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38
237. 안전 교육 >
2호는 집중하고 있는 태주를 방해하지 않게 조용히 움직였다. 이남진이 디디고 뛰는 물건이 곧 부서질 듯해서였다. 사실 2호는 다른 사람의 안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에겐 태주와 태산의 안전만이 중요했지만, 그는 태주의 동료 배우를 구하기로 했다. 동료 배우가 사고를 당하면, 주인인 태주의 일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서였다.
2호가 이남진의 연습 장소에 도착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가 예상한 대로 높은 발판이 부서지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이남진이 낮은 발판을 밟고 높은 발판을 밟은 순간, 우지끈 소리가 나더니 발판의 다리가 순식간에 부서져 버렸다.
-우당탕.
“악!”
이남진은 두 번째 발판을 밟았을 때, 통상적으로 썼던 땅이 꺼진다는 표현을 체감했다. 단단하게 받쳐 줘야 할 발판이 힘을 잃고 부서져 내리자, 그의 몸도 같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순간 잡을 만한 것을 찾았지만, 이남진의 손은 허공만 휘저었다.
낙법이라도 쓸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창졸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무방비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떨어지면 아무리 바닥에 매트가 깔려 있어도 부상은 피할 수 없었다. 이남진은 곧 통증이 닥쳐올 것을 예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괜찮습니다.”
“헉!”
그러나 통증이 올 거라는 이남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의 몸이 바닥에 깔린 매트 위가 아닌 금발의 잘생긴 경호원 품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반짝이는 금발에 짙은 푸른 눈의 경호원은 항상 조용히 태주의 곁을 지키던 사람으로 그와는 오며 가며 고갯짓으로 인사만 나눈 사이였다.
‘잘생겼다. 태주 옆에 조용히 있어서 몰랐는데, 엄청 잘생겼잖아.’
이남진은 자신이 꽤 크게 다칠 뻔했다는 것도 잊은 채 2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떤 포즈로 2호의 품에 안겨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던 사람들이 멈춰 서서 기다려 주는 이유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태주는 2호가 떨어지는 이남진을 받아 준 것에 안도하는 한편, 또다시 부끄러운 자세로 상대를 안고 있는 2호 때문에 미안했다. 속으로는 성인 남성을 그렇게 안으면 굉장히 민망하다는 것을 미리 알려 주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호야, 이쪽으로 와. 매트에 파편 많다.”
“네.”
“남진 형 지나가게 좀 비켜 주세요.”
태주가 2호와 그에게 안긴 이남진이 지나가게 길을 열어 달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주변을 둘러쌌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비켜 줬다. 2호는 그 사이를 이남진을 가볍게 안고 통과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남진은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옮겨지는지 깨달았다. 왜 사람들이 비켜 달라는 말에 후다닥 비켜 주었는지, 왜 자신과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는지 한순간에 깨달았다.
“남진 형, 그만하시고 다친 곳 있나 살펴보세요.”
“어우. 쪽팔려서 진짜.”
“킥.”
“이분 성함이?”
“호요. 이호라고 해요.”
“이호 씨 고마워요.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체육관 한쪽에 내려선 이남진은 2호에게 감사를 표했다. 쪽팔린 건 쪽팔린 것이고, 감사할 것은 감사해야 했다. 그의 시기적절한 도움이 아니었다면, 크게 다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촬영이 겨우 한 달 반 남은 지금 다쳤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아찔했다. 부상이 일이 주 만에 나을 정도라면 촬영에 지장을 주지 않을 테지만, 그 이상 길어지면 촬영 스케줄을 조정해야 했다. 어쩌면 배역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정말 괜찮아요?”
“어, 다행히 한 군데도 안 다쳤어.”
“휴우. 천만다행이에요.”
“그러게. 십년감수했다.”
부상 없이 끝난 상황에 두 사람이 안도하길 잠시, 대체 어떻게 점검을 했길래 연습 도구가 망가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나 의문이 들었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모든 도구를 점검하는 것은 액션 스쿨의 철칙이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의아했다.
“남진아, 괜찮냐?”
두 사람이 속으로 가진 의문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장소로 정대현 감독과 남진의 훈련을 봐주던 무술 감독이 다가왔다.
“괜찮아요, 사범님.”
“안 괜찮은 것 같은데? 한동안 부르지도 않던 사범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니.”
“아니에요. 정말로 하나도 안 다쳤어요. 그냥 좀 쪽팔려서 그래요.”
“크흐흐.”
정대현 감독은 이남진이 무얼 말하는지 알았다. 직전의 포즈는 180cm에 가까운 탄탄한 체격의 남성이 취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이분은 무슨 무술을 배우셨나? 움직이던 동작도 속도도 예사롭지가 않던데.”
“경호에 필요한 것 몇 가지를 익혔습니다.”
“아아. 태주 씨 경호셨죠. 남진아 네가 몇 킬로지? 80?”
“78kg요.”
“휘유. 대단하네요.”
