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31
외전. 팀 완>
외전. 가족 01
태주는 제 품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아이의 머리 위에 가볍게 턱을 올렸다. 그는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은 채 열심히 손을 놀렸다. 쓰윽쓰윽 셔츠 위로 아이 배를 쓸어 주었다.
“그러니까 형이 너무 많이 먹었다고 했지.”
“아앙. 사니 추어.”
“어휴. 배탈은 안 났으니 다행이다만, 정말이지.”
“태쭈, 사니 아나.”
“그래.”
태산이는 그가 이미 잘 보듬고 있었는데도 안으라고 성화였다.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그러는 것 같았지만, 태주는 눈치채지 못한 척 꼬맹이의 요구대로 힘을 주어 꼭 끌어안았다.
아이스크림 광고 촬영 현장은 태주가 걱정했던 그대로였다. 꼬맹이는 먹지 않고 뱉어도 되는 아이스크림을 꾸역꾸역 입으로 넣었다. 배탈 날까 걱정한 그가 중간에 먹지 못하게 제지했는데도 소용없었다. 잠시만 신경을 거두면 태산이는 아이스크림에 손을 댔다.
‘도도랑 있을 때는 의젓하게 굴더니. 현실에선 여전히 아기네.’
꿈의 정원에선 자기보다 어린 도도랑 놀아 주느라 그런지 형 노릇을 하던 태산이였는데, 현실에선 여전했다.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고 떼도 쓰는 7살 어린 아이 그 자체였다.
“태주 씨 따뜻한 음식이라도 먹고 들어가시겠습니까?”
“꼬꼬!”
“꼬꼬는 좀…. 근처에 삼계탕 잘하는 곳 알아요. 매니저님 다음다음 신호에서 좌회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태쭈, 꼬꼬. 사니 꼬꼬 머꼬 시포.”
아이스크림 광고는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세트를 바꿔서 내일 하루 더 촬영해야 했다. 그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과하게 먹은 아이에게 기름진 치킨을 먹일 생각은 없었다. 배탈이라도 나면 내일 일정을 연기해야 했다. 퇴원 후 첫 번째 스케줄을 태산이를 걱정하다가 망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추우니까 몸 따듯해지게 삼계탕 먹자.”
“아앙. 꼬꼬.”
“착하지? 오늘은 삼계탕 먹고 꼬꼬는 내일 먹자.”
“아앙. 아라떠.”
견우는 태주가 알려 준 음식점이 있는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그는 메뉴를 고르기 힘들 때나 안내할 만한 음식점을 모를 때는 태주에게 선택을 넘기는 것에 익숙했다. 대체 어디서 얻는 정보인지 모르겠지만, 태주는 방문하는 장소 인근의 맛집을 전부 꿰고 있었다.
-위이잉!
“산아, 닭고기 다 식었을 거야. 그만 식히고 먹자.”
“앙. 아라떠.”
태주는 고기가 놓인 앞 접시 위로 미니 선풍기를 요리조리 움직이는 아이의 손에서 선풍기를 거둬 갔다. 미니 선풍기로 고기를 식히는데 재미 들려서 먹는 걸 잊고 있어서였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바라던 치킨이 아니라 삼계탕이라서 그런지 대답만 하고 밥을 먹을 기미가 안 보였다.
“단 걸 너무 많이 먹어서 입맛이 없나 봅니다.”
“에고. 진짜 그런가 보네요. 산아 그럼 여기 접시에 있는 거만 먹어.”
“앙. 아라떠.”
“대답은 잘하지.”
그는 대답은 했지만, 여전히 비어 있는 아이 손에 고기를 찍은 포크를 쥐여 주었다. 마음 같아선 어릴 때처럼 입에 넣어 주고 싶었지만, 억지로 먹이는 것 같아서 참았다.
“매니저님 저 따로 스케줄 잡힌 것 없죠?”
“예.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 준비에 들어갈 때까진 없습니다.”
“그럼 저 여행 좀 다녀올게요.”
“여행 말씀이십니까?”
“네, 산이랑 연우랑 해서 어머니 계신 곳에 다녀오려고요.”
