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41
240. 해적 섬 이벤트 >
세트 제작을 위해 배우들보다 한참 이른 시기에 와서 작업한 스태프들이었지만, 아직까진 체력이 부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스태프들의 피로도가 낮아서인지 현장에서 날카로운 말이 오가지 않는 것은 반가웠지만, 촬영도 느슨한 건 반갑지 않았다.
‘감독이 나사 하나 풀린 상태로 촬영을 주도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오전에 권세가의 줄을 잡고자 세자를 핍박했던 관리와 마주쳐 위협을 당하는 장면을 찍은 태주는 저녁엔 다시 갈대숲에서 습격당하는 장면을 찍어야 했다. 이번에는 괴물에게 공격을 당하다 세자의 스승에게 구원을 받는 장면이었다.
스태프들과 점심을 먹고 갈대숲 촬영장으로 가자, 한쪽 편에서 귀에 익은 기합성이 들려왔다. 돌아보자, 그곳엔 액션 스쿨에서 그의 훈련을 도와줬던 최 팀장과 팀원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펜션에서 점심까지 쉬다 나온 이남진도 끼어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아! 태주 씨. 어서 와요. 몸부터 먼저 푸세요.”
“하하하. 네.”
최 팀장은 태주가 오늘 촬영할 장면이 넘어져서 괴물을 피하고 일어나서 스승과 마주 보는 장면뿐인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인사를 나누자마자 몸을 풀게 했다. 태주는 그의 말에 따라 배우들이 합을 맞추는 공터 구석에서 천천히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이 끝나자, 최 팀장은 그의 동작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점검했다.
“전에 연습한 괴물을 검집으로 밀어내고 베는 동작부터 다시 해 보세요.”
“네.”
의 괴물은 살아 있는 사람을 보면 달려들어서 물어뜯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괴물에게 잡히지 않게 괴물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태주가 검집으로 괴물을 밀어내거나 휘둘러서 떨쳐 내는 장면이 모두 그런 설정에 따른 동작들이었다.
-휘익!
“팔다리가 길어서 그런지 동작이 유려하네요.”
“옷소매 때문에 그런 것도 있어요. 의상도 제 것만 색이 화려하잖아요. 그 탓도 있을걸요.”
“확실히. 옷자락들이 펄럭이는 게 멋지긴 멋지네요.”
“하하하. 팀장님도 멋있으세요.”
“그래요? 하하하. 빈말이라도 듣기 좋네요.”
빈말이 아니라고 강조한 태주가 최 팀장의 지시에 따라 다음 동작을 해 보였다. 뒤로 돌면서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치는 동작이었다. 눈앞 괴물의 목을 치고 잠시 전투 상황을 살피는 순간 뒤에서 괴물이 달려든다. 그 공격을 맞받아치는 동작이었다.
“오늘 오신 배우 중엔 처음 뵌 분들이 좀 계시네요?”
“아아, 전에 본 건 장 팀장네 팀원들이에요. 그쪽은 지금 단양 쪽에 투입됐어요.”
“박태경 감독님 영화요?”
“맞아요. 박태경 감독의 , 거기로 갔어요. 그때 체육관에서 훈련하던 배우들이랑 같이요.”
태주가 넌지시 건넨 물음에 달갑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줄곧 걱정하던 촬영이 시작되었다는 최 팀장의 확인 사살이었다. 최 팀장이 액션 배우들 곁으로 돌아가고 난 후, 태주는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가 곧 벌어질 텐데, 그는 몸을 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영화에 나왔던 단양 지역은 사계절 가리지 않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했다. 특히 지금 촬영 중인 지역은 깨끗한 설원과 매 겨울 얼어붙는 남한강이 유명했다. 태주도 예전에 촬영차 가 봤던 지역이었다. 당시에 얼음이 얇아 위험하다는 경고판과 현수막을 여러 개 보았었다.
‘촬영 욕심에 다 무시했겠지.’
