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12
312. 병원에서 >
2호의 안내를 따라 협회의 인물들이 이레귤러 연행을 위해 전세기에 몸을 실을 즈음에 태주는 쿠첼루스를 배웅하고 태산이와 둘이 병실에 남게 되었다.
한가로운 오후 태주는 병원식을 꼬맹이는 쿠첼루스가 점심으로 사 온 치킨을 먹고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고 있었다. 이미 치료가 끝난 태주나 맛있는 것으로 배를 채운 태산이나, 두 사람의 분위기는 현재 있는 곳이 병원이 아닌 듯 아주 평화로웠다.
“산이 이제 치카치카 해야지.”
“앙. 이따가.”
“벌써 십 분 지났는데.”
“이따가 하께.”
“꼭 하는 거야.”
항상 하는 ‘앙.’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태주는 가만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병원에 온 이후로 절대 떨어지려 하지 않는 태산이의 마음이 이해되어서였다.
정원에도 가지 못하고 며칠간 떨어져 지낸 게 충격이었는지, 아이는 점심 먹을 때 잠시 떨어진 후로 계속 그에게 붙어 있었다. 평소에는 말하지 않아도 잘하는 양치를 한 번 정도 늦게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산아, 어디 가? 욕실은 이쪽인데….”
“아앙. 치카치카 아니야.”
그렇게 생각했지만, 욕실 방향이 아닌 가족실로 향하는 꼬맹이의 뒤에서 태주는 입을 삐죽거렸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서일까. 아니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자기주장이 늘어서일까. 최근 들어 태산이가 싫다며 거절하는 횟수나 짜증을 내는 횟수가 부쩍 많아졌다.
지금도 어리지만, 더 어릴 때는 말을 더 잘 들었는데, 크는 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더 늘었다.
‘뭐, 싫다고 아앙거려도 귀여우니 상관없지만.’
열린 문 너머에서 부스럭 소리가 한참 나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걸 보니, 찾는 물건이 안 보이는 모양이었다. 태주는 침대 옆의 링거대를 천천히 끌면서 가족실로 가 보았다.
가족실 안엔 퇴원할 때까지 머물 계획이었는지 커다란 짐 가방이 두 개나 있었다. 대체 무얼 찾는 것인지, 태산이는 그 가방 두 개를 모두 열어 놓고 안을 헤집고 있었다.
“산아 뭐 찾아?”
“편지.”
“편지?”
“앙. 사니 답짱.”
태산이의 답장. 아이의 대답을 들은 태주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최근 태산이가 받은 편지는 자신이 정원에서 보낸 것뿐이었다. 회사로 배달되는 태산이 팬레터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으니, 지금 찾는 답장의 주인 역시 자신일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태주의 손길이 빨라졌다. 그는 가방 윗면의 포켓에 손을 넣어 서류 봉투를 꺼냈다. 여행 가방에 짐을 쌀 때 서류 같은 얇은 물건은 포켓에 넣는 경우가 많았다. 태산이는 직접 싼 짐이 아니라서인지 그것을 모르고 짐을 전부 끄집어내고 있었다.
-바스락!
“산이 찾는 거 혹시 이거야?”
“앙! 사니 꺼.”
“자, 여기.”
“꺄하.”
곧 자신에게 되돌아올 물건인 것 같았지만, 태주는 벌떡 일어나 손을 내미는 아이에게 물건을 건네주었다. 사실 당장 열어서 무슨 내용을 썼나 보고 싶었지만, 아이의 손으로 직접 건네주는 걸 받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아쉬움을 참고 건넸다.
‘아아. 귀여워라.’
서류 봉투에 들어갈 것처럼 입구를 크게 벌리고 안을 확인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정말 콩깍지에라도 씌었는지 아이 모습 하나하나가 모두 귀엽게 느껴졌다. 심지어 싫다고 짜증 부리는 것도 귀엽게 보이니, 문제는 문제였다.
“태쭈 이디 와.”
“응?”
“빠리.”
-팡팡!
찾던 물건을 찾았는지 병실 쪽으로 옮겨간 꼬맹이가 침대를 팡팡 두드리며 어서 오라고 성화였다. 아이는 태주가 팔불출 같은 모습을 떠올리며 자괴감에 빠질 뻔한 잠깐 사이도 기다리기 힘든 것 같았다.
