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23
222. 인터뷰 >
정원의 상점에는 정말 가지각색의 물건이 있었다. 정령에 관한 책을 찾던 태주와 모린은 상점에서 정령 소환 주문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령과 계약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등록한 지 오래였는데도 팔리지 않고 상점에 남아 있는 물건이었다.
태주는 그 소환 주문서를 가격도 확인하지 않고 바로 구매했다. 단단에게 정령술을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이었는데, 정령 소환 주문서 한 장이면 그런 고민을 할 필요 없었다. 진화액 유리병을 쥐여 주었던 것처럼 단단의 손에 주문서를 쥐여 주면, 그걸로 충분했다.
축하 파티를 시작하기 전, 태주는 정령 계약 주문서를 단단에게 건넸다. 이미 정령을 볼 정도로 정령 친화력이 있는 것은 알고 있으니, 따로 친화력의 유무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계약할 정령을 소환하는 주문서만 찢게 하면 되었다.
-찰랑찰랑!
-♩♬♬~
“단단. 단단.”
단단은 태주가 건네주는 주문서를 단숨에 찢었다. 주문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허공 중에 마법 글자가 새겨지더니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곤 곧 푸른색 물로 된 작은 소녀가 나타났다. 물의 정령 소녀는 예의 노랫소리 같은 말로 단단에게 말을 걸었다.
단단이 물의 정령과 대화를 하는 사이 태주는 자신이 건네는 것들을 아무 의심 없이 그냥 받아들이는 단단 때문에 앞으로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자신에게만 그러는 것인지,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경계심이 전혀 없는 단단이었다.
“단단.”
“헤에. 예쁘다. 태주, 단단이 예쁜 애랑 계약했어.”
“하하하. 예쁜 애랑 계약했어?”
“응.”
태주는 단단이 계약한 물의 정령보다 희가 더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말로 꺼내진 않았다. 대신 자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희는 태주의 신호를 받자, 포르르 날아서 그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이히히.”
“희, 요정 여왕님은 뭘 좋아할까?”
“우응. 여왕님은 맛있는 게 많아.”
“…그래. 맛있는 걸 선물해 드리자.”
“응!”
‘맛있는 것도 보내고, 귀한 연금술 재료도 알아봐야겠네.’
요정 숲의 신기하고 귀한 나무 대부분은 요정 여왕님이 연금술로 바꾸거나 새로 만든 종이었다. 태주에게 선물로 주었던 마법 콩나무도 보석 열매 나무도 요정 여왕님이 개량한 나무였다.
‘아! 그 말도 안 되는 연성 성공률이 혹시 날개 가루 때문인가?’
희가 치유 마법이나 상태 회복 마법을 걸어 줄 때도 날개 가루를 뿌려주면서 했었다. 날개 가루가 촉매 혹은 강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었다. 어쩌면 요정 여왕님도 연금술에 날개 가루를 사용하고 있을지 몰랐다.
-♩♩♪♬♬~
“단단.”
태주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단단을 지켜봤다. 단단은 물의 정령이 마음에 꼭 든 것 같았다. 두 발로 서서 흔들흔들 몸을 흔들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가끔 정말 기분이 좋을 때 단단이 하는 행동이었다. 여전히 소환되어 있던 물의 정령의 눈에 단단의 춤이 재밌게 보인 것 같았다. 정령도 단단을 따라서 흔들흔들 춤을 추고 있었다.
“킥. 너희 왜 이리 귀엽니.”
“이히히. 희도 같이 춤추자.”
“하하하.”
춤추는 단단 주위를 물의 정령과 희가 흔들흔들 춤을 추면서 돌았다. 태주는 경건한 계약 의식에 웃음을 참으려 했지만, 귀엽고 재밌는 모습에 결국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그날 저녁 정원에는 참가 인원은 적지만 무척 화려한 축하 파티가 벌어졌다. 정원은 물의 정령이 좋아하는 바닷속 같은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환상 마법 주문서를 사용한 결과였다.
연못 정원 테이블 근처에는 회오리 동굴의 풍선 해파리와 비슷한 해파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가지각색의 화려하면서도 기이한 산호초가 그 주변을 채우고 있었다. 바닥에는 커다란 조개와 소라, 또 별을 닮은 불가사리가 이곳저곳에 깔려 있었다.
“붉은색.”
“냐아아.”
“내가 먼저 밟았어.”
“냥!”
“모린이 1점. 그럼 이번에는 노란색.”
“내 거야.”
“냐아아.”
환상 마법 효과가 이어지는 동안 수중 생물들은 끝없이 생겨났다 사라지고 있었다. 정원 바닥에도 환상으로 만들어진 불가사리들이 계속 생겨났다 사라졌다. 모린과 태산은 그 불가사리를 밟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태주는 누가 더 빨리 먹나 경쟁하는 두 아이를 달래서 불가사리 밟기 게임을 시키는 중이었다.