1월 하순으로 넘어가는 지금이 해빙기는 아니지만, 얼음이 얇은 구역이 군데군데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 구역 위에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 올라서서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은 위험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단양에서 촬영하는 사람들도 걱정이었지만, 당장은 눈앞의 촬영이 더 걱정이었다. 추위도 잊고 다들 열심히 준비하는 데, 그걸 알아줘야 할 감독의 관심은 온통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촬영 전에 배우와 스태프에게 격려의 말이라도 건네면 좋으련만, 김정훈 감독은 촬영장 한편에서 계속 폰만 확인하고 있었다.
‘에효. 박태경 감독 욕심의 반만이라도 가져왔으면 좋겠네. 대체 어디에 정신을 팔고 있는 건지. 진짜 사기라도 당했나?’
김정훈 감독은 시간이 날 때마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폰 화면을 확인했다. 그런 김정훈 감독의 표정이 너무 안 좋아서 태주는 그가 혹시 사기 같은 걸 당한 게 아닐까 의심했다.
“주식인가?”
“네?”
“아니면 토토?”
“네에? 토토요?”
“그게 아니면 저렇게 만날천날 폰을 붙들고 있을 일이 뭐가 있어?”
태주가 김정훈 감독을 엿보는 중인 걸 알았는지, 김은혜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녀도 김정훈 감독의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내뱉는 말이 거침없었다. 물론 태주의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 하는 말이었다.
“역시 이 상황이 정상은 아니죠?”
“미쳤니? 이게 어떻게 정상이야? 생방도 아니고, 사전 제작에 일정도 다른 드라마보다 여유로운데, 대충 찍고 넘어갈 이유가 있어? 봐 봐, 여기 카메라가 몇 대야? 제작비도 충분해서 스태프도 많고 카메라도 많은데, 뭐가 문제야?”
“그래도 토토는 좀….”
“답답해서 한 소리야. 정말로 토로겠니? 선배님들만 아니셨으면, 한 소리 했을 텐데. 답답해 죽겠네, 진짜.”
선배 배우들 때문에 참고 있다는 김은혜의 말이 의외였다. 태주는 새삼스럽다는 시선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출연진 중 가장 몸값이 비싸고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김은혜였다. 그래서 지난 식사 자리에 난입했던 것처럼 막무가내로 굴 줄 알았는데, 보기보다 상식적이었다.
“그런데 주식은 좀 가능성 있는 것 같아. 내가 예전에 주식 하던 애를 본 적 있거든. 걔는 집안에선 모니터 앞에 앉아서 꼼짝도 안 하고, 밖에선 폰을 손에서 안 놓더라. 밥 먹을 때도 계속 띠링띠링 소리를 켜 놓고 있어서, 상을 엎어 버리려다 말았었어. 딱 저런 모습이었지.”
“….”
“저 봐, 저 봐. 아주 폰 화면에 빠지겠네, 빠지겠어. 누군 폰이 없어서 안 봐? 촬영 현장이니까….”
물론 그녀는 여전히 사람을 질리게 할 정도로 말이 많았다. 김은혜는 혼자서 떠드는 데도 미나의 스타일리스트 팀 전원이 떠드는 것과 비슷했다. 태주는 아득하게 멀어질 것 같은 정신을 겨우 붙잡으며 그녀의 얘기를 들었다.
김정현 감독의 이해하기 힘든 태도로 시작했던 얘기는 어느새 유럽에서 찍은 화보와 미국에서 본 영화 오디션 얘기로 넘어갔다. 한동안 그녀의 말을 들어 주던 태주는 촬영 준비를 핑계 댄 후에야 겨우겨우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태주의 3일 차 갈대숲 초저녁에 촬영이 끝났다. 괴물들과의 전투에서 수적 열세로 궁지에 몰리는 장면을 찍고, 스승과 마주하는 장면을 찍자 그의 촬영 분량이 끝났다. 각자의 전투 신이 남은 배우들에게 인사를 마친 그는 일행을 데리고 촬영장을 벗어났다.