-팡!
“여기 안자.”
“알았어.”
작은 손으로 야무지게 제 앞자리를 두드리는 모양에 태주는 두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스케치북에서 뜯어낸 종이를 들고 있는 아이를 보는 그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일반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편지와 선물을 받는 그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아마 눈앞의 아이를 그가 진심으로 아끼기 때문일 것이다.
“태쭈.”
“….”
“태쭈!”
“응?”
“태쭈 잘 해떠.”
갑작스러운 칭찬이었지만, 태주는 무슨 상황인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평소 그가 아이를 상대할 때 자주 하던 모습이어서였다. 자신의 부름이나 물음에 꼬박꼬박 대답하는 아이가 기꺼워 칭찬을 아끼지 않던 모습, 자신을 앞에 앉힌 아이가 하는 행동이 딱 그 모습과 같았다.
“사니가 고양이 밥 줘떠.”
“그랬어? 착하다, 우리 산이.”
“꺄하! 사니 쿠체랑 꼬기 마니 머거떠. 치카치카도 해떠.”
“치카치카 혼자서 했어?”
“앙.”
“아이, 우리 산이 다 컸네. 혼자 치카치카도 하고.”
태주가 보낸 편지의 답장을 읽는 것인지, 평소처럼 일과를 얘기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든 대화가 한참 지나갔다. 그러나 익숙한 일상 얘기에 그는 긴장을 너무 일찍 풀고 있었다. 그가 편지에 썼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끝난 이후의 내용은 그의 양심을 찌르기 충분했다.
“사니 태쭈 기다려떠. 게속, 게속 기다려떠.”
“….”
“사니 기다리다 슬퍼떠. 태쭈 앙 와떠.”
“…미안. 산이 많이 기다리게 만들어서 형이 미안해.”
“이제 갠차나.”
태산이가 어른스럽게 괜찮다고 말했지만, 태주는 믿지 않았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아이였지만, 그에 못지않게 타인을 위할 줄도 아는 아이였다. 그를 위해서 자신의 서운함을 감추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리 와. 형이랑 꼬옥 안자.”
“앙.”
“남은 편지는 이렇게 하고 같이 볼까?”
“앙!”
이를 닦자는 말과 다르게 링거를 꽂지 않은 팔 안에 아이를 가득 안고 달래듯 이마에 짧게 입 맞춘 그의 제안은 거절당하지 않았다. 그는 그 상태로 아직도 여러 장 남은 편지를 같이 읽어 나갔다.
편지의 내용은 대부분이 그를 기다리면서 태산이가 한 일이었다. 소파와 침대를 박박 긁어 댄 일이나, 그가 아끼는 화분에 물을 준 일 을 적어 놨다.
호랑이의 모습으로 박박 긁어서 가구의 교체 시기를 앞당겨 준 일이나, 한 달에 한 번 물을 주면 되는 선인장에도 매일 물을 줬다는 자세한 내용은 없었다.
*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특실 병실로 이동하는 동안 태우와 연우, 둘은 넓고 고급스러운 병원의 시설에 감탄했다. 둘은 방문자 출입 카드도 목에 걸고 있고, 태주가 미리 보안 검색대에 연락해 두어서 아무 제지 없이 들어왔는데도 조금 긴장한 채로 병실을 찾아가고 있었다.
-똑똑!
“형, 들어갈게.”
“안녕하세요.”
특실 병동의 낯선 분위기에 긴장한 둘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선 후 조금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문을 열면 바로 태주가 있을 줄 알았던 것과 다르게 두 사람이 들어선 곳은 긴 소파와 탁자, 커다란 TV가 놓인 거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달칵!
“태우 형아. 사니 여기떠.”
“아하하하. 거기 있었어?”
“태우야, 연우야 나 여깄어. 이리 들어와.”
“드더와.”
병실 문을 열고 나온 태산이를 따라 들어간 두 사람은 그 병실 안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넓은 병실 안에 TV 광고에서 보던 안마 의자, 가습기, 공기 청정기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게다가 병실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도 나쁘지 않았다.
“형 괜찮아?”
“괜찮아.”
