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34
233. 사고 예방 >
태주는 최 팀장이 의 배우들에게 스트레칭을 시키는 것을 확인한 후 자신도 천천히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발성 같은 기본 연습과 스트레칭은 회귀 전부터 지금까지 매일 꾸준히 하는 일이었다. 그는 꽤 긴 시간을 들여서 꼼꼼하게 몸을 풀었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태주 씨는 유연성이 좋네요.”
“제가 다른 운동은 거의 안 했지만, 스트레칭은 빼놓지 않고 했어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태주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활동기 비활동기 구분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이 그의 주변에 수두룩했다. 김윤선이나 정한선 같은 나이 많은 선배 역시 체력 유지를 위해서 운동을 빼놓지 않는데, 그 혼자만 그 대열에서 빠져 있었다.
“몸 좀 확인해 봐도 될까요?”
“네.”
“젊어서 그런가, 따로 운동을 안 하는 것치곤 아주 괜찮은데요.”
“운동은 안 하지만, 산책을 매일 해요. 정원 꾸미는 걸 좋아해서 자주 정원 일도 하고요.”
“어쩐지.”
태주의 몸 상태를 체크하던 최 팀장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말과 다르게 균형 잡힌 체형과 적당한 근육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태주의 평소 생활을 듣고 나서 어떻게 이런 몸을 유지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눈앞의 배우는 생각보다 몸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게다가 낮은 강도의 운동이었지만, 빼놓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었다.
“괜찮네요. 그럼 자세부터 잡아 볼게요. 상황에 맞춰 간결한 동작 위주로 훈련을 짜 봤어요.”
“네.”
“전에 보니 도검 파지법도 제대로 하던데, 우선 그것부터 확인하죠.”
최 팀장의 말에 태주가 왼손으로 검집을 들고 다시 오른손으로 칼자루를 쥐었다. 그는 태주의 오른손을 자세히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쥐긴 했어요. 그런데 이번 역할에선 베기 위주라서요. 파지법을 약간만 바꾸죠.”
“이렇게요?”
“어? 맞아요. 두 번째 마디에 검을 걸치는 것처럼 쥐면 검날하고 선이 맞거든요. 좋아요. 검을 살짝 비틀어 보세요.”
최 팀장은 자신의 앞에서 좀 전에 그가 한 설명대로 검을 고쳐 잡고 휘두르는 태주를 찬찬히 훑어봤다. 좀 전에 교정해 준 파지법도 이미 전부터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파지법, 힘의 배분, 자세 모두 훌륭해서 그가 따로 가르칠 것이 없었다. 유연성이나 기초 운동도 딱히 조언할 게 없었다.
‘손에 굳은살도 없고, 몸을 보면 따로 운동을 안 한다는 말은 사실이야. 아깝네. 운동하기 좋은 몸인데.’
태주의 손은 굳은살이 거의 없었다. 조금 보이는 굳은살도 모두 손가락 끝에 잡혀 있었다. 악기 연주의 흔적으로 보이는 굳은살이었다. 바이올린과 기타 같은 악기 연주로 유명한 배우이니 그가 잘못 본 것은 아닐 것이다. 근육 역시 의도를 가지고 단련한 것은 아니었다. 슬림한 체형에 어울리는 자잘한 근육이 전부였다.
“좋아요. 오전에는 검술의 기본 동작을 하죠. 오후엔 궁술을 체크하고요. 활은 가져오셨죠?”
“네.”
“그럼 연습하고 계세요.”
“네.”
최 팀장은 2호의 어깨를 보면서 국궁이 맞냐고 물었다. 체육관 한쪽에 서서 태주를 지켜보는 2호의 어깨에는 시위를 걸지 않은 활이 걸려 있었다. 태주가 연습하려고 마련한 활이었다. 최 팀장은 바람직한 태도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주는 준비성도 좋고 이해력도 좋았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그가 보여 줬던 베기를 그대로 재연하고 있었다. 전에 확인한 궁술도 괜찮았는데, 검술에도 꽤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이번 교육이 자세와 검술 기본만 가르치는 교육이라는 게 아쉬웠다.
