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27
226. 봉인 인장 >
태주는 흥분한 태산이를 카트에 태운 뒤 손잡이를 꼭 쥐게 했다. 그리고 그 위에 자신의 손을 덮어 아이가 손을 빼지 못하게 했다. 계속 카트에 타 보고 싶어 해서 태워 주기로 했지만, 혹시 하는 생각에 조심하고 있었다.
“가자. 안녕히 계세요.”
“안냐히 계떼요.”
“호호호.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태주 씨. 산이도 안녕.”
“앙. 안냐.”
“산이 잘 가. 다음에 또 와.”
“앙. 사니 또 오께. 안냐.”
태산이는 그대로 두면 인사하는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전부 대답을 해 줄 기세였다. 태주는 인사에 여념이 없는 아이 모습에 고개를 흔든 뒤, 천천히 카트를 밀어서 사무실을 벗어났다. 그때까지도 태산이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 바빴다. 아이의 인사는 사무실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 앞에 선 후에야 끝이 났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난 사무실은 약간 들뜬 분위기였지만, 전체적으로 활기가 돌고 있었다. 맛있는 과일에 귀여운 아이의 재롱이 피로한 직원들에게 활력을 주었다.
그러나 사무실에는 유일하게 한 명, 그런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우 팀장과 태주가 얘기하는 내내 테이블 뒤에 숨어 있던, 최나라였다. 그녀는 계면쩍은 얼굴로 저린 다리를 두드리며 원래 앉아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우 팀장은 그런 그녀를 배려해 좀 전의 민망한 행동은 모른 척해 주었다. 그리고 태주가 오기 전에 하던 차기작에 관한 얘기를 다시 꺼내려 했다.
“최 배우님….”
“우 팀장님….”
“…먼저 말씀하세요.”
“저, 저 고등학교에서 제2 외국어 일본어였어요. 아이돌 준비할 때, 일본어랑 중국어 수업도 들었어요. 그러니까, 그게….”
“….”
최나라의 얘기를 들은 우 팀장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굳어 버렸다. 그녀는 최나라가 좀 전에 태주의 얘기를 훔쳐 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가까운 곳에 숨어 있었으니 당연히 들렸을 테지만, 그걸 이용하려는 모습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이 배우님이 주연인 영화지만, 회사에서 배역을 받아….”
“아니에요! 배역을 얻어 달라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러면요?”
“오디션이요. 저도 오디션 보고 싶어요.”
“해당 언어를 하실 줄 안다고 해도, 외국어 연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언어는 베이스일 뿐이에요. 준비해야 할 게 더 많아요. 시대 배경도 공부하셔야 할 테고요.”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요. 저도 영화를 해 보고 싶어요.”
우 팀장은 그녀의 말이 진심인지 알아내려는 것처럼 눈을 마주쳤다. 혹시 여전히 태주를 오해하고 있어서 훼방을 놓으려고 그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심히 보았지만, 최나라에게서 무언가 획책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태주에게 악의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우 팀장은 그녀의 말을 믿기로 했다. 미안한 말이었지만, 우 팀장은 최나라가 겨우 몇 분 전에 얻은 정보로 남을 속일 계획을 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디션은 얼마든지 지원해 드릴 수 있어요. 일정 알아봐 드릴게요.”
“진짜요? 고마워요, 우 팀장님. 앞으로 제가 진짜 잘할게요.”
“예? 예. 그래 주시면 고맙지요.”
“진짜예요. 제가 영화도 찍고 광고도 찍을 수 있게 할게요.”
“예. 기대할게요, 최 배우님.”