“내가 보기에도 괜찮아 보이긴 한다. 지금 화장한 거 아니지? 왜 이렇게 혈색이 좋아 보이지?”
“하, 하하. 그것 봐. 형 걱정할 거 없다고 했잖아.”
해나가 보낸 치료 약의 효과는 너무 좋았다. 좋아도 너무 좋아서 그의 상태를 정상인보다 더 좋게 만들어 놓았다. 당장에 100M 달리기를 시켜도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는? 연락했어?”
“통화는 했어.”
“안 온대?”
“어.”
“뭔데? 무슨 일인데, 이럴 때까지 안 오는 거래?”
어머니가 한국에 오지 않을 거라는 얘기를 들은 태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어머니에게 자신들의 존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상황에서도 일을 우선할 줄은 몰랐다.
“아니, 아니. 내가 오지 마시라고 했어. 인상 쓰지 말고. 휴가 내서 오신다는 거 내가 말렸어.”
“왜 그랬어?”
“퇴원하고 내가 가 보려고, 산이랑 쿠첼이랑 해서. 영화 들어가면 일 년은 묶여 있어야 하니까. 그 전에 가 보려고 했지. 연우, 너도 같이 가자.”
“저도요?”
“어. 거기도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라, 찍을 것도 많을 거야. 티켓은 형이 사 줄게. 숙소는 어머니가 괜찮은 곳으로 잡아 주신다니까, 너는 몸만 가면 돼.”
태주는 동생의 얼굴에 배신감과 서운함이 비치기 시작하자,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괜히 대답을 짧게 했다가 오해를 살 뻔했다.
아무리 어머니가 정이 없는 성격이라지만, 자식이 죽을 뻔한 걸 알고도 모른 척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게 애정에 기반을 둔 행동이든 책임감에 기반을 둔 행동이든, 이런 일을 외면할 성격은 아니었다.
“형! 나는?”
“너는 부대 복귀해야지.”
“헐! 치사하게. 내가 이번에 나오려고, 어!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런데 나만 빼놓고 휴가를 간다고?”
“어휴! 자, 이거 전에 봤지? 행운의 부적. 하나 더 줄게.”
“어? 이거!”
태우는 반으로 접은 흰 종이를 받아서 바로 찢었다. 입대 전에도 태주에게서 이 하얀 종이가 부적이라면서 받아서 찢은 적이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행운의 부적이라는 종이 덕분은 아니겠지만, 그는 다른 사람보다 자주 휴가를 받았다. 덕분에 이번에 나올 때 조금 고생했지만, 혹시나 하고 또 찢었다. 미신일지라도 휴가만 생긴다면 상관없었다. 군인에게 휴가는 아무리 많아도 모자랐다.
-찌익!
“그거 진짜 효과 좋아. 형 친구 은혁이 알지?”
“알지.”
“걔도 그렇게 찢고 나서 4박 5일 휴가 받았어.”
“에이. 갖다 붙이기는.”
태주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메시지 창을 확인하고 한 말이었는데, 태우는 실없는 소리로 치부하고 있었다. 쿠첼루스한테 부탁해서 가져온 마지막 ‘4박 5일 포상휴가권’을 넘겨준 걸 잠시 후회했지만, 이번 일로 놀랐을 걸 생각해서 너그럽게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형 인터뷰나 그런 거 안 해?”
“왜?”
“우리 올 때 보니까, 병원 밖에 형 팬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더라.”
“아직도 있어? 회사에서 공지하긴 했는데….”
“팬 카페 공지는 나도 봤는데, 그걸로는 부족하지. 수술 결과도 좋고 상태가 양호하다. 그렇게 적어 놓긴 했지만, 팬들이 그거 보고 안심이 되겠냐고.”
“맞아요. 저도 오늘 형 실제로 볼 때까지 걱정했어요.”
“S-Live 같은 거 하면 안 돼? 한 십 분 정도만 해도 괜찮을 텐데.”
“회사에 물어보세요, 태주 형. S-Live 해도 되냐고요.”
태주는 동생들의 권유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백화점 측이나 브랜드 측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정확한 상태를 밝히지 않는 게 나았다. 그 협상이 거의 마무리 되었으니, 이제는 자신의 건재함을 알려야 할 시기였다.
