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49
248. 날벼락 >
배우도 스태프도 모두 조감독을 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가 어떤 결론이든 속 시원하게 내 주기를 바랐다. 촬영을 이대로 이어서 할 것인지, 아니면 오늘 촬영을 접고 사태 파악에 나설 것인지. 어떤 식으로든 답을 주길 바랐다.
‘음. 오늘 촬영은 여기까지겠네. 남은 장면들은 조감독님이 찍을 수 없는 것들이니.’
세자가 머무는 별채에서 찍을 장면 중 남은 것들은 조감독이 촬영하기 쉽지 않은 장면들이 대부분이었다. 괴물들의 습격 같은 장면을 찍는 것이었다면 차라리 쉬웠을 텐데, 남은 장면들 대부분은 배우들이 대립하며 감정 표현을 강하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본분을 잊은 내금위장을 세자의 스승이 꾸짖는 장면이나 쏟아지는 화살에 내금위들이 무력하게 쓰러지는 장면, 세자가 과거의 악연인 내금위장을 베는 장면 모두 1편부터 쌓아 온 감정을 터트리는 장면이었다. 줄곧 피하고 도망치던 세자가 반격을 시작하는 중요한 장면이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 대기해 주십시오.”
“박 감독님?”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잠시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고, 촬영을 속행할지, 취소할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
태주는 조감독의 얘기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으려 조심했다. 사정도 알고 안타깝게도 여기지만, 촬영이 멈춘 건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촬영이 순조롭게 이어져서 집중력이 고조되던 순간에 맥이 끊긴 것이라서 더 그랬다.
촬영이 멈추고 배우들이 대기하고 있을 때, 연출 팀과 제작사 직원들은 한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연출 팀 중에선 결정권을 가진 팀장급 이상의 인원이, 제작사 쪽에선 현장에 있던 인원 대부분이 모이는 대상이었다.
“김정훈 감독님하고 연락됐습니까?”
“정말 급한 일이 있다고, 미안하다는 말만 하셨어요.”
“후우.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인지.”
“그러니까요. 아시다시피 감독님은 책임감이 엄청 강하신 분이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피곤할 정도로 하나하나 다 챙기시는 분이죠.”
“그런 분이 이러시니까, 더 이상하죠.”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졌지만, 김정훈 감독 옆에 가장 오래 있었던 조감독 역시 이유는 모르고 있었다. 크랭크 인 며칠 전에 급하게 집으로 돌아갔던 일이 있어서, 집안에 일이 생긴 게 아닌가 짐작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괜찮을 텐데….”
“이미 이 지역을 벗어나신 것 같더라고요. 다시 돌아오신다고 하셔도, 그때까지 배우들한테 대기하라고 하긴 힘들 거예요. 기다려 준다고 해도 바로 촬영하기도 힘들 거고요.”
“나도 알아. 이런 상황에서 기다려 달란다고 그러마, 할 배우가 있겠어? 만에 하나 배우가 그러겠다고 해도 소속사에서 가만 안 있겠지.”
“김 감독은 하필이면 군중 신 촬영하는 날 사고를 칠 게 뭐야.”
“무슨 사정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요 며칠 표정이 안 좋으셨거든요.”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모인 팀장들 사이에서 김정훈 감독을 욕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내심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 정도로 최근 김정훈 감독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일 하고 모레, 이틀 동안 오늘 오후에 못 찍은 장면까지 찍을 수 있게 촬영 스케줄을 짜 보죠. 박 감독님 도와주시겠습니까?”
“네, 그럴게요. 죄송해요, 피디님.”
“아닙니다. 박 감독님 책임도 아닌걸요. 매니저님들도 모시죠.”
“제가 불러올게요.”
“그런 건 막내 시키고. 어서 피디님하고 같이 일정이나 짜.”
엄동설한에 배우들을 계속 세워 둘 수도 없었다. 수많은 스태프도 마찬가지였고. 제작 피디가 일정을 조정하자는 얘기를 꺼내자, 모인 팀장들이 모두 수긍했다. 그들의 판단으로도 이 상태로 촬영을 계속하기는 힘들었다.
촬영 스케줄을 빽빽하게 채워 넣는 제작 피디의 표정은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사실 그는 영화 촬영 중에 주연 배우가 도망가는 일도 겪어 봤고, 계약했던 외주 팀이 크랭크 인 직전에 통으로 사라지는 일도 겪었었다. 이번엔 총감독이 도망간 일이었지만, 수습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출연 계약은 삼 일이니 단역은 그대로 쓰고. 이태주 배우 쪽은 협조만 구하면 괜찮고. 문제는 한 선생님인데….’