*
관심이 부족한 김정훈 감독님의 촬영장과 다르게 정원의 총감독은 의욕이 넘쳤다. 총감독은 태주가 태산이를 안고 정원 입구를 통과하기 무섭게 달려들어 그를 현장으로 끌고 갔다. 물론 그를 데려가면서도 진행 상황에 관한 설명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요정 연합이 엘프와 요정 연합이 되었어.”
“엘프요?”
“어, 요정 아가씨가 초대한 요정 친구를 따라서 엘프 여럿이 왔거든. 요정 숲의 수호단이라 하던데?”
“수호단이요? 혹시 단장님도 오셨어요?”
“제일 먼저 왔어.”
요정들이야 재밌는 이벤트에 빠지는 법이 없었지만, 엘프 단장은 게으름뱅이면서도 묘하게 이런 이벤트에는 빠지지 않았다. 아니, 꿈의 세계의 주민들은 다들 이런 재밌는 일에서 몸을 빼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중 최고봉은 자신을 체험 돔으로 이끄는 아칸서스였다. 아주 간단한 부탁을 이렇게 대규모 이벤트로 키워 버린 아칸서스만큼 재밌는 일에 집착하는 꿈의 세계의 주민은 없을 것이다.
태주의 정원에서 벌어지는 일은 매우 간단한 부탁에서 시작됐다. 희와 제피르 등이 뱃놀이에 푹 빠져 있을 때였다. 해나가 현실에서 돌아온 태주를 붙들고 아이들의 뱃놀이가 얼마나 기가 찼는지 설명했다.
“정원사 씨, 들어 봐. 요새 희 아가씨랑 제피르, 단단이 뱃놀이에 푹 빠진 건 알지?”
“네. 물의 정령이 굉장한 속도로 배를 밀어주던걸요.”
“호호호. 그건 초반에 놀 때 하던 거고. 최근에 노는 모습은 못 봤지?”
“네. 오후에는 연습하느라 시간이 없었어요. 어떻게 놀고 있었어요?”
“역할극 놀이하는 건 봤었지? 요샌 역할극에 애니에서 봤다며 괴수도 등장시키는데, 그 괴수 역을 단단에게 맡겼지 뭐야.”
단단이 괴수? 태주는 해나가 어째서 기가 찼는지 바로 이해했다. 진화하기 전의 단단이라면 괴수 역할에 어울릴 수도 있었다. 외형만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진화를 거친 후의 단단은 성격에 맞는 동글동글하고 순한 외형을 하고 있었다. 둥근 머리에 까만 눈, 갈색 등에 흰 배. 어딜 봐도 괴수에 어울리는 외모는 아니었다. 오히려 괴수가 덮치면 제일 먼저 희생당할 것처럼 약해 보였다.
“성격에 맞지도 않는 괴수 역할을 하느라 꽥꽥 소리 지르는 게 불쌍해 보이더라니까.”
“아, 하하하. 제가 희한테 얘기해 둘게요.”
“응, 그러는 게 좋겠어. 단단은 희 아가씨들이랑 놀고 싶어서 참고 괴수 역할을 하는 것 같았어.”
희가 놀이에 빠져서 단단의 성격을 잠시 잊은 것 같았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 단단이니, 흥분한 희가 못 알아차리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는 한편 태주는 정원에서 괴수 역할에 딱 맞는 녀석이 뱃놀이에 흥미 없는 게 아쉬웠다.
‘태산이가 괴수 역할을 해 주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아쉽네.’
“흠. 괴수 역할은 처음이지만, 괜찮을 것 같아요.”
“어머나! 정원사 씨가 괴수 역할을 하려고?”
“저밖에 할 사람이 없는걸요. 수영하는 셈 치고 괴수 역할 좀 해 보죠, 뭐.”
“호호호. 그럴 거면 차라리 아칸서스한테 부탁하는 게 어때? 아마 최강의 괴수가 되어 줄걸?”
