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34
외전. 가족 04
주말까지 남은 시간 동안 태주 일행은 무척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처음부터 무슨 계획을 짜고 온 여행이 아니라서 그들은 주로 숙소 근처를 돌아다녔다.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고 상점에서 기념품을 사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그려진 음식점을 방문했다.
“여기 음식은 향신료가 조금 강한 것 빼면 다 맛있네.”
“앙. 마시떠.”
“킥. 그래 많이 먹어.”
양념에 절인 고기 꼬치를 양손에 쥐고 먹는 태산이의 입가는 소스 범벅이었다. 꼬치 요리가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지역이라서인지 종류도 다양하고 사용하는 소스와 곁들이는 야채도 색다른 게 많았다. 태산이는 그중에서 파인애플로 절인 양꼬치에 홀딱 반한 상태였다.
“사진 다 찍었어?”
“네.”
“영상 촬영해도 된다니까.”
“아니에요. 이번에는 촬영 신경 쓰지 않고 보내려고요.”
“괜찮은데.”
최근에는 배우나 가수 가리지 않고 미튜브 개인 채널을 개설하는 게 유행이었다.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배우나 해체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연예계 썰을 푸는 채널 같은 것도 있었다.
개인 채널을 만드는 게 아니더라도 홍보 효과를 바라고 미튜브 영상을 촬영하는 일도 잦았다. 그가 최근 본 영화의 출연진들도 홍보를 위해서 유명 미튜버와 인터뷰를 했었다.
그래서 태주도 이번 휴가에서 연우의 미튜브 채널에 출연할 생각이었는데, 정작 연우가 강력하게 휴식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의 몸 상태를 걱정해서 그러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 이상으로 건강한 태주는 오해하게 한 것 같아 되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찰칵! 찰칵!
“어! 저기 지금 사진….”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숙소 근처는 괜찮았지만, 식당이 있는 상점가는 어머니 말대로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태주 일행이 거리에 들어섰을 때부터 이미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태주가 이곳에 도착한 사실이 알려진 상태였다. 몰래 사진을 찍는 걸 막아도 소용없었다.
“어서 먹어. 이러다 산이가 다 먹겠다.”
“아앙. 사니 다 앙 머거떠.”
“하하하. 미안.”
관광객들에게도 그들만의 스케줄이 있고 태주 일행 역시 주말이 되면 해안가로 지역을 옮길 계획이었다. 이런 일은 반응하지 않고 넘기는 것으로 충분했다.
“응?”
“왜 그러십니까?”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아서.”
“어느 쪽입니까?”
“아니야. 이미 차 타고 갔어.”
식당에서 나오던 길에 태주는 잠시 멈춰 서서 길 건너편을 자세히 살폈다. 회귀 전에 그를 담당했던 매니저 운석을 본 것 같아서였지만, 그는 곧 잘못 봤다고 생각했다. 연예인 매니저인 그가 해외에 혼자 나와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운석과는 몇 년 전 사극 용좌에 어린 이성계역으로 출연했을 때 재회했었다. 담당 매니저가 뒤바뀐 만남이었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운석이 맡았던 배우가 중도 하차했기 때문이었다.
‘운석 형이 여기 있을 리가 없지.’
그는 운석에 관한 생각은 금세 접어야 했다.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점점 늘자 2호가 빨리 이동하도록 재촉했기 때문이었다.
*
해안가의 별장은 공짜로 사용해도 좋을지 걱정될 만큼 좋은 곳이었다. 방도 여러 개고 바닷가를 내려볼 수 있는 곳에 거대한 풀도 있었다.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카페 거리도 있어서 주말만 사용하고 돌아가는 게 조금 아쉬울 정도로 훌륭한 곳이었다.
“드세요. 제가 키운 허브로 블렌딩한 거에요.”
“네가 직접 블렌딩 했다고?”
“네. 허브티 블렌딩이 취미에요. 정원 가꾸는 거 하고요. 맛 괜찮아요?”
“…괜찮구나.”
태주는 풀 옆의 비치 체어에서 태산이가 수영하고 노는 걸 구경하는 어머니한테 허브티를 가져다주었다. 그가 직접 키우고 블렌딩한 것으로 지인들한테 자주 선물하던 것이었는데, 지금까지 어머니한테는 한 번도 선물한 적이 없었다.
돌아보면 그는 어머니의 취향이나 취미도 모르고 있었다. 아니, 그런 것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서로를 방해하지 않게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 충분한 관계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먼저 손을 내밀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에잇! 받아라!”
“꺄하하.”
태주와 어머니가 차를 마시는 사이 태산이와 연우의 수영은 물총 싸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두 사람은 풀 주변을 돌면서 서로에게 물총을 쏘고 있었다.
“귀여운 아이구나.”
“네. 어리광쟁이에 가끔 떼도 쓰고 하지만, 사랑스럽고 착한 아이예요.”
“…그래. 그런 것 같구나.”
태주는 어머니의 복잡한 표정이 무엇 때문인지 짐작 가는 것이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 역시 회귀 직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오랜 후회로 남았던 동생 태우의 일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던가. 어머니에게도 후회로 남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규모가 큰 전원주택을 지었어요.”
