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78
278. 긴 하루 >
거대한 산이 정원 식구들의 눈을 끌었지만, 정원에는 그보다 더 큰 변화가 있었다. 무너졌던 정원 담이 더 먼 곳에 다시 세워지고, 태주의 오두막 이 층 지붕이 아주 먼 곳으로 옮겨가 있었다. 정원은 전체 면적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였다.
“희, 정원사 협회에 연락 좀 해줘. 이건 아무래도 보고해야 할 것 같아.”
“응. 희가 보고할게.”
“모린아. 혹시 집이 저 산이야?”
“잘 모르겠어. 그런데 저 산 같아.”
“희 돌아오면, 다 같이 구경 가 볼까?”
“응.”
태주의 제안에 정원 식구들은 각자 편한 방식으로 주변을 구경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확장된 범위와 붙어 있는 곳이었다. 새로 생긴 공간을 구경하기 딱 좋았다.
“이 부분은 정말로 황무지네요.”
“그러네. 정원은 황무지도 수풀이나 야생화가 자랐었는데, 여긴 그냥 맨땅이네. 자갈도 많고.”
“휘유. 뭐라도 심어야겠어요. 보기 안쓰럽네요.”
“호호호. 안쓰럽다니. 정원사 씨 표현이 재밌네.”
정원은 갈색의 테두리가 새로 생긴 상태였다. 모린의 집으로 예상하는 산 주변은 드문드문 녹색이 보였지만, 그 외에는 전부 자갈이 섞인 거친 땅이었다.
“태주, 큰일이야!”
“희?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태주, DP가. DP가 사라졌어!”
“아! 정원 확장 수수료일 거야. 그런 메시지를 봤었거든.”
“90%나 사라졌는걸.”
“헐!”
이레귤러 건의 보상으로 1억 DP를 받은 이후로 줄곧 그 숫자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큰 지출을 하지도 않았고, 꾸준히 재배 퀘스트를 수행하고 남는 물품은 상점에 등록해서 DP를 벌고 있었다.
초반과 다르게 워낙 여유로운 상황이라 DP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생활하는 중이었는데, 순식간에 십 분의 일로 줄어 버렸다.
“크흠. 괘, 괜찮아. 10%라고 해도 천만 DP가 넘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쉬이. 진정해, 희. 처음 정원을 얻었을 때는 10만 DP 조금 넘었었어. 그걸로도 그리 부족하진 않았는걸. 괜찮아.”
“응, 태주.”
말 그대로였다. 10%가 남았다고 해도 DP는 천만 DP가 넘게 남아 있었다. 쓸 만한 마법 물품이 몇만 DP 정도니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희가 걱정할 만큼 DP는 부족하지 않았다.
지금은 초기와 다르게 정원 식구가 늘어 지출도 늘어나긴 했지만, 그만큼 정원 시설도 많아졌다. 살림이 커졌다고 해야 할까. 덩달아 할 일도 늘어난 것은 조금 괴로웠지만, DP 수익을 생각하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태주, 또 큰일이 있어.”
“무슨 일인데?”
“정원이 두 배로 커졌어.”
“응? 그게 왜?”
“개간 비율이 낮아졌어.”
“헉!”
태주는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모린이 마음의 부담을 가질까 봐 표정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잊어버릴 정도였다. 개간 비율. 태주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점이었다. 정원 전체 면적이 늘었으니, 정원의 개간 면적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했다. 당연한 결과에 그가 깜짝 놀라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도도가 깨어나기 전에 정원의 레벨을 5로 올리자고 다짐했었다. 도도를 임시 펫이 아닌 정식 펫으로 등록하기 위해서였다. 부화한 직후, 손길이 많이 필요할 아기 도도를 현실로 데리고 다니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몇, 몇 퍼센트야?”
“으응. 23%야, 태주.”
“윽! 거의 50%를 넘기기 전이었는데, 아깝다.”
“히잉. 아깝다.”
개간 비율이 50%에 가까웠다고 말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과장한 것이었다. 실제로는 40% 조금 넘을 수치였었다.
