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2
51. 1차 성장
[요즘 멧돼지의 출몰로 피해를 본 농가가 많이 나왔는데요. 민가까지 내려와 피해를 주던 멧돼지가 펜션에 머물던 한 투숙객에게 잡히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투숙객은 놀랍게도 가족과 여행을 온 배우 이태주 씨였습니다. 현재 영화 촬영을 마치고, 가족과….]서울로 돌아온 태주에게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멧돼지를 잡은 일이 어떻게 알려졌는지 여러 곳에 기사가 실렸다.
“이태주 배우님. 혹시 무슨 호랑이 간이라도 꺼내 드셨어요?”
“네? 그게 무슨 끔찍한 말씀이세요.”
“그럼, 멧돼지는 뭐예요? 위험하게 그런 행동을 왜 하시냐고요!”
서울로 돌아온 태주는 동생들을 내려 주고 바로 회사로 향해야 했다. 태주와 동생들은 남은 휴가를 모두 즐기고 돌아왔지만, 그 사이에 태주가 멧돼지를 잡은 일이 기사로 나가버렸다.
멧돼지 피해 농가 취재차 와있던 지역 신문에서 소방대원과 인터뷰 중, 태주가 멧돼지를 잡은 사건을 알게 되었다. 힐링 인터뷰를 본 적이 있던 소방대원이 태산이와 태주를 알아보고 지나가듯 한 말을 놓치지 않고 기사에 실었다.
우 팀장은 갑작스럽게 태주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이유를 알아보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았다. 그리고 태주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회사로 호출했다.
“죄송해요. 정말 기사화될 줄은 몰랐어요.”
“누가 지금 기사 난 게 문제래요? 안전! 안전을 말하는 거잖아요!”
우 팀장의 분노한 목소리가 사무실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태주는 괜히 한마디 했다가, 멈출 듯했던 잔소리가 다시 시작되게 만들었다. 옆에 선 견우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지만, 차갑게 외면당했다.
“우 팀장. 이 배우 섭외 들어왔는데.”
“후우. 어딘데요?”
“정글의 규칙이라는데.”
“지금 누구 놀려요!”
다행히 우 팀장님의 타깃이 바뀌었다.
태주는 기회를 틈타 잽싸게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 자리에 남아있다간 몇 시간은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 그의 뒤를 견우가 따라왔다.
“멧돼지는 숙련된 사냥꾼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사냥합니다. 무모하셨습니다.”
“하하. 그게 어쩔 수 없이 마주친 거라….”
견우는 태주가 슬쩍 고개를 돌리면서 말꼬리를 늘이는 모습이 의심스러웠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아마 멧돼지를 마주친 것은 우연이 맞을 것이다. 일부러 위험을 찾아다니는 성격은 아닌 것 같았으니까. 아마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피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일 년 가까이 같이 지내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었다. 태주는 말꼬리를 늘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태주가 얼버무리며 말꼬리를 늘일 때는 무언가 감추는 것이 있을 때였다. 평소 바라는 것이나 기분 등을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라 이런 모습은 드물었다.
태주는 출중한 외모, 뛰어난 재능, 부유한 환경에 성격은 시원시원했다. 거기에 남들이 가지지 못한 많은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그는 항상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행동했다. 지금은 아마 감추는 것도 있고 미안한 감정도 있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앞으론 조심할게요.”
“네. 그러셔야 합니다.”
견우는 태주에게 트리즈에 호의적인 미디어 몇 곳과 인터뷰를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끝으로 그를 보내 주었다. 태주도 그의 말에 동의해 일정을 잡아달라 답했다.
태주를 회사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태워 보낸 견우는 복도에서 바로 김 실장에게 붙잡혔다. 김 실장은 벌게진 얼굴로 그를 붙잡고 ‘따따따’ 쏘아붙였다.
