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
5. 방문자
초코체리가 수확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초코체리는 맛도 있었지만, 모양도 예쁘고 두통을 줄여주는 진통 효과도 있었다. 곱게 포장한 초코체리 박스 여러 개를 우편함으로 전송했다.
뺙!
“‘어흥’은 아니더라도, ‘야옹’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니. 왜 아직도 ‘뺙뺙’ 거리는 거니.”
태산이는 다리에 힘이 제법 붙었는지 잘 걸어 다녔다. 머리가 무거운지 몇 걸음 걷다가 휘청거리곤 했지만, 온 집안의 바닥을 쓸고 다니던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백호면 영물이 아니던가. 뭔가 색다른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새끼 호랑이라니.”
잔디밭을 걷는 건지 구르는 건지 혼자 신이 나서 가로지르는 태산이 보였다. 현실 시간으로 보름도 되지 않아, 아직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집에서는 이리 쿵, 저리 쿵 부딪히는 태산이 때문에 심장이 남아나질 않았다. 정원은 집보다 넓고 빈터가 많아서 혼자 두어도 안심할 수 있었다.
“야생화도 모종이 있구나. 야생화 중에는 약초로 쓰이는 것도 있다고 하던데.”
농부 옷을 입고 모종삽을 든 채 상점을 뒤지고 있었다. 제약기술을 익힌 후 화단을 만들었다. 오두막 옆에 온실도 세울 생각이다.
제약에는 밭에서 기르는 약초 외에 꽃이나 잡초처럼 보이는 풀도 재료로 쓰였다. 덕분에 상점에서 씨앗과 모종을 여럿 사서 심어야 했다.
제약기술은 손재주는 별로 없지만, 눈썰미와 기억력이 좋은 태주에게 어울리는 기술이었다.
상점에서 산 피부 크림도 랜덤박스에서 얻은 모발 영양제도 효과가 아주 좋았다. 덕분에 제약기술을 익힐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사실 작물을 두 번 수확한 후에 뿌리는 비료와 영양제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딸기를 재배해 판매하면서 수익이 괜찮다 여겼는데, 비료와 영양제를 주기 시작하자 효율이 별로였다. 연금술과 제약으로 비료나 영양제를 만들면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팁을 보고 제약에 관심을 가졌다.
연금술의 경우, 들어가는 재료가 만만치 않아서 초보 정원사인 태주가 배우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광물이 열리는 나무는 너무 비싸서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태주가 가지고 있는 가장 비싼 아이템은 15,000 DP의 태블릿이었는데, 광물 나무는 가장 싼 구리 나무도 그 두 배인 30,000 DP였다.
뺘악!!!
태산의 자지러지는 비명이 들렸다. 상점을 둘러보다 놀란 태주가 태산이 놀던 잔디를 보자, 거대한 까마귀가 태산을 쪼고 있었다.
“이런 미친.”
태주는 깜짝 놀라 까마귀를 쫓기 위해 달려갔다. 날카로운 부리에 태산이 찢길까 두려워 마음이 급했다. 큰소리를 내며 까마귀에게 다가간 태주가 모종삽을 휙휙 휘두르며 쫓아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래도 약간의 위협은 느꼈는지 까마귀가 훌쩍 날아올랐다. 태주는 그사이에 잽싸게 태산이를 집어 들었다.
사람 몸통만 한 거대한 까마귀가 공중을 여러 바퀴 선회했다. 그러더니 우물 옆 사과나무에 앉아 사과를 먹기 시작했다. 태주나 태산이를 노리지 않아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몰라 긴장을 풀 수 없었다.
태주는 까마귀의 동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창고로 움직였다. 태산이 상태도 확인하고 싶었고, 무기가 될만한 걸 쥐어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까마귀는 사과가 마음에 들었는지 슬금슬금 움직이는 태주를 무시하고 신나게 사과를 먹어치웠다.
“다친 곳은 없구나. 다행이다.”
창고에 들어와 확인한 태산이는 다행히 상처가 없었다. 다만 심하게 놀랐는지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태주는 태산이를 창고 구석에 내려놓고 곡괭이를 단단히 쥐었다. 삽과 곡괭이 두 가지를 앞에 두고 잠시 고민했지만, 무기로 쓰기엔 곡괭이가 나아 보였다.
