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54
253. 김정훈 감독 >
태주가 감독의 만류에도 분장실로 가 버린 뒤에 촬영장엔 불편한 침묵이 가득했다. 주연 배우의 이탈에 불쾌한 표정인 김정훈 감독과 다르게 조감독은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언제고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계속 생각해 왔기 때문이었다.
‘강제로라도 뜯어말렸어야 했는데…. 태주 씨가 아무 말 없이 받아 준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그나마 태주 씨니까 지금까지 맞춰 준 거지. 다른 배우였으면, 사달이 났어도 진작에 났지.’
조감독은 사람들의 시선에 화를 터트리진 못 하고, 붉으락푸르락하는 감독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리하게 촬영을 진행하지 말고 태주와 대화를 나눠 보라 말을 건네 보려는 것이었다.
아버지 실종 사건 전후의 김정훈 감독은 그가 아는 김정훈 감독이 아니었다. 예전의 그였다면, 배우의 컨디션, 스태프 간의 팀워크 등을 꼼꼼하게 확인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주연 배우에게 무리한 요구를 끊임없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감독님.”
“뭐야?”
“진정하세요, 감독님. 이렇게 된 거 잠시 쉬었다 가죠. 쉬면서 몸도 녹이고 따뜻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하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지금이 몇 신줄 알아? 해지기 전에 최대….”
“감독님! 쉬고 해요.”
김정훈 감독은 전에 없이 단호하게 말을 거는 조감독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수년간 자신의 곁에서 손발을 맞춰 온 조감독은 깔끔한 일 처리와 다른 수더분한 성격이었다. 그 덕에 피곤한 성격인 자신과 오랜 시간 문제없이 잘 지내 올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조감독이 강하게 쉬자고 말했을 때,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현실감이 들었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하던 중인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지친 배우들이 내뿜는 하얀 숨과 눈빛에 서린 답답함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지금 대체 내가 뭘….’
조감독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놀란 표정을 짓는 김정훈 감독의 모습에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그가 더는 무리한 촬영을 강행할 것 같지 않아서였다.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만 흥분을 가라앉혔으면 싶었다.
좋은 배우를 만난 게 신이 나서 주체하기 힘든 것은 알겠지만, 그 배우를 질리게 해서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이런 상황이 조금만 더 이어졌으면, 최악으론 때려치우겠다고 했을지도 몰랐다.
그 좋은 배우를 데리고 그게 무슨 끔찍한 일인가. 조감독은 다음 작품을 같이 하자는 말까진 아니더라도 그만두고 싶다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았다.
-Brrr.
-이태주 배우 매니저 김견우입니다. 촬영에 관해 잠시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편한 시간을 말씀해 주시면 저희 쪽에서 맞추겠습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크윽. 결국에는 이게 왔네.”
문자, 그것도 꽤 정중한 내용의 문자일 뿐이었지만, 곳곳에서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마 그런 느낌은 문자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미안함에서 온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진작 자신이 김정훈 감독을 진정시켰어야 했는데, 너무 좋아하길래 지켜보다 말릴 때를 놓쳤었다.
“감독님. 잠시 시간 괜찮으세요?”
“어. 무슨 일인데?”
“잠깐 저랑 같이 가시죠.”
“현장은? 비워 두고 가기는 좀….”
“잠깐 비운다고 안 죽어요.”
조감독은 촬영을 끝내고 따로 시간을 내는 게 아닌, 태주의 분장실로 김정훈 감독을 바로 데려가기로 했다. 어리둥절한 감독을 이끄는 그의 손길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지금은 사소한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주연 배우와 총감독의 사이가 틀어지는 일은 여러 최악의 상황 중에서도 그가 세 손가락에 꼽을 만큼 최악인 일이었다. 아직 그 정도로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 전에 관계를 회복해야 했다.
*
컨테이너로 된 분장실에 들어선 태주는 제일 먼저 미나에게 사과했다. 미나가 분장실로 내려오는 내내 그의 발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려서였다. 김정훈 감독에게 핑계를 댔던 신발은 문제없었다. 그저 그 순간에 그게 떠올랐을 뿐이었다.
“발은 괜찮아요. 아무 문제 없어요.”
“그래? 난 또…. 발목 삔 줄 알았는데, 아니라면 됐어.”