그렇게 해서 아칸서스와 모린을 정원에 초대한 게 이번 이벤트 ‘해적 섬의 보물’의 시작이었다.
아칸서스는 태주의 초대를 받자마자 바로 정원으로 넘어왔다. 모린의 감당하기 힘든 장난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였다. 그는 정원에서 보낸 연락이 무슨 내용인지 보지도 않고 발송인이 태주라는 것을 보자마자 모린을 데리고 찾아왔다.
그 이후의 순서는 굳이 부탁할 필요도 없었다. 모린이 태주를 따라다니는 동안 아칸서스는 자신의 특기를 어김없이 발휘했다. 그는 단순한 괴수 역할 부탁을 해적 섬에 둥지를 튼 드래곤을 물리치고 보물을 차지하는 이벤트로 만들어 버렸다. 아칸서스는 작은 일도 크게 키워서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데 천재였다.
“정원사 뭐 해? 빨리 오라고.”
옷이라도 갈아입고 아칸서스가 만든 결과물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를 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이렇게 정원에 도착하자마자 아칸서스에게 끌려가서 체험 돔을 확인하는 일은 사실 이미 익숙했다. 이 드래곤은 넘치는 재능만큼이나 성격이 급했기 때문이었다.
“태주!”
“모린? 하하하. 해적 옷이 아주 멋진걸. 멋진 해적이야.”
“히히히. 이모가 만들어 줬어. 우리 배도 멋있어. 태주, 우리 배 보여줄 게.”
“모린, 정원사는 내 섬을 먼저 볼 거야.”
“아니야. 태주는 우리 배를 먼저 볼 거야.”
“내가 데려왔으니까, 섬을 먼저 봐야지.”
“이잇! 태주, 우리 배 볼 거지?”
체험 돔에 거의 다 왔을 때였다. 아칸서스에게 이끌려서 체험 돔으로 다가오는 태주를 모린이 발견하고 매달렸다. 덕분에 아칸서스와 모린, 둘 사이에 낀 태주는 곤란한 표정이었다. 아칸서스도 모린도 고집이 대단했다. 매일 그를 두고 실랑이하는 두 사람은 서로 한 치도 양보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태산이가 나와 비슷한 행동을 하더니, 모린은 아칸서스랑 똑같이 행동하네.’
자신에게 제 성과를 어서 보여주고 싶어서 조르는 모습이 귀엽긴 했지만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했다. 아칸서스가 먼저 자신을 불렀으니, 그의 해적 섬을 먼저 보고 오는 것이 순서였다.
“모린, 해적선 멋있게 꾸몄어?”
“응. 희랑 같이 꾸몄어.”
“잘했네. 혹시 10분만 기다려 줄 수 있어? 모린의 해적선은 천천히 오랫동안 구경하고 싶어서 그래.”
“응. 기다릴게, 태주 빨리 와야 해.”
“고마워, 모린. 금방 갈게.”
아칸서스는 뱃속에서 뜨거운 게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눈앞에서 모린과 태주가 다정하게 눈빛을 주고받는 것이 못마땅해서였다. 특히 모린 녀석이 그랬다. 매일 자신은 못 이겨 먹어서 난리면서, 정원사 앞에만 서면 순한 양처럼 구는 게 어쩐지 눈꼴 시렸다.
-쿡!
“윽! 뭐야?”
“모린을 왜 째려봐요?”
“쳇! 얄밉잖아.”
“에휴. 아칸.”
태주는 해적 섬을 구경시켜 준다더니, 가지 않고 돌아가는 모린의 뒤통수만 보는 아칸서스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시선을 그에게 돌렸지만, 아칸서스는 여전히 저를 방해하는 모린이 못마땅한 것 같았다.
‘아칸서스는 가끔 모린보다 더 아이 같다니까. 뭐, 그게 그의 장점이지만.’
십 분의 시간밖에 없던 태주는 빵빵한 아칸서스의 볼은 무시하고 등을 밀며 해적 섬으로 가자고 재촉했다.