푸드덕.
곡괭이를 쥐고 긴장한 것이 무색하게 사과를 배불리 먹은 까마귀가 날아가 버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태주가 태산이를 오두막에 넣어 둔 채 책 조각상으로 달려가 설명서를 확인했다.
[TIP: 정원에 과일나무가 일정 수량 이상일 경우 방문자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사과나무 2그루, 초코체리 1그루 이제 겨우 3그루의 나무가 있을 뿐이었는데 방문자가 찾아왔다. 귀한 나무일수록 더 많은 방문자를 맞이하게 된다는 설명이 있었다. 아마 초코체리 때문에 까마귀가 온 것 같았다.
“방문자라니. 괴수가 따로 없던데.”
사실 까마귀는 방문자가 맞았다.
이들은 정원을 방문하고 좋은 대접을 받으면 보답을 하곤 했다. 그리고 사실 까마귀는 태산이를 쪼려던 게 아니었다. 너무 어린 새끼가 돌아다니고 있어서 물어다 안전한 곳에 놔주려던 것뿐이었다.
태주가 까마귀가 앉았던 사과나무를 확인할 때였다. 사과나무 아래쪽에 반짝거리는 물건이 있었다.
[자수정 조각:맛있는 사과를 대접받은 까마귀 일족 텐이 보답으로 두고 간 작은 자수정 조각.
모든 조각을 모아 자수정 장식을 완성하자.
자수정 조각 수: 1/24]
“허, 진짜 방문자였어? 아니 그럼 태산이는 왜 공격한 거야?”
초보 정원사와 어린 백호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왜 공격을 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해, 태주는 오랫동안 까마귀 방문자가 올 때마다 긴장해야 했다.
*
태주는 이복동생 민수와 약속한 대로 병원에 들러 조혈모세포이식이 적합한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이식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건강상태도 상당히 좋아서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공여 전에 주의할 사항을 듣고 이식 날짜를 정한 뒤에 돌아왔다.
민수 어머니가 나중에 소식을 들었는지, 민수를 통해 감사인사를 하고 싶어 했지만, 태주가 거절했다. 태주에게 그녀는 민수의 어머니 이전에 아버지의 내연녀였다. 아버지도 그녀도 모두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을 아이와의 만남도 거절했다. 단순하게 공여자와 수혜자로 관계를 끝내길 바랐다.
“상점에 상태 회복에 좋은 물건이 많아서 다행이야.”
태주는 공여 이후에 복용할 물약들을 미리 구매해 두었다. 공여 전후로 며칠간 입원을 해야 하고, 회복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 다행히 회복 물약은 값도 비싸지 않아, 여러 개를 구매할 수 있었다. 상점 약은 믿을 수 있고 효과도 좋아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식수술에 필요한 입원 기간은 길지 않아, 태우에게 며칠 여행 다녀온다는 말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기 백호 뚜루루뚜루 귀여운 뚜루루뚜루 아기 백호♬
언젠가 들었던 노래를 개사해 부르며 밭을 갈아엎었다. 이번에는 딸기가 아닌 호박을 키울 생각이었다. 호박은 36시간이 필요했다. 두 개의 밭 중 한쪽은 여전히 무지개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최근에 반 정도 싹이 터서 물을 줄 때 조심스러웠다.
“호박 납품 의뢰가 제법 쏠쏠하단 말이지. 가격도 괜찮고. 물론 파이나 빵으로 만들어 납품하면 더 좋겠지만, 그건 나한테 무리고.”
사실 태주는 얼마 전 요리 기술을 배워, 딸기 파이 만들기에 도전해보았다. 요리는 스킬을 보유한 상태로 요리책을 정독하면 기본적인 레시피가 생긴다. 그 후 재료를 준비해서 오븐을 선택하면 요리가 만들어진다. 아주 간단한 과정으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게임과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제대로 된 파이가 만들어질 거라 기대를 많이 했었다. 몇 시간을 기다려 완성된 파이는 향도 모양도 그럴싸했다. 달콤한 냄새에 홀려 현실로 가져가기 전에 맛을 봐서 다행이었다. 태주가 만들어내 파이는 아주 질척거리고 속이 부대낄 정도로 느끼했다. 두 번 다시 먹고 싶지 않은 지독한 맛이었다.
