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31
230. 미래를 위한 준비 >
태주는 잠든 견우를 회사 휴게실에 눕히고 돌아가기로 했다. 태산이가 쓴 물건의 효과가 몇 시간이나 갈지 몰랐지만, 금방 깰 것 같지는 않았다. 쓰러진 후 벌써 30분 정도 지났는데,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암.”
“산이 졸려?”
“앙!”
“착하지. 담요 덮고 자자.”
유아 시트에 앉은 태산이 하품을 연신 해 대고 있었다. 긴장이 풀어지자, 졸음이 오는 모양이었다. 안 졸린다며 앙앙 소리를 내던 녀석은 제가 좋아하는 보들보들한 담요를 덮어 주자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태주는 아이 머리를 쓸어 준 뒤 고개를 시트에 잘 기대어 주었다.
그 버튼처럼 생긴 물건은 어디서 난 건지, 대체 무슨 용기로 그 순간에 그걸 쓴 건지. 궁금한 것도 묻고 싶은 것도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지금은 자게 두는 게 나아 보였다. 태주는 손을 뻗어 태산이 가슴을 가볍게 토닥였다.
“매니저님을 휴게실에 모셔두고 오겠습니다.”
“응. 다녀와.”
태주는 견우가 잠들기 전 상황을 얼마나 봤는지 조금 걱정되었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었다. 지금은 잠든 견우를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휴게실로 옮기는 게 관건이었다.
‘호야, 왜 매니저님을 공주님 안기로 안고 가니. 그러다 들키면 얼마나 민망하시겠어.’
180이 넘는 큰 키에 가무잡잡한 피부, 여러 가지 운동으로 다부진 체형을 가진 견우였다. 그런 그가 키는 크지만 호리호리한 호에게 공주님처럼 안겨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얼마나 민망할지 너무 쉽게 상상이 되었다.
잠든 태산이를 담요 채로 안아 올려서 차로 옮기는 중에도 태주는 부디 아무도 견우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하길 바랐다. 그리고 그 역시도 좀 전에 본 공주님 안기는 기억에서 지우기로 했다. 그다지 기억에 남길 만한 모습은 아니었다.
“다녀왔습니다.”
“태주 씨! 무사하십니까?”
“아! 아하하. 쿠첼 당연히 무사하죠. 호랑 태산이랑 같이 간걸요.”
“다행입니다.”
“이제 안심하셔도 돼요. 인장도 제대로 사용했어요.”
집에 도착한 태주가 신발을 벗기도 전에 쿠첼루스의 걱정하는 말이 날아왔다. 태주는 그런 그를 안심시키려 부러 더 밝은 표정으로 무사하다 답했다. 그가 잠도 못 자고 걱정한 걸 알고 있어서였다.
태주는 행사장 얘기를 궁금해할 쿠첼루스를 위해 거실 소파에 앉았다. 옷을 갈아입기 전이라 슈트 차림이었지만, 그 정도 불편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쿠첼루스를 위해서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
그날 새벽, 정원에 들어선 태주는 협회에, 정확히는 이나타에게 봉인 인장을 사용한 소식을 전했다. 소식을 전하며 확인한 우편함은 여전히 텅텅 비어 있었다. 이레귤러 처분에 관한 회의는 아직도 진행 중인 것 같았다.
“정원사 씨, 그럼 이제 이레귤러는 이능을 쓰지 못하는 거야?”
“네. 아이템도 쓰지 못할 거에요.”
“그건 정말 다행이네. 이레귤러의 힘이 정원사 씨한텐 통하지 않는다지만, 현실의 가족에겐 통하잖아.”
“네. 이젠 그럴 일 없으니 다행이죠.”
오전 일을 시작하기 전 태주는 오두막 앞에서 해나와 모닝 티를 마시면서 봉인 인장 사용에 관한 얘기를 했다. 그녀 역시 쿠첼루스만큼이나 그를 걱정했었다. 일의 결과를 알려주는 건 당연했다.
태주가 봉인 인장 얘기의 하이라이트인 태산이 활약을 자랑하려던 순간이었다. 작은 효과음과 빛이 나더니 이동문이 생겨났다. 그리고 정원 식구들에게 익숙한 협회 담당자 이나타와 요원 S가 나타났다.
“어?”
“안녕하세요, 정원사님.”
“아,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이나타와 요원 S는 예정에 없던 방문에 놀란 태주 곁에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은 봉인 인장을 건네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레귤러에게 사용했다는 소식이 와서 놀라서 달려온 참이었다. 둘은 정원사가 이레귤러에게 습격을 당해서 싸우다 봉인 인장을 쓰게 된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다.