최나라는 오디션 지원을 약속받았을 뿐인데도 기분이 좋아졌다. ‘영화배우 최나라’, 이 얼마나 달콤한 단어인지.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떨리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독립 영화도 좋았고, 드라마도 좋았다. 그러나 그 무엇도 메이저 영화보단 못했다. 비록 조연이라도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수많은 스크린에 걸리는 일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최나라는 메이저 영화라는 미끼에 홀린 상태였다. 자신이 오디션을 보려는 영화가 마주칠 때마다 흑역사를 갱신하게 하는 이태주의 영화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저 일본어를 할 줄 아니, 다른 배우보다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계산만 하고 있었다.
‘참, 투명한 사람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렇게 다 읽히기도 쉽지 않은데.’
영화 찍는 상상이라도 하는지 몽롱한 얼굴인 최나라를 보면서 우 팀장은 한숨을 삼켰다. 그녀는 어딘가로 가 버린 최나라의 의식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태주의 방문과 영화 오디션 얘기로 대화가 중단되었지만, 원래 차기작에 관해 얘기 중이었다. 어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본래의 주제로 돌아가길 바랐지만, 그 후로도 십 분을 더 기다린 후에야 차기작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최나라가 돌아간 후, 우 팀장은 잊어버리기 전에 xx 브랜드 론칭 쇼 초청을 거절하는 연락을 넣기로 했다. xx 브랜드 측도 태주 같은 게스트를 겨우 이틀 전에 연락해서 초청이 가능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거절당하리라 각오하고 초대했을 거로 여긴 우 팀장은 가벼운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 다르게 xx 브랜드에선 태주의 초청에 사활을 건 듯한 느낌이었다. 무리하게 초청한 걸 본인들도 알 텐데, 계속해서 사정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대화를 질질 끌었다.
“몇 번을 얘기하셔도 무리예요. 아시지 않으세요? 일정상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
“아니요. 보내지 마세요. 그런 걸 받을 일을 해드리지 못한걸요. 보내셔도 돌려보내게 될 거에요.”
-…….
“얘기가 계속 반복되네요. 죄송하지만, 우리 배우는 일정상 참가하기 힘들어요. 이만 끊을게요.”
통화를 종료한 우 팀장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는지. 비즈니스 관계에 징징거리면서 매달리면 될 거라는 생각이라도 했던 건지…. 남의 회사 직원이라 할 말을 참았더니, 속에서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우리 직원 같았으면, 아주 그냥 박살을 냈을 텐데. 인기 있는 배우들이 일 년 단위 스케줄로 움직이는 걸 모르나?’
태주 역시 최소 반년 이상 스케줄을 정해 놓고 움직이는 배우였다. 굵직굵직한 작품 스케줄을 정해 두고 그 사이사이에 광고, 예능, 화보 같은 일정이나 인터뷰, 패션쇼, 자선 행사 참석 등의 일정을 끼워 넣는 배우였다. 정식으로 초대하려면 못 해도 한 달, 아무리 급해도 최소 몇 주 전에는 연락했어야 했다.
훈훈한 사무실 분위기에 차마 입 밖으로 욕설을 뱉지 못한 우 팀장은 속으로만 행사 담당자를 욕하고 다시 업무를 봤다. 드라마 촬영 전 두 달 동안은 태주의 스케줄을 최소한으로 잡을 예정이었다. 워낙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작품이었고, 배우로서 큰 전환점이 될 만한 기회였기 때문에, 가능한 촬영 준비에 시간을 쓸 수 있게 스케줄을 조정할 생각이었다.
‘별 이상한 단체들이 섭외를 다 보내네. 양심도 없는 것들! 아무리 우리 이 배우님이 공익광고에 노 개런티로 출연을 자주 하셔도 그렇지.’
이름부터 의심스러운 자선 단체에서 보낸 섭외 요청 메일을 쓰레기통에 넣으며 우 팀장이 이를 갈았다. 태주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호의를 사익에 쓰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이런 것들을 미리 쳐내는 게 소속사의 일이긴 하지만, 매번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우 팀장, 바빠?”
“대표님? 벌써 오셨어요?”
“어. 일이 좀 그렇게 됐어. 잠깐 얘기 좀 하지.”