“그게 그때….”
“됐어, 됐어. 설명 안 해도 무슨 일인지 알아. 그보다 입구 쪽에 서 있지 말고 빨리 난로 앞으로 와. 추워.”
“…고마워요.”
“고맙긴. 빨리 몸이나 녹여.”
미나 역시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곁에서 쭉 봐 왔다. 일부러 애를 먹이려고 태주에게 여러 요구를 한 건 아니었지만, 김정훈 감독은 배려가 없었다. 다른 감독들은 다른 연기를 요구할 때 이유 정도는 설명했었는데, 이번 촬영에선 그런 모습을 거의 못 봤었다. 김정훈 감독은 꽤 괜찮은 장면을 찍어 놓고도 계속 다시 찍었다. 그 때문인지 예전 작품을 찍을 때보다 태주의 촬영 시간이 길어졌다.
‘아이고. 답답해 죽겠네! 누가 들을까 봐 욕 한마디도 못 하고.’
미나는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견우를 째려봤다. 태주가 말려서 두고 봤을 게 뻔했지만, 그래도 적당한 시기에 나서야 했을 게 아닌가. 그녀는 그냥 화풀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라도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었다.
“미나 씨?”
“….”
“왜 저를?”
“….”
따가운 그녀의 눈총을 받은 견우의 어깨가 움찔움찔했다. 난롯불을 옆으로 쬐려는 듯 슬그머니 몸을 돌렸지만, 얼굴에 느껴지는 시선은 사라지지 않고 더 강렬해지고 있었다. 자판을 누르는 견우의 손가락이 빨라졌다. 평소에도 빨랐는데, 지금은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누나. 매니저님 그만 째려봐요. 제가 말렸었어요.”
“그래?”
“네. 매니저님은 진작 감독님하고 얘기하려고 하셨는데, 제가 계속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그랬어? 뭐, 네가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랬겠지. 알았어.”
견우는 미나의 빠른 수긍에 욱할 뻔했다. 자신이 물어볼 때는 대답도 않더니, 태주가 설명하자 바로 그랬냐며 이해했다. 견우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좀 전에 받은 눈총을 갚아 줄 생각으로 눈을 부릅뜨려다 고개를 돌렸다. 미나 뒤로 세 명의 스타일리스트가 그를 보고 있었다.
‘킥. 매니저님 인원수에서 밀리셨네.’
태주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걸렸다. 미나와 견우가 벌인 짧은 촌극은 불편한 상황에 굳어 있던 태주의 얼굴이 풀리게 했다.
그렇게 태주의 분장실에 작은 훈풍이 도는 사이, 김정훈 감독과 조감독은 찬바람을 맞으며 잰걸음으로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태주의 분장실은 주차장 위쪽 공터에 있었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 조감독은 지금까지 그가 봤던 상황들을 털어놓았다.
“내가? 진짜로 그랬다고?”
“그랬어요. 태주 씨한테 이거 해 봐, 저거 해 봐, 하면서 밑도 끝도 없이 연기하라고 지시했어요.”
“내가 그럴 리가 없는데….”
“필름 보면 밝혀질 거짓말을 제가 하겠어요? 사실이에요.”
“좀 말리지.”
“말렸어요. 감독님이 흥분해서 제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어서 문제였지.”
김정훈 감독은 손으로 얼굴을 몇 번 쓸어내렸다. 화끈화끈했다. 찬 기운에 얼은 얼굴을 거친 재질의 장갑을 끼고 쓸어내려서였다. 그래도 그 덕에 제정신이 든 것 같았다. 인정해야 했다. 간간이 떠오르는 기억 속에서 그는 어린아이처럼 천지 분간 못 하고 날뛰었었다.
“변명할 생각은 없는데, 태주 씨가 연기를 너무 잘했어. 어떤 상황을 줘도 다 연기해 내니….”
“그건 그렇죠. 솔직히 그런 배우를 두고 흥분하지 않을 연출자가 어딨겠어요?”
“그야 그렇지. 그래도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 건 내가….”
“….”