나중에 책 조각상의 기술설명에서 적성이라는 항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포인트만 낸다면 어떤 스킬도 배울 수 있지만, 스킬의 효율은 적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설명이었다. 이후 태주는 요리를 납품하는 의뢰는 모두 거르기로 했다.
만약 납품 물품의 품질에 따라 차등적으로 DP를 주는 의뢰였다면 태주는 절대 자신이 만든 요리에 DP를 보상할 것 같지 않았다. 아니 패널티를 줄 수 있다면 최대로 줬을 게 분명했다.
“랜덤박스에서 오두막 2층 확장권 같은 거 안 나오나.”
태주는 자신이 이렇게 유혹에 약한 존재였나 싶었다. 정원에 들어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랜덤박스 뽑기에 중독된 것 같았다.
랜덤박스에서 2층 확장권 같은 게 나올 리가 없었다. 정원에 일정 수준의 장식을 해야만 확장할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저 뽑기에 재미 들린 태주의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반짝반짝 피부 크림을 만들려면 황금 잉어 비늘과 별 나무 열매 가루가 필요하다는 거지?”
황금 잉어는 달빛 연못을 정원에 만든 후 달이 뜨는 밤에 낚을 수 있다. 별 나무 열매는 별 나무가 자란 후, 보름달이 뜰 때마다 얻을 수 있다. 현재 둘 다 태주에게는 없는 물건이었다.
“와, 확실히 이게 농장이 아니라 정원이 맞네. 밭농사만 해서 농장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텃밭 수준이긴 했어. 다 해서 40그루 밖에 못 심으니까. 연못 만들고 별 나무 심은 뒤에는 하트 나무를 심으면 되나?”
정원을 업그레이드하려면 더 많은 나무와 장식이 필요했다. 어차피 심어야 하는 나무라면 약을 만드는데 쓸 나무를 심자는 생각에 설명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하트 나무는 자두만 한 하트 열매가 맺히는 나무로, 음식을 만들거나 약을 만들 때 성공을 빌면서 넣어주면 제작 성공률이 높아지는 열매다. 물론 하트 나무 열매는 달콤한 맛이 일품이라 그대로 먹어도 충분하다. 단지, 다들 맛보다는 성공 확률 증가 효과를 기대하며 제작에 사용한다고 한다.
“신기한 게 많네. 나중에 태우랑 태산이 영양제도 만들어 줄 생각인데 DP 열심히 벌어야겠다.”
정원 돌보기는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더 즐거웠다. 까마귀 방문자같이 놀라는 일도 있었지만, 잔잔하고 평화롭게 시간이 흘러 여유로웠다.
태주는 호박이 다 자라길 기다리며, 여러 가지 묘목을 구매했다. 맛있는 열매나 특이한 효능을 기대하고 구매한 묘목 외에도 트리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튼튼한 나무의 묘목도 하나 구매했다.
트리하우스를 정원에 지어 두면 가끔 예기치 못한 방문자가 들러서 잠을 자고 간다고 한다. 주로 드래곤, 페가수스, 하피 같은 날개 달린 방문자가 들린다고 한다. 드래곤이 나오는 영화를 재밌게 본 적 있는 태주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트리하우스 용 묘목을 구매했다.
“자동 제작보다 직접 만드는 게 성공률이 더 높다는 거지?”
‘기초 제약’ 책에 나온 설명에 따르면, 자동 제작의 경우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들어가는 약초도 더 많다고 한다. 최근 DP가 부족한 걸 느끼기 시작한 태주에게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어차피 정원에서 주로 하는 일은 밭작물 관리밖에 없었다. 약을 직접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반짝반짝 피부 크림은, 나무가 아직 묘목 상태니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하고. 당장 만들 수 있는 건 비료밖에 없나.”
비료는 밭작물뿐 아니라 나무에도 쓰였다. 열매의 품질을 높이려면 가끔 비료를 주는 게 좋다고 했다.
“슬라임?”
상급의 비료에는 슬라임 진액이 필요했다. 슬라임 동굴을 설치한 후, 삽과 양동이를 들고 슬라임 진액을 퍼와야 했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슬라임도 키우라고? 그냥 일반비료를 만들까.”
