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25
224. 의혹 >
“이태주?”
박재우는 자신의 경호원들이 막고 있는 사람이 이태주라는 것을 알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고고한 척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던 이태주가 자신이 있는 곳을 알아내서 만나러 온 것은 그의 예상에 없던 일이었다.
자신이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이태주는 무리하게 경호원들의 제지를 물리치고 정원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그 정도로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면 못 만나 줄 것도 없었지만, 이태주한테 그런 특혜를 베풀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은 현재 사적인 만남은 모두 물리치는 중이었으니까.
“이태주, 여긴 무슨 일이지?”
“뭐?”
“내가 여기 있는 것은 어떻게 알았지?”
“무슨 소리를….”
“미안하지만, 이렇게 찾아온다고 따로 시간을 내줄 순 없어.”
“하?”
태주는 혼자서 무슨 착각을 하는지 헛소리를 늘어놓는 박재우가 이상했다. 이유도 없이 정원을 통제하더니 자신에게 못 알아먹을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기준에선 과거에 자신의 기억을 지웠다고 여길 테니, 처음 보는 사이일 텐데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내뱉고 있었다.
“이봐요, 박재우 씨. 궁금한 게 있으면 당신 경호원들한테나 물어봐요.”
“뭐? 지금 뭐라고?”
“당장 길이나 열라고 하세요.”
“이봐, 이태주. 지금….”
“사니 가자. 비켜!”
기대했던 반응과 전혀 다른 이태주의 태도에 자존심 상한 박재우가 흉흉한 기세로 다가설 때였다. 그의 뒤 편에서 낭랑하고 당당한 아이 목소리가 들려 왔다. 태주를 찾아서 잔디밭을 나온 태산이의 등장이었다.
태산이는 어른들의 신경전 따위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태산이의 관심은 온통 몇 시간이나 떨어져 있었던 태주에게 있었다. 어서 태주에게 안겨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다. 태산이 허리에 손을 얹고 앞을 가리는 사람들에게 당차게 비키라고 말했다.
“뭐야? 이 꼬맹이는?”
“사니!”
“누가 네 이름을 알고 싶대? 웬 꼬맹이까지….”
“사니 가자.”
“박재우 씨, 우리 산이 지나오게 길이나 터 주세요.”
태주는 진심으로 박재우가 빨리 길을 열어 줬으면 싶었다. 2호도 뒤늦게 도착한 쿠첼루스도 모두 경호원들의 경호 대상이 박재우라는 걸 알자마자 즉시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아니, 경계 태세라기보다는 당장에라도 덮쳐서 제압할 기세였다.
그 기세를 느꼈는지, 견우와 박재우의 경호원들은 부산스럽게 2호와 쿠첼루스를 곁눈질하고 있었다. 흥분한 박재우만 빼고 이곳에 있는 모두가 두 사람의 기세가 심상치 않은 걸 느끼는 것 같았다.
‘이레귤러는 원래 눈치가 없나? 더럽게 분위기 파악도 못 하네. 2호랑 쿠첼이 사냥감을 앞에 둔 호랑이처럼 보고 있는데, 전혀 못 느끼나 보네.’
“길이나 터 주ㅅ….”
“비켜! 사니 가꺼야!”
“허어억! 귀, 귀여워라.”
“헛! 무슨 아이가 이렇게….”
태주가 다시 한번 박재우를 향해 길을 열어 달라 말을 꺼내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앞을 막고 비키지 않는 사람들이 답답했는지, 태산이가 애교 기술을 사용했다.
태주에게 가는 길을 막고 있던 박재우의 경호원들은 태산이가 애교 기술을 사용하자마자 귀엽다는 말을 연신 하며 길을 터 주었다. 태산이는 그런 경호원들 사이를 타박타박 당당한 걸음으로 지나왔다.
“태주. 사니 와떠!”
“킥. 그래. 잘 왔어. 우리 산이 엄청 멋있다.”
“꺄하.”
경호원 사이를 지나서 개선장군처럼 늠름하게 앞에 와서 선 태산이가 못내 자랑스러웠다. 태주는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을 맞추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는 칭찬을 늘어놓다 참지 못하고 그대로 품으로 당겨 안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태산이 귀에 작은 목소리로 ‘용감한 호랑이야.’라고 칭찬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두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있었다. 눈앞에서 벌어진 믿기 힘든 사실에 입을 쩍 벌린 박재우가 그 사람이었다. 그는 경호원들이 꼬맹이의 비키라는 말 한마디에 경호 위치에서 벗어난 것에 경악하고 있었다.
