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84
284. 호박 섬 >
태주는 해나에게 부탁해서 챙겨 온 타르트 상자를 식탁 위에 쌓아 놨다. 타르트는 이제영 감독을 만나러 갈 때 선물로 가져갈 분량 외에도 꽤 많았다. 태주도 쿠첼루스도 좋아하는 음식인 걸 아는 해나가 종류별로 여러 상자 챙겨 주었다.
그는 그중에서 이제영 감독에게 선물로 가져갈 분량은 아공간에 다시 넣었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를 건네고 싶었지만, 한창 후반 작업에 바쁠 그의 사정도 알아보고 약속을 정해야 했다.
“하암!”
“쿠첼? 일찍 일어나셨네요?”
“타르트입니까?”
“네. 이쪽 상자에는 과일 타르트가 들어있어요. 대추야자 타르트도 있어요.”
-부스럭!
대추야자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상자를 여는 쿠첼루스의 모습에 태주가 키득거렸다. 대추야자는 사막 왕국 출신인 그가 좋아하는 과일이라서 타르트를 만들 때 해나가 빼놓지 않고 만드는 것 중 하나였다.
태주는 둘이 아침으로 먹을 타르트를 여러 개 꺼내 접시에 담았다. 타르트에 진하게 우린 홍차를 곁들이자 간단하지만, 훌륭한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다.
“쿠첼 이거 보실래요?”
“무슨 상자입니까?”
“이제영 감독님 병을 치료할 약이에요.”
“아! 이게….”
쿠첼루스는 입에 물었던 타르트를 한입에 삼킨 뒤, 상자를 열었다. 무슨 장치가 되어 있었던 듯, 뚜껑을 열기 전까지 전혀 느껴지지 않던 기운이 상자를 열자 놀라울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모두 작은 약병에서 풍기는 것이었다. 치료제는 작은 크기에 비할 수 없는 거대한 생명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이건 정말 엄청나군요.”
“해나도 그렇게 말했어요. 강한 기운을 품고 있다고요.”
“…음. 크흐음.”
“쿠첼?”
“태주 씨. 이거 혹시 제가 조금, 아주 조금만 써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러세요.”
태주는 당장에라도 약병을 들고 연구실로 달려갈 듯 조급해 보이는 쿠첼루스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 번에 약 한 병을 전부 쓸 생각은 없었다. 해나한테서 인간이 쓰기엔 약효가 과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들어서였다.
“우선 반병 정도를 건넨 뒤에 상태를 봐서 나머지를 쓸지 정하려고요.”
“확실히 반병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워낙 강력한 기운을 품고 있는 약이니.”
“보기엔 평범한 물약 같은데….”
아칸서스가 만든 치료제는 그의 눈에는 자주 마시는 회복약과 비슷하게 보였는데, 해나와 쿠첼루스, 두 사람이 보기엔 다른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특별한 힘을 가진 두 사람에겐 자신은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가 느껴지는 듯했다.
-쪼르륵!
“여기요.”
“고맙습니다.”
태주는 작은 유리병에 치료제를 나눠 담은 뒤 쿠첼루스에게 건넸다. 그는 아침을 먹던 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손에 쥔 작은 병을 홀린 듯이 봤다. 식어가는 차와 타르트가 좀 걸렸지만, 태주는 느긋하게 그가 정신 차리기를 기다렸다.
“휴우.”
“다 보셨으면 아침 마저 드세요.”
“네, 네. 어휴.”
“하하하.”
“아! 태주 씨 앞으로 스케줄이 어떻게 되십니까?”
스케줄. 내년 2월에 촬영을 시작하는 시즌 2를 제외하면 특별히 정해진 일정은 없었다. 시즌제 예능을 찾고 있었지만, 마음에 드는 예능을 찾지 못했다. 덕분에 그의 스케줄은 하루, 이틀이면 충분할 화보 촬영이나, 행사 참가 정도뿐이었다.
“내년까진 딱히 이렇다 할 스케줄은 없어요.”
“그럼 호박 섬에 다녀오시지 않겠습니까?”
“호박 섬? 아! 섬 정비 전부 마치셨어요?”
“예. 언제든 오셔도 됩니다.”
언제든 방문해도 괜찮다는 자신만만한 쿠첼루스의 얼굴에서 그가 접안 시설 같은 공식적인 이동 시설까지 모두 준비해 두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꼼꼼한 그이니 가장 필요로 했던 마법 실험 공간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겨 두었을 것이다.
