습을 설명했다.
“전 창고도 있었고, 우물이랑 텃밭도 있었어요. 정원 입구에는 환영한다는 현수막도 있었고요.”
“음. 그건 아마도 다른 정원사들이 호의를 베푼 것 같습니다. 협회에서 정원에 설치하는 것은 보시는 게 전부입니다.”
“호의요?”
“예. 정원사님도 이곳에 연못을 만들고 허브를 심지 않으셨습니까? 가끔 주인 없는 정원을 발견한 정원사님들이 호의를 베풀어 여러 가지 시설을 설치하는 일이 있습니다.”
태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지도 모르는 정원사의 호의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정원의 창고와 텃밭은 지금까지 잘 쓰고 있었다. 현수막은 첫 방문 때부터 너무 낡은 상태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떼어 버렸지만, 그래도 그의 방문을 반기는 말이 적혀 있어서 기뻤었다.
“흐음. 혹시 이 상점 바로 사용할 수 있나요?”
“예. 사용 가능합니다.”
“그럼 초코코 정원에 몇 가지만 설치할게요.”
“아직 정원사가 없는 정원이라 공용으로 쓰는 상품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아아. 알고 있어요. 정원사의 차원에 맞게 어레인지한 물품을 살 수 없다는 얘기죠?”
“예, 그렇습니다.”
요원 S의 설명을 들으면서 태주는 상점을 빠르게 훑었다. 많은 것을 설치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정원을 처음 얻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면 충분했다. 그 수준에서 천천히 정원사의 취향에 맞춰서 정원을 키워 가면 된다. 그 과정에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창고 레시피는 장바구니에 넣고. 이다음에는 뭘 사야 하지?”
“태주, 테이블하고 의자.”
“아! 돌로 만들어진 테이블하고 의자면 괜찮겠다.”
“이히히. 희가 레시피 찢어도 돼?”
“물론 되지.”
태주는 창고 레시피와 자재 그리고 그 안에 둘 정원 도구 몇 가지와 씨앗 주머니, 마지막으로 붉은색의 랜덤 박스를 하나 산 후 쇼핑을 끝냈다. 희는 태주의 곁에 있다가 창고 레시피를 받아 들었다.
잠시 후 희와 태주는 새로 생긴 건물 앞에서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둘은 새로 지은 창고가 마음에 쏙 든 모습이었다 초코코 섬의 창고는 흰색 목재로 만든 태주의 창고와는 다른 녹색 지붕에 붉은 벽돌로 된 창고였다.
태주와 희는 그 안에 언젠가 이곳에 올 정원사를 위한 물건을 놓아 두고 나왔다. 어떤 정원사가 이곳의 정원사가 될지 모르지만, 그 정원사도 어쩌면 태주처럼 이 창고를 원래 정원 시설이라고 착각할지도 몰랐다. 둘은 그 모습을 상상하며 키득거렸다.
마지막으로 정원 입구에 환영한다는 현수막까지 건 태주와 일행은 다시 열기구를 타고 돌아왔다. 바로 협회로 돌아가려던 이나타와 요원 S는 태주의 설득에 넘어가서 열기구에 다시 탔다.
*
초코코 정원은 태주 일행이 탄 열기구가 떠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하늘 어딘가로 날아가는 섬의 모습에 열기구를 몰던 제피르가 잠시 비행을 멈췄다.
“정원은 이대로 정원사님을 맞을 준비를 할 겁니다.”
“정원사를 맞을 준비요?”
“지금은 얕은 물웅덩이와 질척한 땅뿐인 정원이지만, 정원사님을 맞을 때가 되면 멋진 물의 정원이 되어 있을 겁니다.”
“아!”
“정원사님의 정원도 처음엔 황무지였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 야생화와 화초들이 자라 푸른 들판이 만들어졌을 겁니다.”
이나타의 설명에 태주는 자신의 정원을 떠올려 봤다. 처음 정원에 방문했을 때, 탁 트인 푸른 벌판에 반했었다. 정원사가 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다시 방문할 수 있을지 의심될 정도였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48시간의 방문 시간을 꽉꽉 채웠었다.
잠시 추억을 떠올리던 태주는 다시 시작된 열기구의 비행에 품 안의 태산이를 잘 추슬러 안았다. 그는 멀어지는 초코코 섬을 보며, 자신이 해 둔 준비가 새로운 정원사의 적응에 도움이 됐으면 하고 바랐다.