‘다시 봐도 아쉽네. 액션 배우로 전향하기엔 연기력이 너무 아깝고. 연주 실력도 아깝고.’
최 팀장은 아쉬움에 입맛만 다셨다. 완벽한 액션 배우가 될 싹이었는데, 그의 손안의 싹이 아니었다. 조금만 손을 대면 연기와 액션, 외모까지 흠잡을 곳 없게 될 될성부른 싹이었지만, 액션 스쿨이 아닌 트리즈에 이미 뿌리를 내린 싹이었다.
태주는 자신을 보며 입맛을 다신 최 팀장이 사라지자 그제야 몸에서 힘을 뺐다. 얼마나 눈에 불을 켜고 보던지,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물론 한눈을 팔지 않을 정도로 검술이 몸에 잘 맞기도 했다.
‘역시 검술 기술도 배워 두니 좋구나.’
그는 지난 정원 방문에 검술 기술 주문서를 사용했었다. 작품에는 단순하게 베는 장면만 몇 번 나올 예정이었지만, 그 장면들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또 진혁에게 들은 얘기대로라면 어설픈 실력으론 김정훈 감독의 오케이 사인을 받아내기 힘들 것 같아서였다.
검술 기술은 궁술처럼 그에게 잘 맞는 기술이었다. 재능도 있었지만, 회귀 전에 작품을 하면서 배웠던 경험도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최 팀장의 뜨거운 눈빛을 받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자세 틀어졌습니다, 태주 씨.”
“응?”
“왼발에 힘을 너무 주셨습니다. 연습 검이라도 검은 검입니다. 긴장을 풀지 마십시오.”
“어? 어, 호야.”
잠시 최 팀장이 훈련 지시를 내리는 다른 배우들을 보는 중에 힘의 배분을 잘못한 것을 2호가 잡아냈다. 2호는 풀어진 태주의 신경을 나직한 말로 다시 일깨웠다. 집중하지 않고 하는 연습은 아무 소용 없었다. 2호는 태주의 연습이 헛되지 않게 옆에 붙어 그의 연습을 도왔다.
*
박태경 감독의 출연진들은 연습하는 도중 힐끔힐끔 한곳을 훔쳐봤다. 자신들과 비슷한 시간에 연습을 시작한 배우 이태주가 그들이 훔쳐보는 대상이었다.
‘같은 배우인데….’
‘사람이 맞나? 분명히 같이 운동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르지?’
‘멋있다. 가볍게 휘두르는 건데, 엄청 멋지네.’
‘눈 마주친 것 같은데? 아닌가?’
몸을 풀기 시작한 시간도 비슷했고,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 시간도 비슷했다. 입고 있는 운동복까지도 비슷했는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전혀 달랐다. 머리가 조금 흐트러진 것을 빼면 여전히 깔끔한 이태주와 그들은 달랐다.
그런 태주의 모습에 자신들도 배우라며 자존심을 세우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며 인상을 쓰는 사람도 있었다. 딱히 태주가 그들과 거리를 두지 않았는데도, 심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짝짝짝!
“잠깐 쉬었다 합시다. 다들 간식하고 음료수 챙겨 가세요. 이태주 배우가 준비해 준 겁니다.”
“와!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태주에게 느껴지는 거리감과 별개로 간식은 반가웠다. 배우들은 너도나도 앞다퉈 간식을 챙겨 갔다.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서 간식을 먹기 시작한 사람들을 본 후에 태주 역시 일행과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몸을 많이 움직인 탓인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빵과 음료였는데도 무척 맛있게 느껴졌다.
“태산이나 산이가 오지 않으니 좀 허전합니다.”
“제피르랑 노느라고요.”