“태산이 1점.”
“냐아아.”
“이익!”
모린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빨라서 둘이 얻은 점수는 비슷비슷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아이 모두 경쟁을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너무 급하게 먹길래 게임을 시켰는데, 게임에 열중한 나머지 밥도 먹지 않으려 했다.
“잠깐. 태산이 10점, 모린 10점이야. 이 게임은 무승부로 하고 밥 먹자.”
“태주, 모린이 조금 더 할래 세 번만.”
“냐아앙.”
“배고프지 않아? 해나가 모린이 좋아하는 거 많이 만들었는데, 먹고 또 하자. 태산이도.”
“으응. 그럼 먹고 꼭 또 해야 해?”
“응. 약속할게.”
밥을 먹고 나면 다시 게임을 하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서야, 두 아이는 식탁으로 돌아왔다. 식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서로 음식을 먹지 못하게 방해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요리를 만든 해나가 엄한 눈으로 지키고 있었고, 호랑이 모습일 때는 먹이는 것에 특히 신경 쓰는 태주가 태산이에게서 감시의 눈을 거두지 않았다.
모린이 먹는 음식을 뺏어 먹으려던 태산이는 태주의 손길을 피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모린을 방해한 후 태주에게 혼나는 것은 그다지 좋은 계획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얌체 짓을 하는 모린이 태주의 관심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주르륵!
“히잉. 태주 흘렸어.”
“이런! 소스를 너무 많이 찍었네. 모린아, 얼굴 보여 줘.”
“응.”
태주는 평소에도 식사 시간에 가장 바쁜 멤버였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은 해나가 제일 바빴지만, 식사가 시작되면 그가 정원 식구들의 식사 시중을 자연스럽게 들었다. 태산이를 챙겨 주고, 희의 얼굴을 닦아 주고, 편식하는 제피르에게 골고루 음식을 덜어 주느라 바빴다.
오늘은 그 대상에 모린이 추가되었다.
태산이는 태주가 만면에 웃음을 지은 채 모린의 입가를 닦아 주는 게 무척 거슬렸다. 얌체 모린. 지난번에는 아주 큰 고기도 꿀꺽꿀꺽 먹었는데, 오늘은 아기처럼 태주한테 닦아 달라고 하고 있었다.
태산이 모린의 얼굴을 닦아 주는 태주를 돌아보다 자신의 앞에 놓인 그릇을 봤다. 야채 소스로 졸인 미트볼, 모린이 좀 전에 먹던 것과 비슷했다. 태산이 앞발을 과감하게 내디뎠다.
-절퍽!
“아이참. 태산아, 조심해야지. 온몸에 다 튀었네.”
“냐앙.”
“…음. 넌 냅킨으로 안 될 거 같다. 이따가 씻자.”
“냥!”
태주는 소스 범벅인 발을 들고 있는 태산이를 잠시 돌아보다 닦아 주길 포기했다. 아무래도 냅킨으로 해결하는 건 무리여서였다. 발뿐 아니라 얼굴과 가슴까지 온통 소스가 튀어서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없었다.
-파파파팍.
“아야! 왜 그래?”
“냥냐냐냐냥.”
“킥. 미안. 이리 와. 형이 닦아 줄게.”
태주는 속으로 어리광쟁이라고 태산이를 놀리며 냅킨으로 물기만 제거했다. 목욕이 필요한 상태라 우선 그 정도로 끝냈는데, 태산이는 그것으로 충분했었던 것 같았다. 태주의 무릎에 앉아서 기분 좋게 골골 소리를 내면서 손길을 받고 있었다.
“호호호. 정원사 씨, 인기가 아주 많은걸.”
“하하하. 제가 좀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스타일인가 봐요.”
“아이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아보잖아. 두 녀석도 그런 거지.”
“모린이 태주 좋아!”
“흠흠. 나도 모린이 좋아.”
“냐앙!”
모린이 좋아한다며 나서자 느른한 표정으로 태주에게 기대고 있던 태산이도 나섰다. 두 아이는 그새 서로 누가 더 태주를 좋아하는지 경쟁이 붙은 상태였다. 한 아이는 무릎 위에서, 다른 한 아이는 옆구리에 붙어 투덕거리는 통에 태주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굳어 있었다.
“모린이 더 좋아해.”
“냥냐냐냥!”
“하하하.”
저녁의 파티는 희가 강력하게 원했던 불꽃놀이가 마지막 순서였다. 주문서 찢기가 취미인 희 못지않게 모린도 주문서 찢는 걸 즐기는 편이었다. 둘이 쉴새 없이 찢는 불꽃놀이 주문서 덕분에 정원의 저녁 하늘은 화려한 불꽃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정원사 씨, 모린이와 태산이는 왜 싸우는 거야?”
