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24
223. 만남 >
의 마지막 편이 방영된 후 태주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계약을 연장했던 광고도 찍었고 잡지사의 기획 화보와 전속으로 활동 중인 브랜드의 브로슈어 촬영 등이 연일 이어졌다.
오늘도 태주는 광고하는 화장품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한 시간짜리 팬 사인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회귀 전후를 합치면 수십 번은 치른 팬 사인회였지만, 여전히 할 때마다 손목이 뻐근해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마법 깃펜을 쓸 수 있으면 딱 좋은데.’
대량의 사인을 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아쉬움이었다. 생각만으로 글씨를 쓸 수 있는 마법 깃펜이 있는데도, 쓰지 못하는 게 무척 아쉬웠다.
사실 마법 깃펜 외에도 정원에는 현실에서도 쓰기 좋은 물품이 많았지만,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쓰지 못하고 있었다. 전원주택은 외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없어서 가끔 마법 물품을 사용하지만, 외부에선 무리였다.
“태주 씨.”
“네?”
“내일 점심에 김은지 작가님과 약속이 있습니다.”
“드디어 대본 수정이 끝났나 보네요.”
“예. 시즌제로 대본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내일 점심 약속입니다. 대본도 그때 전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알겠어요.”
을 12편짜리 미니시리즈를 생각하고 만든 김은지 작가였지만, 지상파도 케이블도 작품을 받아주지 않았다. 주제도 그렇고 그녀의 장르물 첫 도전 작품이라는 리스크를 다들 짊어지길 바라지 않았다.
반면 뉴플릭스는 김은지 작가의 대본은 물론이고 연출을 맡게 된 영화감독 출신의 김정훈 감독도 마음에 들어 했다. 뉴플릭스 측에선 기존 대본을 시즌제 용으로 바꿔 제작하길 바랐고, 결국 8편짜리로 2시즌까지 만들게 되었다.
“아직 1시즌을 촬영하기도 전인데, 2시즌 계약까지 하다니. 뉴플릭스의 기대가 정말 큰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뉴플릭스 측은 한국의 영상 콘텐츠를 고평가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아시아권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인기가 많고요. 근래에는 드라마와 영화 외에 예능 쪽에도 투자할 거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어휴. 이번 촬영은 정말 쉽지 않겠어요. 출연진 중에 제 이름값이 제일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태주 씨는 안목 높은 작가님과 감독님이 고른 배웁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하하하. 네, 그럴게요.”
태주를 도와주는 무장 역의 배우는 경력 20년이 넘는 중견 배우로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배우였다. 전염병을 같이 조사하는 의녀 역의 배우는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권에서도 배우로 활동하는 중이었다.
경력은 말할 것도 없고, 주요 출연진들의 나이 역시 태주보다 적은 사람이 없었다. 많게는 서른 살 가까이 차이나 났다. 그중 나이 차가 가장 적게 나는 길잡이 역할의 배우조차 태주보다 열세 살이나 많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막내네요.”
“하하하. 한동안은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견우의 말대로 한동안은 어쩔 수 없었다. 태주는 데뷔도 빠른 편이었고, 배우로서의 입지도 빠르게 다진 편이었다. 그만큼 한눈팔지 않고 작품에 매진한 결과라서 그 역시 매번 촬영장의 막내가 되는 일에 불만은 전혀 없었다.
다음날, 일찍부터 일어난 태주는 드레스 룸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클래식한 검은색 슈트와 슈트에 어울리는 커프스 링크, 손수건, 시계 등을 차례로 고르고 있었다. 오늘 점심 약속을 한 김은지 작가의 취향에 맞춰서 고르는 중이었다.
김은지 작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했고, 오래된 소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김은지 작가와 태주, 둘은 취향이 비슷해서, 회귀 전에도 얘기가 잘 통하는 편이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작품을 같이 한 후에도 꾸준히 교류했었다.
태주가 옷을 갈아입고 드레스 룸을 나왔을 때였다. 좀 전까지 호랑이 모습으로 뛰어놀던 태산이가 아이 모습으로 바뀌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외출을 눈치채고 따라가려고 드레스 룸 앞에서 기다린 모양이었다.
“앙, 태쭈! 사니 가티 가자.”
“미안, 산아. 점심 이후에 일정이 없긴 한데.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앙. 사니 가티.”
“미안. 오늘은 혼자 갈게.”
“사니 가티….”