태주의 스케줄 중 시간이 촉박해서 소화하기 힘든 스케줄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케줄은 뒤로 미뤄 둔 상태였다. 차기작인 박대성 감독의 영화 촬영 준비에 들어가는 시기 즈음해서 진행할 수 있게 연기한 상황이라 두어 달가량 여유가 있었다.
“여행 같이 가실래요?”
“아닙니다.”
“제가 회사에 출장으로 처리되게 얘기해 드릴게요.”
“하하하. 괜찮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푹 쉬고 오십시오.”
“그게 될지 모르겠네요.”
태주는 그가 견우와 얘기하는 사이 뜨거운 뚝배기에서 바로 꺼낸 고기에 바로 입을 댔다가 데여서 짜증을 부리는 태산이를 품으로 데려왔다. 그는 아이를 안자마자 찬물을 먼저 먹였다. 그리고 태산이가 팽개친 닭고기를 앞접시에 돌려놓았다.
앞접시 위로 태산이의 미니 선풍기가 다시 등장했다. 변덕스러운 일곱 살 꼬맹이는 안 먹을 것처럼 굴더니 한 입 먹고 나서 마음이 바뀐 모양이었다.
“조심할게요.”
태산이의 짜증을 달래 준 뒤에야 다시 대화를 이어 갈 수 있었다. 아마 여행을 가서도 상황이 비슷할 것 같았다. 쉬긴 쉬겠지만, 활달한 꼬맹이랑 가는 여행이니 견우의 말대로 푹 쉬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정작 그렇게 말한 견우 역시 제대로 쉬지 못할 거라 여기는지 말과 다르게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태주의 가슴, 수술한 흔적이 남은 곳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태주는 그 시선을 느끼고 가슴을 살짝 두드리며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햇볕에 노출하시면 안 됩니다. 자외선 차단제 잘 바르시고 흉터 연고랑 실리콘 젤도 잊으시면 안 됩니다.”
“하하하. 안 잊고 잘 관리할게요.”
잘 관리하겠다고 다짐하는 태주는 담담했지만, 견우는 그렇지 못했다. 태주가 수술을 받은 것도 몸에 흉터가 남은 것도 모두 그의 잘못처럼 느껴져서였다. 게다가 흉터 제거 수술을 받기 전까지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철저하게 관리도 해야 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속여서 죄송해요, 매니저님.’
일반적으로 흉터 제거 수술은 상처 부위가 완치된 후 반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받을 수 있었다. 수술해서 지웠다고 알리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태주는 정원 식구들의 도움으로 이미 상처를 없앤 상태였다. 쿠첼루스가 만들어 준 아이템으로 약간의 흉터만 남은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런 사정을 견우에게 알릴 수 없는 게 상당히 미안했다.
‘나중에 수술하고 치료하는 과정도 속여야 하는데….’
태주는 뚝배기에서 다리를 꺼내 견우에게 건넸다. 흔적이 없는 걸 속이는 미안함과 나중에 수술과 치료 과정도 속여야 하는 미안함을 담은 양보였다.
“아앙! 사니 닥 다디!”
“…네 거는 여기 있잖아.”
‘욕심쟁이!’
견우에게 가졌던 미안한 감정은 태주 뚝배기에 있던 닭 다리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꼬맹이 덕분에 금세 사라져 버렸다. 언제부터 그의 닭이 태산이의 닭이 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무척 아쉬운 얼굴이었다.
그는 제 뚝배기 안에 닭 다리가 붙은 닭도 다 먹지 못한 주제에 남의 닭을 욕심내는 꼬맹이의 볼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욕심부리는 모습은 황당했지만, 고기를 가득 물어 빵빵해진 볼은 귀여웠다.
저녁으로 삼계탕을 배부르게 먹은 태산이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잠이 들고 말았다. 태주는 온종일 메이크업이다, 촬영이다, 바쁘게 움직인 꼬맹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소파에 태산이를 눕힌 뒤 태주는 집안을 빠르게 훑어봤다.
‘쿠첼루스는 아직도 호박 섬인가?’
