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60
260. 변신 주문서 >
태주는 그렇게 생각에 잠겨 한참 동안 계단참에 서 있었다. 기대선 벽의 한기가 정신을 깨울 때까지 회귀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당시 자신은 지지부진한 촬영에 짜증이 잔뜩 난 상태였다. 촬영을 총괄하는 감독은 성격이 우유부단해서 그와 잘 맞지 않았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하기 편한 사람 좋은 감독이라는 것 같았지만, 그의 평가는 달랐다. 태주에겐 현장 통제도 제대로 못 하는 초짜 영화감독일 뿐이었다.
‘그렇게 쌓인 화가 촬영에 늦은 단역한테 쏟아진 것이었지. 이후로 감독의 이래도 좋다, 저래도 좋다는 태도가 조금 바뀌어서 그 일은 잊어버렸고.’
“휴우!”
한숨을 내쉰 태주가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계단을 내려갔다. 언제까지 여기서 옛날 생각에 빠져 있을 순 없었다. 태산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었다. 몇 시간이나 연습을 방해하지 않고 얌전히 기다린 아이를 더 기다리게 두는 건 미안한 일이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계단에 발을 디뎠지만, 태주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 일은 지금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만약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최소한 이유는 들어 보자.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었다.
*
태주는 소파에 앉아 잠든 태산이의 등을 천천히 쓸어 주었다. 새벽부터 아이 모습으로 준비하고 촬영장에 다녀온 녀석은 집에 오자마자 호랑이로 바뀌어서 우다다 뛰어다녔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뛰어다니다 지칠 무렵에야 소파에 올라와서 잠이 들었다.
“…대표실에서 얌전히 돌아 나왔습니다.”
“호오. 우리 말썽쟁이가 그렇게 얌전하게 굴었다니. 대단하네.”
태산이의 바른 행동은 착잡했던 그의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되었다. 태주는 고롱거리며 잠에 빠진 하얀 등에 손을 얹고 잠시 온기를 느꼈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화보 촬영 때문에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오래전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 보느라 마음이 불편해서였다.
“나중에 태산이가 바라는 걸 하나 들어줘야겠네.”
복잡한 생각을 털어 내려는 듯, 그는 태산이가 바랄 만한 것들을 떠올려 봤다. 그가 예상한 것은 눈썰매 타러 가기, 치킨 먹기, 온종일 산책하기 정도였다. 평소 태산이가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그와 둘이 할 수 있는 일이면 충분했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잠을 자기 전까지였다. 잠이 들어 정원에 도착해 태산이에게 물었을 때, 태주는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소원을 들어야 했다. 그것은 그가 태산이를 키워 오는 몇 년 아니, 회귀 전후를 합친 수십 년 동안 전혀 상상도 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형이 태산이랑 같은 호랑이가 되어 줬으면 좋겠다고?”
“앙.”
“진짜로? 태산이가 바라면 형이 일 쉬고 같이 여행도 갈 수 있는데?”
“아앙. 태쭈 호당이 죠아.”
슬쩍 다른 제안을 넣어 봤지만, 태산이는 요지부동이었다. 기대로 가득한 눈에 흥분으로 분홍색이 된 뺨까지. 이미 아이 마음은 호랑이가 된 그와 뛰어노는 중인 것 같았다.
태주는 난감한 상황에 부탁을 들어주지도 거절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단칼에 거절하기엔 아이의 부탁이 심상치 않게 느껴져서였다. 지금까지 동족을 찾은 적 없었는데 갑자기 찾는 게,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걱정도 들었다.
‘촬영 따라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꺄하. 태쭈 호당이, 태사니 호당이.’
눈에 보이는 태산이의 모습은 아프거나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해맑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 리 없었다. 어쩌면 신체적인 게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었다. 어린 호랑이만 겪는 어떤 현상을 겪는 중일 수도 있었다.
사실 태산이의 부탁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태산이는 바라는 걸 들어주겠다는 제안에 요정 숲 남쪽에서 만났던 커다란 백호를 떠올렸을 뿐이었다. 태산이의 바람은 단순했다. 그 백호가 그랬던 것처럼 태주가 그루밍도 해 주고 같이 놀아 주는 것이었다.
