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2
41. 잊힌 정원
끼루루룩.
정원 하늘을 가르고 우편배달부 팰리컨이 날아왔다. 그는 이전처럼 우편함에 둘둘 말린 편지를 넣고 다시 날아갔다. 희는 이번엔 태주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우편을 확인했다. 우편에 묶인 리본이 좋지 않은 일을 알리는 검은색이었기 때문이다.
[친애하는 정원사님.잊힌 정원이 생겼습니다.
정원의 많은 생물에게 도움이 필요합니다.
잊힌 정원 관리에 도움을 주실 정원사님께서는 동봉된 티켓을 사용하십시오.]
“정원, 잊혔어.”
희는 태주와 함께 돌보는 정원을 돌아보았다. 군데군데 빈 곳이 많았지만, 정성스레 가꾸었다. 과실수들은 적당한 시기에 열매를 수확했고, 텃밭도 빼놓지 않고 매일 작물을 재배했다. 온실은 지어 두고 잘 사용하진 않았지만, 그 앞에 있는 야생화들은 매일 같이 채집했다.
“무서워. 태주.”
잊힌 정원이 발생하는 일은 자주 없는 일이다. 꿈을 꾸는 정원사는 언제든지 하루 한 번 정원에 들어올 수 있다.
태주도 시간이 가끔 바뀌지만 빼놓지 않고 돌아오고 있었다.
정원이 잊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원사의 신변에 큰일이 생겼을 때이다. 혹은 정원사가 오랫동안 정원 입장을 거부할 경우 생긴다.
우편에서 도움을 요청한 정원이 어떤 경우인지 알아봐야 했다. 만약 정원사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경우라면 그 정원에 속한 생물을 도움을 주러 온 정원사들이 나눠서 맡아야 했다.
순번을 정해서 그 정원을 돌봐주던가, 정원의 생물들을 나눠서 맡은 다음 새로운 정원의 주인에게 보내 주던가 해야 한다.
「태주, 언제 와?」
‘희, 무슨 일 있어?’
「우편이 왔어. 도움이 필요한 정원이야.」
‘응? 도움이 필요한 정원? 알았어. 12시 넘으면 바로 갈게.’
태주는 희에게 얘기한 대로 12시가 넘자 바로 정원으로 넘어갔다. 태산이는 잠든 채 태주의 품에 안겨 있었다.
“희. 나 왔어.”
“태주, 이거.”
희가 검은 리본과 편지를 보여주었다. 편지의 내용을 읽어내린 태주의 표정이 변했다. 잊힌 정원이라는 단어가 거슬렸다.
“잊힌 정원이라니. 대체 어떻게 해야 잊을 수 있지?”
“태주, 도와주러 갈 거야?”
“응. 그럴 거야. 다른 정원사도 오겠지?”
“응.”
“가자, 희. 가서 사정을 알아보자.”
희가 태주의 어깨에 내려앉자 태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티켓을 찢었다. 태주와 희를 환한 빛이 감싸는 순간 잠들었던 태산이 둘에게 달려들었다. 태주는 갑자기 뛰어든 태산이를 받아내다 채여 기침을 거하게 했다.
“컥. 콜록콜록.”
태산의 난입이 있었지만, 무사히 잊힌 정원에 이동되었다.
태주 일행이 도착한 곳은 녹색을 잃은 정원이었다. 태주 일행이 제일 먼저 도착했는지 아무도 없었다.
잊힌 정원은 태주의 정원보다 건물이나 나무, 꽃이 더 빼곡하게 들어찬 곳이었다. 단지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꽃과 나무가 메마른 상태였다. 텃밭에도 누렇게 마른 작물이 남아있었다.
‘텃밭도 화단도 엉망이네.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관리를 안 한 거지?’
“태주.”
희가 을씨년스러운 정원의 모습에 태주의 이름을 부르며 옷깃을 잡았다. 태주는 손가락으로 살살 머리를 쓸어 주었다. 희는 태주의 옷깃을 놓고 손가락 끝을 잡았다.
태주 일행이 주위를 돌아보고 있을 때, 정원 안에 빛무리가 생기더니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응? 인간이군. 인간 정원사는 오랜만이야. 반갑군.”
“맞아. 나도 인간 정원사는 오랜만이야. 반가워.”
태주를 보고 인간 정원사라고 말하는 두 사람도 인간의 모습을 한 채였다. 태주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상대가 웃으면서 얘기를 꺼냈다.
“이건 예전에 인간 친구랑 어울리면서 바꾼 모습이지. 내 원래 모습은 이보다 훨씬 크다네.”
“우리 종족은 평소 4족 보행을 해. 그래서 다른 정원사를 만날 때는 이렇게 모습을 바꾸고 다녀.”
“그렇군요. 전 두 분이 인간인 줄 알았어요.”
“정원사 중 인간은 많지 않을걸?”
“그렇긴 하지. 인간은 수명이 짧으니.”