조감독은 김정훈 감독이 하려던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다. 김정훈 감독은 균형을 잃은 상태였다. 원래도 그는 집요할 정도로 작업에 몰두하는 타입이었다. 그런 그의 성향이 아버지의 실종 사건을 겪는 동안 더 심해졌다. 한가지 일에 몰두해서 주변을 잊는 일이 계속 벌어졌다.
조감독은 태주가 화를 내는 이런 상황이 내심 반가웠다. 그가 말릴 때는 벽을 보고 얘기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배우가 감독의 만류를 거절하고 분장실로 가 버리는 일은 분명 잘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 일을 계기로 김정훈 감독이 문제를 깨달을 수 있었으니, 이득이었다.
이후 태주의 분장실 앞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말을 아꼈다.
태주의 분장실로 들어가기 직전에 조감독은 잠시 멈춰서 심호흡을 했다. 감독의 만류를 뿌리치고 촬영장을 벗어난 것을 탓하기엔 이쪽의 입장이 약했다. 애초 무리한 연기를 주문한 것은 김정훈 감독이었고, 그걸 거부하는 것은 배우의 당연한 권리였다. 조감독이 분장실 문을 열려고 할 때였다.
“춥더라.”
“예?”
“촬영장까지 올라가는 길. 완만한 경사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가파르고 춥더라.”
“아아. 주차장에서부터 올라가는 길이 좀 그렇죠.”
“그래 포장된 길도 그런데….”
‘거칠고 경사진 비탈을 수없이 달리게 했는데.’
괴물에게 쫓기자 말에서 내린 세자가 수레를 미는 장면도 있었다. 노약자들이 탄 수레를 밀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달리라고 재촉하는 장면이었다. 말에서 내리는 동작과 수레를 밀며 달리는 동작을 몇 번이고 하게 했었다.
김정훈 감독의 얼굴에 짙은 후회가 감돌았다. 대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었길래, 배우들 컨디션 하나 살피지 못한 것인지. 배우뿐 아니었다. 그 장면을 위해서 열 명 넘는 스태프도 나서서 비탈을 정리했었다.
“휴우.”
“이제 들어가요, 감독님.”
두 사람은 긴장한 표정이 드러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분장실 문을 열었다.
*
-꿀꺽!
‘뭐야? 여기 분위기 왜 이래?’
긴장하고 들어선 것이 무색하게 태주의 분장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정훈 감독이나 조감독이 긴장을 푼 것은 아니었다. 괜히 분칠한 것들은 믿지 말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었다. 친절하고 화사하게 웃는 얼굴로 얼마든지 엿을 먹일 수 있는 게 배우였다.
두 사람은 영화를 찍으면서 그런 일을 여러 번 겪었었다. 한 배우는 점심에는 웃으면서 잘해 보자고 파이팅을 외쳐 놓고 저녁에는 다른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다며 안면을 바꿨었다. 또 다른 배우는 매번 촬영 시간에 늦고 스태프를 막대해 놓고 인터뷰에선 세상 친절한 척을 했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이 따뜻해요.”
“나랑 애들은 나가 있을게. 얘기 나눠.”
“고마워요.”
“고맙긴. 필요한 거 생각나면 전화해.”
“네.”
미나는 그녀의 팀원들을 데리고 커피숍에 다녀오기로 했다. 분장실을 나서기 전 미나가 주머니를 두드려 보이며 짓궂게 웃었다. 뭐든 말만 하면 모두 사다 주겠다는 의욕 가득한 표정이었다. 물론 계산은 주머니 속 태주의 카드로 할 예정이었다.
태주는 미나에게 맡긴 카드는 신경 쓰지 않고, 김정훈 감독 일행을 난로 앞으로 불렀다.
“촬영 시작하고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네요.”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네. 추운 날씨 때문에 지연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정대로 진행되어서 다행이에요.”
“그렇죠.”
두 사람이 너무 긴장한 것 같아서 태주가 날씨 얘기로 가볍게 말을 꺼냈지만, 굳은 표정이 풀어질 생각을 안 했다. 아무래도 두 사람 모두 태주가 불편한 얘기를 꺼낼 것이라고 예상한 듯싶었다. 태주는 시간을 더 끌지 않고, 김정훈 감독을 따로 보려고 한 용건을 꺼냈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세자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아무래도 제가 분석한 캐릭터와 많이 다른 것 같아서, 여쭙고자 모셨어요.”
