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21
220. 모린의 방문 >
청소년 연극이어서인지, 축제를 위해 짧게 대본을 손봐서인지 연극은 길지 않았다. 태주와 이제영 감독은 무대 인사를 하러 나온 지환이에게 꽃다발을 전해 주며 따로 보자는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그 길로 사람이 몰릴 조짐이 보이는 대강당을 벗어났다.
“태쭈, 지하니.”
“지환이는 조금 이따가 올 거야.”
“흐음. 이 상태면 연극부 부실로 가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군요.”
“그래도 강당에 남는 것보단 나을 거에요.”
“그건 그렇죠. 우선 학생들이 더 몰리기 전에 이동합시다.”
“네. 호야. 길 좀 안내해 줘.”
잠시 주변을 확인한 호가 일행을 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태주는 태산이를 안아 들고 호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학생들이나 구경 온 사람들이 아직은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었지만, 한 명만 나서도 우르르 태주에게 달려들게 분명했다. 되도록 빨리 움직이는 게 나았다.
“태쭈, 사니가 비켜 해 주까?”
“아니야, 산아. 괜찮아.”
‘아이고. 기특해라. 우리 꼬맹이.’
사람들이 몰려드는 걸 걱정하는 모습이 아이 눈에도 근심스럽게 보인 것 같았다. 태산이는 애교를 써서 사람들을 물려 주느냐고 태주의 의사를 물었다. 태주는 안고 있는 아이의 등을 살살 토닥여 주었다. 조그만 녀석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지만, 아직은 아이 힘을 빌릴 정도는 아니었다.
일행은 지환이 말한 연극부 부실까지 오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을 마주치지 않았다. 안내를 맡은 2호가 사람들이 적은 방향을 골라서 안내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연극부 부실로 들어올 수 있었다.
“부실이 아니라 거의 소품실이네요.”
“학교 연극부가 다 그렇죠. 그래도 앉을 곳도 있고, 나름 괜찮아 보입니다.”
연극부 부실 한쪽에는 여러 가지 도구와 자재들, 척 보면 배역이 떠오르는 의상과 소품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태주는 부실 구경은 잠시 멈추고 한쪽에 쌓아 놓은 의자를 꺼내서 이제영 감독에게 건넸다. 이어서 자신의 의자도 꺼내 앉으며 연극, 정확히는 지환의 연기가 어땠는지 물었다.
“어떠셨어요, 감독님? 지환이 연기요.”
“굳이 제 의견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야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 정도만 구분할 줄 아니까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연기 실력뿐입니까?”
“흠흠. 그, 다른 것도 좀 있긴 한데요….”
태주가 멋쩍은 듯 말을 꺼내지 못하자, 이제영 감독이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하하하. 물어보고 싶은 게 내가 구상하는 화면에 김지환이라는 배우가 들어갈 자리가 있느냐는 거라면…. 네, 있습니다.”
“진짜요? 농담 아니시죠?”
“하하하. 아닙니다.”
이제영 감독은 태주가 지환의 연기 실력이 어땠냐며 물었을 때부터 질문의 의도를 알아차렸었다. 지환의 연기가 영화에 쓰여도 괜찮은 수준인지, 자신이 떠올리는 영화 속 캐릭터의 이미지에 지환이 어울리는지 묻고 싶어 하는 게 빤히 보였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태주는 지환이라는 소년을 꽤 신경 쓰고 있었다. 무대 인사를 나눌 때, 깜짝 놀라던 지환의 반응으로 두 사람의 친분이 그리 깊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지환이라는 학생을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는지 궁금했다.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그게 동생들이 기부를….”
태주는 동생들이 미튜브를 하고 있고, 수익 일부를 기부하는 영상을 찍으러 갔다가 보육원에서 지환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지환의 개인 사정을 밝히는 게 저어되긴 했지만, 어차피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 밝혀질 일이었다.
태주는 지환을 처음 만난 날 햄버거를 들어다 준다는 핑계로 연습하는 모습을 확인했었다. 잠깐 봤을 뿐이었지만, 실력이 나쁘지 않았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보여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보기에 지환이 자질이 괜찮았거든요.”