견우는 변명하지 않고 그에게 사과의 말을 했다. 김 실장님이 태주의 이미지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아는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내가 태주 씨 고급스러운 이미지 띄우려고 그 고생을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죄송합니다.”
“어휴. 정말이지. 다친 데는 없지?”
“네. 무사하십니다.”
태주의 안부를 물은 직후, 김 실장은 복도가 떠나가라 웃음을 터트렸다. 웃으면서 옆에 선 견우의 팔을 퍽픽 치는 손길에 힘이 꽤 센 것이 고의 같았지만, 견우는 얌전히 손길을 받았다.
“내가 진짜 이 일 하면서, 배우가 멧돼지 잡은 거로 기사 나간 건 처음이야.”
“그렇습니까?”
“그렇다니까. 잡은 멧돼지가 몇 킬로인지 묻는 데.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나나 서로 웃겨서. 킥.”
한참을 웃다 정신을 차린 김 실장이 견우에게 태주가 대체 어떻게 멧돼지를 잡은 건지 물었다. 견우는 태주에게 설명을 들은 대로 간단하게 말해줬다. 멧돼지가 태산이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옆에서 우산으로 목을 찔렀다는 설명이었다.
“우산? 왜, 그 영화에서 한 것처럼?”
“네. 그러셨다더라고요.”
“좋아. 이건 써먹을 수 있겠다.”
김 실장은 좋은 정보라며 신이 나서 사무실로 돌아갔다. 김 실장이 돌아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태주가 멧돼지를 잡은 것을 영화의 한 장면과 엮은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신사의 필수품, 신사의 우산 활용법 등 신사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 기사가 올라왔다. 김 실장의 작업이 시작된 것 같았다.
*
정원에 돌아온 태주는 해나에게 현실에서 있었던 사건을 얘기했다. 태산이가 멧돼지를 막은 일을 설명하며, 아마도 엄청 강력한 공격 기술을 얻을 것 같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그런 위험한 일에 나서다니, 반성이 필요한 것 같은데.”
“어. 그런가요.”
“태산이도 정원사 씨도 피할 수 있는 위험을 피하지 않았다는 말이잖아.”
해나는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태주를 혼냈다. 태주는 해나가 타르트를 굽고 면 요리를 전부 만들 때까지 얌전히 얘기를 듣고 있었다. 중간에 태산이 도망간 것에 해나가 분노했기 때문이다.
태주는 멧돼지는 막아줬으면서, 해나의 잔소리는 막아주지 않고, 도망가버린 태산이 때문에 조금 상처를 받았다.
“정원사 씨는 상점에서 여러 기술을 익힐 수 있지?”
“네. 소질이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지만요.”
“하긴. 그럼 나중에 방어나 회피 기술을 한 번 익혀봐.”
“방어나 회피.”
물론 익힌 후엔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해나의 식사 준비가 끝났다. 오늘은 파스타와 복숭아 타르트였다. 해나가 해주는 것들은 전부 맛있지만, 특히 과일 타르트 종류는 모양부터 맛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았다.
최근 정원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면 모두 식사 시간을 꼽을 것이다. 해나가 요리를 해준 이후로 다들 이 시간을 기다렸다. 태산이와 단단, 희와 제피르, 해나와 태주 어느새 정원 식구가 많이 늘었다. 여섯은 오늘도 오두막 앞 테이블에 각자 편하게 자리 잡고 음식을 먹었다.
‘먹는 모습이 다들 개성 있네.’
희는 두 손으로 음식을 들고 볼이 빵빵해지도록 입에 넣었다. 제피르는 우아하게, 말에게 우아하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우아하게 접시 위의 음식을 먹었다. 태산이는 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이곳저곳에 묻히면서 먹고, 단단은 음식을 앞발로 쥐고 뜯어먹었다.
“호호호. 다들 잘 먹으니 기분 좋네.”