태주가 다른 정원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다시 빛무리가 생기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녹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와 태주와도 안면이 있는 요원 S였다. 요원 S는 태주를 알아봤는지 그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렇게 협회의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네, 이나타. 이런 일이라면 도와야지.”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태주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이나타라고 불린 소녀는 정원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상황을 설명했다.
요원 S가 수사를 위해 이 정원을 방문했던 일. 정원 입구에서 황폐하게 변한 정원을 발견하고 협회에 보고한 것. 협회에서 정원사를 수차례 호출했지만, 정원사가 나타나지 않은 일 등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했다.
‘그럼 여기가 요원 S가 말한 추락자가 생긴 것으로 의심되던 정원인가.’
“협회에서 비상코드를 발급받아 정원을 확인한 결과, 정원이 현재 잊힌 상태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잊힌 상태라. 정원사의 생존 여부는?”
“사망으로 추정됩니다.”
“저런. 상황은 어떤가?”
이나타의 말에 따르면 정원사가 키우던 펫과 나무를 맡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펫을 맡을 수 있는 정원사가 있을지 모르겠군. 나무나 다른 것이라면 모를까. 내 정원은 펫 숫자에 여유가 없네.”
“나도 마찬가지야. 난 이미 세 마리 모두 채웠는걸. 나보고 내 펫을 버리라는 소린 하지 마.”
“그런 무도한 얘기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쪽의 정원사분은 어떠십니까?”
태주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헛기침을 한번 하고 얘기를 꺼냈다.
“우리 정원은 여유는 있지만, 펫을 들이는 건 불가능해요. 정원 레벨이 낮아서 현재 지정 가능한 숫자가 한 마리뿐이에요. 그리고 그 자린 이미 태산이가 차지했어요.”
“큼. 이나타. 태산이는 이 백호 친구를 말하는 겁니다.”
요원 S가 뒤로 돌아 자신의 날개에 이빨을 박고 있는 태산이를 보여주었다.
“헉. 태산아.”
태주가 깜짝 놀라서 요원 S에게 사과하고 태산이를 떼어냈다. 정말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미안했다. 벌써 세 번째였다. 태산이는 자신을 떼어낸 것이 불만인지 ‘크르르’ 거리고 있었다. 태주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으하하. 작은 백호 친구가 용감한걸.”
“그러게 말일세. 붉은 볏 술탄호크를 덮치다니.”
이나타가 사람들을 진정시키더니, 태주에게 정원 레벨을 물었다.
“레벨1이에요.”
“으음. 두 단계나 높여야 하는군요.”
“네?”
“펫을 들이려면 정원 레벨을 높여야 해. 레벨 3에 한번, 레벨 5에 한번 펫을 들일 수 있어. 그렇게 딱 세 마리만 들일 수 있어.”
태주가 다른 펫을 들이려면 정원의 레벨을 두 단계나 높여야 했다. 다른 펫을 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태주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는데, 이나타가 굉장히 아쉬워했다.
“일꾼으로 들이는 건 안 되나요? 우리 정원에 일꾼 자리는 두 자리 남아있어요.”
“그건 안 됩니다. 펫은 일꾼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사람들이 모두 곤란한 얼굴을 한 채 정원을 둘러보았다. 다들 이 황폐한 곳에 펫을 두고 관리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여기 있는 물건들을 이 정원사 친구에게 넘겨주는 건 어때? 정원 장식하고 나무를 옮겨서 정원 레벨을 높이는 거야.”
“안 된다는 걸 아시면서 그런 얘기를 꺼내십니까.”
“쳇. 아깝잖아.”
“흠. 나무나 꽃이라면 괜찮지 않나? 어차피 도움을 주려고 온 것이니. 그의 정원으로 옮겨서 그가 관리하게 하지. 레벨 2로 오르면 펫은 임시 등록증을 내주고.”
이나타는 그가 한 제안의 가능성을 곰곰이 따져보았다. 태주의 정원은 레벨이 낮으니 관리가 필요한 나무를 그의 정원으로 모두 옮기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았다. 만약 나무를 옮겨서 레벨 2가 된다면, 협회에 사정을 설명하고 임시 펫 등록증을 발급해주면 될 것 같았다.
“이곳의 나무를 옮기면 정원을 레벨 2로 올릴 수 있습니까?”
“으응. 장식이 부족한걸.”
“우린 신규 정원이에요. 정원 장식이 부족해서 무리예요.”
희가 불가능하다 말하자, 태주가 설명을 이었다. 이곳의 나무는 태주의 정원에 있는 모든 나무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았다. 두세 배는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레벨 2가 되려면 최소 세 가지 이상의 장식을 더 추가해야 했다.
“나무나 펫과 달리 정원에 속한 건물이나 장식은 건드릴 수 없습니다.”
이나타가 아쉬운 얼굴로 설명했다. 생명이 있는 나무나 펫은 구조할 수 있지만, 정원의 구조물은 잊힌 정원이어도 원소유주의 소유였다.
