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5
74. 선율 홍보 >
희의 통역으로 낮의 수상한 자가 피라미드에서 나온 미라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미 정원에서 추락해버린지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정원사 협회에 추락자에 관해 알리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피라미드 안의 관은 엄청 작았는데.”
“호호호. 만약 정원사 씨가 관을 열었으면 마법처럼 크게 변하는 걸 봤을 텐데. 가끔 봉인되면서 작아지는 것들이 있어.”
“봉인되다니, 불쌍해요.”
“이미 죽은 사람이 계약으로 한 번 더 살아나는 건데, 동정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거예요?”
일상적이지 않은 일이었다. 부활을 조건으로 자신을 아이템처럼 내거는 것은. 그래도 만약 다시 한 번 살수 있다면 이런 계약이라도 바라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았다.
‘피라미드에서 꺼내 주고 정원의 일꾼으로 삼는 거였다니. 아깝다. 마법도 쓸 수 있는 고급 일꾼이었는데. 그런데 대체 어떻게 나왔을까? 돌로 눌러놨었는데.’
상자에서 나온 방법이 궁금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태주는 그 미라가 부디 고향에 잘 도착했길 바랐다. 사실 이집트가 고향이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다른 곳보다는 그나마 그곳이 나을 것 같았다.
*
회사에 도착하자, 우 팀장님이 그를 바로 회의실로 데려갔다. 오랜만에 태산이를 보는데도 본체만체할 정도로 우 팀장은 흥분한 상태였다. 그녀는 자신의 표정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나요?”
“일이 있긴 있어요. 이태주 배우님 8월에 촬영 들어가기 전에요.”
“네.”
“조연으로 잠시 출연하시겠어요?”
“네?”
<용좌(龍座)〉태주에게 건네진 얇은 시놉시스에 써진 제목이었다. 사극 기근이라고 불릴 정도인 요즘, 모처럼 제작되는 정통사극이었다. 젊은 이성계가 고려왕실을 위해 홍건적과 맞서는 장면들이 나와 있었다. 24부작 예정으로, 태주에게 태조 이성계의 젊은 시절을 연기해달라 제안이 왔다.
“원에 대항하는 공민왕을 도와 전쟁에 나서고 점점 영웅이 되어간다. 그런 그를 따르는 자들이 점점 주변에 모여든다.”
“이 배우님이 출연하실 부분은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지점까지예요.”
회귀 전 이 역할을 맡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이 작품 이후로 다른 것을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뜨지 못한 것 같았다.
“좋아요. 이거 촬영은 언제 해요?”
“7월에 시작할 거예요.”
조연으로 새 작품에 들어가는 것은 반대하더니, 뭘 봤는지 이 사극에 들어가는 걸 바라고 있었다.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 안 된다면서 말렸을 텐데 나서서 추천하고 있었다. 이 드라마에 무슨 호재가 있으니, 우 팀장님의 성격상 괜찮은 기회라고 판단했을 것 같았다.
“팀장님. 이 드라마 주연 누가 맡았어요?”
“호호호. 황석준 배우요.”
“그분은 드라마 잘 안 하시는데.”
“7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이에요. 게다가 방영 시기가 아주 좋아요. 이 배우님 드라마 ‘신조선 사또 전’ 끝나자마자 이어서 방영되죠."
태주의 출연분이 방영되는 시기는 그도 마음에 들었다. 사극에서 사극으로 이어지는 게 조금 걸렸지만, 조선 개국 시기와 조선 중후기라는 차이가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승마는 할 줄 아시고. 이 배우님 혹시 활 쏠 줄 아세요?”
“그냥 서서 표적에 맞추는 건 할 수 있지만, 말 위에서 쏘거나 하는 건 무리예요. 이성계는 명사수였다고 알고 있는데, 맞죠?”
“네. 젊어서부터 이름난 장수였다고 해요.”
“알겠어요. 연습 좀 해야겠네요. 여름에 사극이라, 좀 고생스럽겠지만 재밌을 것 같아요.”
회귀 전에는 정통사극을 찍은 적이 없었다. 사극이 많이 제작되지도 않을뿐더러, 제작되어도 PPL 때문에 현대에서 과거로 가는 퓨전 사극이 많이 제작되었다. 제작비에 비교해 수요가 많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역으로 초반 3화 정도에 출연하는 것이지만, 정통사극을 찍는 것은 분명 좋은 기회였다. 게다가 그가 연기하는 것은 7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황석준의 십 대 역할이었다. 황석준의 마지막 영화가 나온 게 벌써 몇 년 전이니, 아마 드라마 출연 기사가 나가기 시작하면 꽤 화제가 될 것 같았다.
“그럼 출연하시는 거로 하고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는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아! 출연하실 예능은 빨리 고르세요. 출연 안 하셔도 되니까, 마음에 안 드시면 편하게 말씀하시고요.”
“하하하. 알겠어요. 아직 고르는 중이에요.”