제작 피디는 원로 배우를 달래는 일은 김정훈 감독이 돌아오면 그쪽에 맡기기로 했다. 간단하게 방침을 정한 그는 하나둘 곁으로 다가오는 배우 매니저들을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맞이했다.
연출 팀과 매니저들이 제작 피디의 곁으로 모이는 것을 지켜보던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삼 일로 예정되었던 이번 촬영 중 태주는 원래 이틀만 촬영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는 미리 견우에게 남은 이틀 모두 나와서 촬영해도 괜찮다고 언질을 주었지만, 다른 배우의 반응은 어떨지 알 수 없었다.
난로 옆에 붙어서 시간을 잠시 보내자, 얘기가 끝났는지 견우가 돌아왔다. 조정 결과 하루 더 이 세트에 나오게 되었다.
“수고하셨어요. 춥네요. 그만 돌아가요.”
“어휴. 가자.”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누구나 반길 조기 퇴근이었지만, 태주는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
태주는 정원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아이 모습에서 바로 호랑이 모습으로 바꾼 태산이 녀석을 보고 키득거렸다. 태산이는 아이 모습을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제일 편하게 여기는 것은 역시 호랑이 모습이었다. 그에게도 이 호랑이 모습이 제일 익숙했다.
“태주, 어서 와.”
“태주우!”
-펄럭펄럭!
“정원사!”
최근엔 정원에 오는 그를 반기는 인원이 늘었다. 희와 도도 외에도 해적 섬 이벤트 이후 정원에 눌러앉은 모린과 요정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모린은 피곤해 보이는 아칸서스에게 며칠 더 쉬고 가라고 그가 권했기 때문에 남아있었고, 요정들은 해변으로 설정된 체험 돔에서 바캉스를 즐기느라 정원에 남았다. 그렇게 꽤 많은 손님이 자연스럽게 정원에서 같이 지내고 있었다.
“다녀왔어. 어제는 어땠어? 재밌게 놀았어?”
“응, 태주. 재밌었어.”
“태주, 우리 어제 다락방 꾸몄어. 이히히.”
“하, 하하. 그랬어?”
태주는 모린의 대답에 어색한 웃음소리를 냈다. 다락방이 있는 건물이나 그 건물의 인테리어 보고가 그다지 반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현실에서 매일 괴물 분장을 한 사람들을 보는데, 정원에서까지 오싹한 건물을 봐야 하는 일은 정말 내키지 않았다.
‘무서운 녀석들. 마법 실험실을 어떻게 그런 흉악한 건물로 바꾼 건지.’
태주는 단단의 둥지를 지으며 상당한 정성을 쏟았었다. 둥지 안의 바닥과 지붕 곳곳을 아름다운 타일로 장식하고 단단이 사용할 물건은 최상급의 마법 물품으로 갖춰 주었다. 그뿐 아니라 개천에서 둥지로 이어지는 수로에도 색색의 둥근 돌을 깔아서 장식했다.
그렇게 정성을 들이고 나니, 도도의 플레이 하우스가 초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날을 잡아서 바꿔 주려고 벼르는 중이었는데, 아칸서스가 드래곤은 누구나 마법 실험실을 가지고 있다며, 마법 실험실을 지으라고 옆에서 바람을 넣었다.
‘단단의 둥지처럼 예쁘고 실용적인 마법 실험실을 지어 주고 싶었는데….’
그가 아칸서스의 권유로 마법 실험실을 짓기로 다짐했을 때는 그게 그런 귀신의 집 같은 곳이 될 거로는 전혀 예상 못 했었다. 사실 그는 실험실을 지금처럼 큰 규모로 지을 마음도 없었다. 오두막 2층에 도도가 편하게 들락거릴 크기의 방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 그의 마음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은 전혀 달랐다. 마법 실험실을 짓겠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꽤 커다란 저택의 레시피를 구해 왔다. 그리고 그가 말릴 새도 없이 그대로 정원 한 곳에 저택을 지어 버렸다. 물론 그 안을 꾸미는 것은 희와 모린이 맡았다.
“태주, 희랑 모린이 다락방 어떻게 꾸몄게?”
“혹시 해골이 들어있는 관을 숨겨 뒀어?”
“이힛. 아니. 그건 다른 곳이야.”
“그래? 어떻게 꾸몄을까? 복도처럼 흐물흐물한 바닥을 만들었나?”
“아니. 이히히. 태주, 다락방 보러 가자.”