점심 약속이 지인을 만나는 가벼운 자리라면 데려가도 괜찮았지만, 일 때문에 나가는 자리여서 데려갈 수 없었다. 아이 모습으로 바꾸고 데려가 달라 부탁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태주는 안 된다는 말에 평소처럼 태산이가 떼를 쓰면 달래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태산이가 보인 반응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태산이는 태주의 안 된다는 말에, 떼를 쓰기는커녕 얌전히 돌아앉았다. 돌아앉은 어깨가 축 늘어졌다. 같이 가자는 말도 울먹이는지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
항상 기운찬 아이가 축 처진 모습으로 돌아앉자, 애잔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태주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어쩐지 못 할 짓을 하는 기분이었다. 양심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었다.
“…산아. 형이 쿠첼한테 점심 먹으러 갈 건지 물어볼게.”
“…꾸체?”
“응. 형이랑 호는 미팅하러 가야 해. 그동안 산이 쿠첼이랑 형 기다릴 수 있어?”
“앙. 사니 태쭈 기다려!”
“그래. 그럼 형이 쿠첼한테 같이 갈지 물어볼게.”
태산이의 대답에 기운이 넘쳤다. 기운 없이 돌아앉았던 게 잘못 본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태주는 금세 평소 모습으로 돌아온 아이 모습에 요 맹랑한 꼬맹이가 좀 전까지 기운 빠진 연기를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호야 산이 옷 좀 갈아 입혀줘. 난 쿠첼 좀 보고 올게.”
“예.”
“산이 멋지게 입고 있어, 알았지?”
“앙. 아라떠.”
그새 웃음꽃이 가득 핀 얼굴에 태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꾀를 부렸든 어쨌든 웃느라 눈이 사라질 정도로 좋아하는 데 다른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저렇게 자신과의 외출을 바라는 아이 모습이 꽤 흡족하기도 했다.
*
김은지 작가와 만나기로 약속한 호텔은 그녀의 취향과 색이 다른 곳이었다. 그녀의 취향인 크리스털 상들리에에 명화가 걸린 곳이 아니라, 현대적인 조각품이 로비 구석을 장식하고 조명 역시 기하학적인 프레임을 가진 금속 조명인 곳이었다.
“여기서 주말엔 키즈 클럽도 운영하는군요. 3세에서 10세까지 이용할 수 있고, 활동 내용도 괜찮습니다.”
“키즈 클럽이요?”
“예. 수영이나 댄스도 있고, 기념품이나 디저트를 만들기도 하는군요.”
“그래요? 주말에 와도 괜찮겠어요.”
“그렇습니다.”
쿠첼루스는 태산이 손을 잡고 걸으면서 이 호텔에 있는 몇 가지 서비스를 태주에게 알려주었다. 가족 단위의 투숙객을 위한 프로그램 중, 아이들을 위한 키즈 클럽 내용이 꽤 괜찮았다. 쿠첼루스와 태주는 나중에 몸으로 하는 놀이가 많은 주에 다시 방문하자고 약속했다.
꼬마 신사처럼 차려입은 태산이는 넓은 호텔 로비가 신기한지 이곳저곳 둘러보기 바빴다. 태주 일행은 구경하느라 걸음이 늦어지는 아이를 다독이며 로비를 가로질렀다. 호텔 고객 중 몇 명이 태주를 알아봤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일행을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욘맹하 호당이. 어흥. 어흥. 동무데 왕.”
레스토랑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자, 태산이가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여전히 호랑이 노래였다. 레스토랑까지는 금방이었다. 태산이 노래 1절이 끝나자, 일행은 레스토랑에 도착해 있었다.
“형 일하고 올게. 산이 쿠첼이랑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
“앙! 태쭈, 다녀오떼요.”
“하하하. 응. 다녀올게. 쿠첼, 부탁해요.”
“네. 저희는 걱정하지 마시고, 일 보십시오.”
태주는 홀에 남는 쿠첼루스와 태산이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시 서서 직원이 의자를 아이 키에 맞는 어린이 의자로 교체해주는 것까지 확인한 후에야 다시 걸음을 옮겼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서 도착한 곳은 복도 안쪽의 VIP룸이었다. 태주 일행이 일찍 도착했는지,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상석을 비워둔 태주는 자리에 앉으면서, 방 안의 인테리어를 훑어봤다. 김은지 작가의 취향에 맞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인테리어 소품들을 구경하면서 잠시 시간을 보내자, 김은지 작가의 일행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일찍 오셨네요. 우리도 일찍 도착했는데.”
“하하하. 대본이 궁금해서 일찍 왔어요.”
