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7
46. 회오리 동굴
다음 날 태주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두막뿐 아니라, 텃밭의 작물도 수확해야 하고, 나무 열매도 따야 했다.
“나뭇잎도 이제 다 자랐네. 며칠만 기다리면 열매도 맺히겠다.”
정원에 메마른 나무들이 거의 사라졌다. 창밖의 그 모습을 뿌듯하게 보던 태주는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한숨을 내쉬었다. 침실 안은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엉망이었다.
집안일이든 정원 일이든 부지런하지 않으면, 금세 엉망이 된다. 특히 태산이가 오두막을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멀쩡한 물건이 없었다.
“정원 주인이 아니라, 정원사라고 할 때 알아야 했어.”
정원사라는 단어의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 후 태주는 밀린 일을 하기로 했다. 상자에서 얻은 앞치마를 두른 태주는 우선 침실의 물건을 정리했다.
제일 먼저 현금을 우편함을 통해 현실의 계좌로 보냈다. 무슨 방법을 쓰는 건지, 현실 계좌에 바로 입금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신기했다.
“뭔가 마법이 작용하는 것 같은데. 뭐 편하니 상관없나.”
인형과 우산 같은 것들은 오늘 현실로 돌아갈 때 가져갈 생각으로 한쪽에 치워두었다. 그나마 마지막에 뽑은 물건 중에 마법 빗자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처음에는 마녀의 빗자루처럼 비행마법이 걸린 줄 알고 기대했었다. 빗자루의 설명을 보고 그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 걸려있는 마법도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
‘자동 빗자루질이라니. 로봇 청소기나 다름없잖아.’
물론 쓰레기를 한곳에 모으는 기능뿐이라, 빗자루를 쓸 때는 오두막의 문을 열어둬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빗자루가 쓸고 지나간 자리를 물걸레로 닦기만 해도 되니까. 일이 한 번으로 주는 것만 해도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일까, 거칠고 볼품없는 빗자루지만 꽤 마음에 들었다.
털 잠옷은 열기구를 탈 때 입기로 했다. 노란색과 분홍색이 섞인 잠옷을 현실로 가져가서 입을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쓸 곳이 생겼다. 사실 상점에 팔려다, 보온 마법이 걸린 것을 보고 열기구용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정원에 다른 사람이 없어서 낼 수 있는 용기였다. 노란 천에 분홍 꽃이 그려진 털 잠옷을 입고 채집 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만약 누군가 본다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다.
침실 정리를 끝낸 태주가 거실로 나갔다. 어젯밤에 별똥별 내용물은 정리했지만, 껍데기는 그대로 두어서 거실이 엉망이었다. 사실 엉망이라는 단어는 좋게 말한 거고 난리가 난 상태였다.
“이익. 태산이. 이놈 자식.”
며칠 전부터 소파를 노리더니, 결국 소파의 솜을 다 터뜨렸다. 소파 쿠션에 난 큰 구멍에서 나온 흰 솜이 거실 곳곳에 뿌려져 있었다.
그 꼴을 보던 태주가 다급하게 주방으로 향했다. 그는 주방 찬장의 가장 높은 곳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가 가장 아끼는 티포트는 무사히 제자리에 있었다. 태산이 찬장은 건드리지 않은 것 같았다.
찬장에 둔 육포를 태주가 꺼내 주는 모습을 자주 본 태산이 찬장 여는 방법을 배워버렸다. 싱크대 위에 올라가, 앞발로 ‘휙휙’ 하더니 찬장을 열어서 육포를 꺼내 먹었다. 태주는 처음 그 모습을 봤을 때 감탄해서 똑똑하다며 칭찬했다.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 그 이후 태산이는 무법자가 되었다. 찬장, 서랍 가리지 않고, 열어서 물건을 헤집었다. 덕분에 티포트와 물잔을 여러 번 새로 장만해야 했다.
“회오리 동굴 건설권. 피라미드 건설권. 건설권은 재료도 이미 갖춰진 거라는 거지?”
