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9
58. 파티 플레이 >
겨울에 키울 수 있는 작물들은 모두 예뻤다. 특히 잊지 말고 꼭 키워야 할 불꽃 열매는 그림처럼 예뻤다. 은색 나무에 매달린 화려한 불꽃무늬 열매는 마치 붉은 꽃이 핀 것처럼 보여서 보고 있으면 눈이 즐거웠다.
이 화려한 불꽃 열매는 지구에선 볼 수 없지만, 다른 세상의 추운 지역에서는 누구나 쓰는 것이었다. 이 열매는 벽난로나 화로에 넣으면 단 하나만으로도 한나절 동안 불을 피울 수 있었다.
그 얘기를 듣고 태주는 이 열매를 지구로 가져가, 러시아같이 추운 곳에서 판매하고 떼돈을 버는 상상을 잠시 했었다. 물론 그런 일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 불꽃 열매 전용화로도 너무 예뻐요. 화로가 아니라 예술품처럼 보일 정도예요.”
“그건 정원사 씨가 제일 비싼 화로를 사서 그렇지.”
“큼. 예쁘잖아요.”
침실에 둘 화로로 구석구석 화려한 조각이 새겨진 것을 골랐다. 화로는 조각뿐 아니라, 군데군데 보석으로 장식되어 그냥 보기에도 매우 비싸 보이는 물건이었다.
태주의 취향은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것이었다. 젊은 사람답지 않게 고가구나 골동품을 좋아했다. 회귀 전에도 그런 것들을 모아 집을 꾸미곤 했다.
실내 장식이나 조경엔 재주가 별로 없었지만, 아름다운 것을 고르는 것은 뛰어났다. 지금도 그의 취향에 맞춰 고르는 것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다만, 그 가격이 너무 비쌌다.
해나가 보기에 정원사 씨는 만약 희가 없었다면, 금세 파산했을 것 같았다. 취향이 취향이라 물건을 살 때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데도 DP가 뭉텅뭉텅 빠져나갔다. 그가 고르는 것들은 아름답긴 했지만, 보통은 쉽게 사기 힘든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나무라기도 힘들었다. 꼭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다, 산 물건을 잘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보기엔 과소비인데, 또 과소비라 부르기 힘든 타입이었다.
“그런데 해나 혹시 태산이 못 봤어요? 희나 제피르는 못 봤다네요.”
“응? 굴에 없어?”
“없어요. 백호라 그런가? 정원에 눈이 내리니 너무 찾기 힘들어요.”
“호호호. 보온 마법 걸린 반다나도 잘 매고 다니던데, 너무 걱정하지 마.”
정원에 눈이 내리게 된 후, 태산이는 매일 같이 눈 속을 헤집고 다녔다. 정원 담을 따라 허리 높이로 눈을 치워둔 곳이 있었는데, 태산이 그 눈 속으로 터널을 뚫고 다니며 놀고 있었다. 태주가 그 사실을 알고 감기 걸릴까 봐 못하게 하자, 삐졌는지 어딘가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밥도 안 먹고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정원사 씨 태산이 걱정은 그만하고 연습이나 하세요.”
“아하하. 네.”
눈 때문에 소형 공연장을 이용하지 못해서 오두막 거실에서 대본을 연습하고 있었다. 태산이 걱정은 걱정이고, 연습은 연습이었다. 태주는 집중해서 빠르게 연습을 마칠 생각이었다.
*
그날 저녁 태주는 침실 밖에서 ‘까드득’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침대에 누워 책을 보던 그는 태산이 별동별 껍데기를 먹는 줄 알았다. 점심도 먹지 않고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더니, 밥도 아니고 딱딱한 껍데기를 먹는 게 신경이 쓰였다.
“태산아. 고기 꺼내 줄게. 껍데기? 그게 뭐야? 너 뭐 먹어?”
태산이 사람 팔이 분명한 뼈를 붙잡고 씹고 있었다.
“으악! 뱉어! 뱉어! 그런 거 먹지 마.”
태주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태산이에게 뼈를 뱉으라고 외쳤다.
태산이 그 소리에 놀랐는지 깨물던 팔뼈를 놓쳤다.
“태주?”
“히히잉.”
“무슨 일이야, 정원사 씨?”
태주의 비명에 정원 식구들이 몰려들었다.
태주는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 현관 옆의 빗자루를 가져왔다.
“응? 해골 병사의 팔뼈네.”
“팔뼈?”
“맞아. 피라미드에 다녀왔나 본데.”
“해나! 버리세요. 그런 걸 왜 만져요.”
해나는 하얗게 질린 태주의 표정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정원사 씨의 세상은 평화로운 곳이라더니, 해골 병사의 팔뼈를 보고 놀란 것 같았다.
“정원사 씨 이런 것보단 태산이가 문제야. 피라미드에 다녀온 것 같은데.”
“네?”
해골 병사는 피라미드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몬스터였다. 태산이 해골 병사의 뼈를 물고 있다는 건, 피라미드에 들어갔다는 소리였다.
“피라미드는 상급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태산이가 그런 곳에 다녀왔다고요?”