“그렇군요. 사실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
그 외에도 태주가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영 감독은 더 캐묻지 않았다. 그가 이유를 밝히지 않을 때는, 그럴 만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영 감독은 태주처럼 솔직한 사람이 일부러 감추는 사실을 굳이 캐물어서 불편한 사이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이제영 감독은 예전부터 태주에게 신비로운 구석이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무언가 사람들에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가 직접 경험한 사실이 여러 가지 있어서, 그것은 추측이 아닌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는 태주가 밝힐 수 없는 신비로운 무엇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줬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가망이 없던 병세의 진행이 멎고, 발병하기 전처럼 생활할 수 있게 된 상황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는 태주의 신비한 도움 덕분에 괜찮은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대거나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병의 진행 속도나 몸 상태는 모두 태주를 만난 후에 변하기 시작했다. 그를 만난 후로, 그가 준 차나 음료를 마신 후로, 병의 진행이 확연하게 느려졌고 몸 상태가 보통 사람과 다름없게 바뀌었다.
‘뭐 태주 씨 성격에 지환이라는 학생에게 해를 끼치려는 건 절대 아닐 테지.’
숨기는 것이 있는 듯했지만, 태주가 지환이라는 학생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생각을 끝으로 이제영 감독은 태주에 관한 상념을 그만두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중요한 때가 아니었다. 잠시 후 만날 배우를 어떤 위치에 넣고,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였다. 아니, 그 전에 배우가 배역을 감당할 수 있을지 먼저 시험해 보는 것이 중요했다.
*
텃밭의 작물들을 수확하며 태주는 작게 콧노래를 불렀다. 어제 있었던 이제영 감독과 지환의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이제영 감독은 부실에서 다시 본 지환이 여전히 마음에 든 것처럼 보였다. 그래선지 그 생각을 하면, 절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지환이 다른 부원의 손에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부실로 들어올 때까지 태주는 약간 불안했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등장으로 지환이 다른 친구들한테 안 좋은 시선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괜히 아는 척해서 다른 친구들한테 시달리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다.
다행히 그의 걱정은 걱정으로 끝이 났다. 연극부의 부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그의 방문을 반겼기 때문이었다.
부원들은 지환을 앞세워 자신과 사진을 찍고 사인도 받는 등, 돌발적인 이벤트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개중에는 본의 아니게 공연에 민폐를 끼쳐서 사과하는 태주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애들도 있을 정도였다.
‘킥. 능청스럽게 상혁인가를 데려와서 사진 찍게 해 주다니. 제법 뒤끝도 있었지.’
지환은 태주를 만나는 게 겨우 두 번째였지만,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와 태주가 무척 친한 사이로 착각하게끔 상혁이 앞에서 의뭉을 떨었다. 그리고 태주는 그런 지환의 의뭉에 장단을 맞춰 주었다. 그걸로 억울한 감정이 조금이나마 풀어졌으면 싶어서였다.
지환이와의 만남은 금방 끝이 났다. 축제 뒤풀이를 해야 하는 애를 오래 붙잡고 있기 미안해서, 다음에 만날 약속만 하고 그대로 헤어져야 했다.
이제영 감독도 상황을 이해했는지 지환이를 그대로 보내 줬다. 물론 다음에 만날 약속을 두 번 세 번 확인한 후였다. 아마 지환이 친구들과 같이 있지 않았다면, 그는 바로 카메라 앞으로 지환을 데려갔을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마음에 들어 했다.
“지환이 문제는 해결을 봤고. 이제 단단의 문제만 해결하면 되나?”
아칸서스에게 진화석을 생물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달라 부탁했지만,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 뛰어난 마법 실력을 보유한 그라서 금방 처리해 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있었다.
예상보다 회신이 늦어지고 있었지만, 태주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아칸서스의 실력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칸서스는 성격이나 행동은 허술했지만, 마법 실력만큼은 허술하지 않았다. 그러니 기다리고 있으면, 태주가 부탁한 그대로 진화석을 바꾸어 줄 터였다.
“아칸의 답신은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하고. 오후에는 계획대로 그쪽을 손봐야겠다.”