“호호호. 정원사 씨 뭘 그리 고민하고 있어. 어차피 주문서의 효과는 길지 않잖아.”
“그건 그런데요….”
“마침 마음껏 뛰어놀 장소도 생겼겠다. 한번 변신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아?”
“그, 어휴. 호랑이라니….”
해나는 망설이는 그를 변신 시간도 짧으니 해 보라며 은근히 압박했다. 그녀는 자신의 말에 동의를 구하듯 희에게도 눈빛을 보냈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미 희의 몸 주위로 반짝거리는 가루가 넓게 퍼져 있었다.
“이히히. 재밌겠다.”
“어휴.”
“이히히. 태주, 호랑이 되면 등에 희 태워줘야 해.”
“호호호. 아무렴. 정원사 씨가 희 아가씨를 안 태워줄까.”
태주는 호랑이 변신이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는 말을 꾹 눌러 삼켰다. 태산이보다 더 기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희를 실망하게 했다가는 그 후환이 두려웠다. 기회를 잡은 태산이 녀석이 신이 나서 보복성 장난을 칠 게 분명했다.
“어휴. 알겠어요. 그래도 오전엔 정원 일을 좀 하고, 오후에 변신해 봐요.”
태주는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남은 일을 편하게 진행하는 성격이었다. 그런 성격대로라면 호랑이 변신을 빨리 해치워야 했지만, 그러기엔 정원 일이 너무 많았다. 최근 그는 정원에 숲을 만드는 중이라, 매일 하는 정원 관리 외에도 일이 많았다.
그는 얼마 전부터 휑한 모습 그대로 남겨졌던 정원 외곽에 전나무, 자작나무, 미루나무 같은 키 큰 나무들을 모아 둔 숲과 상수리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등 단단한 열매가 맺히는 나무숲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중 밤나무는 밤송이 가시 때문에 따로 군락을 만들고 있었다.
‘밤 줍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태산이가 잘 주우려나 모르겠네. 뭐, 집게도 있으니 괜찮겠지.’
요새 태산이가 매일 부르는 산토끼 노래에 나오는 알밤 줍기를 시켜 줄 생각에 심기 시작했지만, 그도 만족스러웠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나무들이기도 하고, 언제나 봄 같은 정원에 색다른 풍경이 더해지니 그 자체로 보기 좋았다. 너무 빽빽하게 나무를 심어서 다 자라고 나면 몇 그루를 옮겨야 할 것 같긴 했지만, 그 정도 시행착오는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오늘도 나무를 여러 그루 심은 태주는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길가에는 어떤 꽃을 심을지 고민했다.
“찔레꽃도 예쁜데, 이쪽에 심어 볼까? 가시 때문에 안 되려나?”
오전 내내 나무를 심고 정원을 꾸미면서 몸을 움직였더니, 심란했던 마음이 좀 정리되는 것 같았다.
회귀 전 지환이의 일은 이제는 이미 지워진 일이었다. 고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일로 고민하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지환이에게 남은 미안한 마음은 지금처럼 곁을 지켜 주는 것으로 갈음하면 될 일이었다.
‘나중에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그때 도와주기로 하고, 지금은 우선 지켜보자.’
*
“크아앙!”
태주는 태산이의 울음소리가 어쩐지 재밌어하는 것처럼 들렸다. 아니, 아마 그가 느낀 게 맞을 것이다. 태산이뿐 아니라 다른 정원 식구들까지 모두 그를 보며 웃고 있었으니 말이다.
“호호호. 정원사 씨, 천천히 움직여 봐.”
“태주, 희가 하나둘, 하나둘 해 줄까?”
“히히힝.”
그는 바로 걷겠다는 조급한 마음을 접었다. 네발로 기는 것과 별 차이 없지 않을까 했던 생각도 버리기로 했다. 호랑이 몸은 시야부터 신체 구조까지 인간과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이 엎드려서 기어가는 것과 호랑이가 네 발로 걷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태산이가 운동 신경이 정말 좋은 거였구나. 겨우 몇 분 만에 뛰어다니길래 쉬울 줄 알았는데, 만만치 않네.’