건설권은 상점에서 파는 레시피와 달랐다. 레시피는 필요한 재료도 같이 구매해야 쓸 수 있었다. 그에 반해 건설권은 그냥 찢기만 하면 되는 물건이었다.
“좋은데. 그냥 사용하면 되는 거잖아. 나 어쩌면 운이 좋은 게 아닐까?”
물건을 모두 정리한 후, 태주는 커다란 바구니에 별똥별 껍질을 담아 정원 곳곳을 돌며 땅에 묻었다. 태주가 하는 양을 보던 태산이도 신이 나서 이곳저곳에 구멍을 팠다. 태주는 태산이 파놓은 구멍에도 별똥별 껍질을 하나씩 넣고 메웠다.
*
희와 태주는 두 장의 건설권을 놓고 어디에 건설할지 논의하고 있었다. 회오리 동굴은 슬라임 동굴과 비슷한 크기라서, 미로 한쪽에 설치해도 될 것 같았다.
문제는 피라미드였다. 설명대로라면 피라미드는 오두막의 두 배 크기였다. 정원에 빈 곳은 많았지만, 피라미드가 어울릴만한 곳이 없었다. 그나마 바위 무더기가 있는 장소가 조금 나았지만, 그곳도 그다지 어울리는 건 아니었다.
“사막 풍으로 한구석을 꾸며볼까?”
“사막?”
“응, 모래밭이랑 선인장 같은 거로 장식하면 될 것 같은데.”
“사막에는 물이 있어야 해.”
“물이라. 확실히 너무 건조한 느낌만 나는 것보단 물이 있는 게 좋겠다.”
태주와 희는 정원에 사막 구역을 만들기로 하고, 그곳에 어울릴만한 장식을 사기로 했다. 상점에는 여전히 많은 장식이 올라와 있었다. 그중에서 물을 활용한 장식품을 추려냈다. 분수, 폭포, 시냇물 등 수많은 장식이 있었지만, 그중 태주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수영장이었다.
“개인 수영장이라니. 호사스러운 기분이야.”
수영장은 역시 정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수영장은 정 가운데 원형의 화단이 있고, 그 둘레를 다섯 개의 꽃잎모양 풀이 감싸고 있는 모습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가운데 화단과 풀 둘레에 화려한 선인장을 심으면 보기 좋을 것 같았다. 희의 설명을 들으며 화단에 심을 선인장을 골랐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남지 않았던 DP가 바닥을 드러냈지만, 만들어 놓고 보니 정말 마음에 들었다. 황량한 공터에 들어선 수영장 덕분에 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그럼 피라미드도 세워볼까.”
태주가 피라미드 건설권을 찢자 홀로그램 피라미드가 공중에 생겨났다.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고 건설을 누르자 ‘탕탕’ 소리가 난 후, 피라미드가 생겨났다.
[피라미드(사막 왕의 무덤)어느 차원의 사막 왕이 잠들어 있는 무덤.
도전하는 모험가가 현명하게 위기를 넘기면 귀한 보물을 얻을 수 있다.
모험 난이도: 상급]
“우와. 채집뿐 아니라, 모험이 가능한 건물이잖아.”
“태주, 모험이야?”
“아니. 난이도가 상급이래. 우리한테 조금 무리지 않을까?”
“응. 맞아, 태주. 우리는 초급이야.”
“어, 초급이구나. 초보 모험가.”
이 피라미드도 슬라임 동굴처럼 안쪽에 전혀 다른 공간이 있는 것 같았다. 태주는 선인장은 나중에 심기로 하고, 바로 회오리 동굴을 건설하러 미로로 향했다.
미로는 여전히 빈 곳이 꽤 있었다. 일정한 기간에 길이 변하는 마법을 미로에 걸고 싶었지만, 스크롤이 너무 비쌌다. 만약 마법을 걸어두었다면, 오늘도 태산이와 단단이 놀고 있었을 텐데, 최근에 둘은 미로에서 놀지 않았다.