“아! 그게….”
“전 세자는 완성된 인물이 아니고, 점점 성장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줄곧 권신의 위세에 눌려 숨죽이고 살던 세자가 궁궐을 벗어난 뒤,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본인의 위치를 자각하고 책무를 깨닫게 된다고 이해했었어요. 혹시 제가 캐릭터 분석을 잘못한 건가요?”
조심스러운 태주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캐릭터 분석. 크랭크 인 전에 이미 논의가 끝난 화제였다. 그런 화제가 촬영이 한 달도 넘게 진행된 시기에 왜 다시 튀어나왔을까?
그것은 그동안 김정훈 감독이 세자 캐릭터의 정체성을 흐리게 만드는 연기를 계속 주문했기 때문이었다. 성장하면서 뜻을 세워야 하는 세자를, 줄곧 혼란스러워하며 고민하는 캐릭터로 연기하게끔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태주가 건네는 질문도, 질문을 건네는 태도도 모두 예상 밖이었다. 두 사람은 무리한 촬영에 대해 따지거나, 하다못해 짜증이라도 낼 거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눈앞의 배우는 그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담담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세자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만 물었다.
그 질문은 자신의 분석이 맞는지 묻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니었다. 크랭크 인 전에 했던 캐릭터 분석을 상기시키며, 감독이 지금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 되새겨 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난 당신의 판단이 의심스럽다고 어필하는 중이었다.
“…캐릭터 분석을 다시 할 필요는 없어요. 준비한 대로 연기하면 돼요.”
“내가 과했어요. 앞으로 촬영은 사전에 얘기한 대로 진행될 거에요. 지금처럼 무리한 요구는 없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촬영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걸 인정하면서 바라는 답을 들려줬지만, 눈앞의 배우는 기뻐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상황을 이렇게 만든 김정훈 감독을 탓하지도 않았다. 그저 본인과의 거리를 여실하게 느끼도록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고만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눈빛 하나에 온갖 감정을 실어 내던 배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담담한 모습이었다. 무기질에 가까울 정도로 담백한 반응에 오히려 곁에서 보던 사람이 질릴 지경이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태주는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만 촬영장으로 가시죠, 감독님. 촬영 준비해야죠. 태주 씨도 야간 신 늦지 않게 부탁해요.”
“네, 살펴 가세요.”
마주 보는 두 사람 사이로 조감독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는 말간 얼굴로 거리를 지키라고 강요하는 듯한 배우도, 자책으로 땅을 팔 것 같은 감독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촬영 준비를 핑계 대며 김정훈 감독을 일으켜 세웠다.
태주의 분장실을 나와 촬영장 쪽으로 올라가는 김정훈 감독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현재 본인은 정상이 아니었다. 한 가지에만 온 정신이 쏠려 본인도 모르게 다른 일을 등한시해 버리는 상태였다.
아버지의 실종 당시에는 수사 진척 상황에 정신이 쏠려서 촬영에 건성이었고, 지금은 태주의 연기에 빠져서 드라마 진행과 관련 없는 연기를 계속 주문했다. 자신은 균형을 잃어 버린 상태였다.
만약 자신이 음향 담당이나, 조명 담당처럼 한 분야만 담당하는 스태프라면 상관없었다. 그러나 자신은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드라마의 총감독이었다. 제작 전반을 확인하고 모든 스태프를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우창아. 박우창.”
“네? 왜요, 감독님?”
“네가 나랑 몇 년 일했지?”
“올해로 십 년째죠. 불량 형사 시리즈 끝난 뒤부터였으니까요.”
“십 년.”
김정훈 감독은 조감독을 먼저 촬영장으로 올라가게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서서 숨을 크게 들이켰다. 찬 공기를 들이마시니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그는 생각이 정리된 김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바뀔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기 전에 연락해 두어야 했다.
“여보세요. 대표님 접니다, 김정훈.”
-….
“네. 이태주 씨하고는 잘 풀었습니다. 촬영은 문제없이 진행될 겁니다.”
-….
“시즌 2 연출 계약 얘깁니다.”
김정훈 감독이 의 시즌 2 연출 계약을 해지했다는 소식이 며칠 뒤 전해졌다. 이어서 감독 자리에 박우창 조감독을 추천했다는 소식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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