사실 예능 목록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지금 태주의 머릿속에는 좀 전에 얘기를 나눈 사극 도 남아있지 않았다. 태산이 목줄 안에 챙겨둔 ‘질병 완화제’에 모든 신경이 쏠려있었다.
오후에 이제영 감독님의 사무실에 들를 생각으로 챙겨 왔는데, 거기에 모든 신경이 쏠려있었다.
‘블루 레모네이드 같은 음료수에 섞어 드리면 되겠지? 아니면 이온음료가 좋을까?’
우 팀장님에게 인사하고 나오는 순간까지도 이런 생각만이 가득했다.
*
이제영 감독의 사무실로 태주가 음료수를 사 들고 들어갔다. 사무실 안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때문에 복잡했다. 태주는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가져온 음료수를 하나씩 건넸다.
따뜻한 것 차가운 것을 골고루 챙겨와서 나눠준 후에 이제영 감독에게는 블루 레모네이드를 건넸다.
“감독님은 이거 드세요.”
“그렇지 않아도 찬 게 마시고 싶었는데, 딱 좋네요. 잘 마실게요.”
태주는 두근두근하면서 이제영 감독이 음료수를 마시는 것을 지켜봤다. 감독의 바로 앞에 앉아, 그가 블루 레모네이드를 남기지 않고 전부 마시도록 압박했다.
이제영 감독은 음료수를 내려놓으려면 눈을 부릅뜨는 태주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전부 마셔야 했다. 그가 음료수를 전부 마시자 태주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태주 씨? 레모네이드에 뭐 탔어요?”
“네? 아니요!”
유명 체인점의 로고가 새겨진 컵이었다. 사무실 건너에 있어 그도 가끔 들르는 곳이었다. 평소와 다른 부자연스러운 태주의 태도가 의심스러웠지만, 그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영 감독은 잘 알고 있었다.
“도깨비 무사가 인기를 끌어서 선율에도 관심이 많이 쏠렸어요. 고마워요, 태주 씨.”
“뭘요.”
영화 관련해서 이제영 감독이 무어라 말을 꺼냈지만, 태주는 그저 완화제가 효과가 있는지만 궁금했다. 치료 약이 아닌 완화제라서 당장 효과가 나타날 리 없었다. 나중에 이제영 감독이 생활하면서 변화를 느껴야 알 수 있는 효과였다.
그의 죽음을 알면서도 손 놓고 보고만 있어야 했던 상황이었다.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었다. 오늘 그를 도운 사실은 말할 수도, 감사를 받을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도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태주는 오랜만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되었다.
“감독님. 선율 잘 해봐요. 돈도 많이 벌고, 상도 받고요.”
“하하하. 그래요, 태주 씨.”
기분 좋게 눈꼬리를 휘며 웃는 태주에게 이제영 감독도 마주 웃어주었다. 밝게 웃는 태주의 얼굴을 보니 어쩐지 그도 기운이 나고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
천만 배우 김윤선과 한창 뜨는 배우 이태주 그리고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던 유명한 감독. 이들이 모여 만든 영화 선율이 처음 공개된 자리였다.
단상 위엔 감독과 배우들이 앉을 수 있게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그 뒤로는 영화타이틀과 개봉일이 적힌 포토월이 마련되어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시사회장에서 자리를 옮긴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단상 앞에 자리를 잡고 사람들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기다리던 감독과 주연배우 그리고 다른 배우 몇 명이 나왔다.
‘짝짝짝.’
장내가 진정되자 차례대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태주 역시 감독님과 김윤선에 이어서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영화 재밌게 보셨나요? 저는 아름다운 영상, 좋은 음악, 훌륭한 연기.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태주는 부드럽게 웃으며 영화 자랑을 꺼냈다.
“음악과 죽음이라는 명제에 묶인 바이올리니스트 민재하 역을 맡은 이태주입니다.”
짧은 소개가 끝나자 질문이 들려왔다.
“이태주 씨가 연기한 캐릭터는 상당히 수동적인 인물이었죠. 그런 배역을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촬영하면서 힘들지는 않았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민재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인물이에요. 본래 제 모습과는 많이 다르죠. 덕분에 촬영하는 내내 어려운 것보다 새로운 성격과 인물을 연기하며 즐거웠습니다.”
태주가 정말 즐겁고 신나는 작업이었다고 말을 마치자, 동료 배우와 하는 촬영에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어려운 점은 딱히 없었고요. 감탄한 점은 많았어요. 특히 김윤선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감탄했고 새삼 존경스러운 분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하하하. 이거 제가 시킨 거 아니에요.”
“하하하.”
