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09
309. 차원문 >
태주는 정원에서 이나타 등 협회 인물들과 대화하려던 도중 자신의 영혼이 어딘가로 끌려가는 걸 느꼈다. 영혼을 감싸는 빛이 강해질 수록 자신을 끌어당기는 느낌도 강해졌다. 그렇게 서서히 영혼이 빛에 모두 둘러싸였을 때 한순간에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그렇게 이동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짙은 색의 상하의 한 벌을 입은 간호사와 시선을 맞추게 되었다.
“…”
“헉! 정신이 드셨네요. 잠시만요.”
그가 깨어난 것을 알아차린 간호사가 담당의를 부르고 전반적인 상태에 관한 점검과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이 오갔다. 여러 방면의 검사 결과와 또렷한 의식 등에서 의사들은 태주가 ‘심각한 상해를 입은 것에 비해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렇더라고 그를 중환자실에서 바로 일반 병실로 옮기진 않았다. 태주는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해를 당했었다. 기적이라고 일컬어도 괜찮을 만큼 의식이 빨리 돌아왔고 몸 상태도 좋았지만, 병원에서는 만일의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희한테 연락해야 하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을 텐데.’
협회 사람들과 얘기하던 도중 갑자기 사라졌으니, 분명 놀라서 찾고 있을 것이다. 그런 걱정이 들었지만, 침대에 누워 있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어쩐지 무척 피곤하고 졸렸다. 태주는 2호에게 대신 연락해 달라는 소리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잠이 들었다.
*
무사히 깨어난 태주가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휴식을 취하는 사이, 정원은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은 위기감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올올이 솟구친 머리카락이 내려올 줄 모르는 이나타가 정원사의 영혼을 어서 찾아내라고 도끼 눈을 하고 재촉하고 있어서였다.
-챙!
-쓰윽! 쓰윽!
그리고 한 가지 더. 협회 건물의 벽을 다시 세우고 창고 지붕을 교체하게 한 누군가가 단검을 꺼내서 갈기 시작해서였다. 예기로 번뜩이는, 훔쳐보는 것도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운 단검의 날을 세우는 모습은 가히 공포에 가까웠다.
임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아무리 그들이 인재 중의 인재만 모인 협회 임원이라도 목숨은 하나였다.
“서둘러!”
“네, 넵!”
갑자기 사라진 정원사의 영혼의 행방은 여러 방법을 사용해도 찾기 어려웠다. 영력을 수련한 것도 아닌 정원사이니 자력으로 장소를 이탈했다고 판단하긴 힘들었다. 게다가 현재 정원사는 신체에 심각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한시라도 빨리 찾아서 회복시켜야 했다.
그러나 정원사의 행방은 탐색 마법이 미치는 곳곳을 뒤져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여태까지 찾아내지 못하다니!”
“….”
이나타의 재촉이 아니더라도 그들 역시 마음이 급했다. 정원사의 행방을 찾는 일에 오전을 전부 보내고도 실마리 하나 찾지 못한 상황에 그들 역시 초조함을 느꼈다. 그렇게 초조함에 살벌한 긴장감까지 더해지자, 능력 좋은 그들로서도 상황을 타파하기 쉽지 않았다.
아무리 정원사가 차원을 넘나드는 게 익숙한 존재라고 해도, 그것은 모두 시스템에 의한 것으로 정원사 본인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더 협회의 들른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올 정도로 충격을 받은 정원사가 본래 차원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우응?”
“무슨 일입니까, 관리자님?”
“잠깐만. 2호한테 연락이 왔어.”
“… 2호?”
‘전투 인형!’
희가 연락을 받으러 중앙의 큰 나무 쪽으로 이동한 뒤, 이나타의 머리카락이 내려앉았다. 가능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만약 그녀의 짐작이 맞는다면 당장 필요한 것은 한 톨의 마력이라도 낭비하지 않고 모으는 일이었다.
관리자 아가씨에게 연락한 상대는 과거 정원사가 현실로 이주시켰던 전투 인형이었다. 그녀가 직접 이주에 필요한 대마법 주문서를 전해 주러 이 정원에 방문했었다.
“해나! 제피르! 태주가 몸을 찾았대!”
-차앙!
“호호호. 이게 왜 나와 있었을까.”
“히이이힝.”
태주의 소식을 듣자마자 해나는 갈던 단검을 요란하게 한 번 맞부딪힌 검집에 넣었다. 단검을 넣으며 협회 임원들이 있던 방향을 바라 본 것은 당연히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당장은 좋은 소식에 단검을 넣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꺼내 들겠다는 경고였다.
“정원사님이 계신 곳을 알았으니,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실 겁니다.”
“이나타 씨?”
“여십시오!”
“잠시만요. 이나타 씨 그곳은….”
“당장 차원문을 여십시오. 직접 가겠습니다.”
이나타에게 지목당한 협회 임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제까지 길잡이를 기다린 이유가 무엇인가. 길잡이 섭외로 시간을 끌어서,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꼴이 되었지만, 그들에게도 길잡이가 필요한 이유가 있었다.
