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9
48. 유령?
버스킹은 사람들의 예상 그대로의 성적을 올렸다. 대상은 아니었고, 우수 장편 상과 스타상을 받았다.
태주가 상을 받자마자 우 팀장은 기사를 내보냈다. 연말이 머지않은 시기라 다른 배우들의 기사가 연예란의 상단을 모두 차지했지만, 그래도 간간이 태주의 이름이 보였다.
“영화제가 얼마 안 남아서 그런가, 기사 엄청 뿌리는구나.”
올 상반기에 히트 친 영화 주인공의 어뷰징 기사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가을쯤 개봉한 영화와 주연상을 놓고 경쟁 중이라 그런지 홍보전이 치열했다.
“이번 상은 이 사람이 못 받는데. 안타깝네.”
이 당시의 관심사는 음악이었다. 그래서 영화제 관한 일은 잘 몰랐지만, 지금 이렇게 많이 기사를 내보낸 두 영화 모두 상을 받지 못 한다는 것은 기억한다. 대상이나 감독상도 못 받고, 극본 상인가 하나만 받는다.
대신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영화가 대상을 받고, 주연상도 예상 밖의 사람이 받는다. 덕분에 다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이듬해에는 배우들의 참석거부 사태가 다시 벌어진다.
“아! 내년에는 그럼 드라마를 이어서 해야겠다. 영화제는 내년에도 이 상태였으니.”
상반기엔 도깨비 무사와 선율이 공개되니, 가을에 방영될 드라마로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영화가 좋지만, 어쩔 수 없지.”
앞으로 몇 년간 영화제는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다. 그러다 태주는 회귀 전 자신을 홀렸던 배우가 사실은 공정성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시기가 딱 다른 배우들이 영화제 참석을 보이콧 했을 때라는 걸 깨달았다.
“어라? 진짜잖아. 이상하네. 그 사람은 대체 무슨 영화로 상을 받았었지? 기억에 없는데.”
지금 생각하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화려한 의상에 밝은 미소. 태주가 기억하는 건 그게 전부였다. 무슨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서 남우 주연상을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와 같이 후보에 올랐던 영화와 출연 배우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그 배우와 관련된 것만 기억나지 않는 게 이상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게 이런 건가?”
무슨 마법을 부려서 상을 받은 게 아니라면, 기억에 남아있어야 할 텐데 전혀 떠오르는 게 없었다. 영화 제목조차도 떠오르지 않았다.
“에이, 모르겠다.”
본인 기사를 확인하려다, 생각이 이상한 곳까지 뻗어 나갔다. 태주는 다시 자기 기사를 찾아보았다. 이미 한참 뒤로 밀려난 독립영화제 스타상 수상 기사를 훑어보고 이상이 없는 걸 확인했다.
데뷔 1년 차 아직은 햇병아리에 독립영화제에서 받은 상이라, 관심도 거의 못 받았지만, 충분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
정원은 여전했다. 현실은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는데, 변함없이 온화한 기온에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지난 몇 달간 태주는 다른 생각하지 않고 성실하게 DP를 모았다. 희 몰래 상자를 연 일이 마음에 걸려 아주 착실하게 정원 일을 했다. 여러 작물을 길러서 팔고, 온실에서 약초도 기르고 꽃도 길러서 DP를 벌었다.
그 보답일까, 얼마 전에 특별한색의 별똥별을 잡았다. 붉은색의 별똥별이었는데, 희와 둘이서 그 별똥별을 잡고 오두막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며 즐거워했다.
DP가 많이 모이자, 희와 태주는 정원의 레벨을 올리기로 했다. 나무의 숫자는 충분했다. 회오리 동굴, 피라미드, 꽃잎 수영장 등 시설도 많이 늘었다. 다만 장식을 전혀 추가하지 않아, 정원의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정원이 레벨3이 되려면 장식을 5개 더 추가해야 했다. 레벨3부터는 레벨을 올리는데 더 많은 장식이 필요했다. 레벨3은 5개, 레벨4는 7개를 더 추가해야 했다. 레벨5가 되려면 장식을 무려 10개나 더 추가해야 했다.
“난 진짜 조경에 소질이 없나 봐. 잡지도 많이 봤는데···.”
태주는 정원에 어떤 장식을 추가해서 멋지게 꾸밀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잡지도 보고 인터넷에서 유명한 정원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어떤 주제로 꾸밀지도 못 정했다.
“사막 구역은 얻어걸린 거야.”
피라미드 건설권이 생긴 덕에 사막 구역을 만들었다. 피라미드 주변에 고양이 조각상과 전차 장식을 두기로 했는데, 이미 정해진 환경에 맞추는 것이라 비교적 쉽게 고를 수 있었다.
나머지 3개의 장식을 어떤 것으로 할지, 어디에 둘지가 문제였다. 희가 고르는 장식들은 분홍색과 흰색의 동글동글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정원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희도 정원을 꾸미는 재주는 없는 것 같아. 제피르한테 물어볼까?”
태주는 제피르가 앉아있는 나무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제피르 혹시 정원 장식 고르는 걸 도와줄 수 있어?”