“그런 것 같아. 아니면 이 뼈의 정체를 어떻게 설명할까.”
“허억. 심장이.”
온종일 안 보이더니 위험한 곳에 다녀온 것 같았다. 기술이라고는 애교 하나뿐이데, 대체 어쩌자고 그런 곳에 다녀온 것인지.
“이, 이, 태산이 이놈. 형이 얼마나 걱정했는데 그런 곳에 몰래 들어가.”
“냐앙.”
“귀엽게 울어도 소용없어. 못 된 녀석. 혼나야 해.”
해나는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얼굴로 애원인지 야단인지 모를 뭔가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정원사를 봤다.
피라미드가 어떤 구조인지 모르겠지만, 저 백호에게 최소한 출입은 가능할 정도의 능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원사 씨는 그걸 파악할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알았지? 절대 위험한 곳에 가면 안 돼. 회오리 동굴하고 피라미드는 가면 안 돼.”
“호호호. 정원사 씨 이 팔뼈는 어떻게 할까?”
“으으. 그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라미드에 다시 넣어줄까요?”
“뭐? 아하하.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팔을 찾고 있을 것 같아서요. 돌려줘야….”
정신을 차린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반만 차린 것 같았다. 해골 병사의 팔뼈를 왜 돌려준단 말인가.
“정신 차려. 이건 태산이 전리품이라고.”
태주는 해나의 일갈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흰색의 사람 팔뼈를 반려동물이 씹고 있는 걸 본 누구라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얼마나 놀랐는지 아직도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 상점에 팔아버릴까요?”
“이걸? 누가 살까?”
“그게, 정원에 두기 싫어서요.”
“킥. 정원사 씨. 이건 내가 처리할게. 그리고 펫의 상태를 한번 확인해봐. 1차 성장 이후로 생각보다 강해진 것 같으니까.”
태주는 외투를 입고 책 조각상으로 갔다. 정원을 날아다니던 등불들이 몰려와 태주가 가는 길을 밝혀주었다.
“펫 상태창? 헐.”
태주는 자신의 상태창과 태산이의 상태창을 같이 띄워놓고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1차 성장 전에는 태산이 상태창의 수치가 대부분 1~3 사이였는데, 지금은 10 이상이었다. 특히 체력은 17이나 되었다.
수치가 1만 늘어도 차이가 확실히 느껴지는데, 성장 전에 3이었다가 17이 되었으니 6배 가까이 체력이 늘어있었다.
“이러니 애가 안 지치지. 어쩐지 온종일 뛰어다니더라.”
힘 역시 마찬가지. 태주는 성인 남성의 평균보다 조금 높은 11이었다. 하지만 태산이와는 비교하기 힘들었다. 태산의 힘은 19였다.
“성인 남성보다 체력이나 힘이 두 배 정도 세구나.”
생각지도 못한 수치였다. 기술이 애교라 예상 못 했는데, 맹수는 맹수였다. 힘과 체력이 성인 남성 평균 수치인 10을 가볍게 넘겼다.
작은체구에 성인 남성 두 명분의 체력과 힘이라니, 어쩌면 자주 물건을 망가트린 것도 힘이 주체가 안 되어서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태산이 자기 힘에 적응할 때까지 망가지기 쉬운 물건을 치워둬야 할 것 같았다.
상태창을 자주 확인해야 했는데, 방학한 태우에게 맡기고 다니다 보니 또 확인에 소홀했다. 이 수치를 진작 알았다면 걱정을 좀 덜 했을 텐데, 바보 같았다.
만약 평소에 태산이 힘을 쓰며 고집을 부렸다면, 자신은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착하게도 지금까지 자신에게 힘을 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장난이 조금 심한 걸 빼면 정말 최고의 펫이었다.
“착하다, 우리 태산이. 형도 위할 줄 알고.”
“태주?”
“헉. 이게 아니었지.”
희에게 태산이 수치에 관해 묻자, 태산이 중급 모험가와 비슷한 정도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중급 모험가 여럿이 모이면 난이도 상급의 모험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정원에선 무리인 얘기였다.
“정원사 씨 걱정할 필요 없겠어.”
“네? 걱정할 필요 없다고요? 어째서요?”
“흐응. 듣고 상처받지 않을 자신 있다면 알려주고.”
“알려주세요. 이유를 알아두는 게 나중을 위해서 좋을 것 같아요.”
해나의 설명을 들은 후 태주는 상처를 받았다.
아니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게임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공격, 방어, 회복의 구성이면 충분히 파티를 이뤄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안다. 해나의 말 대로라면, 공격은 태산이, 방어는 제피르가 마지막으로 회복을 희가 맡으면 균형 잡힌 파티를 짤 수 있었다.
‘내가 맡을 역할이 없다니.’
제피르는 2차 성장까지 마친 상태라 이미 중급 모험가 수준이었다. 태산인 1차 성장을 마쳤을 뿐이지만 워낙 수치가 높았다. 그리고 희의 회복마법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해나. 이상하지 않아요? 저 펜싱도 할 줄 아는데요. 멧돼지도 잡았는데.”