‘고민되네. 태우랑 연우도 같이 가고 싶은데.’
이동문을 이용하면 몇 초 만에 호박 섬이 있는 카리브해로 갈 수 있지만, 동생들을 데리고 공식적인 항공선을 이용해서 가면 꼬박 하루를 이동하는 데에 써야 했다.
“우선 가볍게 한번 다녀오시죠.”
“…음.”
“동생들을 데려가기 전에 부족한 게 있는지 확인할 겸 다녀오시죠.”
“그럴까요?”
쿠첼루스 말대로 먼저 호박섬에 가서 필요한 걸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섬이 있는 카리브 연안에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마트에서 필요한 걸 사서 이동문으로 옮기는 게 배는 편리했다.
“그럼 이제영 감독님 뵙고 나면 같이 가 봐요.”
호박 섬 방문은 쌀쌀해지는 날씨에 딱 좋은 제안이었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
한동안 문을 열지 않았는지,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자 텁텁한 공기가 그를 맞이했다. 태주는 건강에 전혀 좋아 보이지 않는 작업 환경에 한숨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질병 완화제 덕분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지만, 엄연히 병을 앓는 상태였다. 그러니 적당히 편집 감독님한테 맡기고 본인은 쉬어도 좋을 텐데, 이제영 감독은 굳이 스튜디오에 나와 편집에 참여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아. 태주 씨 왔어요?”
“오랜만이에요, 감독님. 간식 드시고 하세요.”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그를 알은척하는 이제영 감독에게 마주 인사하면서 태주는 챙겨온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해나의 타르트, 과일과 주스, 초콜릿과 시리얼 바, 레토르트 식품과 인스턴트 죽 등. 상자에는 여러 가지 먹거리가 들어있었다.
태주가 상자에서 바로 먹어야 하는 해나의 타르트와 과일 주스를 꺼내자, 나머지를 2호가 간식 테이블과 냉장고에 챙겼다. 태주의 부탁으로 여러 번 스튜디오로 과일과 요깃거리 배달한 2호는 꽤 익숙하게 물건을 정리했다.
“감독님은 이거 드세요.”
“아!”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제영 감독은 태주가 건네는 음료수를 받는 순간 기시감을 느꼈다. 언젠가 이와 비슷한 장면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료수의 찬 기운을 느끼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일이 언제 있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선율 후반 작업할 때 비슷한 일이 있었지.’
선율 촬영이 끝난 어느 날 태주가 음료수와 간식을 사서 사무실에 들렀었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음료수를 고르든 신경 쓰지 않던 태주가 그날은 음료수 하나를 콕 찍어서 그에게 마시도록 강요했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두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자신이 음료수를 마시는 걸 지켜봤었다.
“태주 씨, 여기에 뭐 탔어요?”
“네? 아, 아니요.”
“하하하.”
그때도 평소랑 다르게 부자연스럽더니, 오늘도 그랬다.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 사람이 이런 일에는 왜 그리 뻔뻔하지 못한 건지.
음료를 강권하고 그가 전부 마신 후에 태주가 얼마나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는지 잘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영 감독은 그 이후로 벌어진 일 역시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였다. 모를 리가 없었다.
-쪼오옥!
‘역시! 저 표정. 그때랑 같아.’
태주가 처음 음료수를 강권했던 그 당시에는 변화를 잘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병을 앓기 전처럼, 다른 건강한 사람들처럼 움직이는 자신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선율 촬영 당시 연출에 제작 PD 역할까지 병행하느라 피로가 말도 못 하게 쌓였었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의 몸 상태는 발병하기 전과 다름없는 상태였다.
“고마워요, 태주 씨.”
“뭘요. 드시고 싶으신 것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세요.”
“하하하. 그래요.”
그가 빈 음료수 잔을 들어 보이며 고맙다고 말하자, 태주는 그때처럼 눈꼬리를 휘며 기분 좋게 웃었다. 상쾌하게 웃는 얼굴 덕분에 그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어쩐지 몸도 가볍고 활력이 도는 느낌이었다.
“하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한 학생처럼 개운한 표정으로 태주가 돌아간 뒤, 이제영 감독은 잠시 멈췄던 편집을 이어서 하려 했다. 그러나 십 분도 채 편집에 집중할 수 없었다. 피로는 전부 사라진 듯 몸 상태는 무척 좋았는데, 졸음을 참기 힘들었다.