“거짓말. 그래도 듣기 나쁘지 않네요.”
태주는 김은지 작가가 의자를 밀어 넣어 주며 적당한 아부를 섞으며 말을 건넸다. 김은지 작가는 아부라는 걸 알았지만, 태주의 싹싹한 말과 태도가 싫지 않았다. 그녀의 피곤한 얼굴에 작게 미소가 맺혔다.
“대본을 오래 기다리게 한 게 미안해서 여기서 보자 했어요. 여기 스테이크가 정말 맛있거든요. 혹시 채식해요?”
“아니요.”
“그렇죠? 그런 기사는 본 적이 없어서 그럴 거로 생각했어요. 예전 작품에서 치킨 먹는 것도 봤었고.”
“하하하.”
“여기 스테이크 한 번 먹어봐요. 후회 안 할 거예요.”
김은지 작가가 호언장담한 대로 스테이크는 맛있었다. 다른 메뉴는 어떤지 모르지만, 나중에 가족들과 다시 찾아올 의향은 충분했다. 그런 생각은 태주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김은지 작가에게 소개받은 보조 작가 두 명도 연신 감탄하면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배가 어느 정도 차고 사람들의 먹는 속도가 느려지자, 화제는 음식에서 작품으로 바뀌었다.
“으음. 이건 아직 완전히 확정된 사실은 아니고, 며칠 안으로 결정이 날 것 같아요. 우리 작품이 어쩌면 뉴플릭스 오리지널 타이틀 심사에 들어갈지도 몰라요.”
“아!”
“사실 난 개봉 시리즈 계약을 할 생각이었어요. 뜻대로 안 됐지만.”
“방송국에서 좋은 기회를 차버린 거죠.”
“호호호.”
개봉 시리즈 계약은 로컬 방송국에서 먼저 드라마 방영한 뒤, 한 시간 뒤에 뉴플릭스에서 방영하는 계약을 말한다. 김은지 작가는 뉴플릭스와 개봉 시리즈 계약을 하길 바랐었다. 물론 추진 과정에서 방송국의 동의를 얻지 못해서, 뉴플릭스 독점 방영 계약이 되어 버렸다.
“솔직히 드라마 스케일이 방송국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어요, 작가님.”
“얘는. 이런 것도 방송하고 해야지. 맨날 연애하는 거나 머리채 잡고 싸우는 거만 방송하니, 드라마가 볼 게 없잖아.”
“구관이 명관이라잖아요. 잘 팔리니까, 쓰는 거죠.”
“비싼 밥 먹여 놓으니까, 왜 남의 편을 들어?”
“제 말이 틀린 건 아니잖아요.”
“맞긴 맞지만…. 아니지, 얘 메인 작가인 내가 까인 건, 보조 작가인 너도 까인 거나 마찬가지인데, 왜 방송국 편을 드니?”
태주에게 뉴플릭스와의 계약 과정을 설명하던 김은지 작가는, 중간에 끼어든 보조 작가와 얘기를 나누느라 설명 중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중간에 끊겨서 전부 듣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대략적인 내용은 알 수 있었다.
“태주 씨한테 대본을 보낸 뒤로 상황이 정말 여러 번 바뀌었어요. 편성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되고, 계약 성사 직전에 배우가 고사하고.”
“골치 아프셨겠어요.”
“맞아요. 데뷔작 이후로 이렇게 속을 태운 건 처음이에요.”
“그래도 일이 잘 풀려서 정말 다행이에요.”
“호호호. 그러게요.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이게 전 세계 190개 국가 동시 스트리밍을 하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게다가 시즌제로 전환되고 오리지널 타이틀 심사도 넣는다니!”
요즘도 실감이 안 나서 볼을 꼬집어 볼 때가 있다며 김은지 작가가 엄살을 피웠다. 태주는 그녀의 말에 그러실 수 있다고 맞장구쳤다. 190개 국가 동시 스트리밍은 실제로 대단한 업적이었다. 이번 일은 그녀의 오랜 경력에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그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잘 부탁해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님. 어? 안 나가세요?”
“호호호. 우린 여기 방 잡았어요.”
“먼저 가세요, 태주 씨. 저흰 내일까지 쉬다 갈 거라서요.”
“하하하. 네. 푹 쉬세요.”
