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37
236. 액션 스쿨 >
정원에서 돌아온 태주는 품 안에 얌전히 안긴 태산이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단단을 위해 주는 마음이 대견해서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없이 몰래 마법 삽을 가져간 것이나, 식사 시간에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시킨 일보다 단단을 위해 욕심을 자제한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정원에서 내내 녹초가 될 정도로 돌아다니더니, 오늘은 엉덩이를 두드려도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태주는 잠자리가 식기 전에 다시 태산이를 침대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는 품 안의 온기가 사라진 것에 잠시 아쉬움을 느꼈지만, 금세 털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태산이가 깰 때까지 곁에서 기다려 주고 싶었지만, 오늘도 오전부터 액션 스쿨에서 훈련을 받아야 했다.
-달그락!
“태주 씨, 혹시 제피르는?”
“미안해요, 쿠첼. 요새 희랑 뱃놀이에 빠져서요.”
“크흠. 새 빗을 준비해 뒀는데. 아쉽습니다.”
“하하하. 다음에 또 데려올게요.”
해나가 준비해 준 아침 식사를 식탁 위에 차리는 중에 쿠첼루스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쿠첼루스는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태주의 다리 주변을 훑었다. 어제처럼 제피르가 다리 근처에 있지 않을까 하고 찾는 것이었다.
태주는 그런 그에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에 데려오겠다고 약속했다. 희와 제피르, 물의 정령까지 폭포 앞 개천에서 배를 타며 하는 상황극에 깊이 빠져 있어서 데려올 수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오늘은 아침부터 고기 요립니까?”
“아하하.”
“촬영까지 이제 한 달 반입니까?”
“네.”
“한겨울에 지방촬영이라니 쉽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여름보단 나아요. 여름 촬영이 더 힘들어요.”
“그렇습니까.”
어느 계절에 찍어도 사극은 힘들지만, 그나마 나은 계절을 선택하라면 태주는 주저 없이 겨울을 선택할 것이다. 겨울에는 긴 옷 속에 핫팩이나 방한용품을 착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촬영은 정말이지 너무 더웠어요. 그나마 시골이라 밤엔 시원해서 살았죠.”
“음. 이번에도 지방촬영부터 시작이죠?”
“네, 후반부의 도주 신이랑 전투 신부터 촬영해요. 그 신들 배경이 겨울이거든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보단 다른 사람들이 힘들죠. 산에서 계속 뛰고 구르고 해야 하거든요. 특히 괴물 역을 맡은 배우들이 문제예요.”
여름에도 사극을 찍었었는데, 이번 드라마 역시 사극이었다. 여름의 더위보다는 낫다지만, 1월 한겨울의 추위도 만만치 않았다. 주요 배역들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괴물 역의 보조 출연자들이나 피난민 역할의 단역 배우들의 고생이 심할 것 같았다.
걱정하는 한편 태주는 이번 작품은 그들에 대한 대우가 괜찮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이었다. 뉴플릭스에서 상당히 많은 투자를 받은 작품이었다. 제작비 관련 스트레스가 적으니, 다른 촬영 현장과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그 전에 처리할 일들이 몇 가지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선우 선생님이라는 분 신당에도 다녀와야 하고, 가족 여행도 가야죠.”
“시간 내기 힘드시면 여행은 나중에 가도 됩니다.”
“가능한 시간을 내 볼게요. 태산이도 좋아하고 호한테도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호는 계속 제 곁에 있느라 제대로 다녀 본 적도 없으니까요.”
“그래도 하시는 일을 우선하십시오.”
“그럴게요. 고마워요, 쿠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아침 식사를 마친 태주가 외출 준비를 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 잠에서 깬 태산이가 느릿느릿 주방으로 들어왔다. 쿠첼루스는 그런 태산이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반겼다.
“태산, 잘 잤습니까? 정원에서 재밌게 놀고 왔습니까?”
“냐아앙.”
“아침 먹어야죠. 자, 안기세요. 고기를 고르면 쿠첼이 그릇에 담아 드리겠습니다.”
“냐앙.”
“돼지고깁니까? 좋아요. 잘 골랐습니다.”
“냐아앙.”
“오늘 태주 씨는 액션 스쿨에 갈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의상 팀을 만나서 의상 콘셉트를 확인할 겁니다. 아침을 드시면 외출 준비를 도와드리죠.”
“냐아앙.”