“아, 하, 하하. 지금은 할 일이 좀 있어서 그런데, 오후에 보러 가도 될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던 태주가 조심스럽게 꺼낸 얘기에 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오전에는 항상 정원 일을 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아이들은 오후까지 더 많이 꾸며 둘 테니 기대하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그저 정원 입구를 통과해서 몇 미터 걸었을 뿐인데, 어쩐지 무척 피곤한 것 같았다. 그는 심신 안정을 위해서 슬라임 동굴에라도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정원사.”
“응? 고니, 희랑 같이 가지 않았어?”
“응. 정원사, 고니가 부탁이 있어.”
“부탁?”
“그게….”
고니의 얘기를 듣던 태주가 웃음을 터뜨렸다. 작은 요정이 귓가에 작게 속삭인 부탁은 귀신의 집 같은 마법 실험실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한 번에 없앨 정도로 귀여운 부탁이었다. 그는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작은 요정 꼬마는 그의 승낙이 아주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요정의 날개 가루가 공중에서 반짝이는 게 보였다. 요정이 기뻐할 때마다 어김없이 드러나는 솔직한 반응에 그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이하! 정원사는 역시 말이 잘 통해.”
“하하하.”
“좋아. 이 기쁜 소식을 전하러 가야겠어. 정원사 나중에 봐.”
“응. 이따 봐.”
고니의 부탁을 들은 태주에게 정원의 환경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요정 숲도 그의 정원처럼 녹음이 우거지고 형형색색의 꽃이 어우러진 환경이었다. 기후 변화 역시 전혀 없는 곳으로 꽃과 열매가 자라기엔 최상의 조건이었다.
‘대신 눈이나 비도 내리지 않고, 바다나 사막도 볼 수 없지.’
요정 숲에서 나고 자란 요정들은 바다를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요정들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체험 돔의 바다도 무척 좋아했다. 좁은 모래밭과 바닷물 속을 매일 헤집고 다니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바다를 좋아하는 요정이 바다를 포기하는 부탁을 한 게 의외였다.
‘정원사. 썰매라는 게 있는데, 그게 아주 재밌대. 다음에 체험 돔을….’
요정들한테 썰매를 탄 걸 자랑한 게 누구인지는 굳이 고민해 볼 필요도 없었다. 정원에 썰매를 타 본 사람은 좀 전까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던 하얀 녀석 외에 없었다. 스케이트가 취향인 그는 썰매가 요정에게 자랑하고 다닐 정도로 그렇게 재밌는 것이었던가 싶었다.
“녀석도 참…. 어쨌든 다음 체험 돔은 냉대 기후겠네.”
체험 돔을 재설정하려면 시일이 좀 더 지나야 했다. 그 전까진 요정들이 남태평양 느낌의 해변을 만끽하도록 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
최근 태주는 정원 방문 첫째 날을 무척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오전에는 휴식 없이 정원 일을 하고, 오후에는 그를 찾는 사람, 정확히는 요정과 이종족을 상대했다. 사실 여유롭게 시간을 쓰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못 할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요정이나 이종족의 방문을 꽤 즐기고 있었다.
“정원사, 이거 선물이야.”
“와아! 예쁘다. 요정 숲에서 가져온 거야? 고마워, 폴라.”
“헛! 요정 숲 남쪽 수인 마을에서 꺾어 왔어.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어. 이런 꽃은 처음 봐.”
“별 무리 꽃이야. 꽃잎이 별처럼 생겨서 그렇게 불러.”
“고마워. 이건 잘 말려서 책갈피로 만들어야겠다. 바로 해변으로 갈 거야?”
“응. 오늘은 모래성을 쌓을 거야.”
그를 찾는 요정들은 체험 돔의 해변에서 놀게 해 준 태주에게 무언가 선물하길 좋아했다. 선물을 받을 때 때때로 입장료를 받는 매표소 직원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대체로 즐겁고 유쾌했다. 예쁜 꽃, 달콤한 열매, 가끔은 기분이 좋아지는 요정의 마법 등이 그를 찾는 요정의 선물이었다.
“어서 와, 정원사.”
“아칸도 여기 있었어요?”
“아아. 제대로 설치했는지 확인해 주느라.”
물론 선물이 아닌, 귀신의 집 같은 마법 실험실을 구경하도록 재촉하는 아이들과 그걸 부추기는 철없는 드래곤도 있었다.
“아칸, 마법 물품이 아직도 남았어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정원사. 애들한테 넘겨 준 건 내가 만든 것의 반도 안 된다고.”
“어휴. 대체 얼마나 만든 거예요?”
“작은 동굴 하나 꾸밀 정도?”
