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61
261. 투자자들 >
변신 시간이 끝난 태주는 눈밭 위에 그대로 누워 버렸다. 다정한 시간도 즐거운 시간도 좋았지만, 그 시간을 보내느라 체력을 너무 써 버려서였다.
-샤라락!
“태주, 괜찮아?”
“아아. 희가 회복 마법 걸어 줘서 괜찮아졌어. 희, 재밌었어?”
“응, 태주. 이히히.”
“하하하.”
사실 상태 이상 회복에 더 효과가 좋은 희의 마법이라 체력 회복엔 그다지 효과가 없었지만, 태주는 그걸로도 좋았다. 곁에 있기만 해도 행복한 작은 요정 아가씨가 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움직이는 게 기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리고 희에게 재밌었는지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 설산을 오르는 내내 그의 등에 매달린 희의 웃음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즐거운 웃음소리 때문에 체력이 바닥날 정도로 산을 오르고 썰매를 타고 내려온 것이기도 했다.
“다음에 또 재밌어 보이는 게 있으면 같이 해 보자.”
“응.”
점점 강해지는 한기에 태주는 일단 체험 돔을 벗어나기로 했다. 태주는 그새 굴이라도 만들 것처럼 눈을 파헤치고 있는 태산이를 불렀다. 체험 돔이라 땅에 묻힌 것도 없을 텐데 뭘 그리 열심히 파헤쳤는지. 그 잠깐 사이에 온몸이 눈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태산아, 오두막 가서 따뜻한 물에 첨벙첨벙할까?”
“크앙!”
“하하하. 이리 와. 형이 안을 수 있게, 작게 바꿔 줄래?”
“냐앙.”
“착하다. 가자. 희, 돌아가자.”
“응.”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는 얘기에 바로 그의 곁으로 온 태산이를 안아 들고 오두막으로 향했다. 희에게 회복 마법을 받았지만, 체력은 여전히 바닥이었다. 그는 오두막에 가기 전에 상점에서 회복약을 한 병 사 마기로 했다.
태주는 회복약을 마시면서 그의 일상에 추가된 일을 하고 있었다. 도도의 상태 확인, 혹은 도도 관찰이 그것이었다. 그는 플레이 하우스 앞을 오갈 때마다 멈춰 서서 창으로 보이는 도도를 한동안 관찰했다. 태주뿐 아니라, 정원의 식구 모두 그처럼 매일 도도의 상태를 확인했다.
‘우리 도도. 오늘도 잘 자네.’
창 안으로 보이는 도도는 오늘도 변함이 없었다. 오랫동안 잠들 거라고 아칸서스에게 설명을 들었지만, 하루하루 날짜가 더해질 때마다 불안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태주는 도도를 볼 때 가끔 이렇게 잠들었다가 그대로 깨어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
물론 그의 걱정과 별개로 도도는 화려한 마법 방석 위에 쿨쿨 잘 자고 있었다. 도도에게 이상이 생겼을 때 울리게 해 둔 알람이 잠잠한 게 증거였다.
“정원사 씨, 또 도도 보고 있어?”
“네, 잘 자고 있나 해서요.”
“가까운 곳에 있으니 자주 들여다볼 수 있어서 그건 참 좋아.”
“맞아요. 예전엔 어떤지 알 수 없어서 답답했는데, 지금은 그런 면에선 낫죠.”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이야, 잘 놀고 왔으면서?”
직접 만져 보지 못해서 걱정된다는 대답에 해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보기엔 걱정보다 품에 안고 닦아 주는 걸 못 하는 게 아쉬운 것 같았다. 안고 윤이 나게 닦아 주면서 말도 걸고 하던 걸 못 하더니 금단 증상이라도 온 모양이었다.
“정원사 씨, 도도는 그만 보고 이거 읽어 봐. 아까 체험 돔에서 놀 때 도착했어.”
“어라? 협회에서 보낸 우편이네요.”
“맞아. 어서 열어 봐. 이레귤러 처리에 관한 건지도 모르잖아.”
“네. 친애하는 정원사님? 이벤트?”