태산이는 처음 아이로 변했을 때 아주 잠깐 몸을 못 가눴던 걸 빼면, 금세 적응하고 뛰어다녔다. 손끝이 투박한 것은 여전했지만, 지금은 아이 모습으로도 잘 지냈다. 그런 태산이를 봐와서 그도 금방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만약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뿐이었다면, 태주도 금방 적응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색한 신체 외에도 확장된 감각으로 인해서 무척 혼란한 상태였다. 후각, 청각 등 인간일 때보다 월등해진 감각으로 전해지는 정보의 양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크앙.”
“크허헝!”
태주는 태산이의 응원에 정신을 차렸다. 태산이가 하는 말의 뜻이 전해지는 건 꽤 신비한 감각이었다. 귀로 들리는 말이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직접 뜻을 전달하는 느낌이었다. ‘태주, 힘내!’라는 아이 목소리가 언어가 아닌, 특별한 감각으로 그에게 전해졌다.
‘진짜 신기하다. 그나저나 호랑이 상태에서도 아이 목소리로 들리는구나.’
1차 성장만 마친 태산이는 어린 호랑이였다. 겉모습뿐 아니라, 목소리도 아이 목소리였다. 변신한 자신의 덩치가 커서인지 새삼 태산이의 몸이 작아 보였다. 고양이 위장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라, 본체가 커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원래 덩치가 자그마했다.
-휙휙!
“크앙!”
호랑이 모습으로 그가 변한 게 무척 반가운지 태산이의 흔들리는 꼬리가 멈추지 않았다. 의젓한 호랑이 모습을 하고서 강아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게 귀여웠다.
태주는 제 주위를 쉴 새 없이 맴도는 태산이 뺨을 길게 핥아 올렸다. 다른 뜻은 없었다.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아이의 뺨을 핥고 있었다.
“끄앙!”
“크허허헝.”
뺨을 핥아 주자 얌전히 자리 잡고 앉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태주는 혀끝에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며 태산이가 바라는 대로 몸 이곳저곳을 핥아 주었다. 그러면서 슬쩍 훔쳐본 태산이는 기분이 좋은지 골골 소리를 내고 있었다.
“크앙!”
얌전히 그루밍을 받던 태산이 녀석이 태주의 목에 매달렸다. 아니 매달렸다는 것은 귀여운 표현이었다. 갑자기 덤벼들어 목에 앞발을 걸고 그의 몸을 타고 올랐다. 장난기 다분한 ‘놀자!’는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렸다.
태산이를 그루밍해 주는 사이 태주는 호랑이의 감각에 상당히 적응한 상태였다. 그는 자신의 몸을 타고 오르는 꼬맹이가 다치지 않게 누우며 발톱을 감춘 앞발로 그 몸을 밀어냈다. 물론 태산이가 그리 쉽게 밀려나지는 않았다.
“크헝!”
“크앙!”
태주는 뒷발까지 동원해 계속 그에게 치대는 태산이를 일단 떨쳐 냈다. 그는 이대로 힘겨루기가 주인 레슬링으로 태산이와 놀아 주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도저히 본체로 돌아간 녀석의 힘을 당해 낼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설산에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의 아공간 안에는 커다란 눈썰매가 있었다. 설산에서 그걸 타고 놀자고 제안하면 태산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었다.
“커허헝.”
푹푹 파이는 눈 위를 달리며 태주는 새삼 호랑이의 몸이 강하고 유연하다는 걸 느꼈다. 자유로운 앞발뿐 아니라, 뒷다리 힘도 좋아서 달리는 속도도 보폭도 굉장했다. 뒷다리에 힘을 주고 한 번씩 점프할 때마다 하얀 배경이 휙휙 뒤로 지나갔다.
‘너무 높아. 호랑이 몸 아니었으면, 못 올라왔겠어.’
냉대 기후로 바뀐 체험 돔에 태주는 몇 번 오지 않았었다. 요정들과 태산이가 그 안에서 신나게 눈썰매를 타고 노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런 놀이보다 숲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체험 돔 안의 설산이 사람 몸으로 오르기엔 무리일 만큼 높은 걸 몰랐었다.
“태주, 여기서 뭐 할 거야?”
“커헝!”
“눈썰매?”
-철퍽!