태주는 당장 방법이 없는 진화석에 대한 생각을 기억 한편에 넣어 두고, 오후에 할 일을 떠올려 봤다. 최근 그는 정원의 한 구역을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예전에 도도가 숨어들어 갔던 바위가 있는 주변을 손보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정원의 확장은 천천히 진행하는 중이었다. 정원의 일이 단순하게 확장으로 끝나는 수준이었다면, 아마 진작 모든 구역을 개발했을지도 몰랐지만, 정원은 확장하는 것보다 꾸준히 관리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
아무리 기후의 변화가 없는 정원이라도 식물에는 수명이 있었고, 시설물도 시간이 지나면 낡거나 망가졌다. 정원에는 그런 것들을 제때 관리할 일손이 태주뿐이었다.
기본적으로 하는 텃밭 농사와 열매 수확, 온실의 모종과 화초 관리, 잉어 먹이 주기만으로도 반나절은 금방이었다. 현실적으로 그 혼자서 정원의 모든 구역을 관리하기는 힘들었다. 이런 상황이라 정원의 구역을 넓히는 일은 진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정원에 심은 나무들이 손이 많이 가는 과실수나 향신료 나무 위주여서 그런 걸지도 몰라.’
초기부터 느끼고 있는 사실이었다. 화단도 만들고 연못 정원도 만들며 조경에 힘쓰고 있었지만, 그의 정원은 지금도 과일나무와 향신료 나무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이것은 과일나무를 심길 바랐던 태주의 욕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제피르의 전 주인 때문이기도 했다. 레벨 4였던 제피르의 전 주인의 정원에서 옮겨온 나무들 대부분이 향신료 나무였다. 덕분에 태주가 매일 수확해야 할 열매의 양이 적지 않았다.
정원을 네덜란드의 튤립 정원이나 중국의 대나무 정원처럼 특색있게 꾸며 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태주는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고 있었다.
비록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들여야 하는 정원이었지만, 직접 키운 차와 과일을 지인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정원을 포기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정원사 씨, 클로브하고 시나몬 좀 부탁할게.”
“바로 필요하세요?”
“아니. 미리 말려 두려는 거라, 바로 쓰진 않을 거야. 천천히 가져와도 괜찮아.”
“알았어요. 그럼 돌아오는 길에 따올게요.”
“응. 그렇게 해.”
지금처럼. 아주 특이한 향신료가 아니라면, 해나의 요리에 쓰이는 향신료 대부분을 정원에서 구할 수 있었다. 그것도 그의 정원의 좋은 점 중 하나였다.
태주는 점심 식사 도중 들은 해나가 부탁한 향신료의 이름을 잘 기억해 두었다.
“그런데 정원사 씨, 오후에 새 구역 개발을 할 시간이 있어? 대본 연습해야 하는 거 아니야?”
“첫째 날 오후에는 새 구역 개발을 하고요. 둘째 날 오후에는 대본 연습을 하려고요. 그리고 사실 아직 드라마 대본을 못 받았어요.”
“정원사 씨가 알아서 잘 조절하겠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마. 정원 확장이 그렇게 급한 건 아니잖아.”
“하하하. 네. 그럴게요.”
태주는 영화나 드라마 작품을 준비할 때나, 촬영 중일 때는 정원 일을 오전에만 했었다. 오후에는 대본을 연습하거나, 연기에 필요한 다른 것들을 익혔었다.
얼마 전에는 오후에 대본 연습 외에 붓글씨를 연습하기도 했었다. 에서 서신을 작성하는 장면을 찍을 때, 대역 없이 하려고 시간을 들여서 연습했었다. 그런 모습들을 쭉 봐 온 해나가, 오후에도 정원 일을 하겠다고 나선 태주를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해나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지금은 태주가 연기 연습을 하거나, 필요한 다른 것들을 익힐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드라마의 1화 대본만 받은 상태였다. 그것도 어느 부분이 수정될지 정확하지 않은 대본이라서, 현실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뉴플릭스에서 김은지 작가의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편수를 줄이고 한 시즌을 더 만들자는 제안을 해 왔다. 김은지 작가는 당연하게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현재 태주와의 미팅도 미룬 채 수정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었다. 드라마 촬영이 두 달 조금 넘게 남은 시기라 대본을 빨리 받았으면 싶었지만, 현재 대본은 대대적인 수정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그럼 전 이만 새 구역에 가 볼게요.”