“히히힝.”
‘상점에 대체 왜 펫 언어 통역기가 없는 거야.’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귀가 쫑긋 서고 고개를 살짝 숙인 걸 보면 기분이 나쁘진 않은 것 같았다. 태주는 제피르가 따라 오는 걸 확인하고 상점으로 향했다.
“정원에 어울리는 장식을 세 개 골라야 해. 어떤 게 좋을까?”
“태주, 뭐해?”
“마침 잘 왔어, 희. 제피르랑 정원 장식을 고르는 중이야. 희도 같이 고르자.”
세 명이 고르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태주, 희와 제피르 셋은 기타 탭의 장식을 검색해서 띄워놓고 고르기 시작했다.
“히힝.”
“이거? 허수아비?”
“응, 그게 좋대.”
허수아비는 텃밭 옆에 세워두면 괜찮을 듯 보였다. 태주는 허수아비를 구매했다.
“히힝.”
“어, 이거? 스윙 체어?”
제피르의 안목이 괜찮은 것 같다. 그는 허수아비 다음으로 정원 어느 곳에 두어도 잘 어울릴만한 아기 천사가 새겨진 원목 아치와 스윙 체어 세트를 골랐다. 아름다운 조각이 새겨져 있어서 가구가 아닌 장식으로 분류된 것 같았다. 스윙 체어는 좌석이 널찍했다.
“이거 좋다. 담요랑 쿠션 가져다 놔도 괜찮을 것 같아.”
“히이힝.”
마지막으로 제피르가 고른 것은 둥근 시계가 기둥의 중간에 붙어있는 가로등이었다. 이건 온실 입구 옆에 세워두면 편할 것 같았다. 야생화 중엔 밤에 채집해야 하는 것도 있었는데, 가로등이 있으면 채집하기 좋을 것 같았다.
“정원 등불이랑 이 가로등이면 밤에도 편하겠다. 고마워, 제피르.”
“히힝.”
제피르에 감사인사를 한 태주는 상점에서 산 물건들이 든 빛의 공을 온실 쪽으로 옮겼다. 온실 앞에 세 가지 모두 설치하기로 했다. 텃밭 사이에 허수아비를 세우고, 온실 창 앞에 가로등을 설치했다. 아치와 스윙체어 세트는 온실이 잘 보이는 공터에 설치했다.
삭막했던 온실 앞이 그럴듯한 모습이 되었다. 앞으로 여기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될 것 같았다.
“이제 사막 구역에 조각상이랑 전차 장식을 두자.”
“응. 그러면 레벨3이야.”
“하하. 드디어 레벨3이 되는구나.”
정원 레벨이 3이 되었다. 태주는 레벨을 올리자마자 제피르를 정식으로 펫으로 지정했다. 지금까지 임시로 등록한 상태여서 불안감이 컸는데, 정식으로 펫으로 지정하고 나니 안도감이 생겼다.
“제피르 앞으로도 잘 부탁해.”
“히히힝.”
*
정원에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태주가 온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오두막에 누군가 다녀간 것이다.
“뭐야? 누가 이걸 가져다 놨어?”
오두막 주방에 갓 만든 사과 파이가 놓여있었다. 집안에 달콤한 냄새가 가득하고 오븐이 아직 따뜻한 걸 보면,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누군가 태주가 오두막을 비운 사이 들어와 요리한 것 같았다.
소름이 돋았다. 그는 급하게 오두막을 뛰쳐나가 희를 불렀다.
“희. 침입자가 있어. 누군가 오두막에 들어왔었어.”
“태주?”
태주의 급한 목소리에 정원에서 놀던 태산이와 제피르가 다가왔다. 제피르는 침입자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그에게 보호막을 씌워줬다. 태산이에게도 보호막을 씌워준 후, 오두막 창가로 날아가 안을 확인했다.
“히히힝.”
“아무도 없대.”
“오두막 주방에서 누군가 음식을 만들었어. 파이를 만들어 놓고 갔어.”
태주의 말에 일행은 모두 뭉쳐서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오두막 안은 달콤한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태주가 지내는 오두막에서 날 리 없는 냄새였다.
“킁킁. 냐아앙.”
“응응.”
태산이 주방 바닥 냄새를 한참 맡더니 희에게 무어라 말을 걸었다. 희는 놀란 표정이 되어 한참 동안 태산이와 말을 주고받은 후 태주에게 알려줬다.
“태주 예전에 트리 하우스에서 맡았던 냄새래.”
“요원 S?”
“아니. 흰 깃털의 주인이래.”
태산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흰 깃털이 발견된 것은 굉장히 오래전 일이다. 아마 못해도 반년은 지났을 것이다. 그때의 냄새를 아직도 기억할 수 있나 싶었지만, 지금은 태산의 말이 유일한 단서였다.
“깜짝 놀랐어.”
“희도 놀랐어.”
“휴우. 제피르 보호막 고마워. 태산이도 고마워.”
침입자나 방문자는 관리자인 희도 알 수 없었다. 단단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며칠간 정원에서 숨어 지냈지만, 정원 관리 시스템으로도 확인할 수 없었다.