“이건 제가 자. 발. 적으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절대 선배님이 시켜서 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이건 농담이고요. 조금 전에 한 얘기는 모두 진심이에요. 감독님부터 다른 스태프분들까지 모두 열심히 하셨지만, 저는 같은 배우이신 김윤선 선배님의 열정적인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태주가 웃음을 지우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 작품 수가 많지 않은 햇병아리죠. 하지만 선배님은 수십 년을 연기해오셨고 수없이 많은 작품을 찍으셨죠. 어쩌면 제가 선배님만큼 연기했다면 연기에 질렸을지도 모릅니다. 매너리즘에 빠졌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선배님은 전혀 그런 모습이 없으셨습니다. 매 순간, 매 장면을 항상 즐기시면서 촬영하셨어요. 선배님의 그 모습은 앞으로 제가 어떤 연기자가 되어야 할지를 알려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걸 자. 발. 적으로 말했다고 누가 믿겠어. 기자님들 제가 시킨 거 아니에요. 하하하. 아직 어린 배우죠. 신인이고. 그런데 영화에서 그런 모습이 보이던가요? 그 안에는 한 명의 바이올리니스트만 있었죠. 좋은 배우입니다. 실력부터 마음가짐까지 나무랄 데가 없죠. 그런데 이게 무슨 칭찬하자는 방송도 아니고, 괜히 얘 때문에 분위기가 너무 훈훈하네요. 하하하.”
‘짝짝짝 ‘
긴장으로 굳어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대중에게 처음 공개하는 자리인 만큼 다들 초조해하며 걱정하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조금 부드럽게 풀렸다.
이어지는 질문은 이제영 감독에게 하는 것이었다.
“전작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느끼셨다니. 감사한 말씀입니다. 저는 항상 새로운 시도,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구에 시달립니다. 이번 작품을 새롭게 느끼셨다면, 그건 제가 제대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얘기니 기쁠 따름입니다.”
깡마른 그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밤새고 편집하고 초 단위로 끊어가며 음악을 입힌 보람이 있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작업했지만, 편집하는 내내 즐거웠다.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만은 새로운 자극에 만족스러웠다.
새로웠다는 평가가 그간 쌓인 피로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작품을 끝낼 때마다, 할 수 있는 만큼 했다는 말을 하지만, 항상 후회가 남았다. 이번 작품도 시간이 지나면 아쉬운 점이 보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웃어도 좋을 거 같았다.
이제영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대중들에게 어떻게 전해질지 모르지만, 즐거움으로 다가가길 바랐다.
테이블이 치워지고 포토타임이 이어졌다. 태주와 배우들은 순서에 맞춰 자세를 잡고, 다 같이 인사하는 거로 간담회를 마쳤다.
*
[‘선율’ 한 편의 아름다운 시와 같은 영화] [‘선율 속 OST’ 귓가에 흐르는 그림 같은 음악] [이제영 감독의 ‘선율’ 5월 15일 대개봉] [영화‘선율’ 아름다운 바이올린 음악에 빠져들다.] [‘선율’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선율의 두 주인공에게는 인생을 바쳐서라도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각자에게는 각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행복한 가정, 재산 혹은 명예 등 이런 것이 아니라도 소소하게 이루고 싶은 것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것들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꿈꾸던 것을 이루는 것보단 현실과 타협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영화 선율의 두 주인공은 그렇지 않다. 이 둘에게는 인생을 걸고 진행하는 과제인 음악이 있었고, 평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죽음이라는 의문이 있었다.
음악이라는 주제를 떠난 삶을 꿈꾸지 못할 정도로 그들의 삶의 반경은 좁다. 하지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쫓아 모든 것을 던지는 이들이 멋지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다. 또 그 모든 시간에서 그들이 행복을 느낀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주인공 민재하는…….]
선율 관련 기사를 읽는 도중 촬영장에 도착했다. 태주는 오늘 이곳에 영화 홍보를 위해 왔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영화 소개도 하고 짧게 바이올린도 연주할 예정이었다.
일행과 같이 세트로 향할 때였다. 한쪽에서 남성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악! 씨x 시체. 119 아니 경찰! 신고해.”
“뭐야? 무슨 일이야?”
“뭐야? 뭔데?”
태주도 일행도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미리 세트에 가서 바이올린 리허설을 해야 했다.
“뭐야? 뭐야? 무슨 일 났나 봐?”
“미나 씨. 시간 다 됐습니다.”
“네. 가요.”
그들은 모여있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세트로 들어갔다.
“이런 씨x. 누가 소품을 여기다 뒀어?”
“뭐야? 시체인 줄 알았잖아.”
“야! 소품 제대로 안 챙기지? 어?”
깜짝 놀랐던 사람들이 전부 소품을 챙기던 스태프들에게 한소리를 했다. 스태프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았다.
“젠장, 대체 이걸 왜 여기에 둔 거야. 야, 이것 좀 같이 들자.”
“그래. 내가 다리 들게. 지하 소품실로 옮기면 되지?”
“어. 얼마 전에 재연 드라마 촬영하던데, 거기서 이렇게 두고 갔나 봐.”
“거기 애들 좀 소품 막 굴리더라. 그래도 체크는 했을 텐데. 이상하네. 그런데 이거 진짜 사람같이 생겼다.”
진짜 사람처럼 보이는 소품의 모습에 화단에서 들고나오던 스태프의 입에서 연신 감탄하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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