차기작 합류에 문제가 없다고, 순조롭게 회복 중이라 일정에 맞출 수 있다고 어필해야 할 때였다.
다행히 회사에선 그의 모습을 공개하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 문제는 며칠 동안 씻지 못한 몸이었는데, 그것도 동생들이 오기 전에 해결했었다. 새벽에 정원에 들렀을 때 사 온 청결 마법 주문서 덕분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태주는 동생들에게 그의 상태를 물어봤다.
“라이브는 좀 그렇고 짧게 영상 올리는 정도라면 괜찮대. 그런데 이대로도 괜찮아 보여? 너무 추레한 거 아니야?”
“왜? 뽀송뽀송하기만 한데.”
“뽀동뽀동? 대지?”
“풉!”
“뽀동뽀동 아기 대지. 엄마 차자 꿀꿀꿀.”
태주의 물음에 회사에선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힘든 라이브 대신 영상을 촬영해서 건네주길 바랐다. 태주가 실수할 거로 생각하진 않지만, 지금은 민감한 시기였다. 세간의 시선도 경찰 수사력도 집중된 사건의 중심에 있는 그가 나오는 영상을 미리 확인하길 바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사실 병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회사의 의도에는 관심 없었다. 태우가 말한 ‘뽀송뽀송’을 간식을 먹느라 잘못 들은 태산이의 포동포동 아기 돼지 노래에 모두가 빠져 있었다.
“형, 녹화한다.”
“이제 말하면 되지?”
“대지?”
“아이고, 산아. 아이스크림 먹고 있어. 이제 형 녹화해야 하니까, 노래는 좀 이따가 부르자.”
“앙.”
형들이 바쁘게 움직일 때도 조용히 있던 태산이는 돼지와 비슷한 단어가 들리면 반응했다. 학원에서 최근 배운 것이 아기 돼지 노래 율동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영상으로 인사드려요, 태주예요.”
수술이 잘 끝났다는 얘기, 순조롭게 회복 중이고 지금은 동생들이 영상을 찍어 주고 있다는 얘기를 편한 분위기에서 전했다. 몸 상태는 매우 좋은데, 회사에서 차기작 대본을 보지 못하게 해서 조금 심심하다는 얘기와 어서 다시 활동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팬 여러분께서 걱정해 주신 덕분인지 정말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태쭈, 아! 아아!”
“어? 아.”
“아이수크딤 마시찌?”
“응. 맛있네. 산이가 줘서 더 맛있다.”
얌전히 녹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태산이가 아이스크림을 듬뿍 떠서 태주에게 주었다. 평소 그가 그다지 즐기지 않는 진한 초콜릿 아이스크림이었지만, 이번엔 주는 대로 순순히 입에 넣었다.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 숟가락 떠서 건네는 아이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서였다.
“맛있게도 먹는다, 우리 산이. 이런 장면이 나가면 대박인데. 그치?”
“응. 나라면 형이랑 산이로 광고 찍을 거 같아. 아이스크림 광고.”
“뒷부분은 회사에서 자르겠지. 그냥 안 올릴걸? 그리고 아이스크림 광고에 아이는 안 쓰지 않아?”
“그런가? 하긴 나도 광고에서 아이는 못 본 거 같긴 하다.”
태주는 아이가 한 숟가락 가득 떠 준 아이스크림을 먹느라 입 주변이 엉망이었다. 아이 역시 그가 녹화하는 동안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먹느라 온 얼굴이 아이스크림 범벅이었다. 두 사람은 그런 서로의 모습이 웃겨서 키득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태주는 두 사람이 그러고 있는 모습이 아직 멈추지 않은 카메라에 모두 담겼다는 것도 동생들이 그걸 회사에 보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그 장면이 무척 다정하고 보기 좋아서 회사에서 그대로 영상을 올릴 거라고도 예상 못 했다.
태주와 동생들이 태산이의 율동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팬 카페에 태주의 영상이 올라갔다.
지난밤 방문했던 동생들은 면회 시간이 끝나갈 때가 다 되어서 돌아갔다. 오랜만에 둘만 남은 태주와 태산이는 정원에 들러 알찬 시간을 보내고 왔다. 며칠 동안 돌보지 못한 정원을 돌보고, 상점에서 필요한 물건도 사 오고, 해나의 요리까지 챙겨 왔다.