해나가 건넨 협회의 우편은 이레귤러 관련 우편은 아니었다. 아니 아주 약간의 관련이 있긴 했다. 이레귤러에게 창고를 털리고 시스템에도 구멍이 뚫리는 바람에 이벤트를 쭉 열지 못했었다. 이번 이벤트 개최는 이레귤러에게 입은 피해를 모두 회복했다는, 정원사 협회가 정상화되었다는 신호였다.
[친애하는 정원사님.정원사 협회에서 오랜만에 이벤트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부디 많은 정원사님께서 참석하시어, 소중한 경험과 귀한 상품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이벤트: 마차 호박 키우기
제공된 마차 호박 씨앗을 정원사님 고유의 방법으로 기간 내에 키우십시오.
-마차 호박 씨앗의 성장에는 15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차 호박 씨앗은 동봉된 티켓을 사용하면 제공됩니다.
대상: 황금 호박 마차 개조권
우수상: 여행용 호박 마차 개조권
참가상: 함정 땅콩 씨앗x30, 폭죽 석류 씨앗x30, 투척 멜론 씨앗x30, 기능성 씨앗 교환권x30.
-기능성 씨앗은 이벤트 기간 경과 후 상점에서도 구매 가능합니다.
정원사님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개최하는 이벤트가 반가운 것은 그뿐인 것 같았다. 곁에서 같이 협회의 우편을 읽던 해나는 쯧쯧쯧 혀를 차고 있었다. 표정 역시 당장 협회 인물의 멱살을 쥐고 탈탈 털고 싶은 것처럼 살벌했다.
“이것들이 이레귤러 처리는 뒷전이고, 무슨 쓸데없는 짓을….”
“하, 하하. 해나, 오랜만의 이벤트잖아요. 전 재밌을 것 같아요.”
“재미는….”
“크흠. 그나저나 이 이벤트 보상이 좀 이상한 것 같지 않아요? 참가상 보상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봐요.”
“기능성 씨앗이라는 게, 방어 기능을 가진 씨앗인 것 같은데? 그걸 참가상 삼아 정원사들에게 나눠 주는 거고.”
이벤트 개최 자체도 마음에 안 들었던 해나는 참가 보상의 씨앗을 보고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 보였다. 주먹의 강도를 시험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에 태주가 화들짝 놀라 화제를 돌렸다.
“연금술사들이 씨앗을 개량했나 봐요. 이런 재밌는 씨앗이라니.”
“그게 쓸데없는 짓이라는 거야. 차라리 정원에 방어용 골렘이나 하나씩 놔주지 방어 기능 씨앗은 또 뭐야?”
“하하하. 정원 환경에 적합하잖아요. 범용성으로 봐도 이쪽이 낫고요.”
“골렘을 정원 일도 가능하게 개조하면 되잖아. 그 정도는 마법사나 연금술사한테 의뢰하면 금방일걸?”
화제를 돌리려는 태주의 노력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해나는 정원사 협회의 일 처리가 정말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았다.
반대로 태주는 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원사 협회에서 관리하는 정원사가 자신 혼자뿐인 것도 아니고, 수많은 정원사가 모두 쓸 수 있는 씨앗을 개발한 일은 꽤 잘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게다가 이 기능성 씨앗이라는 게 언젠가 게임 광고에서 봤던 그것과 비슷해서 더 흥미로웠다. 마당을 침략하는 좀비를 식물을 심어서 막는 게임. 거기에서 봤던 식물의 실사를 볼 수 있을 듯해서 살짝 기대도 됐다.
“태주, 태주. 이벤트 할 거야?”
“당연히 해야지. 오랜만이잖아.”
“이히히. 그럼 희는 황금 마차.”
“킥! 좋아. 우리 같이 대상을 노려 보자.”
“응. 태주, 희가 티켓 써도 돼?”
“물론 되지. 자, 희가 찢어.”
태주가 티켓의 한쪽 끝을 내밀자, 희가 두 손으로 꼭 쥐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티켓은 희가 주문서를 쓸 때와 마찬가지로 끝부분만 조금 찢어졌다. 그래도 효과는 정상적으로 발휘되었다. 티켓이 찢어지고 난 뒤 ‘슈앙!’ 소리가 나더니 둥근 물체가 허공에 생겨났다.
“설마 이게 씨앗?”
“우와! 크다.”