“무사하시네요.”
“아하하. 네.”
“혹시 위험한 일을 당하시진 않았나, 걱정했습니다.”
“아!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안심하셔도 돼요. 제대로 봉인 인장을 사용했거든요. 뺨에 꾸욱 눌러 찍었어요.”
“뺨에 찍으셨습니까?”
“네. 혹시 그러면 안 됐나요?”
사용법은 죄인의 몸 아무 곳에나 대기만 하면 된다고 들었었다. 당시 박재우는 2호에게 제압당한 상태였고 피부가 드러난 부분 중 가장 찍기 편한 곳이 뺨이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찍었는데, 두 사람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잘하셨습니다. 원래 이마 같은 잘 드러나는 곳에 찍는 겁니다.”
“휴우. 잘못 찍은 줄 알았어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인장 자국은 이레귤러에게만 보이니까요.’
이나타는 뒷말은 속으로만 했다. 마음씨 약한 정원사 씨가 인장의 흔적이 이레귤러 눈에는 보인다는 걸 알면 신경 쓸 것 같아서였다. 뺨에 떡하니 찍힌 인장은 이레귤러가 죄인이라는 표식이긴 했지만, 보통 사람에겐 꽤 잔혹하게 느껴지는 벌이었다.
물론 시스템이 다른 정원사 협회 소속 정원사와 지구인들은 인장 자국을 볼 수 없었다. 아니, 정식으로 들여오는 타 시스템의 물품이 아닌 이상 정원사 협회에 속한 사람들은 어떤 물건도 사용할 수 없었다. 써 봤자 아무런 효과도 없었고.
“이레귤러가 가진 ‘코인’이라는 물건을 회수했는데요, 가져오진 못했어요.”
“현실의 물건을 가져오는 건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네. 쿠첼, 마법사가 연구 중인데요. 혹시 문제가 될까요?”
“전혀요. 그걸 연구해서 이쪽 체계에 응용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습니다.”
“휴우. 다행이네요. 쿠첼이 너무 연구하고 싶어 해서 말리지 못했거든요.”
이나타와 요원 S는 얘기를 나누는 내내 정원사 씨를 꼼꼼하게 살폈다. 외적으로 내적으로도 이레귤러를 상대한 일에 대미지를 입은 것 같진 않았다. 정원사는 여전히 평온한 분위기와 심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나타와 요원 S, 두 사람은 잠시 얼굴을 마주 봤다. 정원사의 상태 확인 결과를 서로에게 묻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상. 정원사에게서 어떤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여간 협회 사람들 노파심은 알아줘야 해. 정원사 씨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도 아니고. 걱정된다고 쪼르르 달려오긴.’
해나는 두 협회 인물이 주고받는 눈빛의 의미를 금세 알아차렸다. 두 사람은 봉인 인장을 사용한 정원사 씨가 다치지는 않았는지, 마음에 부담을 느끼지나 않았는지 걱정해서 온 것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일에 쪼르르 달려올 정도로 협회 일이 여유로운 듯했다. 지난번에 그냥 보낸 것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오늘은 제대로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의는 어떻게 되어 가나요?”
“소강상태입니다. 능력이 봉인 당했다는 얘기에 처벌에 관한 결정을 천천히 하자는 분위깁니다.”
“흐음. 현실의 물건도 사람도 꿈의 세계로 넘어올 수 없는데, 처벌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만약 처벌이 결정되면 길잡이를 수배할 겁니다.”
“길잡이요?”
차원과 차원을 건널 자격을 가진 길잡이에게 범죄자 인도를 의뢰한다는 얘기였다. 추락하거나 사건에 휘말려 낙오된 꿈의 세계 주민을 협회에서 소환한다는 얘기는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쿠첼루스의 정원 소환을 부탁했을 때 들었었다. 박재우도 그런 방법으로 소환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른 방법이 튀어나왔다.
“이레귤러라서 그렇습니다. 저희 시스템으로 소환할 방법이 없습니다.”
“혹시 이레귤러 박재우는 잘못된 차원에서 태어나서 어쩔 수 없….”
“아닙니다! 말을 끊어서 죄송합니다만, 확실히 알려 드려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용병 시스템에는 퀘스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퀘스트 중에 용병 협회 차원으로 이동하는 퀘스트가 있습니다. 그걸 선택했다면 이레귤러가 아닌 정상적인 시스템 사용자가 되었을 겁니다.”