태주는 정원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낸 덕분인지, 이른 아침 시작되는 회진도 그리 귀찮지 않았다. 사실 그는 이미 다 나은 상태라 병원 진료가 꽤 번거로웠다. 특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잘 때 빼고 내내 왼손에 꽂고 있는 링거가 상당히 거추장스러웠었는데, 정원 덕분에 견딜만했다.
그렇게 태주와 태산이가 오전 시간을 다정하게 보내는 것과 다르게 매우 골치 아픈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태주의 치료를 맡은 흉부외과 전문의를 비롯한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의 의료진과 병원 사무국의 관계자들이 그들이었다.
“수치상으로 보면 당장 퇴원해도 좋을 정도인데 말입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수술하고 며칠이나 지났다고.”
“그러니까 문제라는 겁니다. 솔직히 이태주 씨는 환자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상태가 좋습니다. 수술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 하는 치료가 불필요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수술하고 며칠도 되지 않아서 퇴원시킬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그렇죠. 이대로 퇴원하시라고 하면, 다들 절 미친놈으로 볼 겁니다.”
이태주는 수술 후 회복실에 잠시 있을 때도 중환자실에서 회복 정도를 지켜볼 때도 예상보다 상태가 좋아서 되레 의료진을 긴장하게 했었다. 회복이 매우 빨랐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이해의 범주 안에 속했다. 일반 병실로 옮긴 뒤 확인한 이태주 상태는 의료진이 본인의 실력을 의심할 정도였다.
이태주는 총격이라는 큰일을 겪은 뒤에 나타나는 정신적인 후유증도 없어 보였고, 장기 손상이나 감염도 전혀 없었다. 그의 상태는 당장 촬영하러 가도 괜찮을 만큼 좋았다. 면담 과정에서 원래도 건강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고, 여러 수치가 정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믿기 힘들었다.
의사 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 마주한 불가사의한 상황에 의료진은 모두 당황하고 있었다.
“그냥,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합시다.”
“박 과장님?”
“이럴 때일수록 원칙대로 하는 게 낫습니다.”
“그럼 어떻게….”
“앞으로 열흘간 더 상태를 지켜봅시다.”
담당의의 선언에 회의실에 모인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매뉴얼대로 하는 게 가장 안전했다. 그렇게 해야 만약의 사태가 발생해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때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우기 편했다.
“에이! 연예인만 아니면 내가 논문으로 쓰는 건데.”
“큰일 날 소리 한다. 병원 밖에 팬들 모인 거 안 보여? 그런 소리 했다가 잘못 걸리면 곱게는 안 끝날걸?”
“벌써 와 있어? 아직 아침인데?”
“퇴원할 때까지 올 기세던데. 조심할 건 그쪽만 아니라, 병원도 마찬가지야. 보니까 병원 안에도 이태주 팬이 많더라고.”
“진짜? 무섭다. 무섭네. 조심해야겠다.”
인기 연예인은 양날의 검이나 마찬가지였다. 병원의 위상을 높일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 검에 베일 수도 있었다. 이미 과거에 비슷한 경우, 유명 가수의 수술에서 실수해서 역풍을 맞은 일도 있었다. 유명 연예인 환자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게다가 이곳에 모인 의사들은 이태주가 입원한 뒤에 한 번씩 지인들에게 연락을 받았었다. 가족, 친지, 친구 혹은 유력 인사에게서. 특히 태주의 수술을 맡았던 흉부외과 전문의는 연락에 더해 이사장과 병원장에게 주의도 들었다.
회의실을 나선 의사들은 이태주가 퇴원할 때까지 조심하자고 서로 눈빛을 나눴다.
*
의사들이 태주의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 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비슷한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있었다. 오전 중에 들어온 광고 섭외 제안을 받아 든 트리즈의 직원들이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견우 씨 이거 보셨어요?”
“봤습니다.”
“이 배우님은 무슨 일 못 하고 죽은 귀신이 붙으셨대요? 어떻게 병원에 누워 계시는데 이런 섭외 제안이 들어와요?”