“이나타 씨가 직접 가신다면 초보 마법사 수준, 그 이상의 힘을 쓸 수 없게 됩니다.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어떻게 이레귤러를 연행해 올 수 있겠습니까.”
“맞아요, 이나타 씨. 무사하신 것을 알았으니, 우선 길잡이를 데려오기로 해요.”
“그만! 이 이상 부끄럽게 만들지 마십시오. 지금도 너무 늦었습니다. 더는 그런 핑계를 대지 마십시오.”
“아니, 핑계가 아니라 사실인….”
해나는 이타나와 협회 임원들이 논쟁하는 내용을 주의해서 들었다. 또다시 길잡이 운운하는 그들의 대화는 그녀의 마음에 전혀 들지 않았다. 게다가 감정 표현이 적은 이나타가 임원들에게 분노하는 드문 모습으로 보아, 상황이 그녀의 뜻대로 이뤄질 가능성도 적어 보였다.
아무래도 엘프만큼이나 게으른 협회의 인물들을 움직이려면 강제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채앵!
“쉿! 조용히 해 볼래?”
“합!”
“보자, 이름이…. 호르헤? 출신지는 장인 마을이고 직책은 마법 물품 관리부 부장?”
“허억! 언제 내 신분증을?”
해나는 이나타의 말을 반대하는 협회 임원들을 한차례 훑어보았다. 한 손에는 단검, 한 손에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그들의 신분증을 쥐고 있었다. 그렇게 돌아보다 그녀는 그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인물의 뒤로 빠르게 이동했다.
-스윽!
“으아아!”
“대외협력부장 피스?”
“…예, 예에!”
“이름이 그래서 머릿속에 위기감이라는 단어가 없어?”
“….”
이나타와 요원 S 외에 정원을 방문한 사람들의 신분증 일체를 손에 쥔 해나가 보란 듯이 그것을 흔들면서 그들을 노려보았다. 만약 바라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협박이 아닌, 누구나 알 수 있는 강제력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이제 괜찮습니다, 레이디 해나.”
“이나타 양?”
“차원문은 제가 직접 열겠습니다.”
“이나타 씨!”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좀 전부터 마력을 모으고 있었다. 혼자서 차원문을 여는 것은 분명 무리하는 것이었지만, 어차피 마법 사용에 제한이 큰 정원사의 차원으로 가는 일이었다. 실제로 그곳에서 마법을 자주 쓰게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이레귤러의 능력은 제한한 상태였고, 정원사에게 줄 피해보상은 이곳으로 오기 전에 규모와 전달 방식 모두 결정되어 있었다. 정원사의 차원으로 넘어가 이레귤러를 잡고, 보상을 전하고, 피해를 바로잡은 뒤 돌아오면 끝이었다.
-차라랑!
“쯧! 알겠어. 아쉽지만, 이 정도로 넘어가지.”
“감사합니다.”
“우와! 해나 멋있어.”
“호호호. 조금만 더 크면 희 아가씨도 할 수 있어.”
해나는 이나타의 말이 끝나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협회 임원들 사이를 돌며 신분증을 돌려준 뒤 이나타와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 섰다. 한 손에는 여전히 예리한 단검을 들고 다른 손엔 그 단검과 한 쌍인 단검을 나눠 들고 있었다.
그녀는 이나타가 마법진을 전개하는 동안 협회 임원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살벌한 시선을 보내면서 지켰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경계는 필요 없는 일이었다. 협회 임원 중 누구도 차보 윙인 그녀가 지키는 정원에서 허튼짓할 마음을 먹은 이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슈아앙!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와. 정원사 씨한테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한동안 정원에 들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 해나가 잘 지키고 있다고 전해 줘.”
“그렇게 하겠습니다.”
“혹시 돌아오는 데 문제가 생기면 말하라고. 내가 협회에 직접 문제를 전해 줄 테니.”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아아. 잘 다녀오라고. 요원 씨도 잘 다녀와.”
일렁이는 차원문 앞에 선 이나타는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해나의 배웅인사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런 그녀의 뒤에는 정원에 도착한 뒤 말 한마디 없이 자리를 지킨 요원 S가 따르고 있었다.
이나타, 요원 S가 차례로 차원문으로 사라지고 난 후였다. 일렁거리던 차원문이 희미해져 가기 시작했을 때, 맹렬한 속도로 그 안으로 뛰어드는 작은 그림자가 있었다. 정오의 정원을 비추는 햇볕 아래 황금빛으로 빛나는 작은 유니콘이 그 주인이었다.
*
이나타는 협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서 빼놓지 않고 추적, 관리하는 물품을 태주가 몇 가지 소지한 것을 알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그가 현실로 가져간 이동문과 전투 인형이 있었다. 그녀는 차원문을 그중의 한 가지인 이동문의 좌표에 맞추어서 열었다.
‘정원사님과 관계있는 장소라서 이러리라 예상하긴 했지만, 여긴 또 다른 정원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군.’