“네. 대표님 방으로 갈까요? 급한 일이세요?”
“아니. 급한 일은 아니야.”
“그럼 좀 기다리실래요? 과일 몇 가지 챙겨서 갈게요. 이 배우님이 과일 가져오셨거든요.”
태주가 가져온 과일이라는 소리에 최 대표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어디서 가져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가져오는 과일은 맛도 향도 모두 최고였다. 판매처만 알면 공급 계약을 맺고 싶을 정도로 품질이 좋았다.
알겠다고 대답하고 대표실로 들어간 최 대표를 보며 우 팀장이 궁금한 얼굴을 했다. 재벌가 일원인 최 대표는 트리즈 외에도 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한 곳 더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그곳으로 출근했다가 오후에 트리즈로 왔다. 오늘도 그곳으로 출근하는 날이라 오후에나 트리즈로 올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온 건지 궁금했다.
-똑똑똑!
“대표님, 들어갈게요.”
“어. 들어와, 우 팀장.”
최 대표는 여러 가지 과일이 먹기 좋게 담긴 쟁반을 보고 반색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로 골라서 가져온 우 팀장은 확실히 센스가 좋았다. 그는 불편한 얘기를 꺼내서 분위기가 나빠지기 전에 만족할 만큼 과일을 즐기기로 했다.
“캬아! 진짜 언제 먹어도 맛있네.”
“시중에서 파는 과일은 이런 맛이 안 나더라고요.”
“맞아. 동남아, 현지에서 먹어도 이 맛이 안 나더라니까.”
“이 배우님 때문에 입맛만 고급이 될 것 같아요.”
“하하하. 이 과일 때문에라도 우리 이 배우를 꽉 붙잡아야겠네.”
“호호호.”
과일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길 잠시, 접시도 비었고 차도 적당히 마신 상태가 되었다. 슬슬 본론을 얘기해도 좋을 타이밍이 된 것 같았다. 최 대표는 찻잔에 조금 남은 차를 마저 마시고, 그가 일찍 트리즈로 와야만 했던 얘기를 꺼냈다.
“이 배우한테 xx 브랜드 론칭 쇼 초청 왔었지?”
“네. 어제 오후에 왔었어요. 거절했고요.”
“후우. 그거 어떻게 안 될까?”
“참석하시게 하라고요?”
“어. 내일 특별한 일정 없으면.”
따끔따끔. 최 대표는 우 팀장의 눈총에 뺨이 뚫어질 것 같았다. 어찌나 강렬하게 째려보는지, 맛있게 먹은 과일이 뱃속에서 일어서서 위벽을 찌르는 것 같았다.
이런 말을 하는 그도 편하지는 않았다. 상대가 자신에게 직접 부탁한 것이라면, 그 자리에서 거절했을 텐데, 아버지를 통해서 들어온 부탁이라 거절하는 게 난감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 xx 브랜드를 들여온 게, 호정 그룹 3세 거든. 그쪽이랑 우리 아버지랑 막역한 사이야.”
“음. 그래도 그런 부탁을….”
“거마비는 기존에 받던 것에 최소 두 배는 챙겨 줄 거야.”
“P 브랜드랑 재계약 얘기가 오가는 중이에요.”
“알지. 나도 어지간하면 거절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귀띔받은 게 있어서.”
최 대표는 상대측에서 알려 준 사실을 우 팀장에게 얘기했다. 월드 스타 박재우가 론칭 쇼에 참석할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박재우가 참석하면, 그와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나 배우들이 너도나도 행사장을 찾을 게 불을 보듯 뻔했다.
“우리 이 배우도 쟁쟁한 감독들이랑 작업하긴 했지만, 인맥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그건 맞지만, 굳이 이런 방법까지 써서 이 배우님을 초대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건 나도 궁금해. 그쪽이랑 척진 것도 없지만, 친분을 다진 적도 없잖아.”