“하, 하하.”
“건재함을 알리겠다고 영상을 올리신다더니, 아이스크림을 완판 시키는 게 말이 돼요?”
우 팀장은 홍보 대행업체에서 보낸 제안서를 흔들면서 고개를 저었다. 영상 끄트머리에 잠깐 나온 아이스크림 먹는 장면을 방송국 뉴스에 인용한 얘기는 들었지만, 그게 반나절 만에 아이스크림 품절 사태를 부르고 광고 제안이 들어오게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요새 날씨가 무더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날씨가 덥기는 하지만….”
“게다가 한창 화제가 되는 사건의 피해자인 태주 씨의 광고 출연입니다. 이런 화제성을 놓칠 광고 대행사가 아니지요.”
“그건 그렇죠. 휘유! 아무래도 우리가 이 배우님을 너무 과소평가했나 봐요.”
우 팀장의 말에 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는 좀 전에 제작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차기작 계약을 엎자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통화 내용은 정반대였다. 제작사에선 태주의 출연을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화제의 중심인 태주의 복귀작이 될 영화였다. 이미 그의 차기작이라는 얘기만으로 영화 제목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상태였다. 게다가 지난밤 올린 영상으로 태주의 상태가 무척 양호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제작사에서 그의 출연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되레 지나치게 적극적이었지.’
영화 촬영 순서를 촬영 후반부로 돌려 준다는 제안도 있었고, 심지어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을 감수하고 태주의 촬영 회차를 늘려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무리시키지 않을 테니, 꼭 출연시켜 달라는 뜻이었다.
“이 배우님한테 한 번 물어보자고요.”
“네. 오후에 병원에 들를 예정이니 그때 물어보겠습니다.”
“그쪽에서 최대한 이쪽 사정에 맞춰 준다고 하니까, 한 번 물어보세요. 산이랑 같이 출연하길 바란다는 제안이긴 하지만, 사실 그쪽도 두 사람이 같이 출연하는 게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지난 아침 일반 병실로 옮긴 태주를 만나고 온 뒤로 견우의 표정은 많이 밝아졌다. 태주의 사고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고 내내 자책하던 그는, 전과 다름없이 자신을 반기는 말간 얼굴을 보고 나서, 며칠간 그를 괴롭혔던 걱정이 전부 쓸데없는 것이었단 걸 깨달았다.
‘연기가 아니었지. 진심으로 안도한 표정이었어.’
병실에서 만난 태주는 인사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표정을 살폈었다. 사건 현장에서 그와 가장 가까이 있던 자신이 상처 입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그의 배우는 총에 맞은 일로 트라우마를 겪는 일도, 그 일을 막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세심하게 주변 사람을 챙기기 바빴다. 걱정을 덜어 주려는 듯이 밝은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놀란 사람들을 달랬다.
-Trrrr.
-Brrrr.
“어휴! 기자들이란!”
“하하하.”
잠시 대화하는 사이를 못 기다리고 우 팀장과 견우의 폰이 동시에 울렸다. 지난밤 올린 태주의 영상으로도 해소되지 않은 의문의 답을 구하는 기자들의 연락이었다.
기자들의 연락 사이사이 광고 회사의 촬영 일정 확인 연락도 있었고, 혹시나 자신들 작품에 태주를 출연시킬 수 있을까 싶은 업계 관계자들의 차기작 출연 여부 확인 전화도 섞여 있었다.
오늘도 트리즈 직원들, 특히 태주와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직원들은 바쁠 예정이었다.
*
태주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바쁜 오후, 이나타와 2호의 일행 역시 그들의 업무로 바빴다. 카리브해에서 박재우의 저택이 있는 캘리포니아로 이동하고, 그 저택을 제압하는데 단 한 순간도 낭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일행 중에서 전력 외로 취급받던 작은 유니콘 역시 자신의 사심을 채우느라 바빴다. 펫 대표로서 괘씸한 이레귤러를 응징하고 처벌하느라 매우 매우 바빴다.
“히이이힝!”
“….”
이나타는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터프한 골든 유니콘의 행동을 모른 척하기로 했다. 정원사의 펫인 제피르의 분노는 당연했다. 이 정도 화풀이는 충분히 이해 범주 안이었다. 만약 그녀의 가족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녀는 이들 이상으로 분노했을 것이다.