호박 섬 상공에 도착한 그녀는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에 가득한 녹색의 물결에 이내 그러려니 했다.
정원사들은 천성이 그래서 그런지, 그들이 머무는 주변을 항상 푸르르게 가꿨다. 바위 정원이나 사막 정원을 테마로 정원을 꾸민 정원사들도 그랬다. 정원의 콘셉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식물을 키웠다. 그러니 섬이 녹색으로 바뀐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히이힝!”
“!”
“이런! 대체 언제?”
“골든 유니콘이….”
잠시 호박 섬을 구경하던 이나타와 요원 S는 곧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곁에서 느껴지는 예상치 못한 존재감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기척만 있어야 정상인 상황에 계획에 없던 인원이 추가되었다.
두 사람이 돌발 상황에 놀라서 잠시 굳은 사이 제피르는 익숙한 기운이 있는 장소를 향해서 날아갔다. 호박 섬은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그곳에서 느껴지는 누군가의 기운은 제피르에게 무척 익숙한 것이었다.
“제피드!”
“히이잉!”
“제피드 사니 보더 와떠?”
“히잉.”
“사니가 고양이 밥 줘떠.”
태산이는 호박 섬에 갑자기 제피르가 나타난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며칠 못 보다가 만난 제피르를 반가워하기 바빴다. 제피르가 위장한 미니 말의 모습이 아닌 골든 유니콘의 모습인 것도, 서울 인근에 있는 전원주택이 아닌 카리브해에 있는 호박 섬에 나타난 것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산.”
“이나타?”
“네, 이나타입니다. 혹시 정원사님이 이곳에….”
“어서 오십시오. 혹시 정원사 협회에서 오신 분이십니까?”
아이 모습의 태산이에게 태주의 행방을 묻는 이나타의 말을 낯선 목소리가 잘랐다. 투명 마법으로 모습을 숨기고 있는 두 사람을 정확하게 보면서 말을 거는 상대는 이미 두 사람의 정체를 아는 것 같았다.
쿠첼루스는 방문자의 등장을 파악하자마자 마법진을 내팽개치고 달려 나왔다. 그들이 태주의 편지로 겨우 안정을 찾은 태산이를 동요하게 할까, 걱정되어서였다. 더불어 희에게서 협회의 인물들이 찾아올 것이란 연락을 받기도 했다.
“예. 협회 소속 이나타, 요원 S라고 합니다.”
“정원에서 출발하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제피르, 오랜만입니다. 이들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히이잉.”
“감사합니다. 산, 제피르에게 호박 섬을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얘기가 끝나면 다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지요.”
“아앙. 아라떠. 사니가 앙내하께.”
이나타와 요원 S는 쿠첼루스의 말을 거부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옮겼다. 태산이를 일행과 떼어 놓으려는, 앞으로 나눌 대화를 비밀로 하려는 쿠첼루스의 의도를 알아차려서였다.
그들을 안내한 쿠첼루스는 바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는 창 너머로 태산이와 제피르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
“이레귤러 연행을 위해 오셨다고요?”
“그렇습니다. 혹시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까? 아니, 그 전에 한 가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정원사님의 상태는 어떠십니까?”
차원문을 넘은 이나타의 주목적은 이레귤러 연행이 맞았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정원사의 안전. 비록 이번에는 실수해서 정원사를 위험에 처하게 했지만, 정원사 협회에서 가장 우선하는 일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대체 무슨 방법으로 정원사의 영혼이 차원을 넘어 본래의 몸으로 돌아갔는지 알아봐야 했다.
“괜찮으십니다. 어쩌면 조금 당황하실지도 모르겠군요.”
“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태주 씨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좀 전에 하던 얘기를 다시 하시죠. 어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이레귤러의 현재 위치나 상태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만….”
마법사의 말끝이 흐려지자, 이나타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정원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내는 마법사가 이레귤러의 제거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였다. 나아가 마법사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의 미묘함이 그녀의 의심을 키우고 있었다.
“그 이레귤러 말입니다. 며칠만 더 있다가 데려가시면 안 됩니까?”
“무슨 짓을 꾸미는 중입니까!”
“무슨 짓을 꾸미는 것은 아니고….”
“커흠! 우리 태주 씨를 대신해서 고통을 담당하고 있어서 말입니다.”
현재 이레귤러는 태주가 받은 육체적 충격과 정신적 충격을 모두 대신 받는 중이었다. 그것도 사막의 저주술이 가미되어 강도가 몇 배로 증가한 아주 강력한 충격을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는 그런 상황을 좀 길게 유지하고 싶었다.
그런 설명을 들은 순간 이나타는 인정했다. 마법사의 제안이 굉장히 끌리는 제안이라는 것을.
“한 가지만, 한 가지만 더 확인하겠습니다. 쿠첼루스 씨. 당신의 몸은 어떻게 된 겁니까?”
“….”
“왜 당신에게서 죽은 자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입니까?”
“….”
생명을 키워 내고 돌보는 게 일인 정원사의 곁에 있는 죽은 자의 기운을 풍기는 마법사는 이나타의 의심을 사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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