*
랜덤으로 설정했던 체험 돔의 시간이 지나서 재설정을 할수 있게 되었을 때 태주는 남태평양의 해변을 재현했다. 재정비를 마친 후에도 꽤 오래 방치하다가 다시 관심을 가졌을 때는 현실의 계절이 겨울이었다. 그래서 여름을 느낄 수 있는 해변을 선택했었다.
현재 체험 돔 안에서 벼락이 내려치던 무시무시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 해변을 볼 수 있었다. 체험 돔 안엔 큰 섬과 작은 섬이 몇 개 있는 열대의 해변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곳이 이번 ‘해적 섬의 보물’ 이벤트의 배경이었다.
“거기 조심해. 끈끈이 함정이 있어.”
“헐. 대체 해변에 함정을 얼마나 심어 둔 거예요?”
“몇 개 안 심었어. 한 오십 개 정도?”
오십 개? 태주는 아칸서스의 대답에 아연실색했다. 해적 섬 해변은 딱 봐도 그리 넓지 않았다. 아무리 잘 쳐줘도 폭 15m를 넘지 않는 곳이었다. 그 좁은 공간에 오십 개 가까운 함정을 설치하다니. 역시 아칸서스의 단위 개념은 보통 사람과 달랐다.
아칸서스는 겨우 함정 몇 개에 놀라는 정원사를 속으로 비웃었다. 해적 섬 안 동굴에 설치한 것은 해변에 설치한 것과는 비교되지 않았다. 양과 질에서 확실하게 침입자들을 물리칠 만한 것들이었다.
“거기 손 조심해. 잘못 건드리면 털북숭이가 된다고.”
“헉! 아칸, 뭐 그런 이상한 함정을 설치해 뒀어요?”
“킥. 재밌잖아. 어차피 반나절이면 되돌아오는 약한 거야. 바닥 조심해. 그 앞은 밟으면 작아지는 함정이야. 어때? 죽이지?”
“어휴. 정말이지.”
놀이를 위해서 살상력 없는 마법 함정을 수십 개나 고안하고 만들다니. 심각한 재능 낭비였다. 아니, 엄청난 재능의 활용이었다. 태주는 아칸서스의 재능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마법 물품 제작 달인인 그가 나서자, 단순한 놀이가 대규모 이벤트가 되어 버렸다.
태주가 아칸서스의 능력에 감탄하는 사이 아칸서스는 정원사의 대범함에 감탄하고 있었다. 관리자 요정과 펫의 놀이를 위해서 자금을 무제한으로 지원하는 배포가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흐흐흐. 이런 고가의 마법 장난감을 이번이 아니면 언제 만들어 보겠어?’
놀이 외에는 하등 쓸데없는 마법 물품을 마음껏 만들 기회는 부자인 그도 쉽게 얻기 힘들었다. 정원사가 아니라면 누가 바닥에 밟을 때마다 뿌직뿌직 소리가 나는 함정 따위를 설치하게 둘까.
아칸서스는 이런 기회를 놓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그는 다른 곳에선 실패작 취급받을, 비용 대비 우스운 효과의 마법 함정을 욕심 껏 만들고 있었다.
놀이용 세트에 많은 자본을 투자하는 것은 태주의 직업과 관계 있었다. 그는 겨우 몇 분 나오는 장면을 위해 많은 자본을 들여 세트를 짓고 철거하는 일에 익숙했다. 그래서 해적 섬 세트에 엄청난 DP가 들어가는 것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약간의 오해도 있었고 자그마한 실랑이도 있었지만, 이벤트의 무대가 될 해적 섬은 무척 훌륭했다. 엘프 요정 연합과 정원사 연합의 해적 선단만 준비되면, 언제든 보물 쟁탈전을 시작해도 될 정도였다. 해적 선단의 준비 역시 참가자들의 의욕이 대단하니 곧 끝날 것이다.
“기대하라고 정원사. 최고의 디펜스를 보여 줄 테니.”
그 전에 의욕 과다인 드래곤을 조금 진정시켜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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