“그렇죠.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네요. 지금으로선 전략적으로 상위 티어(tier) 브랜드의 모델을 초청하려 한다는 것밖엔 짐작이 안가네요.”
“가능성이 큰 건 그쪽이긴 한데, 이런 행사 한 번으로 효과를 얼마나 본다고….”
기존에 태주가 광고하던 P 브랜드는 명실공히 탑 티어의 브랜드였다. 그 브랜드와 모델이 쌓은 이미지를 이용해 보려는 속셈이라면, 무리해서 초청하려는 게 이해됐다. 물론 좀 전의 통화에서 그런 홍보 전략을 쓰는 중이라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었다.
“알겠어요. 이 배우님한테 다시 말씀드려 볼게요.”
“어. 부탁해.”
우 팀장은 다시 한번 속으로 xx 브랜드를 씹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동 사항이 생겼으니, 태주에게 연락을 주어야 했다.
*
정원에 도착한 태주는 오두막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편함을 확인했다. 혹시 협회에서 답신을 보내지 않았나하고 열어 봤지만, 우편함은 텅텅 비어 있었다.
“하루밖에 안 지났으니, 당연한가.”
일 처리가 빠른 협회이긴 하지만, 현실 시간으로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이었다. 우편이 오지 않은 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태주는 우편함을 닫고 도도의 레어 안을 확인했다. 얼마 전까지는 시간 맞춰서 마중을 나왔는데, 요즘엔 거의 마중을 오지 않았다. 도도는 최근 아침마다 정령과 같이 물을 주는 단단을 쫓아다니느라 바빠서 그의 마중은 뒷전이었다.
‘없네. 또 물 주는 소리 들으러 갔구나. 하여간 특이한 녀석이야. 불 속성 드래곤이 물 주는 소리가 좋아서 매일 쫓아다니다니.’
정원에 들어설 때마다 루비처럼 붉은 알의 도도가 맞아 주는 일에 익숙해졌는데, 보지 못해서 서운했다. 물론 그런 티를 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가끔은 마법 카펫을 얻어 타고 오두막으로 오고 싶었다.
정원 입구에서 오두막까지는 짧은 거리였지만, 태주는 그사이에 도도와 교감을 나누는 걸 좋아했다. 따끈따끈한 알을 쓰다듬으면서 아침 인사도 나누고, 톡톡 도도가 건드리는 것으로 건강 상태도 확인하고. 다정한 시간을 나누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자식. 알에서 나오기만 해 봐. 온종일 안고 다닐 테다.”
“어머! 정원사 씨, 무슨 다짐이 그래?”
“큼. 요새 도도가 안 놀아 줘서요.”
“도도가 정령한테 푹 빠져 버리긴 했지. 낮에도 단단 근처를 맴돈다니까.”
“단단의 정령이 예쁘긴 하더라고요.”
“호호호.”
단단은 물의 정령을 잠잘 때 빼고는 계속 소환해 두고 생활했다. 덕분에 요새 정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단단이 지내는 폭포와 개천 주변이 되었다. 도도뿐 아니라, 희도 자주 정령을 보러 그곳에 가 있곤 했다.
“이레귤러에 관한 답신은 아직이지?”
“네. 시간이 좀 걸리나 봐요.”
“협회가 그럴 리가 없는데. 무슨 일이 있나?”
“얼마 안 지났으니까요, 곧 답신이 오겠죠.”
태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두막 앞 공터 한쪽에 이동문이 생겨났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협회 얘기를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그 주인공이 등장했다.
“헐.”
“호호호. 차를 준비해야겠네.”
이동문을 통과해서 정원에 도착한 사람들은 역시나 태주에게 익숙한 협회의 인물인 이나타와 요원 S였다. 두 사람은 오두막 입구에 서 있는 태주를 발견하고 꾸벅 인사했다. 그 인사에 정신을 차린 태주가 재빠르게 테이블로 움직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정원사님.”