느린 걸음으로 주방에 들어온 태산이를 품에 안은 쿠첼루스는 능숙하게 시중을 들었다. 냉장고를 열어 직접 아침으로 먹을 고기를 고를 수 있게 돕고, 태주의 스케줄을 알려 주었다. 외출을 돕겠다는 제안이 마음에 드는지 목덜미에 머리를 비비는 태산이를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려봤다.
쿠첼루스는 아침을 먹은 태산이 어떤 모습으로 외출할지 정하면 그에 맞춰 준비를 도울 예정이었다. 그는 태산이가 아이 모습으로 외출하려고 하면, 태주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간식과 그림 그리기 도구를 챙겨 주고, 만약 호랑이 모습을 선택하면, 새로 주문한 겨울 셔츠를 입힐 생각이었다.
*
태주는 시트 손잡이를 동당동당 두드리며 호랑이 노래를 부르는 태산이를 돌아보자 골치가 아팠다. 액션 스쿨에서 훈련을 받는 동안에는 자신이 신경 써줄 수 없어서 데려가지 않으려 했더니, 이미 가방까지 다 챙긴 채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자신도 태산이에게 무른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쿠첼루스는 자신보다 심했다. 그는 태산이 녀석이 바랄 때마다 외출 준비를 돕고 있었다. 얼마나 꼼꼼하게 준비를 도왔는지, 바닥에 놓인 커다란 가방 안엔 아이 물품이 가득했다. 장난감과 동화책, 색연필과 스케치북, 간식과 갈아입을 옷 등이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호야, 오늘은 산이 잘 보고 있어야 해.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서 함부로 돌아다니면 다칠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산이도 호 말 잘 들어야 해, 알았지?”
“앙.”
하필 견우가 액션 스쿨에 늦게 오는 날인데 아이 모습으로 가게 되어 걱정이었다. 활동적인 아이가 운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체육관에서 얌전히 있을 리 없었다. 태주는 태산이가 부디 다른 사람 방해만 하지 않길 바랐다.
“안녕하세요.”
“안냐하떼요.”
태주가 2호가 열어 주는 체육관 문 안으로 들어서며 인사를 하자, 손을 잡고 같이 들어오던 태산이도 따라서 인사를 했다. 체육관 안엔 어제와 다르게 제법 많은 사람이 있었다. 정대현 감독 주연 영화의 촬영이 쉬는 날인지 액션 스쿨 소속 배우들이 꽤 많이 보였다.
“태주 씨, 얘가 아까 전화로 얘기한 친척 동생이에요?”
“네. 산이라고 해요.”
“산이 몇 살이에요?”
“다덧 짤.”
“산아, ‘다섯 살이에요.’ 해야지.”
“다덧 짜리에요. 꺄하.”
최 팀장은 무릎을 굽혀서 아이와 시선을 맞추며 나이를 물었다. 반말로 대답했다가 제 형이 준 주의에 존댓말로 바꾼 아이가 부끄러운 듯 형의 바지를 쥐며 그쪽으로 몸을 붙였다. 그런 아이 머리 위로 큰 손이 얹어지더니, 달래는 것처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하하. 아이가 부끄러운가 보네요.”
“그런가 봐요, 팀장님. 산이가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그러는 데요. 혹시 여기서 같이 운동해도 괜찮을까요? 방해되지 않게 한쪽에서 할게요.”
“물론 되죠.”
“감사합니다.”
최 팀장의 허락을 받은 후, 태주가 아이의 겉옷을 벗겼다. 쿠첼루스는 대체 이 기다란 토끼 귀가 달린 점퍼는 언제 사 둔 것인지. 뽀얀 볼의 태산이와 분홍색 토끼 점퍼는 벗기기 아쉬울 정도로 잘 어울렸다.
“노란색? 하하하.”
“아이고! 산아 뭘 입고 온 거야.”
“앙.”
태산인 토끼 점퍼 아래에 브루스 리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그가 처음 보는 운동복인 걸 보면 액션 스쿨에 방문하는 태산이를 위해 쿠첼루스가 새로 주문한 것 같았다.
태산이가 입은 노란 운동복이 드러나자, 체육관 안 곳곳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운동하던 배우들이 안 보는 척 모두 본 것 같았다. 물론 그런 웃음소리도 태주가 점퍼를 벗자 헛기침 소리와 급히 숨을 들이켜는 소리로 바뀌었다.
“헛. 태주 씨 운동복이….”
“선물로 여러 벌을 받아서요. 혹시 운동복 필요하지 않으세요?”
“아니, 그게. 감사하긴 한데, 그건 좀…. 그런 옷은 태주 씨 같은 분이나 소화할 수 있지.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무리예요.”