“아!”
“용병 협회가 관리하는 차원 중엔 정원사님의 차원과 유사한 차원도 있었습니다. 이동을 거부하고 시스템을 사욕에 사용한 것은 본인의 의지입니다.”
“아마 줄곧 시스템이 경고를 보냈을 겁니다. 해당 차원에서 사용하면 제재를 받는다거나, 불법적인 힘의 사용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계속 받았을 겁니다.”
이나타와 요원 S가 번갈아 가면서 하는 설명을 듣고 태주는 안심했다. 박재우의 선택이 오롯이 자신의 의지였다는 얘기는 처벌에 일조한 태주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마음이 가벼워지자, 좀 전에 나왔던 길잡이에 관한 호기심이 들었다.
길잡이. 그들은 차원의 미아를 찾아서 본래 차원으로 데려다주기도 하고, 분쟁 지역의 생물을 구조하기도 했다. 또 이름에 걸맞게 차원 여행자들에게 길을 안내하기도 했다.
“길잡이라….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네요.”
“저희와 몇 번 일한 길잡이가 있습니다. 분쟁 지역의 보호 생물을 안내했던 길잡이입니다.”
“아! 해나한테 들었어요. 전설적인 인물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무력도 성품도 훌륭합니다. 다만 방랑벽이 있어서 연락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하하. 길잡이에게 어울리는 버릇인데요.”
태주는 기회가 된다면 길잡이를 만나보고 싶었다. 사실 그는 길잡이에 무한한 호감과 동경을 지니고 있었다. 해나에게 좋은 평도 들었었고, 길잡이 덕분에 그렘린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게다라 차원 여행이라는 흥미로운 일을 하고 있었다. 길잡이와 친분을 나눌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았다.
“이나타 씨, 만약에 말이에요.”
“네, 정원사님. 말씀하십시오.”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요. 길잡이를 고용해서 쿠첼루스와 2호를 꿈의 세계로 데려와 주실 수 있나요?”
“….”
이나타는 뜻밖의 말을 꺼내는 정원사의 얼굴을 다시 살폈다. 밝히지 않은 문제라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원사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인지. 그녀는 속을 읽으려는 것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원사를 살펴보았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전혀요. 아무 일도 없어요. 그게, 전 인간이잖아요. 인간은 수인이나 요정보다 수명이 짧으니까요.”
“음.”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 것 같아서요. 혹시 제 수명이 다했을 때 정원의 관리자인 희가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마법사는 일전에 일꾼 등록을 바로 잡으며 꿈의 세계 주민으로 등록한 상태입니다.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꿈의 세계로 소환될 것입니다. 전투 인형은 위험한 물건이니 회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나타가 사용한 단어들은 딱딱했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그렇지 않았다. 태주의 말을 전부 들어준다는 얘기였다.
“관리자 요정의 거취는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정원 관리자로 남든 요정 숲으로 이주하든 그것은 온전히 요정의 의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아!”
“정원사 씨, 쓸데없는 걱정이야.”
“해나?”
“정원사라고. 수많은 신비와 특별한 마법 물품을 누구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꿈의 세계에 수명을 늘릴 방법은 아주 많아. 아마 정원사 씨는 보통 인간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될걸?”
음식과 디저트로 가득 채워진 커다란 쟁반 두 개를 내려놓으며 해나가 태주를 타박했다.
인간이 수명이 짧은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정원사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온갖 신비로운 약초와 꽃, 과일을 생산할 수 있는 정원이었다. 마법 물품이나 영약도 정원사는 쉽게 구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정원사 씨가 하는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것이었다.
그나마 요정 아가씨나 펫이 딴 데서 노느라 얘기를 듣지 못해서 다행이었다. 만약 들었다면 온종일 슬퍼했을 게 분명했다.
“맞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방법만 해도 여러 갭니다. 장생 효과가 있는 영약도 있고 과일 중에도 그런 효과가 있는 게 있었습니다.”
“정원사 씨, 예전에 선도 먹었잖아.”
“네, 노화 방지 효과가 있는 거요.”
“호호호. 선도의 기본은 장생이야. 장생 효과에 노화 방지 효과도 있는 거라고.”
“아!”
선도.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맛있는 복숭아구나.’하고 먹었었다. 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고 설명에 적혀 있었지만, 과일은 항산화 성분을 가진 게 대부분이라서 그러려니 했었다. 그게 해나 말처럼 그토록 효과가 뛰어나리라고는 짐작도 못 했었다.