태산이는 바위 무더기 위를 뛰어다니며 놀고, 단단은 물뿌리개를 들고 나무를 돌보고 있었다. 단단은 나무의 회복에 관심이 많았다. 매일 물뿌리개를 들고 다니며 나무를 보살폈다. 단단과 놀지 못해서 그런지, 태산의 장난이 더 심해져서 큰일이었다.
“여기에 설치하자.”
“여기, 회오리 동굴.”
회오리 동굴은 바람의 정령이 머물면서 방문자를 도와주는 곳이었다. 회오리 동굴에는 여러 가지 비행 수단이 준비되어 있어, 비행 능력이 없는 방문자도 동굴의 꼭대기에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희, 바람의 정령은 뭐 좋아해?”
“응? 음, 얼음수정.”
태주는 오두막에서 가져온 바구니에 얼음수정을 담았다. 얼음수정은 허브 티를 만들 때나 차가운 음료수를 만들 때 자주 쓰는 열매였다. 현실의 얼음과 비슷한 용도였다.
‘제피르는 데려가고, 태산이랑 단단은 두고 갈까.’
*
“희. 가즈어, 컥!”
태주가 희와 제피르를 데리고 동굴에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미로의 모퉁이에 숨어있던 태산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어 태주의 등에 매달렸다. 태주는 태산이 힘에 떠밀려 구르듯 동굴로 들어갔다.
“태산이 너어! 너 정말 이놈 한다, 이놈.”
“태산아, 그러면 안 돼.”
“히힝.”
입장방식이 난폭했지만, 동굴에 무사히 모두 들어왔다. 동굴 안은 꽤 서늘했다. 태주는 버릇없는 호랑이를 혼내는 것보다 동굴을 탐험하고 싶었다. 등에 붙은 태산이를 고쳐 안고, 동굴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제피르 보호막을 부탁해.”
“히이잉.”
제피르의 보호막이 태주와 태산을 감쌌다. 황금색 보호막을 받은 후 동굴 안쪽으로 걸어갔다. 통로를 지나 푸른 빛인 보이는 곳으로 들어서자 위아래로 길게 형성된 동굴이 나타났다.
“우와. 희 저기 풍선같이 생긴 거 보여?”
“응응. 풍선 해파리야.”
“밟고 뛰어도 될 것 같아.”
회오리 동굴 안에는 바람의 정령 외에도 풍선 해파리와 민들레 홀씨같이 생긴 풀이 날고 있었다. 모두 붙잡거나 밟으면서 이동할 수 있었다.
♬~♪♩~♬
태주 일행 주위로 바람의 정령이 몰려왔다. 바람의 정령은 고깔모자를 쓰고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모습이었다. 바람의 정령은 꼭대기에 오르는 사람이 떨어질 때 홀씨를 가져다주거나, 풍선 해파리를 밟을 수 있게 도와준다.
태주는 희를 통해 모여든 바람의 정령에게 얼음수정을 건넸다. 얼음수정은 만약을 위해 부탁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예전에 정원을 꾸밀 때 봤던 정령들 생각이 나서 챙겨 왔다. 그때 봤던 정령들이 너무 귀여워서, 혹시 바람의 정령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기대대로 바람의 정령도 아주 귀여웠다. 게다가 희의 말대로 바람의 정령은 얼음수정을 좋아하는 지, 노랫소리 같은 웃음소리를 냈다. 일부러 챙겨온 보람이 있었다.
“잘 부탁해.”
회오리 동굴은 꼭대기에는 흰 가지의 나무가 자란다. 그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한 시간 동안 하늘을 날 수 있다. 태주는 오늘 작은 바구니에 가득 열매를 딸 생각이었다. 이 열매를 가지고 있으면, 실수로 열기구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고 바닥에 내려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 둘, 셋.”
태주는 한 손에 태산이를 안고 크게 점프해서 홀씨를 붙잡았다. 동굴에 들어오려고 일부러 점프 기술이 붙은 운동화도 챙겨 신고 왔다. 덕분일까 수월하게 홀씨를 붙잡았다.