일반비료도 좋지만, 상급비료는 상급농작물이 나올 확률이 훨씬 높았다. 슬라임이라는 몬스터를 키워야 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좋았을 텐데.
태주는 고민 끝에 정원 제일 구석에 슬라임 동굴을 만들기로 했다. 앞으로도 비료는 꾸준히 만들어야 할 텐데 매번 상점에서 슬라임 진액을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어째 점점 할 게 많아지는 것 같아. 뭐하나 만들려면 준비해야 할 게 더 많아.”
상점에서 슬라임 동굴 상품을 골랐다. 기본적인 암석 동굴, 진흙 동굴이 있었고, 반짝거리는 수정동굴도 있었다. 연금술을 익혔다면 고가의 금속동굴을 설치해야 했을지 몰랐다.
태주는 가장 평범한 암석 동굴을 정원 안쪽 깊은 곳에 설치했다. 동굴이라서 어떻게 설치되는 건지 궁금했는데, 이글루를 반으로 자른 모양이었다. 갈색 돌로 만든 입구 안쪽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위험해 보이진 않았지만, 혹시 몰라 회복 물약을 한 병 챙겨서 안으로 들어갔다. 양동이에 담긴 모종삽이 부딪히면서 짤캉 하는 소리가 났다. 동굴 안에 울리는 소리에 조금 놀랐지만 마음을 다잡으면서 계속 들어갔다.
“입구 뒤로 일 미터 남짓하게 흙이 덮여있었는데, 지금 한 십 미터는 더 걸어 들어오지 않았나?”
입구 안쪽 동굴은 전혀 다른 공간인 것 같았다. 암석 동굴은 투박한 입구와 달리 벽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바닥도 고운 흙이 덮여있어 걷을 때마다 부드럽게 뭉개지는 감촉이 아주 좋았다. 작은 횃불이 듬성듬성 놓여있어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데.”
동굴 안으로 한참 더 들어가자 커다란 공동이 나왔다. 공동 안에는 여러 가지 색의 버섯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득 피어있었다. 손바닥만 한 것부터 우산만 한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버섯이 나 있었고 형형색색의 슬라임들이 그 버섯을 먹고 있었다.
“헉. 이게 슬라임? 대박! 너무 귀엽잖아.”
슬라임은 작은 것은 탁구공만 하고, 큰 것은 테니스공만 했다. 동굴 안에 슬라임은 20여 마리 정도였다. 반투명한 슬라임은 먹고 있는 버섯의 색에 따라 몸통의 색이 변하는 것 같았다. 보라색의 농구공만 한 버섯에 붙어있는 슬라임은 투명한 보라색이었다.
태주는 한참 동안 슬라임을 구경하다 바닥에 붙어있는 진액들을 양동이에 담았다. 진액이라 더럽지 않을까 했는데, 냄새도 나지 않았고 색도 슬라임과 비슷했다. 단지 슬라임은 몸속에 동그란 핵이 있었지만, 슬라임 진액은 핵이 없었다. 물방울 모양에 탱탱한 슬라임과 달리 진액은 늘어진 젤리 같은 느낌이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떼었다. 탱탱 볼처럼 통통 튀어 버섯 사이를 오가는 슬라임을 두고 돌아서는 게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액체 괴물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워낙 유행이라, 액체 괴물 만들기 카페도 생겼다는 얘기도 들었었다. 당시에는 대체 저걸 왜 좋아하나 싶었는데, 실제 보게 된 슬라임은 한 마리 분양받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길 정도로 귀여웠다.
슬라임 진액도 준비되었으니, 상급비료 만들기를 할 시간이다. 태주는 창고 옆에 책에서 나온 설명과 같은 구덩이를 팠다. 무릎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나뭇잎과 풀을 깔았다. 벽난로에서 걷어낸 재도 넣고 딸기나무 가지 자른 것도 넣었다. 마지막으로 슬라임 진액을 골고루 뿌리고 흙으로 덮었다. 이렇게 3일간 두면 상급의 비료가 만들어진다.
힘들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었는데, 비료구덩이를 보자 어쩐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려운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혼자 대견해 하다 머쓱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런 기분이 살짝 들었다. 사실은 별거 아닌 일인데, 생각보다 만족스러워 조금 얼떨떨했다. 물론 나쁜 기분은 전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