태주는 쿠첼루스의 몫으로 포장해 온 삼계탕을 냉장고 안에 챙겨 넣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래도 무언가에 빠지면 밤낮을 잊고 몰두하는 사람이었지만, 이번 연구는 특히 심하게 집중하는 것 같아서였다.
이번 연구가 시작된 뒤로 쿠첼루스를 보기 힘들었다. 다른 때는 꼬박꼬박 아침을 먹으러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종종 잊고 있었다. 이렇게 먹을 것과 회복약을 챙겨 가도록 준비해 두면 잊지 않고 가져가서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호박 섬에 다녀오시겠습니까?”
“아니. 가 봤자 얼굴도 못 보고 올 텐데 그냥 있을래.”
“제가 자주 건강도 살피고 정리도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응. 고마워, 호야.”
“아닙니다.”
쿠첼루스가 걱정되지만, 그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무척 적었다. 이번처럼 음식이나 영양제를 챙겨 주는 정도가 전부였다.
“쿠첼루스랑 같이 여행 가긴 힘들겠지?”
“한창 집중하는 중이라 아마 힘들 겁니다.”
“아쉽다.”
“앞으로 시간은 많습니다. 다음에 같이 가시지요.”
“그래. 다음에 태우까지 해서 같이 가자.”
가족이 전부 같이 가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이번 여행은 연구에 빠진 쿠첼루스와 군대에 있는 태우가 빠진 여행이 될 것 같았다.
*
저녁 먹고 꿀잠을 잔 태산이는 정원에서 회복한 체력을 모두 쓸 생각인 것 같았다. 정원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그의 품을 박차고 어딘가로 달려가 버렸다.
“뺘아아아!”
“히히힝!”
“도도야! 제피르! 나 마중 나왔어?”
“뺘아.”
“아이고. 귀여워라. 알았어.”
태산이가 정원 안으로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주의 앞에 마법 카펫에 탄 도도와 제피르가 나타났다. 알이었을 때처럼 그가 들르는 시간에 맞춰 마법 카펫을 타고 마중 온 것이었다.
“뺘아아아.”
“하하하. 응. 탈게.”
태주는 꼬리를 퍼덕이면서 어서 마법 카펫에 타라는 도도의 말에 따랐다. 마법 카펫에 올라타 도도를 품에 안자 제피르가 큰 나무 방향으로 가 버렸지만, 따로 불러세우진 않았다.
제피르, 해나, 희, 단단은 그가 정원에 없는 사이 돌아가면서 도도를 돌봐 주고 있었다. 어제는 제피르의 차례였다. 하루 내내 도도와 같이 다니면서 돌봤으니, 이제 쉬러 갈 시간이었다.
“도도 재밌게 놀았어?”
“뺘아아.”
“밥도 잘 먹었고?”
“뺘아.”
“아이, 착하다.”
품에 안은 도도의 배를 더듬은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볼록한 게 제 말대로 해나가 챙겨 준 이유식과 우유도 전부 먹은 모양이었다.
도도는 얼마 전부터 분유와 우유에 이유식도 같이 먹고 있었다. 도도는 아칸서스의 말대로 잇몸이 가려운 건지 쪽쪽이 외에 손에 잡히는 다른 여러 가지를 입에 물고 씹었다. 작은 알갱이가 있는 이유식도 씹을 수 있는 시기였다.
밥도 잘 먹고 마련해 준 장난감들도 잘 가지고 놀고. 도도는 건강하고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오! 오늘도 수확이 좋네.”
해나가 차려 준 음식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 태주는 언제나처럼 텃밭을 돌봤다. 정원이 확장되고 난 뒤의 가장 좋은 점은 텃밭에서 상급 작물의 비율이 늘었다는 점이었다. 텃밭에 사용하는 비료나 영양제가 같은데 작물의 등급이 높아진 이유는 정원 확장뿐이었다.
작물을 아공간 안에 옮기는 태주는 싱글벙글했다. 정원의 개간이 뜻처럼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 한동안 의기소침했는데, 이런 소소한 기쁨 덕에 그나마 의욕을 잃지 않고 정원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작아작!
