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27
외전. 팀 01
짐 가방을 싸는 데뷔 조 멤버 셋은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멤버의 연애를 모른 척한 결과가 이렇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다. 한 명은 폭행으로 일반 연습생으로 강등당하고 다른 한 명은 퇴출당하게 될 줄 알았다면, 모른 척 숨겨 줄 게 아니라 나서서 말렸을 것이다.
“이거 창민이 형 건데 어떻게 해요?”
“우선 상자 하나에 모아 두자. 나중에 매니저 형한테 돌려주라고 하게.”
“네. 그런데요, 우진 형. 영호 형은 괜찮을까요?”
“괜찮더라. 다음 월말 평가에서 다시 데뷔 조로 올라올 거라고 열심히 하던데.”
“다행이네요.”
일반 연습생으로 강등당했지만, 영호는 그 정도 처벌로 끝난 걸 다행이라고 여겼다. 회사를 속이고 몰래 연애하다가 그 일을 이유로 같은 데뷔 조 멤버를 폭행한 일이었다. 데뷔 조뿐 아니라 회사에서 쫓겨났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지. 이제 셋만 남았잖아. 숙소도 빼라고 하고.”
“그러게요. 저번 월평에서 두 명 뽑혔잖아요. 걔들은 숙소 생활 안 시킨대요?”
“그러지 않을까? 한 명이 걔잖아. 이태주 동생.”
“손우진. 이태주 선배님이라고 불러. 같은 멤버 가족이고 연예계 선배님이야. 실수하지 않게 지금부터 조심해.”
“어, 알았어.”
월말 평가가 끝나고 며칠이나 지났지만 새로운 멤버가 숙소로 합류하는 일은 없었다. 기존 데뷔 조 멤버들은 늦어지는 새 멤버 합류를 일곱 명이 모두 채워지면 들어오려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았다.
“우리 정말 데뷔 연기되는 거 아니에요? 숙소에서 짐 빼라는 것도 그렇고 멤버도 안 모이고 그러는 거 보면….”
“회사에서 생각이 있겠지. 그보다 이번에 뽑힌 애들 목소리 좀 테스트하고 싶은데…. 언제 데뷔 조 연습에 들어오는지 들었어?”
“아니요. 그런데 재민이는 형도 본 적 있지 않아요?”
“댄스는 본 적 있지만, 노래는 들어본 적 없어.”
“꽤 미성이에요. 고음도 잘 뽑고.”
이미 몇 년 전부터 데뷔 조로 확정되어 따로 트레이닝을 받던 노아는 회사 연습생들의 면면을 잘 몰랐다. 특히 작곡에 재능이 있는 게 알려진 뒤로는 레슨 대부분이 개인 레슨으로 편성되어서 연습생들과 어울릴 기회가 더 없었다.
노아는 재민이 미성에 고음이 강점이라는 말에 노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금 남은 두 명의 보컬과 음색과 음역이 다른 보컬이 들어오는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그걸 조화롭게 만들어야 할 그에겐 좋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제가 쌤한테 들었는데요. 보컬은 더 안 뽑을 거래요.”
“그럼 래퍼 두 자리 남은 건가?”
“전 영호 형이 다시 왔으면 좋겠어요.”
“나도. 노아 형, 형은요?”
“영호 괜찮지. 성실하고 책임감도 강하고.”
영호는 춤, 랩, 작곡 실력까지 전부 나쁘지 않았다. 간혹 욱할 때가 있었지만, 그런 것을 카메라 앞에서 드러낼 정도로 경솔한 성격도 아니었다. 게다가 다른 데뷔 조 멤버들과의 관계도 괜찮은 편이라 이번 일만 아니었다면, 같은 그룹이 될 게 확실했었다.
“다음 월평에서 잘해서 올라오면 되지. 영호 실력이면 충분해. 그나저나 현민이 넌 집으로 갈 거지?”
“그래야죠.”
“형은요?”
“회사 작업실.”
“거기서 먹고 자고 하게요?”
노아는 우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본가가 서울과 경기도인 두 사람과 다르게 호주 출신인 그는 숙소에서 나가면 갈 곳이 없었다. 음원 수익을 받은 게 있었지만, 그건 생활비로 쓰면 모를까 살 집을 얻는 것은 무리였다.