-파앗!
“이레귤러 검거 완료.”
이나타는 흰색 큐브를 닫은 뒤 그것을 작게 만들어 아공간 안에 넣어 버렸다. 아직 이쪽 차원에 이레귤러 박재우의 흔적은 많이 남아 있었지만, 이것으로 이레귤러는 더는 허튼짓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협회로 돌아갑니까?”
“…으음. 2호, 쿠첼루스 씨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지금은 한국에 있을 겁니다.”
“바로 뵐 수는 없겠군요.”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마법사 쿠첼루스의 도움을 무척 많이 받았다. 만약 그의 존재가 없었다면, 협회는 귀한 정원사를 한 명 잃었을 것이다. 그런 상대에게 보상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았다.
다만 쿠첼루스의 현재 신분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만약 그가 정원사인 태주와 고용 관계였다면 태주를 통해서 보상을 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했다. 번거롭더라도 직접 만날 수 있는 이곳에서 보상을 전하고 돌아가는 게 나았다.
“쿠첼루스 씨를 직접 만난 뒤 협회로 복귀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나타?”
“먼저 협회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같이 움직이겠습니다.”
마법사 쿠첼루스에게 직접 보상을 전하려면 또 오랜 시간을 이동해야 했지만, 마땅히 감수해야 했다. 본인의 생명을 대가로 정원사를 살려낸 사람이었다. 예상보다 지구 차원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었지만, 그는 당연히 그런 대우를 받아야 했다.
*
카리브해의 호박 섬을 통해 한국으로 온 이나타와 일행은 무사히 쿠첼루스와 만났다. 그들은 긴 비행과 항해로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찾아온 용건을 꺼내 놓았다.
“협회에선 이레귤러의 존재를 지우기로 정했습니다.”
“존재를 지운다라…. 그럼 그가 이룬 모든 것이 사라지겠군요. 그가 수상한 기록도 지워질 테고, 촬영한 영화나 드라마도 바뀌겠군요.”
“그렇게 될 겁니다. 그가 세뇌한 사람들의 기억 역시 제대로 돌아올 겁니다. 물론 이레귤러를 만난 사실도 지워질 테니 다른 기억이 자리 잡겠지만, 그것이 지구 차원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흠.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 처벌이라면.”
“그 처벌에 관련된 일입니다만….”
이나타는 이레귤러의 존재를 지우는 대마법이 적힌 주문서를 꺼내서 그에게 보여 준 뒤, 전혀 예상 밖의 얘기를 꺼냈다.
원래라면 소유권이 사라진 박재우의 재산은 자선 단체 혹은 지구의 차원을 지키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곳에 쓰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사라질 박재우의 재산을 쿠첼루스한테 넘기고자 했다. 대마법의 조건 일부를 변경해서 이번 일로 큰 피해를 본 그에게 보상하고자 했다.
“저에게 그 정도의 재량권은 있습니다.”
“호오! 박재우의 재산이라니. 상당한 양인데 그것을 전부 제게 주시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협회 차원에서도 보상이 나올 겁니다. 어떠십니까?”
“거절할 이유가 없군요. 마음에 듭니다.”
“협회의 보상은 나중에 정원사님을 통해서 전하겠습니다.”
쿠첼루스는 이나타의 제안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어디든 마찬가지일 테지만, 지구는 특히 재물의 유무로 사람의 등급이 나뉘는 곳이었다. 마법이나 주술 같은 개인의 무력으로 또 다른 등급을 나누던 고향과는 달랐다. 박재우가 쌓아 놓은 재물은 지구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쓸데없는 저택들은 처분하는 게 좋겠군. 와이너리와 농장은 남겨 두고. 주식은, 후후후. 잘 써주지.’
쿠첼루스는 박재우를 조사하면서 그의 방대한 재산에 놀랐었다. 세계 각국의 수도와 휴양지에 한 채씩 마련해 둔 저택, 유명한 와인 산지에 자리한 와이너리, 각종 유기농 과일과 채소를 공급하는 농장. 그 외에 전용기와 주식 등은 몇 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낸 것치곤 매우 값어치가 높았다.