찌릿! 눈에서 레이저를 쏠 것처럼 태주가 아칸서스를 째려봤다. 그 작은 섬에 대체 얼마나 함정을 설치할 생각이었던 것인지. 해적 섬 해변에서 이벤트가 끝나 버린 게 다행이었다. 만약 그대로 해적 섬 중앙으로 향했으면, 아마 좋은 꼴은 못 봤을 것이다.
“크흠! 어차피 만든 것인데, 이렇게라도 쓰는 게 낫지 않아?”
“마. 법. 실. 험. 실이라면서요? 무슨 실험실에 함정을 그렇게 많이 깔아요?”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인간들도 중요한 걸 보관할 때는 그렇게 하잖아. 경비도 세우고 알람도 설치하고.”
“그건 그렇지만, 여긴 정원이잖아요.”
“에이. 도도도 좋아하잖아.”
“그래서 안 말리고 참고 있는 거죠.”
만약 도도가 싫어했다면, 아무리 희랑 모린이 바랐더라도 마법 함정을 설치하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도도는 두 아이가 자신을 위해 실험실을 꾸며 주는 게 좋은 모양이었다. 매일 잠에서 깨면 두 아이를 쫓아다니기 바빴다.
“전 정말 귀신의 집 같은 건 질색이에요. 애들은 왜 그렇게 귀신 얘기 같은 걸 좋아하는 걸까요?”
“재밌으니까.”
“어휴. 아칸, 공포스러운 효과 내는 마법 물품이 더 없는 것 맞죠?”
“맞아. 없어.”
‘진작 다 건넸거든.’
처음 공포스럽게 실험실을 꾸미기 시작했을 때 이미 모두 쓸어 갔었다. 작은 요정 아가씨와 모린의 취향이 어찌나 잘 맞던지, 둘은 고민하지도 않고 공포 효과가 있는 마법 물품만 모조리 챙겼었다.
“다행이네요.”
“정원사,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굳이 보러 오는 이유가 뭐야?”
“애들이 열심히 하니까요. 재밌어서 하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도도를 위해서 노력하는 중인 것도 맞잖아요. 그래서요.”
“쯧쯧! 물러.”
“하하하.”
아칸서스는 무르다고 혀를 찼지만, 내심은 정원사를 칭찬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과 다르게 행동하는 정원사가 싫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 정원사가 갈 다락방을 두 아이가 어떻게 꾸몄는지는 말해 주지 않을 테지만….
“자, 어서 올라가 봐.”
꿀꺽! 침을 한번 삼킨 태주가 마법 실험실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끼이이익!
섬찟한 소리에 그는 다락방 구경이 끝나면 반드시 현관문에 기름칠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부러 무서운 소리가 나게 고친 현관문이 단순한 기름칠로 해결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흐. 다른 어떤 거보다 이 출렁거리는 복도가 최악이야.’
그는 저택의 복도를 밟는 일이 제일 끔찍했다. 괴생명체의 몸을 밟고 지나가는 느낌이라서 지나갈 때마다 멀미가 날 것 같았다. 희나 모린이 직접 밟아 봤다면, 이 복도를 설치할 생각은 못 했으리라고 태주는 확신했다. 그 정도로 징그러운 느낌이었다.
“다락방. 저택이 이 층짜리인 걸 감사해야 하나.”
태주는 이 층으로 향하는 계단의 난간을 짚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발을 얹었다. 첫 번째 계단은 무조건 오른발로 디뎌야 했다. 왼발로 디디면 한 시간 동안 웃음이 멈추지 않는 가루가 머리 위에서 쏟아진다.
조심조심. 이미 여러 번 올랐던 계단이지만, 그는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가 현실에 있는 사이 두 아이가 새로운 마법 물품을 추가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계단에 다른 마법 물품이 추가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니면, 그가 걸리지 않은 것을 수도 있고.
다락방으로 가려면 2층의 복도를 통과해야 했다. 1층 복도와 계단에선 어떤 함정에도 걸리지 않았지만, 이곳은 달랐다. 2층은 그도 겨우 한 번 와 봤을 뿐이라서, 어떤 함정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삐걱삐걱.
걸음을 걸을 때마다 새로 지은 저택의 복도에서 나는 소리라고 보기 힘든 소리가 울렸다. 태주는 삐걱 소리 때문에 침입자가 발생하면 바로 알 수 있겠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복도를 걸었다. 그는 복도를 지나는 동안에도 주변의 물건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했다. 평범한 물건이 마법 함정인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주가 복도 중간의 커다란 창 앞을 지날 때였다. 낯선 물체가 갑자기 그의 앞에 생겨났다.
-번쩍!
-콰장창!
순식간이었다.
갑작스럽게 생겨난 물체에 반사된 빛 때문에 시야를 잃은 태주가 창밖으로 떨어진 것은.
정원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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