“하하하. 제가 모린이를 귀여워하는 게 질투가 났나 봐요. 태산이가 몇 번 훼방을 놓았는데, 그게 분했는지 모린이가 태산이 보고 작다고 놀렸어요.”
“작다고?”
“네. 호랑이일 때는 2차 성장 전까지 그대로고, 아이일 때는 저를 흉내 낸 거라 이제야 다섯 살 모습이잖아요.”
“호호호. 모린은 여덟 살, 아니 곧 아홉 살이지.”
“네. 키가 한 뼘이나 차이 나니까요. 그걸로 몇 번 놀림당하더니, 이렇게 되었어요.”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해나는 두 아이 사이가 변한 이유를 물었다. 정원사 씨를 두고 경쟁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경쟁이 심했다. 불꽃놀이가 끝난 뒤, 졸려서 눈도 못 뜨는 주제에 게임을 하겠다고 우길 정도였다. 달래서 오두막으로 보낸 뒤 듣게 된 이유가 너무 아이들다웠다.
“모린이는 만날 때마다 쑥쑥 크잖아요. 그게 부러웠나 봐요.”
“호호호. 시간이 지나면 어련히 자랄까.”
“아직 애들이니까요.”
“맞아. 애들은 그런 거로도 경쟁하기도 하지. 어릴 적 다나와 나는 누가 먼저 곰을 잡나 겨뤘는데, 그에 비하면 누가 빨리 먹나 정도는 귀엽지.”
“하. 하. 하.”
몇 살 때 그런 내기를 했는지는 묻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태주는 환상 마법 효과가 사라져 평소대로 돌아온 연못 정원을 벗어나며, 앞으로도 해나한테는 덤비지 말자고 다짐했다.
유쾌하고 즐거웠던 파티가 끝난 정원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평온했다. 희와 제피르는 요정 숲에 가지 않는 대신 정원을 구석구석 탐험하고 다녔고, 단단은 아침에 정령과 함께 나무에 물을 주러 다녔다. 정원은 아직 알에서 나오지 않은 도도만 빼면 전혀 걱정할 게 없었다. 물론 도도는 매일 아침, 단단을 따라다니면서 빗소리를 닮은 물 주는 소리를 즐길 정도로 아주 튼튼했다.
*
태주는 품 안에 태산이를 안은 채로 잠에서 깼다. 이런 모습으로 아침을 맡는 일은 그에게 매우 익숙했다. 다만 오늘은 태산이를 더 자게 두는 평소와 다르게 그대로 안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늘 오후에 하는 인터뷰는 태산이도 같이 하는 것이라서 씻기려는 생각이었다.
“태산아, 따뜻한 물로 씻을까?”
“냐아앙.”
는 매주 다음 주에 방영될 편의 티저를 공개하고 있었다. 반 사전 제작으로 제작했던 덕에 촬영분이 충분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렇게 쭉 일주일 먼저 티저를 공개하다 마지막 화 방영 전 주에는 다른 내용을 공개했다.
5분 정도 길이의 메이킹 필름 클립으로 마지막 화까지 방청해 달라는 배우들의 인사 한 편과 고사 현장에서 있었던 태산이의 돼지머리 사냥 클립이었다. 그중 돼지머리 클립이 많은 인기를 끌어서 오랜만에 같이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태주는 아직 휴가 중이었지만, 몇 시간 정도 할애하는 일에 그다지 불만은 없었다.
태주와 일행은 인터뷰를 약속한 카페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낯선 환경에 태산이가 적응할 수 있게 여유 시간을 두고 온 것이었다. 카페에는 고양이가 꽤 많이 있었다. 새로운 친구를 본 태산이 흥분해서 줄을 당겨댔다. 태주는 다른 고양이들의 뒤만 쳐다보는 태산이가 자유롭게 놀 수 있게 끈을 풀어 주었다.
카페는 고양이 구조와 보호, 입양 지원을 하는 곳으로 태주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태산이에게 오는 선물들을 기부하고 후원금을 보내는 곳이었다. 오랫동안 후원한 곳이었는데, 실제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카페 내부 시설은 깔끔했고 여러모로 고양이 친화적이었다.
음료수를 시키고 삼십 분 정도 기다리자, 약속한 기자가 카페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기자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태주 씨.”
“하하하. 때가 마지막이었으니까. 벌써 삼 년 가까이 지났네요.”
“그러니까요.”
가벼운 안부 인사가 지나고 바로 질문이 시작되었다. 첫 질문은 드라마의 좋은 성적에 관한 기분을 묻는 가벼운 것이었다.
“의 인기가 정말 대단하잖아요. 기분이 어떠세요?”
“당연히 좋죠. 워낙 유명한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시청자분들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소집 해제 후 첫 작품이시잖아요. 첫 사극 주연이시고 오랜만의 복귀작이고요. 현장에 적응하기 힘드셨을 텐데, 괜찮으셨나요?”