“호호호. 수고하라고, 정원사 씨. 티타임에는 늦지 말고.”
“예.”
해나의 당부를 뒤로하고 태주가 오두막의 문을 열고 나가려던 때였다. 그보다 먼저 오두막 문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태주!”
-퍼억.
태주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빠른 속도로 뛰어와 부딪친 누군가 때문에 순간 균형을 잃을 뻔했다. 그나마 몸이 가벼운 녀석이라 넘어지지 않고 가까스로 받아 안을 수 있었다. 그래도 달려오던 속도가 있어서 부딪힌 곳이 욱신거렸다.
“모린!”
“헉! 해나 이모.”
“속도 조절도 못 하는 녀석이 그렇게 뛰어들다니!”
“죄송해요.”
“사과는 정원사 씨에게 해야지.”
해나에게 한 소리 들은 모린이 태주에게 미안하다 사과했다. 태주는 제 품에 여전히 안긴 채로 고개만 들고 사과하는 모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는 매번 해나한테 혼나면서도 자신이 반가워 달려드는 모린이 귀여웠다.
“괜찮아. 그래도 다음엔 달려들지 않기.”
“응. 태주.”
마주 안고 웃는 두 사람을 보고 해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지만, 두 사람 알아차리지 못했다.
태주는 볼 때마다 쑥쑥 자라 있는 모린이 신기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고, 모린은 오랜만에 태산이 방해 없이 태주에게 안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모린 어쩐 일이니?”
“그래, 모린. 오늘은 어쩐 일이야?”
“이거 전해 주러 왔어.”
“응?”
모린은 태주의 품에서 나오는 게 아쉬웠지만, 얌전히 빠져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안겨서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지만, 그가 가져온 물건을 태주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잘 알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태주에게 안겨 있는 것도 좋았지만, 좋아하는 태주가 기뻐하는 걸 보는 건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건?”
“진화액이야. 태주가 부탁한 거.”
“아아. 드디어.”
“히히히.”
“모린 가져와 줘서 고마워. 언제 받을까,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었거든.”
모린이 가져온 작은 병엔 갈색의 액체가 담겨있었다. 아칸서스에게 부탁한 검은색 진화석을 정제해서 마실 수 있게 만든 물건이었다. 태주는 오후에 하려던 새 구역 개발을 미루기로 했다. 그의 손에 든 물건을 사용하는 일은 새 구역 개발하는 일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정원사 씨, 어떻게 할 거야. 바로 써 볼 거야?”
“그러려고요. 단단한텐 진화석을 구했을 때 설명해 두었어요.”
“호호호. 그럼 잠시 모린과 기다리리라고. 내가 가서 단단을 데려올게.”
“네. 부탁해요, 해나.”
태주가 현실에 있는 동안 해나가 다른 정원 식구들을 챙겨 주고 있었다. 그녀는 평소 희나 제피르도 잘 챙겼고, 말 없고 얌전한 단단도 잊지 않았다. 가끔 태주가 단단을 까먹고 안 챙길 때도 그녀는 단단을 잊지 않고 챙기고 있었다.
“태주.”
“응?”
“모린이 오늘 자고 가도 돼?”
“아칸이랑 다나 씨한테 허락받았어?”
“응.”
그러면 괜찮다고 태주가 허락하자, 모린이 바로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태주는 반짝거리는 녹색 눈이 부드럽게 접히는 모습에 덩달아 웃고 말았다. 모린의 갓난아기 때 모습을 기억하는 태주는 이렇게 똑 부러지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괜히 뿌듯 했다.
-두다다닷!
“냐아아아아!”
태주와 모린이 다정하게 있는 오두막을 향해서 태산이가 큰 소리로 울면서 달렸다. 정원에서 갑자기 모린의 기척이 느껴져서였다. 얌체 모린이 또 태주에게 매달려서 귀여움을 떨고 있을 것 같았다. 어서 달려가서 태주를 지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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