자리가 마무리되는 분위기에 태주와 견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은지 작가 일행도 따라 일어나 인사를 나눴지만, 곧 다시 앉았다. 다시 앉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태주의 표정을 봤는지, 김은지 작가는 호텔에서 하루 쉬고 갈 거라는 얘기를 들려줬다. 시즌제에 맞춰 원고를 수정하느라 고생한 보조 작가들과 호캉스를 즐길 생각이라며, 며칠 뒤에 감독님이랑 다시 보자며 손을 흔들었다.
VIP룸에서 나온 태주와 일행은 서둘러서 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홀에 남은 태산이와 쿠첼루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행은 도착한 홀에서 두 사람을 찾지 못했다. 두 사람이 앉았던 테이블은 이미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태주가 급하게 쿠첼에게 연락하려고 스마트폰을 꺼낼 때였다. 2호가 그보다 먼저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두 사람의 소식을 알려주었다.
“지금 두 사람은 정원에 있다고 합니다.”
“정원에?”
“네. 식사가 빨리 끝나서 산이와 산책 중이랍니다.”
“휴우. 다행이다. 우리도 그쪽으로 가자. 쿠첼한테 지금 간다고 전해줘.”
“네.”
호텔의 정원은 도심에 있는 것치곤 상당히 넓은 편이었다. 관리도 잘 되어 있어서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다. 태주의 미팅이 길어질 거라고 예상한 쿠첼루스가 태산이를 데리고 간 것 같았다.
태주 일행이 쿠첼루스가 말한 정원으로 가려고 로비를 통과할 때였다. 로비의 분위기가 술렁거리고 있었다. 흥분해서 일행과 떠드는 고객들도 있었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는 직원도 있었다.
“유명인이라도 왔나?”
“장소가 장소니까요.”
“빨리 돌아가죠. 괜히 휩쓸리고 싶지 않네요.”
“그러시죠.”
태주와 일행은 빠르게 정원으로 들어갔다. 날씨도 좋고 같이 있는 일행도 좋았지만, 아이를 찾으면 바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유명인이 호텔에 방문한 것 같은데, 괜한 소란에 휩쓸려 시선을 끌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음. 뭐야? 경호원?’
정원의 분위기는 흥분이 가득했던 로비와 달랐다. 누가 봐도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여러 명 사위를 경계하며 긴장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서양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경호원들은 정원에 들어선 태주 일행을 무례할 태도로 쳐다봤다.
“호야 쿠첼이랑 산이 어딨는지 알겠어?”
“3시 방향 잔디밭에 있습니다.”
“가자. 안내 부탁해.”
“네.”
태주 일행이 움직이자 누군가의 경호원들이 분주해졌다. 그들은 일행과 무전을 주고받기도 했고, 한 명이 태주 일행을 거리를 두고 따라오기도 했다. 불쾌한 경호원들의 행동에 항의하려던 태주는 일단은 참았다. 호텔 건물과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이어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서였다.
‘~어흥. 어흥. 동무데 왕.’
정원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태산이 노랫소리가 작게 들려 왔다. 한껏 들뜬 노랫소리에 경호원들의 무례로 불쾌해진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았다.
태산이가 놀고 있는 잔디밭은 화단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입구는 태주 일행이 서 있는 장소의 반대편에 있었다. 아이를 만나려면 빙 둘러서 가야 했다. 태주 일행이 입구 쪽으로 가려고 할 때였다.
“죄송합니다. 이쪽 길은 잠시 후에 이용해 주십시오.”
“지금 말씀하신 분이요. 호텔 소속인가요? 이쪽 길을 통제하는 게 호텔 측 조치인가요?”
“….”
“아닌 것 같네요. 일행이 안에 있어요. 지나갈게요.”
“죄송합니다. 다른 길을 이용하시죠.”
“뭐라고요?”
경호원들은 호텔 소속도 아니었고, 호텔 측에 미리 얘기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공공장소인 정원을 통제하고 있었다.
평소의 태주라면 상대의 사정을 생각해서 유하게 상황을 넘어갔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좀 전 정원에 들어섰을 때부터 무례한 경호원들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 그는 이들의 사정을 봐줄 의향이 조금도 없었다.
물론 태주의 그런 기분을 알아줄 마음은 상대인 경호원들도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잔디밭 입구로 가려는 태주와 일행을 경호원들이 다시 가로막았다.
“지금 이게 무슨 행동인지 설명해 주셔야 할 것 같네요.”
“죄ㅅ….”
“거기 무슨 일이야?”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태주가 경호원에게 이유를 물으며 다가갈 때였다. 경호원의 뒤로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태주도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한동안 그가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던 요주의의 인물, 이레귤러 박재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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