정원은 전체 면적의 70% 이상을 개발해야만 레벨을 5로 올릴 수 있었다. 태주는 레벨 업에 필요한 장식과 나무, 화초 등의 숫자는 채웠지만, 그에 맞는 공간을 꾸미진 못했었다. 정원이 확장되지 않았더라도 근시일 안에 레벨을 올리긴 쉽지 않았었다.
“잠깐! 정원사 씨. 손님이 왔어.”
“손님이요?”
“협회야. 이나타 씨랑 요원 씨네.”
“가 보죠. 모린, 집 구경은 조금 나중에 해도 괜찮을까?”
“응. 괜찮아, 태주.”
확장 후 개간 비율이 확 낮아진 것은 속이 쓰렸지만, 그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정원의 상태 파악도 해야 했고, 이나타 씨랑 요원 S의 상대도 해야 했다.
*
태주는 오두막 앞 공터에서 만날 줄 알았던 협회의 사람들을 의외의 장소에서 마주쳤다. 오두막으로 가는 길에 그는 정원의 가운데 있는 큰 나무 앞, 그곳에서 나무에 손을 대고 있는 이나타를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나타 씨.”
“안녕하십니까, 정원사님.”
“혹시 큰 나무에 무슨 이상이 생겼나요?”
“아닙니다. 정원 상태를 확인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요원 S는 어디에 있어요? 같이 오신 거 아니에요?”
이나타는 태주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들자, 독수리 형태로 변신한 요원 S가 정원 하늘에 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정원 전경을 확인하는 중입니다.”
“확장된 모습을 확인하는 중이신가 보네요. 이나타 씨, 큰 나무를 더 조사하셔야 하나요?”
“아닙니다. 여기서 확인 가능한 건 다 했습니다.”
“그럼 자리를 옮겨도 괜찮을까요?”
“예. 편하신 곳으로 옮기십시오.”
태주는 이나타를 언제나 안내하던 곳으로 이끌었다. 오두막 앞 공터의 큰 테이블. 다행히 정원의 확장은 바깥 부분에서 이루어져서, 오두막이나 다른 곳은 전부 무사했다. 덕분에 난감한 상황을 겪지 않고, 손님 접대를 할 수 있었다.
“굉장히 빨리 오셨네요.”
“흠흠. 정원사님의 정원에서 오는 모든 소식은 긴급으로 처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네?”
“아직 이레귤러 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서 그렇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그 건 만큼이나 중요한 보고여서 발길을 서둘렀습니다.”
일행이 자리에 앉자, 해나가 오두막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차와 다과가 가득 담긴 쟁반이 들려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 컵케이크와 태주가 좋아하는 레몬 마들렌까지, 여러 종류의 디저트가 있었다. 티 타임에 맞춰 미리 준비해 둔 것으로 보였다.
태주는 조금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바로 대화의 서두를 열었다. 그는 협회의 인원이 보고하자마자 바로 온 것에 적잖이 놀란 상태였다. 그럴 만큼 정원의 확장이 특별한 사건인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정원이 확장된 사례는 단 한 건이었습니다. 정원사님의 정원이 두 번째입니다.”
“어쩐지 내가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다 했네.”
“그래도 아예 전례가 없던 일은 아니었네요.”
“그렇습니다.”
-슈아앙!
이나타와 얘기하는 사이 정원 전경 확인을 마쳤는지, 요원 S가 오두막 앞에 내려앉았다. 내려오기 직전 그는 독수리 형태에서 태주 등에게 익숙한 수인의 형태로 바꾸었다.
“안녕하십니까, 정원사님.”
“안녕하세요, 요원 S. 어서 오세요.”
“정원 전경은 어땠습니까?”
“문제는 없었습니다. 새로 세워진 담장도 그 바깥의 경계 부분도 기존의 정원과 같았습니다.”
이나타는 요원 S가 자리에 앉자마자 정원의 상태를 물었다. 언제나 침착한 말투와 태도의 이나타 답지 않게, 여유 없는 모습이었다.