‘방문거절 설정은 별로인데.’
태주는 가끔 방문하는 사슴이 좋았다. 거대한 사슴은 우아한 동작으로 인사를 한 후에 태주가 만들어주는 주스를 마시고 간다. 때로는 넓은 접시에 담아 주는 과일이나 곡물을 먹고 가기도 한다.
방문거절은 최후의 보루로 두고 며칠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이 파이는 어떻게 하지?”
“태주, 좋은 냄새가 나.”
“음, 그래도 먹기는 좀 그런데.”
그가 파이의 처리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냄새의 유혹을 참지 못한 희가 살그머니 다가가 파이 끄트머리를 떼어먹었다.
“냠냠. 맛있다!”
“헉. 희!”
희는 태주의 놀란 목소리는 무시하고 본격적으로 파이를 먹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파이 끝을 잡아당겨 큼지막하게 한 조각을 떼어내 베어먹었다.
태주는 희의 손에 들린 파이 조각을 뺏고 싶었지만, 다칠까 봐 뺏지 못했다. 희에겐 큰 조각이지만, 태주에겐 엄지손톱 정도였다. 무리해서 뺏다가 다치게 할 수도 있었다.
“히히잉.”
“꿀꺽. 괜찮아, 아프지 않아. 맛있어.”
제피르가 희에게 괜찮은지 묻는 것 같았다. 희는 한 입 크게 베어 문 파이를 꼭꼭 씹어 삼킨 후, 괜찮다고 대답했다.
“에라 모르겠다.”
태주가 나이프와 접시를 가져왔다. 작은 접시에 희와 제피르 몫을 덜어 준 후에 차와 같이 파이를 먹었다.
솔직히 달콤한 냄새가 너무 유혹적이었다. 처음 오두막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냄새가 너무 좋아서 침이 고였었다.
“우와. 너무 맛있다.”
‘유령인지 침입자인지 모르겠지만, 진짜 솜씨 좋다.’
태주와 희는 배가 빵빵하게 부를 정도로 파이를 먹어치웠다. 오랜만에 온기가 남은 음식을 먹은 둘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정체 모를 방문자에게 보내는 카드를 놓아두기로 했다.
카드에는 요리를 잘 먹었다는 인사와 혹시 정체를 밝히고 싶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밝히라는 얘기를 썼다. 그리고 마지막에 염치없지만, 혹시 요리를 부탁해도 되냐고 물은 후에, 초코케이크를 부탁했다.
제피르가 정원에 온 것은 한참 전이지만, 정식으로 펫이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 축하 파티를 할 생각이었다. 제피르가 초콜릿 외에는 잘 먹지 않아서 부탁했는데, 다음 날 초코케이크가 주방에 놓여있었다. 태산이와 단단 몫인 미트 파이와 피시 파이도 있었다.
태주와 정원 식구는 오두막 앞에 놓인 큰 테이블로 음식을 모두 옮긴 후 제피르의 환영 파티를 했다.
파티 후, 태주는 제피르가 머무는 나뭇가지가 점점 가까운 가지로 바뀌는 것을 알아챘다.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곳에 머물 정도로 마음이 열린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그보다 좀 더 거리가 가까워진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곳이라도 높은 나뭇가지 위였던 것에서 이제는 조금 떨어진 탁자 위나, 우물의 지붕 위 등에 자리 잡았다. 제피르는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태주와 눈높이가 비슷한 곳에 주로 머물렀다.
태주는 그 사실을 아는 척하지 않았다. 제피르가 좀 더 편하게 다가올 수 있게 모른 체하고 있었지만, 매일 조금씩 좁혀지는 거리에 기뻐하고 있었다.
그 후로도 가끔 오두막에 음식이 놓여있었다. 태주와 희는 처음처럼 놀라지 않았다. 특히 희는 놀라기는커녕 매일 먹고 싶은 음식을 카드에 적어서 오두막 오븐 위에 올려두었다. 태주가 몇 번 그런 희를 말렸지만, 항상 희가 바라는 음식을 준비해 주는 걸 본 후에는 그냥 두었다.
대신 음식을 두고 가는 아마도 닭으로 의심되는 존재에게 감사 선물을 보냈다. 에이프런이나 손수건 같은 물건이었다. 선물은 식탁 위에 두고 현실에 다녀오면 사라져있곤 했다.
태주도 희도 어느 사이엔가 이런 관계에 익숙해졌다. 태산이도 오두막에서 깃털주인의 냄새가 나도 경계하지 않게 되었다. 경계심이 너무 없다고 누군가 나무랄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를 끼치지 않은 이를 계속 경계하는 것은 무리였다.
정원의 식구 모두 깃털주인이 떠날 때까지 트리 하우스에 가지 않기로 약속했다. 어쩌면 그곳에 살고 있을지 모르는 깃털주인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가끔 트리 하우스에 가보고 싶은 것 같았지만, 다들 약속을 어기지 않고, 잘 지켰다.
그렇게 정원에는 평화로운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 날 텃밭에서 찢어질 듯한 날카로운 새의 비명이 들려오기 전까지, 서로를 배려하며 두근거리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