“하아암!”
“감독님 좀 주무시고 오세요.”
“괜찮아요. 조금만 더 보고요. 하암.”
“이게 체력 싸움인 거 아시잖아요. 가서 쉬고 오세요.”
“그럼 한 시간만 자고 올게요. 배불러서 그런지 정말 졸리네요.”
“그러지 마시고 천천히 쉬고 오세요.”
이제영 감독은 편집 감독의 말에 대충 고개를 주억이고 일어났다. 그녀의 말대로 천천히 쉬고 오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피로는 쌓인 것 같지 않은데, 계속 눕고 싶었다.
그렇게 쉬러 간 이제영 감독이 잠에서 깬 것은 사흘 뒤였다.
*
한국과 다른 따뜻한 공기, 맑은 하늘, 이국적인 풍경 이런 것은 태주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것에 눈이 가지 않는 것은 비단 그 뿐이 아니었다. 일행 중 잠든 태산이와 2호를 제외한 모두가 비슷한 상태였다.
-뿌드드득!
“아이고. 뻐근하다.”
“형. 여기서 또 배 타고 가야 하지?”
“그렇지. 호텔에서 하루 쉬고 갈까?”
“어. 좀 쉬고 밥도 먹고 가자.”
“제가 아는 호텔이 있습니다. 거기로 가시죠.”
이동문으로 다녀올 때는 몰랐는데,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건 절대 쉽지 않았다. 기내에서 보내는 시간도 경유지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도 너무 길었다. 그렇게 오래 걸려서 왔는데도, 호박 섬에 가려면 다시 배를 타고 삼십 분은 가야 했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여기 되게 괜찮다.”
“응. 건물도 예쁘고 날씨도 진짜 좋은 거 같아.”
“너희 카메라 안 켜?”
“좀 이따가. 밥 좀 먹고 켜게.”
“그래.”
긴 이동이 피곤하긴 피곤한 것 같았다. 미튜브를 직업 삼은 둘이 촬영을 포기할 정도인 걸 보면. 태주는 잠든 아이를 잘 안아 들고 쿠첼루스를 뒤따랐다. 택시를 향해 걸어가는 쿠첼루스 역시 휘청휘청하는 게 무척 피곤해 보였다.
-털썩!
“끙! 무겁다.”
“아앙. 사니 앙 무거어.”
태주는 배 위에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에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자 일행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한참 남아 있었는데, 꼬맹이 녀석은 벌써 깨서 놀고 있었다. 잠깐 잔 거로 기운이 회복됐는지,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산이 배고파?”
“아앙.”
“점심 별로 안 먹고 잤잖아?”
“이꺼 머거떠.”
“…잘했어.”
태주는 텅텅 빈 초콜릿 상자를 자랑스레 들어 올리는 태산이 머리를 힘주어 쓰다듬었다. 낮잠을 자기 전 꼬맹이가 먹을 요깃거리를 테이블 위에 챙겨 두었는데, 그건 그냥 두고 초콜릿을 한 상자나 먹어 치운 녀석이 얄미웠다.
‘연우가 봤으면 잔소리 한참 들었겠네.’
태주는 귓가에 연우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태주는 태산이 손에서 초콜릿 상자를 빼내서 아공간에 넣어 버렸다. 증거 인멸. 쓰레기통에 버리면 동생들이 볼 수도 있었다.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흔적을 없애 버려야 했다.
연우나 태우나 그가 태산이에게 초콜릿이나 케이크 등을 마음껏 먹이는 걸 볼 때마다 잔소리를 퍼부었다. 평소에는 얌전한 두 사람이 그럴 때는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았다. 잔소리를 퍼부을 때의 두 사람은 마치 그가 형이라는 사실은 잊는 것 같았다.
“에효. 우리 꼬맹이 초콜릿 먹은 거, 작은 형들한텐 비밀이야. 알았지?”
“앙. 아라떠.”
동생들만 보면 솔직해지는 꼬맹이의 입이 얼마나 오래 비밀을 지켜 줄지는 몰랐지만, 태주는 아이에게 비밀임을 재차 강조했다.
짐 가방을 끌고 낮은 비탈을 오르는 태주는 동생들한테 잡힐까, 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는 그를 도우러 다가오는 2호에게 손을 저어 거절한 뒤, 그대로 캐리어를 끌고 호박 집을 향해 걸었다.