“제피르는 여전히 귀엽더군요. 아마 팬들이 봤다면 태산이 만큼 후원이 들어왔을 겁니다.”
“우리 제피르가 좀 귀엽죠. 털도 반짝거리고 성격도 대범하고.”
태주는 오랜만에 현실 나들이를 온 제피르의 자랑을 늘어놓는 한편 간식을 먹는 배우들을 훑어봤다. 틈틈이 살펴봤지만, 박태경 감독의 영화에서 사고를 당하는 배우가 누구인지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보통 액션 신은 액션 팀이 하지 않나요? 저쪽은 아무리 봐도 액션 팀으로는 안 보이는데요.”
“박태경 감독은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감독입니다. 액션 신을 맡은 액션 팀도 따로 있습니다.”
“주연 맡은 배우는요?”
“그쪽은 따로 수업을 받는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액션 팀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배우들을 액션 신에 투입하려고 교육을 받게 한다는 얘기였다. 견우의 말만 들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만 그 결과를 알고 있는 태주에겐 그다지 달갑지 않은 설명이었다.
‘연기가 부족한 액션 팀 대신에 배우를 액션 신에 넣었다가 사고가 난 거였나 보네. 경험이 부족한 배우를 데리고 현장에서 액션 신을 바꾸려 하다니, 미친 건가?’
현장에서 대본을 수정하거나 촬영 방법이나 신 구성을 바꾸는 것은 가끔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럴 때는 촬영하는 스태프나 연기하는 배우나 모두 합의된 상태에서 해야 문제가 벌어지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해도 빈번하게 문제가 발생했다.
박태경 감독의 억지를 수용한 배우들이 안타까웠다. 그는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무리하는 배우를 자주 봤었다. 아마 사고를 당한 배우도 절박한 심정에 감독의 요구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게 그런 결과를 초래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 쉬었으면 다시 연습합시다.”
최 팀장의 지시에 배우들은 자리를 정돈하고 일어났다. 태주 역시 그들처럼 빵 봉지를 쓰레기통에 넣고 연습 준비를 했다. 그는 바로 훈련에 돌입한 젊은 배우 무리를 보면서 내일은 말을 걸어 보겠다 다짐했다.
오늘은 첫날이니 안면을 트는 정도로 하고, 내일과 모레 이틀 동안 거리를 좁혀서 안전에 관해 경고할 생각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이 상하는 게 배우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일인지. 액션 스쿨에 있는 동안 귀에 못이 박이게 들려줄 생각이었다.
*
태주는 골든 유니콘의 모습으로 돌아온 제피르를 확인하고 슬쩍 미소 지었다. 전원주택 뒷산에 단풍이 졌다는 얘기에 오랜만에 현실로 따라나선 제피르였다. 태산이 녀석은 제피르가 현실로 온 게 반가웠는지, 평소와 다르게 그의 외출을 본체만체했었다.
“제피르!”
“히이잉!”
“하하하. 희, 다녀왔어.”
희는 제피르의 귀환을 무척 반가워하고 있었다. 겨우 하루였는데, 마치 오래전 헤어진 가족과 다시 만난 것처럼 날개 가루가 퍼질 정도로 반기고 있었다. 물론 제피르도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희를 반기고 있었다.
‘쿠첼이 엄청 아쉬워했는데, 어쩔 수 없지. 둘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쿠첼루스는 이번 제피르의 방문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가 액션 스쿨에서 교육을 받는 중에 털도 빗어 주고 간식도 챙겨 주면서 줄곧 제피르의 곁을 맴돌 정도였다. 쿠첼루스는 2년 만에 보는 제피르에게 뭐라도 하나 더 챙겨 주려 안달했었다.
그런 쿠첼루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제피르의 일 순위는 언제나 희였다. 제피르가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둘은 같이 말썽도 부리고 장난도 치면서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제피르도 현실 나들이를 좋아하지만, 심심해하는 희를 두고 갈 정도는 아니었다.