그가 고용한 경호팀은 특급 경호팀으로 그들에게 매달 지급하는 비용이 어지간한 중소기업의 운영비에 맞먹을 정도였다. 그런 전문 경호원들이 허리에도 오지 않을 작은 아이의 말 한마디에 경호 대상을 내팽개치고 길을 내주었다.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이태주, 너! 정체가 뭐냐? 그 애새끼는 뭐야?”
“애새끼? 박재우, 지금 우리 산이한테 뭐라고 했지?”
“내 말에 대답해! 너 정체가 뭐야?”
“궁금하면 직접 알아봐. 난 누구처럼 허상이 아니라서 검색만 해도 알 수 있을걸?”
“허상?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무슨 소리인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겠지.”
애새끼. 박재우의 입에서 산이를 비하하는 말이 나오자 순간 머리에 피가 솟는 것 같았다. 태주는 습관적으로 하던 존댓말도 집어치우고 적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엔 귀여운 산이한테 애새끼라고 한 몹쓸 인간을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너!”
“쯧. 무례하긴.”
“헉!”
“흡!”
박재우와 대거리를 하는 사이 애교의 지속 시간이 끝났다. 정신을 차린 사람들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태주가 박재우를 무례하다고 탓하는 모습이었다. 박재우 상대로 거침없이 말을 뱉는 모습이 낯선 듯 사람들이 뜨악한 표정으로 태주를 바라봤다.
태주는 그런 시선을 무시하고 아이를 잘 추슬러 안았다. 그리고 그는 입만 벙끗거리는 박재우를 무시하고 그대로 돌아섰다. 딱히 인사를 나눌 사이도 아니었고, 그 자리에 남아서 불쾌한 얼굴을 계속 보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였다.
“태주”
“응?”
“사니 잠자디 봐떠.”
“잠자리 봤어? 잔디밭에서?”
“앙. 잠자디 슈웅 빨라떠.”
태산이는 자신이 본 잠자리의 놀라운 비행 속도를 태주에게 설명했다. 잠자리를 잡으려다 순식간에 날아가서 잡지 못한 얘기도 하고, 쿠첼루스가 잠자리는 좋은 곤충이니 많이 잡으면 안 된다고 한 얘기도 했다.
태주 일행은 아이의 얘기를 들으며 차를 찾으러 이동했다. 일행 누구도 뒤에 남겨진 박재우를 돌아보지 않았다. 견우가 잠시 뒤쪽을 돌아봤었지만, 그도 이내 몸을 돌려 태주를 따라갔다. 월드 스타건 뭐건, 자신의 배우에게 무례하게 군 상대에게 예의를 차릴 마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듯 그대로 정원을 벗어나는 태주 일행을 보는 박재우의 표정이 험악했다. 처음 정원에서 태주를 발견했을 때, 느꼈던 좋은 기분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은 자신의 정체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태주와 이상한 힘을 쓰는 아이에 대한 불쾌함만이 남은 상태였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박재우는 상황을 처음부터 다시 떠올려 봤다. 이태주의 일행인 꼬맹이가 나타나서 비키라고 말하자, 경호원들이 원칙을 벗어난 행동을 했다. 홀린 듯 꼬맹이만 보던 경호원들은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이태주의 말에 반응했다.
회귀 전후를 모두 돌아봐도 아이와 같은 능력을 지닌 사람은 보지 못했었다. 자신처럼 시스템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뛰어난 사람들을 주의해서 살펴봤었지만, 단 한 명도 찾지 못했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의심할 만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이태주! 혹시 네가 시스템을 못 쓰게 만든 범인이냐?’
이태주. 수월한 외모에 뛰어난 실력,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안목까지. 배우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진 듯한 모습이 꽤 거슬렸었다. 그는 자신은 십수 년 걸려서 얻은 자리를 데뷔하면서 꿰찬 더럽게 운 좋은 인간이었다. 그렇게 잘난 이태주였지만, 전에도 지금도 이상함을 느끼진 못했었다.