“아니에요. 최 팀장님처럼 단련하신 분이 입으면 아주 멋있을 거예요.”
“아뇨, 아뇨. 아무래도 꽃무늬는….”
태주는 위아래로 여러 번 그를 보다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는 최 팀장의 반응에 조금 민망했다. 플라워 패턴이 유행하던 시기에 받은 거라서 과한 감이 있긴 했지만, 움직이기 편하게 잘 만들어진 운동복이었다.
‘JG 황 디자이너 콜라보 상품인데….’
아무리 유명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콜라보 상품이라지만, 색색의 화려한 꽃무늬 운동복은 보통 사람이 소화하기 힘들었다. 모델처럼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인 그에겐 잘 어울렸지만, 최 팀장 같은 우락부락한 액션 배우에겐 무리였다.
견우에 이어 최 팀장에게도 운동복 선물을 거절당한 태주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서 큼큼 헛기침한 태주가 벗은 점퍼를 2호에게 건네주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그런 그의 옆으로 노란 운동복을 입은 태산이가 다가섰다.
“태주, 하나 뚤 해?”
“응. 산이도 같이 하자.”
“앙.”
잠시 멈췄던 스트레칭을 다시 시작하자, 태산이가 그의 동작을 따라 했다. 가끔 심심할 때 그를 따라서 스트레칭을 해 봐서일까, 자세가 꽤 그럴듯했다. 그걸 확인한 후 태주는 아이가 따라 하기 쉽게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둘이 스트레칭에 전념하고 있을 때였다. 체육관 안으로 사람이 여러 명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들은 박태경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단역 배우들과 태주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길잡이 역 배우 이남진이었다.
*
“꽃무늬?”
“안녕하세요.”
“어우, 태주야. 꽃무늬는 좀 셌다.”
“크릉.”
“하하하. 산아 괜찮아. 형이랑 같이 드라마 찍는 분이야.”
올해 나이 서른여덟인 이남진은 유명 배우가 되는 정석적인 길을 걸은 사람이었다. 그는 15년 전 영화 단역으로 데뷔해서 수년간 조단역을 오가다가 유명 감독의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 영화제에서 남우 신인상을 받았다. 그 뒤로 TV, 영화 가리지 않고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렇게 이곳저곳에 얼굴을 비치다 장편 사극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인지도를 얻고 입지를 다졌다. 그 이후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모두 저조한 성적을 받아서 지금은 연기력에 비해 박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남진은 태주와 정반대로 작품 보는 눈이 없는 대표적인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얘가 네가 얘기한 친척 동생?”
“네. 산이에요. 산아 인사해야지.”
“어흥. 호당이다.”
“어이쿠. 무서워라.”
“꺄하.”
꽃무늬 운동복에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온 이남진은 태산이의 경계 대상이었다. 그래서 태산이는 태주 앞을 막아서며 이남진에게 무섭게 경고했다. 단지 아이 모습으로 목을 울리는 것이라 무섭다기보단 상당히 귀여웠다.
“태쭈, 예뿌지!”
“응? 하하하. 그래. 태주는 예쁘지.”
“앙!”
“하하하. 애기가 내가 너한테 뭐라 하는 줄 알고 편드는가 보다.”
“하하하.”
이남진을 경계하는 듯 보였던 태산이는 그가 제 말에 수긍하자 바로 경계를 풀었다. 그뿐 아니라 꽤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를 요리조리 살펴봤다.
“너는 오늘, 내일 나오면 끝이지?”
“네. 형은요?”
“나는 몇 주 더. 서원 전투 신이랑 군영 전투 신 훈련이 남았지.”
“고생하세요, 형.”
길잡이 역은 역병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배역이었다. 역병이 가장 먼저 발병한 서원에서뿐 아니라 조사를 위해 나온 세자 일행을 안내하는 도중에도 계속 전투를 하게 된다. 세자와 의녀가 괴물을 피해 이리저리 뛰는 동안에도 호위 무장과 둘이서 길을 열고, 일행의 뒤를 지킨다. 배역의 주인인 이남진의 액션 스쿨 방문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잠시 얘기를 나눴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곧 본인에게 부여된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태주는 전날 배웠던 베기와 회피 동작들을 다시 했고, 이남진은 코치의 지시에 따라 몸을 풀었다.