체육관 안의 사람들이 모두 이남진이 떨어진 것에 놀랐을 때, 정대현 감독은 2호의 신체 능력에 놀랐었다. 이남진이 떨어질 때 몇 미터 간격을 뛰어넘듯이 움직인 속도도 무척 빨랐고, 80kg 가까이 나가는 남성을 안고도 무거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나중에 대련 한번 어때요?”
“태주 씨가 허락하면 괜찮습니다.”
“대련은 내일 하세요. 감독님 그보다는 어떻게 된 일이에요?”
“후우. 남진아 정말 미안하다. 우리 스태프가 도구 확인을 소홀히 했어.”
“괜찮아요, 감독님. 다치지도 않았고요. 사실 저도 발판이 좀 헐겁다 느꼈는데 말을 안 했거든요.”
사과하는 정대현 감독에게 이남진이 한 말을 들은 태주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그뿐 아니었다. 정대현 감독 역시 이남진이 꺼낸 얘기에 화를 감추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알고도 가만있었다니. 그러다 큰 사고로 이어지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저렇게 부서질 줄은 몰랐지.”
“부서질 줄 몰랐다고 가만히 있어요? 정말이지. 몸이 재산인 배우가 안전 문제를 소홀하게 여기다니, 그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일이에요? 형이 다치면 그건 형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에요. 형하고 관련된 사람들뿐 아니라, 작품하고 관련된 사람 모두의 문제가 되는 거라고요.”
“태주 씨, 말 잘했어요. 남진아, 아무래도 내가 널 허투루 가르쳤나 보다.”
“헙. 아니에요, 감독님.”
“아니야. 기본부터 다시 찬찬히 짚어 봐야 할 것 같아.”
이남진은 예전에도 액션 스쿨에서 훈련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영화 출연을 준비하며 몇 달간 여기서 먹고 자고 했었다. 그래서 알아서 잘할 거라고 정대현 감독은 믿었었는데, 섣부른 믿음이었다. 디딜 곳이 불안한 걸 알면서도 그냥 넘기다니, 교육이 부족한 것 같았다.
“감독님, 이번 기회에 안전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시는 게 어떠세요?”
“안전 교육이라. 확실히…. 한 번 자리를 마련해야겠네요. 매일 안전을 강조하고 시시때때로 주의를 시켜도 이러니. 태주 씨 말대로 제대로 교육을 해야겠어요.”
태주는 이남진에게는 미안했지만, 안전 문제가 발생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안전에 관해 말을 꺼내기 난감했는데, 자신보다는 훨씬 무게감 있는 정대현 감독님이 나서 준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박태경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여기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는 얘기는 액션 스쿨 소속 배우들도 그 영화에 출연한다는 얘기였다. 그들도 사고를 당하는 당사자였다. 한 번 더 안전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게 되면 좋을 것 같았다.
*
정대현 감독이 운동하던 배우들을 모두 모아서 안전에 관해 교육하는 도중 견우가 액션 스쿨에 도착했다. 그는 태주가 부탁한 대로 요깃거리를 한가득 챙겨서 온 참이었다. 견우가 가져온 음식 덕분에 질책과 훈계를 듣느라 무거워지던 체육관 안의 분위기가 부드럽게 변했다.
‘박찬주가 누구야?’
태주는 견우를 도와 음식을 나눠 주면서 박찬주라는 배우를 찾아보았다. 이틀째니 통성명도 하고 가벼운 대화도 나누고 하면서 친해져 볼 생각이었지만, 의 출연 배우들은 그가 다가갈 때마다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몇몇은 불편해하는 기색까지 보였다.
“태주 씨, 잠시 괜찮으십니까?”
“네, 매니저님.”
견우는 태주가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다른 배우들만 살피고 있자,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차기작 준비 중이라고 알려졌지만, 태주에겐 여전히 꽤 많은 일거리가 들어오는 중이었다. 대부분의 일은 우 팀장과 그의 선에서 거절하고 있었지만, 몇 가지는 거절하기 전에 태주의 확인이 필요했다. 그는 오전에 회사에 들러서 그런 확인이 필요한 일감들을 골라왔다.
“드시면서 들으십시오. 제일 앞에 있는 문서는 예전부터 해 오던 화보 건입니다.”
“어라? 이 겨울 화보 건, 휴가 기간에 들어와서 거절했던 건데 다시 섭외가 왔네요?”
“급히 재촬영해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요새 이혼 소송으로 시끄러운 배우 있잖습니까. 그 사람을 섭외했었다고 하더군요.”
“아아. 그럼 이건 하기로 하죠. 그래도 몇 년 동안 같이 작업했었는데, 나 몰라라 하긴 그렇네요.”
체육관에 딸린 휴게실로 태주를 데려온 견우는 급하게 답변을 보내야 하는 일과 태주가 꾸준히 관심을 보여 왔던 일 몇 가지를 설명했다. 물론 출연료가 높은 광고 촬영 건도 몇 개 얘기했다.