만약 자신처럼 시스템으로 성장한 경우라면, 어색한 부분이 보일 텐데, 그에겐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이태주가 가진 모든 것들은 원래 부터 그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차라리 좀 전의 꼬맹이가 시스템을 가졌다고 보는 게 더 가능성이 커 보였다.
‘꼬맹이는 아니야. 시스템이 먹통이 된 건 삼 년 전이야. 삼 년 전이면 걔는 아직 기어 다닐 때야.’
많아야 다섯 살로 보이는 어린애가 삼 년 전에 자신의 시스템을 먹통으로 만들었을 리 없었다. 반면 이태주는 성인이었고, 회귀 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중이었다. 게다가 좀 전에는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듯한 말도 했다. 이태주가 더 의심스러웠다.
박재우는 남아 있는 한국 스케줄을 떠올려 봤다. 자연스럽게 이태주를 불러낼 만한 스케줄이 하나 있었다. 명품 시계 브랜드의 서브 브랜드 론칭 쇼로, 참석 조건으로 이태주를 초대해 달라고 요구하면 될 것 같았다. 박재우는 론칭 쇼에서 이태주의 정체를 확인할 계획을 세웠다. 필요하다면 얼마 남지 않은 코인이라도 사용할 생각이었다.
견우를 따로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태주는 속으로 따로 가서 천만다행이라고 여러 번 되뇌었다. 만약 견우와 같이 돌아가야 했다면, 좌불안석도 그런 좌불안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화를 가라앉히지 못한 쿠첼루스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만약 그 자리에 조금만 더 머물렀다면 아마 쿠첼루스가 사고를 쳤을 것이다. 박재우가 태산이를 애새끼라고 부른 순간부터 그의 기세가 눈에 띌 정도로 거칠어졌었다. 태주가 박재우와 얘기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쿠첼루스가 지팡이를 꺼내서 두드려 팼을지도 몰랐다.
“사기꾼 주제에 감히 우리 산이한테…. 다음에 만나면 그 사기꾼 자식을….”
쿠첼루스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 왔다. 태산이와 같이 있는 차 안이라서 험한 말은 자제하는 중인 것 같았다. 태주는 쿠첼루스의 반응에 경솔하지 않았나 고민했던 것을 털어 버렸다.
지금은 이삼 년 전과 상황이 달랐다. 쿠첼루스가 준비한 마법도 있었고, 전투 인형인 2호도 있었다. 내심 적대하기 꺼림칙했던 박재우가 연기에 집착하던 모습이 거짓에 가깝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기회에 박재우 건을 정리하는 게 낫겠어. 정원에 돌아가면 협회에 문의해 봐야겠다.’
이미 너무 오랜 시간 이 일을 방치했다. 이레귤러 박재우가 가로챈 다른 사람의 기회만 해도 여러 번이었다. 금제 당해서 기억 조작 능력을 쓰진 못했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그는 많은 사람의 미래를 바꿔 놓았다. 대부분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른 새벽 정원에 들어간 태주는 협회에 요청서를 보냈다. 요청서에는 이레귤러와 마주친 상황 설명과 가장 효율적인 이레귤러 제압 방법을 묻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엔 이레귤러를 제압할 때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의 뒤처리에 도움을 달라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이레귤러 문제는 협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었다. 그래서 답장이 바로 올 거로 예상했는데, 방문 시간이 끝날 때까지 협회의 답장이 오지 않았다. 태주는 조금 실망했지만, 그것을 드러내진 않았다.
지금까지 경험한 협회의 일 처리는 매우 합리적이었다. 태주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협회에서 정원사와 정원에 피해가 가지 않는 방법을 찾아 줄 것이라고 믿었다. 믿는 한편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답변을 기다리게는 하지 말아 줬으면 하고 바랐다.
*
-탁! 탁! 탁!
“하나, 둘, 셋…. 이쪽은 열 상자 맞네.”
“이게 다 뭡니까?”
“과일이에요. 제작사에도 나눠 주고, 회사에도 가져가려고요. 태우네랑 다원 보육원 것도 있어요.”
“엄청난 양이군요. 추석은 지났는데, 혹시 제가 모르는 다른 명절이 있습니까?”
“하하하. 그런 건 아니에요. 그게요.”