“하하하. 정말 적응이 쉽지 않았어요. 규칙적인 생활을 이 년 가까이 지속하다가 갑자기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환경이 되니까, 처음엔 좀 힘들었어요. 촬영으로 밤을 새우는 일은 많지 않았는데, 사극이라 준비에 시간이 꽤 걸려서요. 그래도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의 배려로 빠르게 현장감을 찾을 수 있었어요.”
기자 인터뷰는 한 시간 예정이었다. 기자는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이미 여러 번 나온 복귀 관련 내용은 간단한 질문 몇 개로 끝냈다. 태주에게 물어봐야 할 내용은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았다. 메이킹 필름의 태산이 돼지머리 사냥 얘기도 있었고, 태주의 차기작인 이제영 감독의 새 영화 얘기도 있었다.
“요즘 화제가 된 태산이 메이킹 필름 클립이요. 고사 현장에서 어떻게 이런 영상이 찍히게 되었나요?”
“많은 분이 이게 의도해서 찍은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시던데요. 그건 아니에요. 우연히 고사장의 돼지머리에 꽂혀서 태산이가 벌인 일이었어요. 태산이 행동이 재밌었는지 메이킹 필름을 촬영하시던 감독님께서 찍으셨는데, 이걸 이렇게 영화처럼 만들어 주실 줄은 몰랐어요.”
“호호호. 확실히 영상도 음향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구성되어 있었죠. 2편은 없냐는 반응도 있었고요.”
“크흠. 어쩌면 이번 작품이 성공한 데에는 우리 태산이가 잡은 복 돼지 덕도 있을지 몰라요.”
“호호호. 복 돼지인가요?”
잠시 웃으면서 고양이 키우는 애로 사항 같은 가벼운 얘기를 나눈 두 사람은 곧 분위기를 정돈하고 다시 본래의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다. 기자는 태주의 차기작에 관해서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이제영 감독의 영화라는 것은 밝혀졌지만, 내용에 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였다.
“이번엔 이제영 감독님의 신작에 관해서 얘기를 좀 나눴으면 하는데요.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편하게 물어보세요, 기자님.”
“그럼. 우선 이제영 감독님과 다시 작품을 하시게 된 계기부터 들려주셨으면 해요.”
“작품이 좋아서요. 하하하. 아마 배우 누구한테 물어도 이 대답을 먼저 할 거예요. 그렇죠?”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 기자가 잔잔하게 웃고 있는 태주를 쳐다봤다. 태주는 입대 전에도 그랬지만, 특히 인터뷰하기 편한 상대였다. 그는 다른 곳에서 얘기한 내용을 반복하게 되더라도 대화가 끊기지 않게 신경 쓰기도 했고, 질문에 대답할 때도 가능한 단답형이 아닌 자신의 감상이나 의견을 덧붙였다.
사실 기자에게 인터뷰라는 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사전에 상대를 조사하고 가지만, 익숙하지 않은 상대와 한 시간 혹은 그 이상을 마주하면서 대화하는 일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인터뷰 상대가 소극적이거나 낯을 가릴 때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까지 소모해야 하는 시간도 에너지도 상당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태주와의 인터뷰는 꽤 편한 편이었다.
“다른 이유도 있으시겠죠?”
“물론이죠. 대본도 대본이지만, 을 촬영하면서 너무 즐거웠었거든요. 그때의 경험을 다시 하고 싶어서요. 이제영 감독님이 인터뷰에선 점잖으신데요, 촬영장에선 굉장히 열정적이세요. 덕분에 주변 사람까지 덩달아 열정적이 되어 버려요.”
“이제영 감독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요. 그렇게 안 보이셨어요. 목소리도 조곤조곤하시고 말투도 침착하셔서요.”
“하하하. 그건 평소 모습이시고요. 촬영장에서는 다르세요. 배우의 모든 걸 드러내게 하는 분이세요. ‘난 네가 더 많은 걸 보여 줄 수 있다는 걸 알아. 감추지 말고 어서 내게 그걸 보여 줘.’ 이런 눈빛으로 보시거든요. 그럴 때면 정말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보여 드리게 돼요.”
“이제영 감독님께 그런 모습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어요.”
“다들 점잖으신 모습에 속는 거예요. 현장에선 굉장히 열정적이세요. 그렇게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 연기해본 덕에 연기적인 면에서 많이 성장했어요. 성취감이나 만족감도 많이 느꼈고요. 이제영 감독님과 다시 작품을 하게 된 이유는 많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감독님과 함께하면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제영 감독에 관한 질문으로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끝났다.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 카페 고양이들과 노느라 바쁜 태산이를 꼬셔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걸렸지만, 인터뷰는 좋은 분위기에서 마무리되었다. 태주는 기사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