“냐아앙.”
태산이 무서운지 태주의 어깨에 발톱을 박았다. 태주는 쓰린 통증을 느꼈지만, 꾹 참고 공중으로 올라가는 데 전념했다.
홀씨를 붙잡고 한동안 올라가다, 발밑에 풍선 해파리가 지나는 것을 보고 손을 놓았다. 출렁이는 해파리를 밟고 잠깐 쉬었다.
“이거 진짜 재밌다. 겁은 좀 나는데 재밌어.”
“희도 재밌어. 태주, 그래도 조심해야 해.”
“응. 알았어.”
태주가 해파리를 밟고 쉬는 동안 바람의 정령이 홀씨를 하나 가져왔다. 정령은 태주 앞에 홀씨를 가져와서 잡으라는 듯이 잼잼을 했다. 아기같이 귀여운 모습에 태주가 웃음을 터뜨리곤 홀씨를 잡았다.
정령은 제가 건넨 홀씨를 잡은 게 기쁜지 맑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태주가 홀씨를 잡고 올라가는 동안 응원하듯 주위를 맴돌며 같이 꼭대기로 올라갔다.
“다 왔다. 발 디딜 곳이?”
“태주, 여기.”
희가 가리킨 곳은 넝쿨이 길게 내려온 곳이었다. 넝쿨은 흰 가지 나무에 얽혀있었다. 그는 희가 가리킨 넝쿨에 발을 디뎌보았다. 단단하고 질긴 느낌이라 충분히 체중을 받쳐줄 것 같았다.
한쪽 팔에 태산이를 안고 있어서 조금 불편했지만, 그래도 열매를 따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태산이 녀석. 이제 기운 차렸나 보네. 어휴.”
태산이를 안은 팔에 바구니도 걸고 있었는데, 기운 차린 태산이가 꼬리로 태주의 손을 방해하고 있었다. 열매를 따서 바구니에 넣을 때마다 꼬리로 ‘탁탁’ 치면서 방해하는 통에 하마터면 열매를 떨굴 뻔했다.
“이런 때에도 장난을 치다니. 못 말릴 녀석.”
겁먹은 것보다는 낫지만, 태산은 정말 대책 없는 말썽꾸러기였다.
넝쿨을 이리저리 옮겨타며 열매를 따길 한참, 어느새 바구니 안이 거의 찼다. 슬쩍 보니 자두만 한 열매가 바구니 안에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내려갈 땐 이 열매를 먹으면 되겠다.”
“응.”
열매는 단맛보다 신맛이 강했다. 마치 레몬처럼 강한 신맛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침이 고일 정도로 셔서 진저리친 태주가 넝쿨에서 천천히 발을 떼었다.
태주의 몸이 부드럽게 허공에 멈췄다.
“와하하. 진짜로 날 수 있잖아.”
“애오옹.”
태산이 겁먹은 울음소리를 냈다. 태주는 남은 한 손으로 태산이 등을 쓸어 주었다. 태산이 어깨에 얼굴을 파묻듯 붙이고 있어서 간지러웠지만, 참으면서 동굴 중간의 출구를 향해 날아갔다.
그의 주위로 바람의 정령들이 다가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듯이 같이 날았다.
“고마워.”
태주의 감사인사를 알아들은 것인지 정령들도 노랫소리 같은 인사를 건넸다.
회오리 동굴 탐험은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태주는 만족한 얼굴로 동굴 밖으로 나왔다. 태산이는 땅에 내려 주자 쏜살같이 미로를 돌아서 사라졌다.
“헐. 의리 없는 녀석. 같이 탐험하고 왔는데, 혼자만 가버리네.”
“히히.”
열매를 따는 일이 아니더라도 회오리 동굴에는 자주 들어갈 것 같았다. 홀씨를 붙들고 나는 것도 재밌었고, 바람의 정령도 귀여웠다. 슬쩍 훔쳐본 제피르의 표정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재밌었다. 희 나중에 또 가자.”
“좋아, 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