“어후. 무게도 상당하다. 이걸 텃밭에 심을 수 있을까?”
“설명대로라면 마차만큼 커진다는데 텃밭은 무리지 않겠어? 정원사 씨 그것보단 태산이를 어떻게 해 줘야 할 것 같아.”
“네? 어라! 잠들었네.”
체험 돔에서부터 품에 안고 오다가 상점에서 회복약을 사느라 어깨에 걸쳐 두었는데, 그새 잠들어 있었다. 워낙 태산이를 안고 다니거나 어깨에 매달리게 한 채 돌아다니는 게 익숙해져서 잊고 있었다.
태주는 한 손으로 들기에 버거운 멜론만 한 크기의 씨앗을 옆구리에 끼고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욕실로 향해서 뜨거운 물을 받기 시작했다. 태산이가 지금은 잠들어 있지만, 욕조 안에 넣어 주면 언제 잠들었냐는 듯이 깨어나서 첨벙거리며 놀기 시작할 터였다.
“아이고, 무거워라. 이건 온실 옆쪽에 심어야겠다.”
“크기가 정말 크네. 다시 생각해도 쓸데없는 짓 같지만, 마차 호박이라는 게 궁금해지는데….”
“해나도 본 적 없어요?”
“나도 처음이야.”
아는 것이 많은 해나도 마차 호박 씨앗을 처음 본다는 건, 이것도 연금술사들이 손을 댄 물건인 것 같았다. 부드러운 크림색의 씨앗은 태주의 주먹 두 개를 합친 것보다 컸다. 이런 큰 씨앗이 겨우 보름 만에 다 자란다니, 아무리 연금술로 개량된 씨앗이라도 상당한 영양이 필요할 것 같았다.
-삐삐삐!
“물 다 받아졌네요. 전 좀 씻을게요.”
“호호호. 어서 들어가 봐.”
태주는 그때까지 그의 품에 안겨서 자고 있던 태산이의 몸을 잘 받쳐 안고 욕실로 들어갔다.
*
태주가 현실과 정원을 오가며 분주하게 생활할 때, 그와 비슷하게 분주한 곳이 있었다. 태주의 차기작을 준비하는 드림쉽 제작사가 그곳이었다.
지방 자치 단체와 촬영지 섭외 교섭도 하고, 각 제작팀의 작업 일정도 확인하고, 소품 제작도 맡기는 등 프리 프로덕션다운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직원들을 대표하는 이지명 역시도 본인의 업무를 충실히 보고 있었다.
“이제라도 치킨 프랜차이즈를 하나 인수해야 하나? 산이가 꼬꼬를 그렇게 좋아한다는데….”
“그랬다가는 대기업이 골목 상권 위협한다고 또 뉴스 나와.”
“우리 배우님도 치킨을 잘 드시는데, 산이도 그렇고.”
“그러지 말고 나중에 촬영장으로 치킨 배달이나 시켜 줘.”
“그건 당연히 해야지.”
그녀는 그 말을 하면서 아들에게 눈을 흘겼다. 태주는 원칙적으로 선물이나 서포트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원칙을 신경 쓰지 않고 그녀가 마음껏 할 수 있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들인 이지명이 제작을 맡았던, 에 태주가 출연했을 때가 그 기회였다.
하지만 그녀는 모터홈을 보낸 뒤로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폭우로 촬영이 중단되는 일이 생기며, 촬영 스케줄이 타이트해지자 이지명이 서포트를 모두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카페 차량과 간식 차량을 상시 운영했다곤 하지만, 그게 그녀의 마음을 풀어 주진 않았다. 잘 챙겨 먹는 건 당연히 좋지만, 내 배우에게 직접 해 주는 것과는 느껴지는 만족감이 달랐다.
“아들, 제작비 그걸로 되겠어?”
“전 실장님한테 보고받지 않았어? 충분해.”
“예산안에 식비가 너무 적던데, 제작비 모자란 거 아니야?”
“매 끼니 호텔 뷔페를 부르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면 충분해.”
“우리 배우님이 XX 호텔 장어 강정을 참 잘 드셨는데….”