“….”
“방도 많아요. 한국에 오셨을 때 머무르시기 충분할 거예요.”
“나는….”
“언제든 오셔도 돼요.”
“…고맙다.”
오랜 시간 멀어진 거리를 한순간에 좁힐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에게 성급하게 다가갈 마음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게,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태쭈, 사니 배거파.”
“하하하. 식사하러 가요, 어머니.”
조금 어색해졌던 분위기는 아이 모습일 때는 식사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태산이 덕에 금세 풀어졌다. 태산이는 아이일 때는 호랑이일 때와 다르게 에너지 효율이 무척 낮았다. 식사 외에 간식도 꼬박꼬박 챙겨야 하는데, 풀에서 노느라 식사 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다.
“사람이 꽤 많네요.”
“저쪽에 섬 보이니?”
“네.”
“이쪽 해안도 유명하지만, 저쪽 섬이 아주 유명하단다.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휴양지? 그런 곳에 선정되었다고 들었다.”
“아아. 그래서 이렇게 사람이 많군요.”
해안을 따라 죽 늘어선 카페와 음식점, 작은 선착장과 그 주변 바다를 메우고 있는 배들까지. 조용한 숙소와 다르게 조금 걸어 내려온 카페 거리는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뭐가 맛있으려나?”
“꼬티!”
“꼬맹아, 꼬치는 아침에도 먹었잖아.”
“꼬티 마시떠.”
“…그래. 넌 꼬치 시켜 줄게.”
음식점들이 대부분 꼬치 요리를 취급하고 있어서 다행히 취향이 확고한 꼬맹이의 입맛을 지켜 줄 수 있었다. 태주와 일행은 적당히 사람이 없는 음식점을 탐색하면서 카페 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이 왜 저렇게 모여 있지?”
“촬영하나 본데요.”
“촬영?”
“네, 한국 방송국 같아요.”
“음.”
한국의 방송국. 연우 말대로 한국의 방송국에서 촬영 팀이 나와 있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사고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라 그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었다. 방송국 사람들이라면 그를 어떡해서든 촬영에 끌어들이고도 남을 사람들이었다.
“호야, 무슨 촬영인지 보여?”
“K-food 레스토랑 촬영 팀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 K-food 레스토랑!”
“아는 프로야?”
“다른 방송국에서 되게 히트 친 프로를 비슷하게 따라 한 프로예요. 욕 진짜 많이 먹었는데, 생각보다 시즌 1이 잘 됐거든요. 시즌 2도 찍는다고 했는데, 여기서 하나 봐요.”
연우의 설명대로 K-food 레스토랑은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카피하다시피 한 프로그램이었다. 유명 배우와 가수 등 연예인을 모아서 해외에 레스토랑을 열고 장사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손님들의 사연을 방송하기도 하는 프로였다.
원조 프로그램이 출연진들의 스케줄 문제 때문에 촬영을 미루고 있는 사이 비슷한 콘셉트로 촬영을 시작한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엔 그런 행태를 욕하던 시청자들이었지만, 시청률은 모두의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시즌 2 제작이 진행될 정도로.
“형, 재료 사서 숙소에 가서 해 먹을까요?”
“뭐하러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저쪽 사람들이 보면 불편하지 않겠어요?”
“괜찮아. 저쪽으로 안 가면 되지. 뭐 아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가족 여행 중이라고 하면 방해 안 할 거야.”
“그래도….”
태주는 연우가 숙소에 도착했을 때도 별장에 도착했을 때도 제일 먼저 주방의 조리 도구와 물품을 확인한 걸 알았지만, 그걸 쓰게 둘 마음은 전혀 없었다. 입원 중 그는 연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갚으려고 데려온 여행에서 식사 준비를 시키는 건 내키지 않았다.
“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촬영 중인 식당을 멀찍이 돌아가던 중이었다. 태주는 어제 시내에서 봤던 운석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한 손에는 음료수 한 손에는 폰을 들고 있었다. 촬영에 방해되지 않게 조금 떨어진 곳에서 통화하다 태주 일행과 마주친 것 같았다.
“여긴 어쩐…. 휴가 중이시군요.”
“네.”
“앞쪽에 한국 촬영진이 있습니다. 이쪽으로 지나가시면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근처에서 식사만 하고 갈 생각이에요. 혹시 매니저님이 담당하시는 연예인이 촬영 중인가요?”
“예. 김희주라고 4년 차 배웁니다.”
김희주. 회귀 전 태주와 같은 소속사에 있던 후배 배우였다. 사실 데뷔는 태주가 빨랐지만, 연기 경력은 그쪽이 더 길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극을 했고, 대학에서도 관련 학과를 전공했었다. 방송 쪽으로 전향해서 무명으로 전전하다 태주보다 일 년가량 늦게 회사에 들어왔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수순을 밟은 것 같았다.
4년 차라면 그녀가 조금씩 배역의 비중이 늘어나던 시기였다. 한창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시기로 이런 예능 하나하나가 고마울 때였다.