그는 아공간 안에 넣어두었던 커다란 눈썰매를 꺼냈다. 크기가 커서인지 눈 위에 내려놓는 데도 꽤 큰 소리가 났다. 노란색 눈썰매는 요정들에게 사 줬던 작은 눈썰매와 비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이 거대한 눈썰매는 사실 사 둔 지 좀 된 것이었다. 아칸서스와 모린이 있을 때 다 같이 타려고 샀었는데, 쓸 기회가 없었다. 장기 출장을 갔던 다나가 갑자기 정원에 나타나 둘을 데려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때 아칸 놀란 모습 꽤 웃겼었는데.’
혹시나 싶어서 체험 돔에 들어오기 전에 창고에서 꺼내 왔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이미 태산이 녀석이 눈썰매 위에 올라가서 여기저기 냄새를 맡는 걸 보면. 유일하게 곤란한 점은 태주도 호랑이 몸이라서 눈썰매를 움직이기 쉽지 않은 점이었지만, 달리기가 빠르니 어떻게 든 될 것 같았다.
“크앙. 크아앙!”
“커허헝!”
“태주, 빨리.”
태주는 희가 손잡이를 잡고 매달린 것을 확인한 뒤, 눈썰매의 뒤에 섰다. 이마와 앞발로 툭툭 치듯이 눈썰매를 밀어서 경사진 곳까지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뒤 산 아래를 향해 온몸으로 힘껏 눈썰매를 밀었다.
-슈앙!
“크아앙!”
“이히히. 출발!”
눈썰매를 밀어서 내려보낸 뒤 태주 역시 열심히 달렸다. 가속도가 붙기 전에 눈썰매에 올라타야 했다.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눈썰매의 옆을 달리던 그는 태산이와 희의 신난 목소리를 목표로 삼고 힘차게 뛰어올랐다.
“크앙!”
“이히히!”
태주가 올라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눈썰매는 무서울 정도로 가속도가 붙었다. 큰 덩치의 그가 올라타서인 것 같았다. 그는 얼굴을 때리는 맞바람 때문에 눈도 뜨기 힘들었는데, 태산이와 희는 재밌는지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촤아아악!
“커헝!”
뛰어 올라갈 때는 한참 올라갔는데, 내려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장애물을 피해 방향을 바꾸는 게 어려울 것 같았는데, 운 좋게도 설산에 장애물이 많지 않았다. 덕분에 눈썰매는 전복되거나 어딘가에 부딪히지 않고 무사히 아래쪽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태주, 또. 또 타자.”
“크앙.”
태주가 오두막으로 돌아간 해나와 제퍼르를 다시 데려올까, 고민하는 잠깐 사이를 못 참고 희와 태산이가 다시 타자고 재촉했다. 예전에 탔을 때와 비교도 안 되는 빠른 속도에 흥분한 둘은 그에게 잠시의 여유도 주지 않았다.
“커헝!”
“와아! 가자.”
눈썰매 타기에서 태주가 해방된 것은 변신 주문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세 시간짜리 변신 주문서의 효력이 해제되기 30분 전으로 설정한 알람이 울리자, 그는 눈썰매를 아공간 안에 넣어 버렸다. 아쉬워하는 두 녀석의 눈빛은 모른 척했다.
-할짝!
“커헝?”
-할짝할짝!
태주에게 기대앉은 태산이가 그의 얼굴을 혀로 핥아 주기 시작했다. 눈썰매를 왜 집어넣었냐며 칭얼거릴 거로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 밖의 행동이었다.
그는 제 몸을 반쯤 올라탄 태산이의 몸을 이번에는 밀어내지 않았다. 밀어내긴커녕 오히려 태산이가 핥기 쉽도록 자세를 낮춰 주기까지 했다. 조그만 녀석이 애정을 한껏 담아 핥아 주는 게 기꺼웠기 때문이었다.
“커헝!”
-쓰윽!
태산이의 그루밍을 한동안 받은 태주가 이번엔 반대로 태산이를 그루밍해 주었다. 북슬북슬한 털을 핥는다는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그저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듬고 자신의 체취를 묻히는 일에만 몰두했다.
태주와 태산이는 그렇게, 주문서의 효력이 끝날 때까지 다정하게 눈밭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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