화보 제의를 보낸 곳은 데뷔 초부터 꾸준히 그와 기획 화보를 촬영하던 잡지사였다. 올해는 F/W 화보 촬영 일정이 휴가 기간이랑 겹치는 바람에 거절했는데, 대신 촬영한 배우의 신상에 문제가 생겨서 다시 그에게 제의한 모양이었다.
“헐. 로션 광고 섭외가 다시 왔네요?”
“하하하. 지난번 xx 브랜드 론칭 쇼에 참석하실 때부터 예상했었습니다.”
“네?”
“론칭 쇼 이후로 섭외 제안이 훌쩍 늘었습니다. 파일 뒷부분을 보시죠. 산이한테 온 제안들입니다.”
“로션, 습윤 밴드, 학습지, 시리얼. 많이도 들어왔네요.”
우 팀장에게 태산이에게 예능 섭외가 왔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광고 섭외까지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xx 브랜드 론칭 쇼 행사장에서 사람들이 산이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더니, 그 결과가 이번 광고 섭외로 나타난 것 같았다.
파일 안에 있는 일감들은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조건을 살펴보긴 충분했다. 섭외 제안은 전부 작업 기간은 짧고 출연료가 높았다. 우 팀장과 견우가 태주에게 온 섭외 중, 가장 조건이 좋고 일의 강도가 낮은 것들만 선별한 듯했다.
“산이 광고는 다 거절해 주세요. 앞으로 들어오는 것들도요. 그리고 공익 광고를 제외한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로 거절해 주세요.”
“산이 광고 건은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태주 씨에게 온 제안 중 몇 가지는 하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
“매니저님?”
“출연 작품들이 공개되기 전까지 시간이 꽤 깁니다. 드라마만 해도 최소 7, 8개월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 사이에 화보나 광고를 몇 개 하시지요.”
“음….”
제대 후 로 무사히 복귀한 후, 태주는 화보도 광고도 최소한으로 하고 있었다. 차기작 스케줄이 잡혀서이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론 작품 외적인 활동을 줄일 생각에서 출연을 자제하는 중이었다.
경제적으로 부족하지도 않았고, 인지도도 충분해다. 무엇보다 A급 출연료를 받았던 와 그보다 높은 출연료로 계약한 뉴플릭스의 로 몸값이 한껏 높아진 상태였다. 지금은 몸값 굳히기를 해야 할 시기였다.
화보나 광고는 장르가 달랐지만, 그 역시도 깐깐하게 골라야 했다.
‘상황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 권할 정도라니. 조건이 정말 후한가 보네.’
태주가 현재 받는 광고 출연료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는데, 들어온 제안들은 그보다 더 좋은 듯했다. 장소가 장소라서 견우가 상세한 조건을 말하는 걸 파했지만, 광고 출연료를 올릴 기회가 온 것 같았다.
“추천하시는 게 어떤 거예요?”
태주가 음식을 먹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파일을 첫 장부터 다시 펼쳐서 섭외 제안들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는 돈 욕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출연료 인상의 기회를 그대로 놓칠 만큼 어리석은 편도 아니었다.
두 사람이 경제적으로 그리고 배우 커리어에 도움이 될 만한 가장 좋은 일을 고르는 사이 체육관 안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굳었던 분위기가 맛있는 음식 덕에 풀어진 것도 있었지만,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 때문이기도 했다.
태산이는 태주와 같이 일한다던 이남진이 걱정스러웠다. 높지도 않은 담벼락도 못 올라가다니! 아직 몸집이 작은 자신도 한 번에 뛰어 오를 수 있는 곳을 못 올라서 2호에게 구조를 받았다. 키는 태주랑 비슷했는데, 보기보다 무척 약한 것 같았다.
“이꺼 꼬꼬. 마니 머짜.”
“꼬꼬? 어, 그래. 많이 먹자.”
“아앙. 고맙뜹니다.”
“애기야?”
“사니 고맙뜹니다.”
“산이 고맙습니다?”
“잘해떠. 아이, 차카다.”
태주가 준비한 음식은 태산이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이었다. 평소라면 제 몫의 치킨만 챙겨서 바로 먹었을 테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태산이는 제 몫 외에 한 상자를 더 챙겼다. 약한 이남진을 위한 먹이였다.
이남진에게 치킨을 건넨 태산이는 바로 일어나 음료수도 가져다주고, 샌드위치와 샐러드도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의 바로 옆에 붙어서 혀짧은 소리로 언젠가 태주에게 들었던 말들을 기억 나는 대로 이남진에게 들려주었다.
“어유. 조시매야지. 크닐 날 뻔핸네.”
“어?”
“떠더지면 아프자나. 형이 어마나 걱덩핸느지 아다?”
“응? 형?”
“어터 머꺼. 아프도는 조시마자, 아라찌?”
제가 늘어놓는 말에 체육관 안은 웃음바다가 된 지 오래였지만, 아이는 그걸 몰랐다. 약한 이남진을 걱정하느라 너무 바빴기 때문이었다. 약한 태주의 동료를 돌보는 것은 견우와 태주가 짧은 미팅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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