우진은 회사 작업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겠다는 노아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갈까 잠시 고민하다 이내 포기했다. 빈방도 있으니 데려가도 상관없었지만, 거절당할 게 분명했다. 노아는 남한테 신세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해서 차라리 좁은 작업실을 편하게 여길 사람이었다.
-삑삑삑삑!
“매니저 형 오셨나 봐요.”
“어휴!”
“….”
짐 가방과 상자를 거실에 모아 놓고 떠들던 셋의 입이 다물어졌다. 힘겹게 외면하고 있었지만, 짐을 옮겨 줄 매니저가 도착하자 팀 멤버가 빠지고 숙소에서 쫓겨나는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짐 다 쌌어?”
“…네.”
데뷔 조를 관리하는 매니저는 인사도 생략하고 신발을 벗고 들어오면서 숙소에서 짐을 뺄 준비가 끝났는지 물었다.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상사인 송 팀장 때문에 마음이 급해서 그런 것이었지만, 데뷔 조 멤버 세 명에게는 그런 그의 질문이 꽤 야박하게 들렸다.
“짐은 이게 다야?”
“네.”
“주차장에 차 대 놨으니까. 가지고 내려가자.”
“네.”
매니저는 거실에 있던 백팩 하나를 어깨에 메고 커다란 캐리어 두 개를 밀면서 현관으로 갔다. 장정이 넷이라서인지 여러 번 움직일 필요도 없어 보였다. 서둘러 짐을 옮기는 매니저에 이어서 멤버들도 짊어지고 끌고 하면서 짐을 문밖으로 옮겼다.
“뭐야? 왜 이렇게들 죽상이야?”
“….”
데뷔 조 멤버들의 짐을 싣기 위해서 주차장에서 대형 승합차 짐칸을 정리하던 송 팀장은 울상을 하고 내려온 멤버들의 모습에 아차 했다. 이사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아서 알리지 않았더니, 세 명이 쫓겨난다고 오해한 모양이었다.
‘얘네 지금 쫓겨나는 거로 착각한 거 같지?’
‘그런 거 같아요.’
‘크흐흐! 재밌으니까, 잠깐 둘까?’
‘킥! 네.’
송 팀장과 매니저는 데뷔 조 세 사람이 아련한 눈빛으로 숙소인 빌라를 올려다보는 모습에서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에 벌어질 일을 상상하자 웃음이 나올 것 같아서 이도 꽉 물었다.
*
맏형 노아, 둘째 우진, 이젠 막내에서 벗어난 현민까지 데뷔 조 세 명은 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송 팀장과 매니저가 짐을 거실 안으로 옮기고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실 때까지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 말뚝처럼 서 있었다.
“크흐흐! 너희 거기서 뭐 해? 들어와.”
“팀, 팀장님 여기가 정말 우리 숙소예요?”
“맞아. 앞으로 여기서 지내게 될 거야?”
“거짓말이죠?”
“내가 너희 상대로 거짓말해서 어디 쓴다고 거짓말을 해?”
그렇게 말하는 송 팀장도 사실은 이곳을 숙소로 쓴다는 현실이 여전히 잘 믿기지 않았다. 상위 1%의 부자들만이 살 수 있는 곳, 돈이 있어도 쉽게 구하기 힘든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제일 입지가 좋은 로열 동의 펜트하우스를 데뷔 조 숙소로 쓰는 현실은 이 꼴 저 꼴 다 본 그도 믿기 힘들었다.
‘대체 얼마나 부자인 거야?’
송 팀장은 이태주의 동생 사랑이 참 지극하다고 생각했다. 기존에 데뷔 조가 쓰던 숙소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었기로서니 이런 곳을 숙소로 턱하고 내놓을 줄은 예상 못 했다.
“단지 안에 연예인들 많이 살아.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마주치면 인사 잘하고.”
“네.”
“방 네 개니까. 같이 쓸 사람 정해서 써. 아! 제일 작은 방은 산이가 쓸 거야. 나머지 세 개를 나눠 써.”
“네. 그런데 다른 애들은요?”