“그럼 내가 장식을 선물하지.”
“네?”
“인간 정원사에게 장식을 선물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가.”
“맞네. 그럼 되잖아. 나도 하나 선물할게. 협회에서도 하나 선물해. 그럼 세 개네.”
이나타는 잠시 고민하더니 그렇게 하자고 했다. 무슨 선물이 좋을지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 셋을 보는 태주는 조금 황당했다. 우선 펫이 어떤지 자신에게 보여주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었다.
“저기. 펫이 어떤지 보고 싶은데요.”
“이런. 아직 보여드리지 않았군요. 이 아이입니다.”
이나타가 작은 새장을 꺼내 보였다. 은색의 새장 안에는 한 뼘보다 조금 큰 말이 들어있었다. 이마에 긴 뿔이 있는 황금색 유니콘이었다.
“골든 유니콘이예요.”
“이런. 인간 정원사는 수컷이잖아.”
“유니콘이 처녀를 좋아한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희는 이나타가 새장을 꺼냈을 때부터 새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황금색의 반짝이는 작은 유니콘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태주는 솔직히 다른 펫을 들이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다른 펫이 생기면 혹시 태산이에게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태주, 태주. 반짝반짝해. 예뻐.”
“희?”
“이제 우리 정원에서 같이야?”
희는 유니콘이 마음에 드는지 태주의 어깨에서 새장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곤 이나타에게 붙어서 여러 가지를 묻고 있었다. 태주는 희의 반응을 보고 말리는 것을 포기했다. 어차피 도움을 주기 위해 온 것이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골든 유니콘은 임시 펫으로 등록하기로 했다. 태주의 정원 레벨이 낮아서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정원 레벨을 높이면 그때 정식으로 등록하기로 했다.
임시로 등록된 펫은 현실로 데려갈 수 없다. 정원에서만 머무를 수 있었다. 태주의 정원에는 희와 단단이 항상 머무르고 있으니, 정원에 두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 정원은 레벨이 몇이었어요? 펫은 저 유니콘이 전부인가요?”
“후우. 아닙니다. 정원 레벨은 4였습니다. 아마 다른 펫은 정원사님과 같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원 S가 이나타 대신 대답했다. 태주는 이 정원의 상황이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의 정원은 이곳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았다.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희가 관리자로 있으니 정원이 이렇게 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나타가 태주의 정원과 통하는 문을 열었다. 태주는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잊힌 정원의 나무들을 모두 옮겼다. 나무를 옮기는 일에는 인간 형태를 푼 다른 정원사가 나섰다.
그는 덩치 큰 수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아름다운 몸체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푸른 갈기를 두르고 있었다.
태산이는 변신을 푼 그의 모습에 놀랐는지, 태주에게 찰싹 매달려 있었다. 태주는 놀란 태산이를 달래면서, 세상 무서운 것 없이 까부는 태산이가 좀 얌전해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하하. 이런 정원은 오랜만인걸.”
“그렇군. 인간의 정원은 오랜만이네.”
다른 두 정원사는 태주의 정원을 보고 반가워했다. 자신들의 정원과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얘기를 하며, 가끔 방문해도 되는지 물어봤다. 태주는 물론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고 자신도 그들의 정원에 방문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들은 방문을 허락해주면서, 방문할 때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오라는 충고를 해주었다. 자신들의 정원은 인간의 정원과는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태주는 그들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인간의 모습을 푼 사자의 경우만 보아도 그들과 자신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정원 환경도 상당히 다를 것 같았다.
“요정 아가씨에게 내 정원의 위치와 주의사항을 일러둘게. 내 정원에 올 때는 꼭 고기를 가져와야 해. 내 펫은 고기를 주지 않으면 손님을 침 범벅으로 만들어버리거든.”
“내 정원에 올 때는 꽃을 챙겨와야 하지. 내 정원 관리자는 꽃이 없는 손님에겐 쿠키를 내주지 않네. 잊지 말게.”
꼭 기억하겠다는 대답을 듣자, 선물은 우편으로 보내겠다는 말을 남기고, 각자의 정원으로 돌아갔다.
정원사 협회의 이나타는 그들이 돌아간 뒤에 태주에게 꽃 모양 정원 등불을 여러 개 선물했다. 이 등불은 밤이 되면 색색의 빛을 내면서 정원 곳곳을 날아다닌다. 자유롭게 정원을 날아다니다, 사람이 지나가면 날아와서 길을 밝혀주는 마법이 걸려있었다.
“고마워요, 이나타.”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골든 유니콘을 맡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주인을 잃어서 슬퍼하고 있으니, 잘 돌봐주시길 바랍니다.”
“그럴게요.”
“그리고 빠르게 레벨 3까지 올리시길 바랍니다.”
“노력할게요.”
요원 S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다시 한 번 태주에게 감사를 전하고 돌아갔다.
태주는 갑자기 나무가 늘어난 정원을 둘러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한동안은 나무를 돌보는데 모든 시간을 다 보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