그리고 태산이는 단순 반복 훈련을 하는 태주가 아닌, 액션 스쿨 소속 배우들이 영화 촬영에 필요한 합을 맞추는 곳에 가 있었다. 2호의 품에 안긴 채로 눈을 빛내며 액션 팀의 연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잡아!’
‘앙!’
‘막아.’
-퍽퍽!
-파파팍!
-찌이익!
태주는 집중해서 훈련하던 도중 들려오는 소리에 당황해서 급히 주변을 돌아봤다. 액션 연기 합을 맞추느라 발생한 마찰음 사이로 태산이 앙 소리가 들려서였다. 그렇게 주위를 돌아보다 발견한 태산이와 2호의 모습에 그는 놀라서 할 말을 잊고 말았다.
‘헐. 태산아, 뭐 하는 거야?’
체육관 한쪽에서 2호가 잡아 주는 펀칭 패드를 향해 태산이가 작은 주먹을 신나게 날리고 있었다. 태산이의 주먹은 2호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패드를 정확하게 타격하고 있었다. 킥 역시 정확하고 강력하게 패드에 맞추고 있었다.
“연타.”
“앙!”
-퍽퍽! 퍽퍽!
“하단.”
“앙!”
-빠악!
귀여운 앙 소리와 다른 무시무시한 타격음이었다. 아이 재롱을 보려고 곁에 서 있던 사람들이 어느새 감탄하며 칭찬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 대열에는 액션 팀과 같이 연습하던 정대현 감독도 끼어 있었다. 아니, 제일 신이 나서 태산이를 응원하고 있었다.
-빡!
“그렇지. 잘하네.”
“옳지. 자세 좋다.”
“좋아. 제대로 들어갔어.”
정대현 감독, 최 팀장, 무술 사범 등이 모여서 아이를 구경하자, 훈련하던 다른 배우들도 모여들었다. 주변에 꽤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태산이의 집중력은 그대로였다. 2호가 움직이는 펀칭 패드를 향해 정확하게 펀치와 킥을 꽂아 넣고 있었다.
“그만.”
“앙!”
그런 태산이와 다르게 주변에 사람이 몰리자, 2호는 놀이를 멈출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말라는 태주의 주의를 기억하고 있어서였다. 2호는 펀칭 패드를 벗은 뒤 태산이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테이핑한 주먹과 발도 확인하고 근육이 다치지 않았는지도 확인했다.
“호, 사니 더 하자.”
“끝내는 게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2호가 배우들 훈련을 방해한다며 그만두자는 말을 꺼내자, 주변에서 괜찮다는 말이 들려 왔다. 개중 한 사범은 자신이 태산이의 상대를 해 주고 싶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끝내자는 얘기에 아쉬운 표정이던 태산이 얼굴이 펀칭 패드를 잡아 주겠다는 사범에게로 돌아갔다.
“더 해도 괜찮습니까?”
“당연히 괜찮죠. 체육관에서 운동하겠다는 아이를 왜 못 하게 하겠어요.”
“그럼. 혹시 이걸….”
“하하하. 주세요. 꽤 묵직한 소리가 나서 한번 잡아 보고 싶었어요.”
2호가 내미는 펀칭 패드를 손에 낀 사범이 자세를 잡자 태산이가 다시 앙 소리를 내면서 주먹을 내질렀다.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보던 태주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가 대견해서였다. 어려서부터 낯가림이 없더니, 커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게 꽤 보기 좋았다.
“태주 씨, 훈련 시작하시죠.”
“응.”
2호가 태산이를 사범에게 맡겨 두고 왔지만, 태주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2호의 능력이라면 체육관 안 전체를 커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었다.
태주의 예상대로 2호는 체육관 안 전체를 살피는 중이었다. 경호 대상인 태주 외에 태산이까지 있는 상황이라, 어제보다 한층 더 세심하게 주변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그런 그의 감각에 이상 신호가 잡혔다. 태주와 같이 드라마를 찍을 예정인 배우 이남진이 연습하는 장소에서 오는 신호였다.
이남진이 맡은 길잡이는 날쌘 몸으로 관아와 군영의 잠긴 문을 열기도 하고 담벼락과 지붕에 올라 활을 쏘는 역할이었다. 2호는 이남진이 연습하면서 밟고 뛰는 물건 중 키가 큰 물건이 내는 소리를 주의해서 들었다. 작은 파열음이 그곳에서 나고 있었다.
그 물건은 이남진의 연습이 거듭될수록 불안한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밟고 뛰는 이남진조차 모르는 듯했다. 훈련하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에 미세한 파열음이 그대로 묻혀 버리는 중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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