“다행입니다. 큰 나무 역시 문제없었습니다. 정상적인 확장 과정으로 등록되었습니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확장했는지만 확인하면 됩니까?”
“그렇습니다. 예전 사례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만 알아보면 됩니다.”
요원 S에게 정원 상태 확인을 마친 이나타는 그대로 태주에게 궁금한 걸 물었다. 그녀가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모린이 가져온 주문서였다. 단지 모린도 그 주문서의 진정한 가치나 이력을 몰라서, 명확한 답을 얻을 순 없었다.
“모린, 혹시 드래곤 레어가 부유 섬 타입이었습니까?”
“우응. 모르겠어.”
“그럼 그 부분도 아칸서스 씨에게 문의해 보겠습니다.”
“응. 아빠는 다 알아.”
이나타는 이곳에서 더 알아볼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생각만으로 멈춰야 했다. 같이 온 동료가 바로 복귀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여서였다.
요원 S는 모린에게 질문하는 그 짧은 사이에 레이디 해나를 열심히 훔쳐보고 있었다. 차마 말은 못 붙이고 곁눈질로 슬쩍슬쩍 훔쳐보는 중이었는데, 앞자리의 정원사 얼굴에 웃음이 맺힌 게, 이미 모두 들킨 것 같았다.
이나타는 몸에서 힘을 빼고 의자에 편하게 기댔다. 그녀는 동료가 레이디 해나에게 자신을 어필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수년 동안 전혀 진척이 없는 동료의 연애 사업을 위한 배려였다.
“이나타 씨, 부유 섬이 확장하고 관계가 있나요?”
“예. 예전에 정원을 확장한 정원사님은 부유 섬을 포획해서 정원을 확장하셨습니다.”
“와! 그런 방법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방법은 아닙니다. 반신에 가까운 대마법사 정원사님이시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대마법사….”
이나타는 설명이 부족한 듯해서, 대마법사 출신 정원사의 얘기를 조금 더 풀어놓았다.
대마법사 정원사는 세 마리의 초대형 펫을 키우게 되었는데, 그는 그 셋을 위해 정원의 확장을 결심한다. 처음 그는 자신의 마법 실력이면 충분히 정원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가 평생 익히고 수련한 마법으론 정원을 확장할 수 없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그는 마지막으로 물리적 방법, 부유 섬을 포획해서 정원과 합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그 방법으로 정원을 확장할 수 있었다.
“드래곤들은 종종 부유 섬을 레어로 쓴다고 들었습니다.”
“아!”
“만약 사용하신 주문서가 부유 섬 형태의 레어였다면, 정원 확장의 방법으로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는 게 증명되는 것입니다.”
“그런데요. 정원을 확장하려는 정원사가 많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없습니다.”
확언컨대 전혀 없을 것이다. 이나타는 협회에 남은 기록에서 초대형 펫이 뛰어놀 공간을 마련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정원을 확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을 봤었다. 그녀의 생각에도 그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정원사들은 정원을 확장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원사는 대부분 욕심도 없고 평화로운 성격이지. 이곳도 사고가 아니었으면 확장은 마음에도 없었을 테고.’
이나타는 대화가 멈춘 사이 정원을 돌아보았다. 정원 입구가 원래 있던 곳에서 한참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 빈 곳은 모두 갈색의 흙이 메우고 있었다. 그곳을 지금 있는 오두막 근처처럼 정리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바꾸려면 단기간엔 힘들 듯했다.
그렇게 정원의 원래 모습과 바뀐 모습을 비교하던 그녀는, 자신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정원에 자주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건 사고가 이곳으로 몰리는 느낌이네.’
친절하고 유한 성격의 정원사와 별개로 사건 사고가 많은 정원이었다. 그녀가 보는 정원사는 다른 사람과 문제를 일으키거나 위험한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서는 꽤 높은 빈도로 일이 벌어졌다.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사건도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보고를 해 주신 건 감사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확장 건은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서, 협회 규정상 보상을 드리는 게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처음부터 보상은 바라지도 않았어요. 꽤 중요한 일로 보여서 보고한걸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달칵!