그중 주식은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사와 음반사의 것이 다수였다. 만약의 일을 대비해서 박재우가 준비한 것 같았지만, 그것의 주인은 이제 자신이었다. 그리고 자신이라면 그 주식을 아주, 아주 잘 활용할 수 있었다.
“흠흠! 혹시 지금 정원사님을 뵐 수 있습니까?”
“이런! 미안합니다. 곧 해가 질 시간이라서 제가 안내하는 건 힘듭니다. 호와 같이 가시겠습니까? 미리 연락은 해 두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호, 안내 부탁해도 될까? 그리고 이제 특별히 할 일 없으니까, 평소처럼 태주 씨 곁을 지켜 줘.”
“예, 알겠습니다.”
이나타는 꿈의 세계로 돌아가기 전에 태주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뛰어난 마법사인 쿠첼루스가 손을 썼으니 이상은 없을 테지만, 완쾌된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지구로 오면서 그녀가 챙겨 온 귀환 주문서는 협회로 바로 가는 것이었다. 협회로 가기 전에 바라는 보상이 따로 있는지 묻고 싶었다.
‘대마법 주문서를 사용하기 전에 처벌 내용도 알려 드려야 하고 제안할 것도 있으니, 직접 뵈어야지.’
이레귤러의 처리가 늦어져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것이 태주였다. 협회로 돌아가기 전에 정원에서 못다한 처벌 내용을 설명하고 박재우의 존재를 지우는 대마법 주문서 사용을 참관하게 할 계획이었다.
거기에 만약 태주가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협회에 돌아가서 준비해야 할 게 더 있었다. 번거로움을 줄이려면 미리 수락 여부를 들어 두는 편이 좋았다.
*
“제피드!”
“히이잉!”
“제피드, 오디 가떠떠. 사니가 차자떠떠.”
“히히잉!”
2호와 같이 병원으로 돌아온 제퍼르를 태산이가 반기는 사이, 태주는 이나타와 요원 S에게 박재우의 연행과 처벌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그는 박재우의 처벌에 담담하게 반응했다. 만약 사고를 당하기 전이었다면 눈살을 찌푸렸을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의 사고는 자신 혼자서 책임지고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 모두에게 그 여파가 미쳤고, 그들이 같이 감당해야 했다. 이런 사태를 일으킨 박재우에게 연민을 느끼기엔 그 사람들이 너무 소중했다.
“…그렇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혹시 다른 처벌을 바라십니까?”
“그렇군요. 아니요. 그것으로 충분해요.”
“협회는 이번 일에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가감 없이 말씀하십시오. 최대한 정원사님이 바라시는 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정말로 처벌은 그걸로 충분해요. 대신 보상에 관한 건데요. 보상을 DP로 받을 수 있을까요? 쓸 곳이 좀 많아서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원을 확장하면서 DP를 많이 소모해 버렸다. 그 이상으로 값진 드래곤 레어를 얻었으니 손해는 아니었지만, 그가 계획하는 일을 하려면 현재 가진 DP로는 모자란 감이 있었다.
“이것은 협회와 관계없는 제 개인의 제안입니다.”
“정원사님. 혹시 현실의 삶을 마친 뒤 꿈의 세계에서 새로운 여행을 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새로운 여행이라니, 무슨 뜻인가요?”
“현실의 삶이 끝난 뒤 꿈의 세계로 이주하실 마음이 있는지 묻는 겁니다.”
정원사 협회의 임원에게는 몇 가지 권한이 있었다. 그중에는 쿠첼루스의 경우처럼 현실 세계의 인재를 섭외하는 권한과 꿈의 세계의 주민으로 적합한 사람을 추천하는 권한 등이 있었다.
이나타는 만약 태주가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녀의 권한 중 주민 추천권을 태주에게 사용할 생각이었다.
“꿈의 세계 이주….”
“생각할 시간은 충분히 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요. 결정했어요. 그게 가능한 일이라면 이주하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관련 서류를 챙겨서 정원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마워요, 이나타 씨 진심으로요.”
꿈의 세계로의 이주.
현실의 삶이 끝난 뒤 꿈의 세계로 갈 수 있다면, 정원 식구들과 헤어지지 않아도 되었다.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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