이지명은 이게 만화라면 ‘빠직!’ 하는 효과음과 함께 자신의 이마에 십자 모양의 힘줄이 돋았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가끔, 아니 거의 매일 듣는 엄마의 우리 배우님 타령 때문에 이태주 배우한테 감사하던 마음이 점점 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싫은 소리는 단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특히 그의 엄마가 저 괴발개발 써진 감사 카드를 들고 있을 때는 더 말을 아꼈다. 예전에 저 카드가 이태주 배우네 꼬맹이가 쓴 건 줄 모르고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가, 전 실장님이 출장을 간 일로 체득한 지혜였다.
‘한창 바쁠 때였는데…. 지사도 없는 발리에 출장은 무슨.’
전 실장님은 제작사에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예산 집행부터 지역 단체장 면담까지 그녀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런 그녀의 출장, 아마도 출장의 탈을 쓴 휴가는 제작사 업무를 며칠 동안 멈추게 할 정도로 강력한 한 방이었다.
그리고 그 출장 이후로 사무실에서 전 실장님의 시선을 가끔 느꼈다. 자신의 실수를 매의 눈으로 잡아낼 것처럼 뚫어질 듯 보는 시선을. 이후 이지명은 자신의 엄마 앞에선 이태주 배우와 관련한 일에 안 좋은 소리를 일절 하지 않게 되었다.
“아들, 이 기회에 회사에 투자금 좀 더 넣자. 트레일러도 사고, 카페 차량도 운용하고 해야지.”
“몇 번 말했지만, 투자는 진짜 괜찮아. 솔직히 이번 영화도 투자 안 받고 자체 제작해도 됐는데….”
“그래도 투자는 받아야지.”
“그건 그렇지만…. 이번 영화가 좀 그래. 손해를 볼 것 같지는 않지만, 수익이 클 것 같지도 않아.”
“우리 배우님 영화인데, 손해를 볼 리가.”
후우! 이지명은 들리지 않게 숨을 길게 내뱉었다. 평소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 이태주 배우와 관련된 일에는 항상 이랬다. 사심이 가득한 편향된 평가만 늘어놓았다. 그는 한 줌 정도 남은 것 같은 인내심을 끌어모아, 제일 큰 투자자에게 다시 한번 거절했다.
“투자는 더 안 받아도 괜찮아. 영화나 회사나 모두.”
“흥!”
“그나저나 다들 어떻게 알고 이렇게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건지.”
“왜? 다른 곳에서도 투자 제안이 들어왔어?”
“어. 투자자를 모집한 적도 없는데, 영화에 투자하겠다고 몇 곳에서 나섰어. 그중에 두 곳은 제작비를 전액 투자하겠다더라고.”
투자 제안은 거절했다는 말로 입을 다물었지만, 이지명은 여전히 찜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작품이나 출연진, 연출을 맡은 감독도 모두 훌륭했지만, 제작비 전액 투자 제안은 과했다. 그것도 이태주가 주연인 영화를 콕 찍어서 투자하겠다는 제안은 어딘지 의심스러웠다.
이번 영화의 주연인 이태주의 해외 인지도가 서서히 높아지는 중이긴 했지만, 아직 해외 투자자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가 공개되고 나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었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일이었다.
“어디에서 들어온 제안이니?”
“중국이랑 미국의 투자사.”
“어떤 곳인지 확인은 해봤어?”
“밝혀진 정보 정도만. 상해는 황하 투자라는 곳이었고 미국은 플로리다의 골드 코인이라는 곳이었어. 두 곳 다 설립한 지 일 년도 안 된 곳이었는데, 어떻게 영화 정보를 알고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건지 의심스럽더라고.”
“이상하네. 엄마가 한번 알아볼까?”
“아니, 괜찮아. 투자금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서 이미 거절했어.”
“아들, 우리 배우님 영화에 이상한 벌레가 꼬이게 두면 안 되는 거 알지?”
그놈의 우리 배우님! 이지명은 그 배우는 엄마가 안 챙겨 줘도 알아서 잘 산다고 외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얌전히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다시 시작될 것 같은 우리 배우님 타령에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지만,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참자 지명아. 우리 회사 최대 투자자님이시다. 성질내면 큰일 난다.’
이지명은 오늘도 제작사의 대표로서 최대 투자자님을 접대하는, 본분에 무척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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