“어?”
-파다다닥!
“도도야?”
그는 텃밭 근처에서 놀던 도도가 과일나무 쪽으로 날아갔던 것을 봤었다. 금방 돌아와서 무언가를 입에 넣길래 과일을 씹는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주르륵 침을 흘리는 도도의 입 밖으로 곤충의 하얀 날개가 퍼덕이고 있었다.
-아작아작!
“뭐, 뭐 먹어?”
“뺘아아.”
“아! 그게 아직도 남아 있었어?”
“뺘아!”
“아이고! 날아갔네.”
도도의 입에 들어 있던 것은 다행히 나비였다. 평범한 나비가 아니라, 태주와 희가 온실 안에서 키웠던 나비 사탕 나무에 맺혀 있던 나비에 마법을 걸어 둔 것이었다. 도도의 부화 축하 파티에 사용했던 것인데, 손님들한테 잡히지 않은 게 몇 마리 남아 있었나 보다.
“뺘뺘아아.”
“하, 하하. 미안. 형이 다음에 나비 발견하면 잡아 줄게.”
태주에게 대답하느라 입을 벌린 사이 나비 사탕이 날아가 버렸다. 도도는 기껏 잡은 나비를 놓친 게 꽤 억울한 모양이었다. 아직 이가 나지 않은 도도가 녹여서 먹기에는 나비의 크기가 너무 컸는데도 아쉬운 것 같았다. 침 범벅인 주둥이로 짭짭 계속 입맛을 다셨다.
-촤르륵!
“잡았다!”
“…희.”
“이히히. 희가 도도 나비 잡았어.”
“뺘아아!”
아직 어린 아기한테 사탕을 먹이면 안 된다. 또는 과일나무를 향해서 그물 총을 쏘면 안 된다. 할 말이 많았지만, 태주는 기쁘다고 짧은 다리로 방방 뛰는 도도와 그런 도도를 향해 그물을 내미는 희의 뿌듯한 표정에 입을 다물었다.
대신 나뭇잎과 덜 익은 열매로 엉망인 그물 안에서 나비 사탕을 꺼내 물로 한 번 헹궜다. 도도에게 바로 먹이기엔 나비 사탕의 상태가 별로였다.
-아작아작!
이번에는 나비 사탕을 놓치지 않으려는지 도도는 한 손으로 날개를 잡고 입에 넣고 있었다. 제대로 씹히지는 않지만, 입에 넣고 씹는 자체로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간지러운 잇몸을 달래 주는 달콤한 사탕이 아주 마음에 든 듯했다.
“축하 파티 생각난다. 난쟁이들도 나비 사탕 좋아했는데.”
“응. 희도 나비 사탕 좋아해. 그리고 파티도 좋아.”
“하하하. 나도 좋아해. 그럼 이따 파티할까?”
“좋아! 와아아아!”
“뺘아아!”
시끌벅적하게 파티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파티를 열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지만, 태주는 상관하지 않았다. 정원에서 하는 파티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진 않았다. 욕심 없는 정원 식구들은 맛있는 케이크나 파이 한 판에 음악만 있어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였다.
‘해나한테 도도도 먹을 수 있는 케이크가 있는지 물어봐야겠네. 그보다 이 둘을….’
“희, 도도야. 파티는 오후에 할 거니까. 그만 내려….”
“이히히히.”
“뺘아아아.”
오후에 수로에 배를 띄우고 선상 파티라고 이름 붙인 티타임을 할 계획을 세운 태주는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둘을 말렸다. 오늘은 텃밭 일이 끝나면 품종 개량 서적에서 봐 둔 접붙이기를 해 볼 생각이었다. 둘에게 방해를 받으면 시간 안에 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는 것 같았다.
‘하하하. 저렇게 파티가 좋을까.’
태주는 지난 도도의 부화 축하 파티가 떠올랐다. 수많은 사람을 초대해 정원 개간에 도움도 받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재밌는 놀이도 했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모두 모여서 도도의 부화를 축하하고 축복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도 희와 도도는 신이 나서 공중을 뱅글뱅글 돌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