“태주 뭐 사는 거야?”
“어. 기억 소환 디스크.”
“영화?”
“응. 회귀 전에 봤던 영화의 기억을 불러내려고. 확인할 게 있거든.”
정원에 들르면 가장 먼저 오두막으로 향하는 태주가 오늘은 상점에 먼저 들렀다. 그게 이상했는지 희가 태주의 곁에 붙어서 뭘 하는지 구경하고 있었다.
“태주, 영화 재밌어?”
“음. 그다지. 희가 좋아하는 내용은 아니야. 액션 영화라서 해나가 보기에도 심심할걸?”
즐거운 애니메이션이 취향인 희에게 배신과 도망, 추적 등이 주제인 액션 영화는 무리였다. 그것은 해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가벼운 발차기 한 번으로 나무를 박살 내는 해나는 액션 영화에 흥미를 못 느꼈었다. 무엇보다 영화가 재미없어서 추천해 줄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엔딩 크레닷에 분명히 추모사가 있었어.’
태주가 기억 소환권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은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추모사였다. 그곳에 써진 이름을 확인하고 싶었다.
기억을 소환할 수 있는 디스크를 상점에서 산 그가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정원 일을 시작하기 전에 신경 쓰이는 일을 미리 처리해 둘 생각이었다.
박태경 감독의 영화를 보는 태주의 미간에 깊은 줄이 패였다. 영화는 그의 기억대로였다. 재미도 없었고, 감동도 없었다. 또 몇몇 장면의 연출은 어딘가에서 본 듯 굉장히 익숙했다. 그가 예전에 연출한 영화에서 본 장면과 비슷한 부분도 있었고, 유명한 외화의 한 장면과 비슷한 부분도 있었다.
영화에는 군중 신이 여러 번 나왔다.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동원된 배우 숫자가 더 많은 것 같았다. 액션 스쿨에서 봤던 배우도 간간이 보였고 회귀 전 그와 안면을 텄던 액션 스쿨 소속 배우도 있었다.
“도심 추격 신은 아니고.”
영화는 조직에 배신당한 주인공이 힘을 길러 복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에 액션 신에만 잔뜩 힘을 준 영화였다. 태주는 왜 주인공이 굳이 빌딩 창으로 뛰어내리고 옥상을 뛰어넘으면서 도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인도에 세워진 오토바이도 있는데, 차가 다니는 도로에는 왜 뛰어드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속으로 영화의 허술한 점들을 욕하면서 보길 한참, 영화가 중반쯤 지났을 때 문제가 될 만한 장면을 발견했다.
“감독이 미쳤구나. 빙판 위에서 대규모 전투 신을 찍어?”
플레이어의 화면에는 수많은 배우가 뒤엉켜 싸우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태주는 처절하게 싸우는 배우들보다 그들이 밟고 있는 바닥이 계속 신경 쓰였다. 배경으로 보이는 설원은 널찍하고 깨끗했다. 대체 왜 설원을 두고 강물 위에서 전투 신을 촬영하고 있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이 장면이구나. 익사 사고가 난 장면이. 이걸 찍다가 얼음이 깨진 거야.”
한겨울 외진 장소에서 찍는 전투 신이었다. 설원에서 찍기로 한 장면을 감독이 얼어붙은 강 위로 장소를 바꾼 게 문제였다. 설원 위에서 찍기도 쉽지 않은 신을 움직이기도 힘든 빙판 위에서 무거운 촬영 장비까지 동원하며 찍으려 했으니, 사고가 나는 건 당연했다.
회귀 전에는 드라마 촬영 중이라서 뉴스로만 봤던 사건이었다. 당시에는 본인 일에 바빠 안타깝다고만 생각하고 넘겼는데, 다시 보니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감독이 욕심을 줄이고 배우가 자기 목소리만 냈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태주는 이번에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