‘나한테 출연해 달라고 말할 만도 한데.’
운석은 여전했다. 세심하게 상대를 살피고, 눈앞의 이익보다는 상대를 위해 주는 것도 회귀 전과 똑같았다. 그의 배우를 위해서라면 태주 같은 화제성이 큰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나은데,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괜한 일에 엮여 곤란을 겪지 않게 피해 가라고 조언하고 있었다.
“촬영 잘하시고 가세요. 저흰 이 근처 식당에 들를게요.”
“예. 휴가 잘 보내십시오.”
반가운 사람이었지만, 길게 얘기를 나누기는 좋지 않았다. 여러 인종이 섞여 있는 휴양지의 길 한복판이었지만, 태주 일행은 무척 눈에 띄었다. 전직 아이돌에 현직 배우, 미모의 중년 여성과 냉철해 보이는 경호원에 사랑스러운 아이 조합은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 돌아볼 정도였다.
“그만 고르고 가까운 데로 들어가자.”
“네.”
*
선택지가 제한되어 어쩔 수 없이 고른 음식점이었지만, 식사는 제법 괜찮았다. 현지 음식 고유의 맛보다는 관광객들의 입맛을 고려한 메뉴는 한식과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먹기 불편하지 않았다.
“형 근처에 플라잉 보드랑 수상 스키 탈 수 있는 곳도 있대요.”
“그래?”
“네, 오늘 예약하면 내일 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거 말고 몇 개는 산이도 탈 수 있을 것 같아요.”
“괜찮네. 예약하자.”
“네.”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여러 가지 해양 스포츠가 잘 준비되어 있었다. 당일 현장에서 신청해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꽤 많아서, 계획 없이 방문한 태주 일행도 할 만한 게 많았다.
“태쭈. 여끼.”
“왜?”
-탕탕!
“여끼! 이탕해.”
“?”
맛있는 음식도 먹고 내일 할 해양 스포츠 예약까지 마치고 나온 태주 일행이 주차장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태산이가 주차된 차의 트렁크를 두드리며 이상하다고 외쳤다.
“잠깐만, 산아. 다른 사람 차를 그렇게 두드리면 안 돼. 그리고 형이 주차된 차 뒤로 가지 말라고 했지!”
“그티만. 이꺼 이턍한데.”
“알았으니까, 이쪽으로 와. 이리 와서 어디가 이상한지 형한테 얘기해 줘.”
“앙! 아라떠.”
태주는 평소 주차된 차량 뒤에 붙지 말라는 주의를 잘 지키던 아이의 돌발 행동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허튼 행동을 잘 하지 않는 아이이니, 아마 가리킨 차량 트렁크에 이상한 게 들어 있을 수 있었다. 그래도 그걸 알아보기 전에 아이를 차 뒤편에서 떼어 놓는 게 먼저였다.
‘호야. 뭐 느껴지는….’
“당신들 뭡니까?”
태산이를 팔에 앉힌 태주가 2호를 돌아보았다. 2호라면 트렁크를 열지 않아도 안쪽에 이상한 것이 있다면,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가 2호에게 트렁크 안의 상태를 물어보려던 때였다. 조금 어색한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 동양인 남성이 그들을 향해 뛰어오면서 경고성 섞인 소리를 질렀다.
“혹시 이 차량의 주인 되십니까?”
“맞소. 당신들 누굽니까?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2호는 다급하게 다가온 남성과 태주 일행의 사이를 가르고 섰다. 남성에게서 위협적인 느낌을 받진 못했지만, 만에 하나를 위한 조치였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이 차의 주인이 당신이 맞습니까?”
“…그렇다고 했잖소.”
“태주 씨 좀 더 떨어지시죠. 그리고 경찰에 신고 부탁드립니다.”
“뭐야! 누군데 멋대로 경찰에 신고해!”
“알았어.”
태주는 2호의 말대로 어머니와 연우를 뒤로 물렸다. 그리고 바로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가 신고하기 전에 먼저 나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박 변호사님. 여기는 xx 해변 37번 도로 옆 주차장이에요. 신고는 했어요.”
-….
“네. 그럼 지역 경찰서에서 기다릴게요.”
그의 어머니가 이미 경찰을 부른 상태였다. 더불어 일 처리를 위한 변호사까지 호출했다.
‘태산이랑 2호가 허튼소리를 할 리가 없어. 저 차 트렁크 안에 이상한 게 있을 게 분명해.’
태주는 경찰과 변호사에게 연락한 뒤로도 애매하다는 얼굴인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조심스레 어머니의 손을 잡은 그는 안심하라는 듯이 웃어 보였다.
“어!”
“왜, 연우야?”
“형, 저기 카메라요.”
“…이런.”
장바구니를 든 한국 배우와 그런 배우를 찍던 카메라가 태주를 찍고 있었다. 해안가 안쪽 골목의 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그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이번 가족 여행에도 뉴스에 나가면 김 실장님이 뒷목을 잡으실 텐데.’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더라도 매니저인 견우에게 연락은 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