“오후 레슨 끝나면 올 거야. 짐 풀고 쉬고 있어.”
송 팀장은 태산이가 방을 혼자 쓰는 이유를 설명하려다가 말았다. 동생을 걱정한 이태주가 바로 아래층으로 이사 온 일과 그 집에 태산이가 쓸 방이 따로 있다는 것을 직접 설명하려니 껄끄러웠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돌이 되겠다고 호주에서 한국으로 온 노아 때문이었다.
16살에 고등학교도 그만두고 혼자 한국으로 건너온 노아는 스물셋인 지금도 부모님하고 연락이 뜸한 상태였다. 그런 노아한테 회사에 투자까지 하면서 동생을 챙기는 이태주에 관해 설명하는 건 꽤 불편한 일이었다.
‘산이가 매일 내려가서 잘 테니, 생활하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동생의 편안한 데뷔 조 생활을 위해 회사 대표와 직원들을 한 번에 질리게 한 이태주였다. 그런 그가 아래층에 머무르고 있으니 데뷔 조 멤버들이 사실을 알기 싫어도 금방 알게 될 터였다.
짐을 옮겨 주고 주의 사항도 모두 전달한 송 팀장과 매니저가 돌아갔지만, 데뷔 조 세 명은 여전히 거실 한 편에 서 있었다. 방 두 개짜리 좁은 빌라에서 그보다 네댓 배는 넓은 곳으로 옮긴 게 적응되지 않아서였다.
“대표님 로또 맞은 게 아닐까요?”
“아니, 그건 아닐걸? 여긴 로또 두 번 맞아도 못 사거든.”
“헐! 여기가 그렇게 비싸요?”
“응.”
실제 가격을 들으면 움직이는 것도 조심스러워질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숙소와 숙소 안을 채우고 있는 가구의 가격은 무시무시했다.
“방 어떻게 나눌래?”
“노아 형 저랑 써요.”
“그래. 우진아 너는?”
“저는 우선 혼자 쓸게요. 영호가 다시 올 수도 있잖아요.”
“좋아. 그럼 방 정하자.”
세 명은 기존의 룸메이트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미 예전 숙소에서 서로에게 제일 잘 맞는 룸메이트를 찾아 둔 상태였다. 굳이 서로의 습관이나 성격을 탐색하는 과정을 반복할 필요는 없었다.
각자 쓸 방을 정하고 짐을 정리하고 쉬고 있을 때였다. 오후 레슨을 마치고 새로운 데뷔 조 멤버 태산이와 재민이가 숙소에 합류했다.
*
-찰칵!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난 뒤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이어졌다. 태주는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소리의 주인공, 그의 사랑스러운 호랑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태주, 나 왔어!”
“어서 와.”
“배고파!”
“응? 간식 안 먹었어?”
“먹을 시간이 없었어.”
집에 오자마자 배고프다고 성화인 태산이에게 저녁을 챙겨 주기 위해 주방으로 가던 태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분명히 레슨 중간에 휴식 시간을 주게끔 얘기해 놨는데, 챙겨 준 간식도 못 먹었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어서 먹어, 산아.”
“태주는? 같이 안 먹어?”
“먹어야지. 먹자.”
“응.”
태주는 태산이가 커다란 미트볼 위에 뿌려 준 치즈가 녹기도 전에 한 개를 해치우는 것을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어쩌다 간식도 못 먹었어?”
“쉬는 시간에 사진 또 찍었어.”
“연습생들이랑?”
“응.”
“집에 오는 차 안에서라도 먹지.”
“목줄에 넣어 놔서 못 먹었어.”
태산이를 센터에 넣을 거라더니 쉬는 시간에 연습생들과 사진을 찍은 모양이었다. 그가 레슨을 최소한으로 줄여 놨다지만, 기획사의 고유 업무인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어서 데뷔 조 멤버가 모두 뽑혀서 이렇게 수시로 사진을 찍는 일이 없기만을 바라야 했다.
“안 힘들어?”
“응. 괜찮아.”
“힘들면 꼭 얘기해. 형이 회사에 휴가 달라고 얘기해 줄게.”
“괜찮아. 안 힘들어.”