“맛있으니까요. 빈말이 아니고 정말 맛있어요.”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건 희의 주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희의 주변은 반짝이는 가루가 온통 퍼져 나와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제피르 역시 그의 몫인 아몬드 초콜릿을 남기지 않고 전부 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 태주는 계획했던 대로 상점에서 태산이 영양제를 고르고 있었다. 흥분해서 고르다 보니 쓸데없는 것도 있었지만, 꽤 괜찮은 것들을 고를 수 있었다.
[풍성한 털 영양제] [튼튼한 이빨 비약] [날카로운 발톱 강화제] [반짝이는 털 영양제] [면역력 강화제] [또렷한 눈빛 비약]“그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헉. 깜짝이야. 해나 기척 좀 내세요.”
“호호호. 은신이 너무 익숙해서 그래. 놀랐다면, 미안.”
태주의 과소비를 막아준 해나는 그가 사들인 물건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뭘 그리 많이 사는지.
“이걸 다 먹이면 더 튼튼해지겠죠?”
“호호. 못 말리겠다. 그래도 효과 좋은 것들로 잘 샀네.”
태주는 한 아름 안고 있는 영양제를 먹고 강해질 태산이를 상상하며 뿌듯한 얼굴을 했다.
*
한밤중 태산이는 굴속에서 자고 있었다. 정원을 자신의 영역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낮에는 매일 순찰하듯이 돌아다닌다. 오늘도 정원 곳곳을 돌아보고 굴로 돌아와 잠을 잤다.
굴에 물어다 둔 담요를 몸에 감고 쌕쌕거리며 자던 태산의 귀가 쫑긋하고 섰다. 그리고 곧이어 태산의 코가 움찔했다. 태산은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방을 경계했다.
태산의 귀에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에 집중하자 온실 쪽에서 소리가 나는 걸 알 수 있었다. 태산의 코에 예전에 한 번 맡았던 불쾌한 냄새가 다시 맡아졌다.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태산이 크르르 하고 울었다. 그리곤 조용히 굴 밖으로 나서 목적지로 향했다.
스으윽.
태산은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온실 방향으로 뛰어갔다. 길을 밝혀주려 정원 등불이 다가왔지만, 재빠른 동작으로 나무 사이로 숨어 등불을 피했다. 그리고 이번엔 조심스럽게 나무 사이를 가르며 온실로 향했다.
문이 반쯤 열린 온실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커먼 침입자가 선반 위 화분의 약초를 뽑고 있었다. 침입자는 일전에 미로에서 봤던 두더지였다.
태산은 침입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살금살금 뒤로 다가갔다.
두더지는 태산이 바로 뒤로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 약초를 뽑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런 두더지의 뒤에서 태산이 뛰어올라 뒷목을 세게 후려갈겼다. 수차례 앞발을 휘둘러 두더지를 쓰러트린 태산이 입을 크게 벌려 목을 물어버렸다.
“키에엑.”
“크르르.”
두더지의 비명이 크게 정원에 울렸다. 그 소리에 잠들었던 정원 식구들이 모두 깨어났다.
두더지는 뒷목에 붙은 호랑이를 떼어내려 몸부림을 쳤다. 온실 바닥을 구르고 뒤통수를 벽에 부딪히려 했다.
태산인 그때마다 몸을 비틀어 피하거나, 입을 벌려 잠시 풀어줬다, 앞발로 후려친 후 다시 두더지의 뒷목을 물었다.
“크앙!”
태산이 쓰러진 두더지의 뒷목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두더지가 반항 의지를 잃을 때까지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있었다.
두더지의 몸에서 힘이 빠져, 바닥에 길게 늘어졌다. 태산이 두더지를 혼자서 제압한 것이다.
정원의 다른 이들이 온실에 도착했을 때, 두더지는 이미 기절해 있었다.
“이게 무슨! 태산아, 괜찮아?”
“냐앙!”