대화가 마무리되는 순간에 맞춰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자 요원 S가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빈 잔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의 디저트 접시는 가루만 남은 상태였다. 레이디 해나와 대화를 나누라고 시간을 준 것이었는데, 대화는커녕 디저트만 흡입한 것 같았다. 요원 S의 연애 사업은 오늘도 아무런 진척 없이 끝나고 말았다.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네. 안녕히 가세요.”
이나타와 요원 S를 배웅한 후 시간을 보자, 평소 차를 마시는 시간이었다. 작품 촬영 중일 때는 연습하다 쉬러 나오는 시간이었다. 즉, 아직 현실로 돌아갈 시간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태주는 아침부터의 일과를 떠올려 봤다. 아침부터 약초를 꺼내 달라는 아칸서스에게 약초를 찾아 주고, 이후엔 그와 모린의 실랑이를 중재했다. 점심을 먹은 후엔 모린의 집을 지으려다 정원 확장이라는 초유의 경험을 했다. 그리고 좀 전엔 협회의 사람들을 응대했다.
‘길다. 하루가 너무 길어.’
그는 현실로 일찌감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걸 느꼈다. 그러나 아직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남아 있었다. 협회 사람들을 만난 뒤에 레어를 구경하자고 약속 한 일이 그것이었다. 태주는 안타까운 심정이 드러나지 않게 주의하며 아이들을 돌아봤다.
이나타와 얘기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는데, 먹성 좋은 아이들이라선지 간식 접시가 텅텅 비어 있었다. 그가 못 본 사이 먹기 내기라도 했는지, 얼굴과 손이 온통 크림과 초콜릿 범벅이었다. 레어 구경을 가기 전에 그걸 먼저 닦아 줘야 할 듯했다.
-슈아앙!
“모린아, 튀어! 할아버지한테 가 있어. 어서!”
“아빠?”
태주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수건으로 아이들의 입 주위를 닦아 주려고 할 때였다. 점심 먹고 돌아갔던 아칸서스가 정원에 다시 나타났다. 그는 이동문이 전부 열리지도 않았는데, 튀어나와서 모린에게 뛰어왔다. 한 손에는 주문서를 꽉 쥔 채였다.
“빨리 이거 받아. 아빠가 데리러 갈 때까지 할아버지 집에서 기다려.”
“왜?”
“왜는 무슨. 빨리 가.”
“싫어. 모린이 여기 있을래.”
“이익! 아빠 말 좀 들어!”
아칸서스는 급한 제 마음도 모르고 떼를 쓰는 모린이 답답했다. 그래도 이대로 아이를 둘 순 없었다. 곧 그녀가 올 것이다. 자신이 따돌리긴 했지만, 그런 알량한 수법에 당할 상대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부탁하니 들어주는 시늉을 한 것이지.
“빨리 받아. 얼른, 얼른 찢어.”
“이잉!”
아칸서스는 다급한 표정으로 주문서를 아이 손에 억지로 쥐여 주었다. 그리고 어서어서 찢으라며 아이를 닦달했다. 숫제 애걸하는 모양이었다.
제 아빠의 색다른 모습에 놀라고 있을 틈이 없었다. 모린이 자신을 닦달하는 아빠의 말에 따라 주문서를 찢으려던 순간이었다.
-휘리릭!
“그건 안 되지.”
부드러운 재질의 긴 끈이 날아오더니 모린의 몸을 칭칭 감았다. 노란색 끈은 매듭까지 단단하게 짓더니, 그 주인에게 날아가 한쪽 끝을 내밀었다.
“허억! 다나!”
“모린. 엄마 왔다.”
“….”
태주는 노란 끈을 한 손에 쥔 다나가 뱉은 한 문장에 소름이 돋았다. 담담하게 도착 사실을 말하는 것인데, 압박감이 상당했다. 그렇게 느낀 것은 비단 그만은 아닌 듯했다. 다나가 등장한 후, 희가 조용히 날아 태주의 머리 뒤로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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