“진정해 정원사 씨. 반드시 모험을 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
“쟤들을 보세요.”
희를 통해 해나의 설명을 전해 들은 후, 셋은 흥분에 휩싸였다. 의욕만 보면 이미 피라미드를 정복한 것 같았다.
“호호호. 아이들은 모험을 사랑하지.”
“으읔. 왜 나만.”
“호호호. 마법 주문서라도 많이 사서 뒤따라가 보는 건?”
“DP가 별로 없어요. 목도리를 너무 많이 사서.”
“힘내. 정원사 씨 레몬 타르트 만들어줄까? 좋아하지?”
어쩐지 위로해주는 목소리에 웃음이 섞인 것 같았다.
하지만 태주는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그녀에게 레몬 타르트를 부탁했다.
*
태주는 잠들기 전에 다시 한 번 피라미드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리는 얘기를 했다. 특별히 말썽꾼 태산이에겐 여러 번 얘기했다. 그러나 희에게 냉정하게 자라는 얘기만 들었다.
“희, 여기서 놀게. 태주는 잘자.”
“히히힝.”
눈이 내린 후 희와 제피르는 오두막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중앙의 큰 나무에 목도리를 매주는 것은 무리라 희의 집을 오두막 안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희와 제피르는 요정의 집이 아닌 인형의 집에서 주로 머물렀다. 그 안에서 기사 놀이도 하고, 파티 흉내도 내면서 놀았다.
“그래. 그럼 조금만 놀고 자. 아침에 보자.”
태주가 자러 들어간 사이, 희와 제피르는 모험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희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피라미드 안을 궁금해했다. 제피르는 피라미드에서 얻을 수 있다는 보물을 생각했다.
‘제피르, 피라미드는 재밌겠지?’
‘히히힝.’
‘히히. 기대된다.’
아침이 밝으면 희는 제피르, 태산과 피라미드로 모험을 떠날 생각이었다. 태주는 걱정했지만, 희와 제피르 둘이면 피라미드를 안전하게 돌아보고 나올 수 있었다. 거기에 태산이까지 같이 가면 몬스터도 물리칠 수 있었다. 물론 태주가 걱정하니 싸우지 않고, 구경만 하고 올 생각이었다.
태주는 침실에 자러 들어갔지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다. 굳이 모험을 가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자신이 맡을 역할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아니 그보단 위험한 곳에 셋이 들어가는데 자신이 같이 가면 방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잉여라니. 회귀 전이지만, 군대도 현역으로 다녀왔는데.’
*
아침부터 셋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태주가 계속 말렸지만, 기어코 피라미드 탐험을 나설 생각인 것 같았다. 그나마 제일 어른스러운 제피르에게 둘을 말려달라는 눈짓을 보냈지만, 무시당했다. 사실 제피르는 태주보다 희를 더 잘 따랐다.
“너희 정말 갈 거야?”
“응, 태주. 기다려.”
그는 이들을 말리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남은 DP를 확인하고 상점에서 탐험에 필요한 물건을 사주기로 했다.
“아아. 화로를 싼 거로 살 걸 그랬어. DP가 부족해.”
희와 태산이에게 자동으로 방어되는 아이템을 사주고 싶었는데 DP가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펫 용은 사람이 쓰는 것보다 더 비쌌다.
“희 얼리기 주문서 사줄까?”
“응. 얼리기 주문서, 좋아.”
태주는 남은 DP를 탈탈 털어서 얼리기와 마법 화살 주문서를 샀다. 마음 같아선 자신이 같이 가서 써주고 싶었지만, 이 셋만 움직이는 게 자신이 같이 가는 것보다 빨랐다. 이동이나 숨는 것도 훨씬 쉬울 것 같았다.
“절대 안전하게 숨어다녀야 해. 구경만 하고 오는 거야.”
“응. 알았어, 태주.”
“히이잉.”
희와 제피르는 그의 당부에 대답했지만, 태산인 딴짓을 하고 있었다. 태주는 지금 이 사태의 원흉인 태산이 대답하지 않는 게 얄미웠다. 평소에는 대답도 잘하는 녀석이!
“요놈, 태산이. 왜 대답 안 해? 응?”
“냥!”
“다치지 말고, 응? 조심해서 다녀와. 알았지?”
“냐앙.”
태산인 안아 들고 말을 걸자, 그제야 대답을 했다. 아직도 이렇게 작은데 온갖 말썽을 다 피우더니, 이젠 모험도 떠난다.
“해나, 그런데 이게 정상적인 상황이 맞는 건가요? 펫끼리 파티를 짜고 모험을 떠나는 것 같은 상황이요.”
“호호호. 정원사 씨 여긴 꿈의 정원이야. 신기한 일은 매일 일어난다고.”
“으윽. 제 심장이 남아나질 않겠어요. 쟤들 때문에요.”
희의 탐험대는 배웅하는 태주와 해나에게 손을 흔들어 준 뒤 피라미드 안으로 사라졌다.
태주는 희 일행이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참을 그 앞에서 서성였다. 보다 못한 해나가 태주를 오두막으로 데려갈 때까지 피라미드 앞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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