[태산(백호)이 1차 성장 조건을 만족합니다. (3/3)영역 수호: 무사히 영역을 지켰습니다. 영역을 지키는 것은 주인의 의무입니다. 이후 영역을 침범하는 대상을 알 수 있습니다.
1차 성장 조건 달성: 1. 사냥 본능/2. 호랑이 굴 발견 / 3. 영역 수호] [축하합니다.
태산(백호)이 1차 성장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1차 성장이 진행됩니다.]
태산이 밝은 빛에 휩싸였다. 일행은 눈이 부셔 가늘게 뜬 눈으로 태산이 있던 자리를 보고 있었다.
전에 해나가 성장 시 가장 도움이 되는 기술을 얻을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이제 1차 성장을 하면, 덩치도 커지고 기술도 생길 것이다. 아마 태산이가 최근에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공격 기술이 생길 것 같았다.
태주는 태산이에게 제피르의 보호막 같은 기술이 생겼으면 하고 바랐다. 아니면 사자후(獅子吼) 아니, 백호후(白虎吼) 같은 기술이 생겨서 멀리서 공격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태주는 긴장으로 입술이 마르고 손이 차가워졌다. 예전 알을 처음 깨고 나오던 때처럼 심장이 쪼그라들 것 같은 느낌이었다. 1차 성장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1분이 한 시간은 되는 것 같았다.
태주는 지난 1년 동안 태산이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렸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울던 태산이에게 젖병을 물려 우유를 먹이던 일, 갑자기 동영상이 인기를 얻어 태산이를 데리고 뮤비를 찍으러 갔던 일 등. 여러 가지 일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예전 일을 떠올려 봐도 초조함이 가시지 않았다.
‘하아. 미치겠네. 블록버스터 오디션을 보러 가도 이보단 덜 긴장될 것 같아.’
“진정하라고, 정원사 씨. 그보단 이 두더지를 협회에 신고해야지. 문을 여는 아이템도 뺏고.”
“후우. 알았어요, 해나.”
해나의 말대로다. 태산인 무사히 성장을 마칠 테니, 자신은 정원을 정리하는 게 맞았다. 태주는 심호흡을 몇 번 크게 한후 조금 진정된 기분으로 희에게 연락을 부탁했다.
그리고 마법 로프를 건네받아 두더지를 묶어 온실 밖으로 옮겼다. 또 온실 구석에 떨어져 있던 문을 여는 아이템도 찾아두었다.
신고를 받은 협회에서 사람들이 금세 도착했다. 요원 S와 P였다. 그들은 정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두더지의 근처로 다가왔다. 그리고 두더지를 확인한 후, 지난번에 놓친 좀도둑 무리 중 하나가 맞다 알려줬다.
요원 S의 확인이 끝난 후, 태주는 그에게 문을 여는 아이템을 건넸다. 두더지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라는 설명을 들은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협조 감사합니다. 덕분에 좀도둑 두더지 무리를 모두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에요.”
태주와 요원 S가 훈훈하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태산이 있던 온실의 빛이 점점 줄어들었다. 태산의 성장이 끝나가는 것 같았다.
“백호 친구가 성장하는 중입니까?”
“네, 좀 전에 1차 성장 조건을 채웠어요.”
“축하합니다. 괜찮으시다면, 백호 친구의 성장을 축하해주고 돌아가고 싶습니다만. 잠시 머물러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P 먼저 돌아가라.”
요원 S의 말에 P가 아쉬운 얼굴로 해나를 훔쳐보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상사인 요원 S의 말에 따라, 두더지를 데리고 돌아갔다.
“어흥!”
“와!”
온실 안에서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태주는 태산이가 어떻게 성장했을지 궁금했다. 마음 같아선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태산이가 나오길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일행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텁텁 발소리를 내며 태산이 온실 밖으로 나왔다.
“어라, 태산아?”
태주의 얼굴에 이상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태산이를 본 모든 일행의 얼굴에도 같은 표정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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