태산이의 안 힘들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오늘은 휴식 시간이 없어서 간식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팠을 뿐이었지 몸이 힘들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게 태산이는 데뷔 조에 들었지만, 일반 연습생이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레슨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것들은 꼭 들어야 합니다.’
‘영어 레슨은 필요 없고. 일본어와 중국어는 필요할 때 제가 가르칠게요.’
‘그럼 악기 연주만이라도….’
‘우리 산이는 기타 잘 쳐요. 피아노랑 바이올린은 기초만 배우긴 했지만, 당장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그, 렇지요.’
‘연기 레슨도 필요 없고. 방송 매너 같은 건 인터뷰 경력도 많은데 굳이 레슨까지 받을 필요 없겠죠? 피트니스도 필요 없고….’
그 외에 레슨 목록에 들어있던 작사, 작곡, 일반 상식 등에도 검은 선이 좍좍 그어졌다. 그가 판단하기에 대부분의 레슨은 태산이에게 급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가차 없는 태주의 손길에 검은 선이 늘어날수록 대표와 송 팀장, 신인 개발팀 직원의 얼굴이 검게 변해 갔지만, 태주는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어서 다른 멤버가 뽑혀야 할 텐데….”
“남은 멤버 이번 월평에서 뽑을 것 같아.”
“그래?”
“응. 재민이 형이 올해 안에 데뷔하려면 이번에는 뽑아야 한댔어.”
“그렇구나. 괜찮은 애가 뽑혔으면 좋겠다.”
데뷔 조는 시월 말 데뷔를 목표로 준비 중이었다. 이미 유월 중순에 들어선 시기였다. 몇 개월 남지 않은 시기라 태주는 불가능한 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태산이 회사의 의견은 다른지 기존 일정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난 대화가 뽑혔으면 좋겠어.”
“대화가 같은 그룹이 됐으면 좋겠어?”
“응. 대화랑 노는 거 재밌어.”
“그래. 형도 대화가 뽑혔으면 좋겠다.”
태산이가 데뷔 조에 뽑히고 바로 데뷔 조 연습에 합류하지 않았을 때였다. 연습생이 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태산이가 월말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데뷔 조의 한 자리를 차지하자 시기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생겼다.
데뷔 조 멤버로 뽑히기 전까지 같이 어울리면서 장난도 치고 간식도 나눠 먹던 친구들이 외면하고 따돌리기 시작하자 태산이는 매우 당황했었다.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적의와 차별에 어쩔 줄 몰라 하던 태산이를 대화와 재민이 나서서 챙겼다. 덕분에 그가 나서서 회사를 뒤엎지 않아도 되었다.
‘이유가 있어서 참았지만, 그땐 속 좀 끓였지.’
태산이는 어릴 적에는 귀여운 외모와 사랑스러운 행동으로 주변 사람에게 아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최근까지 쭉 이어졌다. 베푸는 것에 인색하지 않고 차별 없이 사람을 대하는 태산이는 어딜 가나 사랑받는 아이였다.
그와 쿠첼루스의 능력이라면, 태산이를 그렇게 쭉 사랑만 받고 자라게 할 수도 있었다. 해가 될 만한 것을 미리 치우고 상처받지 않게 보호하는 것은 두 사람에겐 아주 쉬운 일이었다. 이번 일도 보고받은 당일 바로 회사에 연락해 태산이를 연습생과 함께하는 레슨에서 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태산이가 얼마나 오랫동안 가수 활동을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에게 배운 감정의 해석만으로 노래를 표현하는 것은 부족할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감정들이 베이스가 되길 바라서 두고 보았었다. 그렇더라도 상황이 심해지면 제동을 걸 준비 역시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가 나서기 전에 일반 연습생과 분리되었다.
“냐아앙!”
“하하하. 그만. 간지러워.”
“냐앙! 냐아앙!”
“그래, 그래. 오늘도 수고했어.”
잠시 예전 일을 떠올리는 사이에 태산이는 고양이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씻지도 않고 변신했지만, 태주는 잠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질투, 차별, 험담, 이간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을 배우고 깨우치느라 고생한 아이가 마음껏 어리광 부릴 수 있게 품을 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