태주는 정원으로 돌아온 일행을 열기구에 오르기 전과 같이 오두막 앞 테이블로 인도했다. 해나가 만들어 준 요리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티타임을 가지면서 진화석을 화제로 올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남아 있었다.
“흐음. 진화석이라…. 꽤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군요.”
“비싼 물건이라서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닙니다.”
차를 마시다 조심스레 꺼낸 진화석 얘기에 이나타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정원사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좀 전의 부유 섬을 발견한 보상으로 진화석을 바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협회 차원에서 보상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정원사의 바람을 들어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연금술사들이 진화석을 팔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네? 연금술사들이요? 왜요?”
“주로 진화석을 연성해 내는 건 연금술사들입니다. 그들은 연성한 진화석을 대부분 스스로 소진합니다. 이상한 물건을 만드는 데에 말이지요.”
“이상한 물건이요?”
“네. 재활용 쓰레기통이나 이상한 망치 같은 물건입니다.”
이상한 망치? 태주의 머릿속으로 그의 애용품인 뿅망치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이나타가 말한 이상한 망치가 뿅망치가 아니길 빌었다. 만약 뽕망치에 든 게 진화석이라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연금술사들에 대한 좋은 인식이 바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구하기 어려운가요?”
“협회에서 진화석의 납품 의뢰를 가끔 발주합니다만, 그에 응하는 연금술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좀 전 설명처럼 그들 스스로 진화석을 전부 소진하곤 합니다.”
확신하는 듯한 이나타의 말투에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태주와 희가 진화석을 구하기 시작하고 한참 지났는데도 전혀 구하지 못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태주의 고개가 오두막 방향으로 저절로 돌아갔다. 그의 침실 한 곳에 놓인 뿅망치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이나타 씨 혹시 마법 도구에 진화석이 쓰였는지 알아볼 수 있으세요?”
“아주 복잡하게 설계되고 만들어진 물품이 아니라면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만약 진화석이 쓰인 마법 도구가 있다면요. 그 마법 도구에서 진화석을 분리할 수도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연금술사들도 가능하고 분해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마법사도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진화석을 사용한 물품을 가지고 계십니까?”
“후우.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그는 실례하겠다 얘기한 후,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바라지 않는 결과가 나올지도 몰랐지만, 뛰어난 마법사인 이나타가 있을 때 확인해 두어야 했다. 잘 떼어지지 않는 걸음을 겨우겨우 옮겨서 침실로 들어온 태주가 애틋한 눈으로 뽕망치를 바라봤다.
이 뿅망치로 얼마나 많은 별똥별 껍데기를 두드리고, 얼마나 많은 물품을 얻었던가. 최근에 별똥별 수집을 거의 하지 않아서 잘 쓰지 않고 있었지만, 뿅망치는 그가 아끼는 물건 10위 안에는 꼭 드는 것이었다.
“이나타 씨 이 물건 좀 봐주세요. 혹시 진화석이 쓰였나요?”
“…네. 제가 아는 연금술사가 만든 작품이군요.”
“크윽. 여기서 진화석을 분리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긴 합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무척 아끼시는 것 같습니다만.”
“…괜찮을 거예요. 아마도요.”
뽕망치가 아깝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단단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처럼 신체의 노화가 지구 시간에 맞춰져 있다면 여유가 있었지만, 그게 아니라면 당장 진화석이 필요했다. 단단은 정원 시간으로 이미 15년 가까이 살았다. 자이언트 수달의 평균 수명에 근접한 나이였다.
언제 구할 수 있을지 모르는 진화석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는, 확실한 방법을 선택하는 게 나았다. 비록 속이 조금 쓰리고 손이 조금 떨리지만, 후회할 일이 생기는 것보단 백배 나았다. 태주는 힘겹게 뽕망치 자루에서 손을 떼었다.
“부, 부탁드려요, 이나타 씨.”
“알겠습니다.”
태주는 그의 부탁을 받은 이나타가 해 주는 분해 기술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최대한 진화석의 보존에 초점을 맞춰서 분해를 진행할 거란 설명에도 태주는 기계적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잠시 후, 이나타의 손짓에 복잡한 마법 문자가 뿅망치 위에 새겨졌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손길을 따라 마법 문자가 빛을 발하더니 천천히 뿅망치가 부서지고 그 자리에 재료로 보이는 것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아! 내 뿅망치. 잘 가, 친구. 그동안 즐거웠어.’
이나타가 진화석을 분리하는 동안 태주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뿅망치에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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