“정원사 씨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나거나 한 적도 없지?”
“어? 그러고 보니까 그렇네요.”
“호호호. 쓸데없는 걱정은 말라고.”
“아하하. 크흠. 그럴게요.”
태주는 해나의 말을 이해했지만, 이나타에게 한 부탁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정원은 안전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치안도 좋고 그도 위험한 일은 하지 않을 테지만, 돌발적인 사고까지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최소한의 대비는 해 두는 게 좋았다.
*
정원에서 돌아온 태주는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액션 스쿨에 가는 날짜도 아직 남아 있었고, 1차 리딩 날짜도 멀었다. 나아가 회사에선 작품 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최대한 일정을 줄이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는 태산이를 옆구리에 끼고 가을볕을 만끽하며 대본을 보고 있었다.
그런 태주의 한가한 일과와 다르게 트리즈의 직원들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10월, 연말까진 아직 시간이 있었지만, 그전에 치러지는 영화제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특히 올해는 트리즈에서 여러 명이 영화제에 초대받아서 그 준비로 더 바빴다.
“아이고 죽겠다. 매년 이 시기만 되면 피곤해 죽겠어.”
“비타민 음료라도 드릴까요?
“아니, 사양할게. 태주 씨 과일 먹어야지.”
“호호호. 우리 사무실 쪽은 과일 먹어야 한다고 주스도 안 마시는 거 아세요?”
“크큭. 그만큼 맛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김윤선 배우님은 어떻게 하신대요? 이번에도 불참하실 거래요?”
우 팀장의 질문에 김도진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매번 최저 참석률을 갱신하고 있는 시상식이었다. 논란이 일면 그다음 해에는 좀 괜찮아졌다가 다시 또 불공정한 시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미 상의 가치가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였다.
“이 상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50년도 넘게 이어 온 상인데 말이지.”
“그러게 말이에요. 예전엔 두 손 꼭 쥐고 긴장하면서 봤는데 말이죠. 혹시라도 우리 배우님이 받지 않을까 하면서요.”
“그랬지. 보도 자료 준비해 놓고 수상하면 발송하려고 대기하고.”
“이젠 다 옛말이죠. 특히 우리 회사는요.”
“왜? 최나라 씨 있잖아? 신인한텐 아직 괜찮은 상이잖아.”
그렇긴 하지만, 최나라는 아직 상을 받을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슬슬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어서 스케줄도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영화제 시상식에 초대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태주는….
“태주 씨는 올해도 시상식은 패스지?”
“네. 그렇죠.”
“참, 그게 그래. 그렇게 좋은 작품에 성적인데, 어떻게 한 번도 상을 못 받을 수가 있지?”
“그러니까요. 영화고 드라마고 모두 성적이 좋은데 말이죠.”
“상복이 없다고 해야 하나.”
“없으시죠.”
차기작으로 선택한 드라마 역시 시상식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다. 뉴플릭스에서 스트리밍하는 드라마라 그 작품은 애초부터 논외였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던 것이 이제영 감독의 인데, 경쟁작이 막강해서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태주 씨 내년 여름까진 일정 꽉 찼지?”
“네. 왜요?”
“아니야.”
“내년 시상식도 어렵겠다는 생각이셨죠?”
“크흠. 미안해, 우 팀장.”
태주의 드라마는 연초부터 두 달간 촬영할 예정이었다. 그 후 편집과 오리지널 타이틀 심의를 받는데 다시 몇 개월이 필요했다.
영화는 내년 5월에 크랭크 인이 예정되어 있었다. 삼사 개월의 촬영 기간에 편집 등 후반 작업에 반년을 잡고 있었다. 개봉은 내후년에나 가능했다.
“5월에 예술 대상 있잖아요.”
“아! 그렇지. 그건 가능성이 있네.”
“내년은 글렀지만, 내후년엔 다를 거예요.”
“우 팀장 글렀다는 표현은 좀….”
“크흠. 내후년엔 꼭 우리 배우님이 수상하실 수 있게 할거예요.”
데뷔 후 5년. 우 팀장은 여전히 무관인 자신의 배우가 안타까웠다. 내년에도 상을 받을 가능성이 없었기에 더 그랬다. 그녀는 내후년에는 자신의 배우를 영화제 시상식과 연기대상 시상식 모두에 보낼 생각이었다. 그걸 위한 작품도 찾을 예정이었고, 회사의 힘도 동원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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