태주는 어제 있었던 박재우와의 만남이 불쾌했다. 이레귤러라는 걸 알았을 때 해결했으면, 어제 같은 무례한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 당시에는 박재우를 상대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지만, 괜히 문제를 키운 것 같아서 계속 찜찜했다.
“그래서 힐링 좀 하려고요.”
“과일을 선물하는 게 힐링입니까?”
“네. 맛있는 거 먹으면 기분 좋아지잖아요. 그거 보면 저도 기분 좋고요. 괜찮은 생각이죠?”
“하하하. 네. 아주 괜찮은 생각입니다.”
쿠첼루스의 재밌어하는 웃음을 뒤로하고 태주는 아공간에서 과일 상자를 한 무더기 더 꺼내서 쌓았다. 그러면서 이번 정원 방문에 협회에 이레귤러 건으로 요청서를 보낸 일을 설명했다. 아직 답변을 받진 못했다는 것과 본격적인 이레귤러건 해결은 답변을 받은 후에 시작하자고 얘기했다.
“제가 드린 아이템들은 잘 가지고 계시지요?”
“네. 촬영할 때 빼고는 항상 차고 다녀요.”
“호한테도 여러 개 건넸습니다. 평소에 호랑 꼭 같이 다니십시오. 어제 이레귤러와 마찰이 있었으니, 상황에 변하가 있을지 모릅니다.”
“호랑 꼭 같이 다닐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쿠첼.”
태주는 쿠첼루스가 준 목걸이를 꺼내 보이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는 예전에 쿠첼루스가 한 충고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정원 식구 모두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었다.
과일 상자를 나눠 줄 곳과 수량 확인을 마친 후, 태주는 오늘 직접 방문해야 할 곳을 꼽아 봤다. 방문할 곳이 꽤 많았다. 제일 먼저 우체국에 들러서 직접 가져다주기 힘든 곳에 과일 상자를 부쳐야 했다. 그 후에는 이동 거리를 고려해가며 제작사, 회사, 보육원, 태우네를 차례차례 들러야 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네.”
“산따?”
“응. 산타. 전에 크리스마스 파티했었지? 기억나?”
“아니.”
“…여러 번 했는데. 크리스마스에 빨간 옷 입고 선물 주는 할아버지가 산타야.”
“앙. 사니 떤물 조아.”
태산이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관한 다른 건 다 잊어버리고 선물 받은 것만 기억하는 것 같았다. 태주는 크리스마스 파티나 산타를 아이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정원 식구들은 모두 파티를 좋아했다. 정원에선 축하할 일이 생기면 항상 파티를 열었다. 간단하게 케이크와 차를 마실 때도 있었고, 얼마 전 단단의 진화 축하 파티처럼 거창하게 열 때도 있었다. 그렇게 자주 파티를 하니 태산이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기억하지 못해도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선물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거야.”
“사니 져?”
“아니. 산이랑 형이 다른 사람한테 선물 주는 거야.”
“앙! 아라떠.”
태주는 아이를 이 층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좋은 아이템이 떠올라서였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태산이가 썼던 빨간색 루돌프 망토가 그것이었다. 이왕 산타 얘기가 나온 김에 아이에게 그걸 씌워서 과일 상자를 선물하러 다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태쭈 이꺼.”
“루돌프 머리띠도 해 줘?”
“아니. 태쭈 해.”
“루돌프는 산이잖아. 산이가 하자.”
도리도리. 개구지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 아이 모습에 타협은 없어 보였다. 태주는 작은 고집쟁이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붉은색 후드티로 갈아입은 태주가, 작게 한숨을 쉬고 루돌프 머리띠를 썼다. 이상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빨간 루돌프 망토를 걸친 아이와 손을 잡고 서자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
“꺄하하.”
“크흠. 가자.”
태주는 제일 먼저 우체국에 들러서 여러 군데로 택배를 부쳤다. 우체국에 방문한 루돌프 형제의 사진이 사람들의 SNS에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걸 신경 쓸 새가 없을 정도로 부쳐야 할 과일 상자가 많았다. 우체국에서 볼일을 마친 일행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제작사 드림쉽이었다.
드림쉽은 전체적으로 분주한 분위기였다. 의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하는 중이라서 그런지 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양이었다. 그런 제작사에 과일 상자가 실린 카트를 밀며 태주와 태산, 루돌프 형제가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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