“혹시 이레귤러 건 때문에 오셨나요?”
“네. 그 건과 다른 일 한 가지도 처리할 겸 들렀습니다.”
“역시, 협회.”
“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협회의 일 처리가 빨라서 감탄한 거예요.”
반가운 표정으로 협회를 칭찬하는 태주를 마주한 이나타의 표정이 어색했다. 태주는 평소와 다른 이나타의 표정에 눈이 동그래졌다. 제피르의 전 주인의 정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항상 무표정이었다. 그런 모습을 십수 년을 봐서일까, 아주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었을 뿐인데도 인상이 아주 달라 보였다.
“혹시 협회에서 이레귤러 건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된 건가요? 그래서….”
“아닙니다. 이레귤러 제압에 관해선 정원사님께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입니다.”
“그럼 왜?”
“제압 후의 처리에 관해서 협회 내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습니다.”
이레귤러 제압, 검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일에는 협회 임원 모두가 찬성했다.
그러나 이레귤러의 처분에 관해서는 협회 임원들의 의견이 두 패로 갈라진 상태였다. 임원 중 일부는 현재 이레귤러가 있는 차원이 꿈의 세계가 아닌, 지구인 점을 들어 시스템 사용을 제한하는 정도의 처분을 내리길 바랐다.
일부 임원들은 그 의견에 반대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처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마법을 통해서 이레귤러의 존재를 지우는 것이 합당한 처분이라는 의견이었다.
“아직도 내부 회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서요.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정원사님.”
“그래서 우선 이걸 가져왔습니다.”
“그게 뭐예요?”
“봉인 인장입니다.”
이레귤러 처분에 관한 회의가 길어질 것을 예상한 이나타는 마음이 급했다. 자신이 담당하는 구역의 정원사가 이레귤러와 맞닥뜨린 상황이었다. 어떤 위협을 당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냥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는 그 길로 용병 협회 회장에게 통신을 넣어서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레귤러에게 1차 적인 금제를 가한 일을 설명하고 상대하는 정원사의 무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까지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얻어 온 것이 봉인 인장이었다.
“이것을 이레귤러에게 사용하면 시스템과 관련된 무엇도 사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아!”
“전에 밝혀지지 않은 능력이 더 있을 거라고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이 봉인 인장은 극악한 죄수에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봉인 인장을 사용하면, 이레귤러는 각성 능력이든 시스템이 부여한 능력이든 쓸 수 없게 됩니다.”
“그래도 물리적인 위협은 할 수 있으니, 전에 얻으신 전투 인형의 경호를 받으시길 추천합니다.”
태주는 이나타가 건넨 도장처럼 생긴 봉인 인장을 살펴봤다. 극악한 죄수에게 사용하는 도장이라는 설명에 어쩐지 봉인 인장이 무겁게 느껴졌다.
“정원사님. 이레귤러는 온정을 베풀 상대가 아닙니다. 차원을 어지럽히고 타인의 운명을 비트는, 반드시 제압해야 하는 상대입니다.”
“요원 S의 말이 맞습니다. 정원사님, 정원사님의 차원을 위해서라도 마음을 굳게 먹으십시오.”
“네. 네. 그럴게요.”
요원 S와 이나타는 여전히 눈앞의 정원사가 못 미더웠다. 정 많고 욕심 없는 정원사 특유의 성향을 그대로 가진 사람이었다. 그나마 곁에 마법사와 전투 인형이 있어서 조금 걱정을 덜었지만, 상대가 이레귤러라서 안심이 되진 않았다.
“본인의 안전을 최우선 하셔야 합니다.”
“네.”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가십시오. 무리해서 상대하지 마시고요.”
“네.”
“귀찮다고 경호를 떼어 놓으시면 안 됩니다. 꼭 같이 다니셔야 합니다.”
“네.”
이레귤러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여러 번 안전을 강조하는 이나타와 요원 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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