오랜만에 동생들을 만난 꼬맹이의 입은 역시나 가벼웠다. 지난밤 동생들을 보자마자 초콜릿 먹은 걸 신나서 자랑했다. 아침에도 마찬가지, 아침에 다시 만난 작은 형들을 보자마자 제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선물했다.
‘대체 저 목줄 안에 초콜릿이 얼마나 들어 있는 거야?’
초콜릿을 자신이 아이한테 줬다고 오해한 두 동생의 따가운 눈초리가 뒤통수에 꽂히고 있었다.
“섬 주변에 돌고래가 자주 나타납니다.”
“돌고래요? 저번에 왔을 때는 못 봤는데….”
“돌고래 무리 이동 경로가 이 근처라서 종종 지나갑니다. ”
“와! 돌고래. 보고 싶다.”
사전 답사 차 호박 섬을 방문했던 태주는 꽤 많은 물품을 챙겨 놨다. 동생들이 쓸 조리 도구나 식재료뿐 아니라 물놀이용품과 스노클링 장비도 챙겼고, 정원에선 수중 호흡 주문서와 같은 효과를 지닌 마법 콩도 전부 챙겨왔다.
‘마법 주문서랑 교감 기술을 사용하면 돌고래랑 같이 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에메랄드빛 바다를 돌고래랑 교감을 나누며 헤엄치는 장면을 상상한 태주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유려한 돌고래의 동체, 그 사이를 헤엄치는 자신.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장면이었다.
“수영하러 갈 사람?”
“태주 형, 저흰 호박 집 촬영 먼저 할게요.”
“수영 안 하고?”
“네. 호박 집이 더 궁금해요.”
“그래. 산이는 바다에 갈 거지?”
“앙. 바다 가자.”
숙소 촬영을 위해 남은 동생들과 휴식이 필요한 쿠첼루스. 셋을 남겨 둔 태주는 태산이와 더미가 쓸 구명조끼, 튜브 등을 챙겨서 해변으로 나갔다.
혹시 돌고래가 오지 않았을까. 두근거리면서 바다를 살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돌고래 무리가 이동하는 날이 아닌 것 같았다. 가끔 먼 하늘 위로 갈매기만 날아갈 뿐 바다는 잠잠했다.
“돌고래는 없네. 아쉽다.”
“돌고대?”
“응. 산이 전에 코끼리 영상 볼 때 같이 봤었지?”
“앙. 봐떠.”
“가끔 이 근처로 돌고래들이 지나간대.”
“앙. 돌고대.”
상상했던 돌고래 무리는 없었지만, 같이 놀 상대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체력 좋고 노는 걸 좋아하는 호랑이가 있었다. 모래사장을 파헤치는 더미를 확인한 뒤 태주는 태산이와 바다로 들어갔다.
물속에서 공놀이도 하고 파도 뛰어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자, 태주의 체력은 훅훅 달았다. 그는 바닷물의 부력에도 점점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에 태산이를 불렀다. 해변으로 나가서 쉬자고 권할 생각이었다.
“산아?”
“앙! 사니 여기떠.”
“얼래? 언제 저기까지 간 거야.”
“태쭈, 사니가 돌고대 데려가께. 기다려.”
“알았어. 형 여기서 기다릴게.”
잠시 그가 둥둥 떠서 쉬는 사이, 꼬맹이 녀석이 멀리 나가 있었다. 좀 전 돌고래 얘기를 했더니, 잡으러 간 모양이었다.
태주는 별로 기대하진 않았지만, 자신을 생각해 주는 아이가 귀여워 그러라 했다. 그는 해변으로 가서 쉬려던 생각을 접고 다시 바다에 몸을 띄웠다. 킥킥. 잠시 아이의 귀여운 행동에 키득거리던 그가 고개를 돌려서 2호의 위치를 확인했다.
2호는 해변에서 제법 먼 바다로 나간 태산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태산이한테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달려가 구할 태세였다.
든든한 2호의 모습에 안심한 그가 잠깐 그렇게 쉬고 있을 때였다. 그를 부르는 태산이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태쭈! 돌고대!”
“응?”
“사니가 돌고대 자바떠.”
“어? 어, 어!”
신난 아이 목소리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태주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문이 막혔다. 그의 호탕한 호랑이, 태산이가 거대한 물고기의 세모난 등지느러미를 잡고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촤아악!
다급하게 몸을 세우는 태주의 옆으로 하얀 물거품이 길게 생겨났다. 해변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2호가 바다 위를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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