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8
7. 미튜브 스타 태산
한가한 일요일 오후였다. 태주는 소파에 누워 그 아래로 들어가려는 태산이를 방해하고 있었다. 태주의 손이 길을 막는 게 귀찮은지 태산이 냥냥 거리는 소리를 내며 옆으로 비껴가려 했다.
“형!”
“왜?”
“태산이가 고양이가 아닌 것 같아.”
아기 때는 고양이와 아주 비슷했는데, 생후 30일이 다 되어 가는 지금은 확실히 고양이와 조금 달랐다.
“여기 사진 봐봐. 태산이랑 비슷하지? 호랑이 닮은 고양이들이 좀 있는 것 같더라. 얘는 눈이 노란색이라 태산이보다 더 호랑이 닮지 않았어?”
의심하는 사람이 생기면 보여주려고 미리 찾아뒀던 사진을 꺼냈다. 자세히 보면 다리 굵기나 몸매가 달랐지만, 얼굴 생김새에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어? 그러네. 와, 얘는 진짜 백호 새끼랑 비슷하다.”
“우리 태산이가 좀 호랑이처럼 생기긴 했어.”
“진짜 닮았다. 태산이 동영상 올렸는데, 사람들이 다들 고양이 맞냐고 그러더라고.”
태산은 놀란 형들과는 상관없이, 태우 목도리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고 있었다.
“목도리 새로 사야겠다.”
“태산아!”
최근 태산이는 무언갈 물고 돌아다니는 데 재미가 들렸다. 제 덩치보다 훨씬 큰 물건을 물고 질질 끌고 다니곤 했다. 아직 어린 새끼인데도 힘이 굉장히 좋았다.
진짜 고양이라면 슬슬 이유식을 시작할 시기였지만, 백호인 태산이는 아직 한참 더 우유를 먹어야 했다. 이런 점을 보면 호랑이가 맞지만, 또 호랑이와 다른 부분이 있어서 정체를 알려주기 난감했다.
“태산이가 호랑이면 좋겠다.”
“뭐?”
“찾아보니까 고양이보다 호랑이가 좀 더 오래 살더라. 태산이가 호랑이면 더 오래 같이 살 수 있잖아.”
벌써 태산이 수명을 걱정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솔직히 태산이는 보통 호랑이가 아니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1차 성장을 마치지 못한 백호는 한동안 성장하다, 성장 조건을 채울 때까지 어린 모습으로 쭉 생활한다. 이후에 조건을 충족해서 1차 성장을 마치면, 고유 스킬이 생기고 몸집도 더 커진다고 한다.
‘성장 조건이 뭔지 전혀 모르겠는걸.’
어차피 태주의 펫으로 지정한 상태라서 수명 같은 건 상관이 없었다. 태주가 살아 있는 동안은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게다가 태주가 조건을 알아내지 못해, 성장을 못 시키면 어린 호랑이 모습으로 계속 함께해야 할지도 몰랐다.
“별걱정을 다 한다. 아직 아긴데 벌써 그런 걸 신경 쓰냐.”
“좀 그렇지?”
자기도 걱정이 과했다는 것을 아는지, 태우가 멋쩍게 웃었다.
“그런데 형. 우리 태산이 인기 장난 아니야. 동영상 올린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만 명도 넘게 봤어.”
“만 명이 많은 건가?”
“엄청 많은 거야. 우유 먹는 거랑 끈 가지고 노는 것밖에 안 올렸는데 댓글도 진짜 많아.”
태주는 예전에도 직접 sns나 개인 영상을 올려본 적은 없었다. 회사에서 관리해줬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팬 카페에 올리는 감사인사나 근황 영상의 조회 수가 얼마나 됐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이야, 우리 태산이 금방 스타 되겠네.”
“킥. 그 정돈 아닌데.”
*
김도진 실장은 아침부터 전화기의 벨을 최대로 키워 놓은 채 손에 쥐고 있었다. 주말에 봤던 태주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예계에 오래 있었지만, 그렇게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사람은 처음이었다. 톱스타라 불리는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태주처럼 자연스럽게 사람을 압도하는 이는 처음이었다.
“전화 기다려?”
“네. 이사님 진짜 대박이에요.”
“뭐가?”
“후광이 비추더라니까요.”
“응? 뭔 소리야.”
정신이 팔려서 앞뒤 없이 내뱉는 말을 알아듣기 쉽지 않았다.
Trrrr~
“여보세요. 네, 네. 맞습니다.”
– ···.
“이번 주 금요일 오후 5시 반에 회사로 오시면 됩니다.”
– ···.
“네, 그때 뵙겠습니다.”
공손하게 전화 받는 모습에 옆에서 그 꼴을 보던 이사가 혀를 내둘렀다. 대체 누구 전화길래 저러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누구야?”
“오디션 볼 사람이요. 이번 주에 오디션 있잖아요, 거기 올 사람이요.”
“허, 프로필 줘봐.”
“없는데요.”
주말에 연극 보러 갔다가 길거리에서 캐스팅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김도진을 어이없게 봤다.
“김 실장아, 네가 무슨 스카우터야? 너 인마, 넌 홍보실 실장이잖아. 네가 무슨 캐스팅이야.”
“후광이 비췄다니까요.”
“어떻게 생겼는데? 남자야? 여자야? 몇 살인데?”
“잠깐만요.”
일반인이었지만, 그 정도의 외모라면 분명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포털에 ‘이태주’라고 치자 정말로 사진이 떴다. 교복을 입은 사진, 공연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사진 등 꽤 많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이야. 잘 생겼네.”
“이보다 실물이 훨씬 나아요. 이건 화질이 별로잖아요.”
“동영상 좀 켜봐. 노래하는 것 같은데.”
“네.”
음질이 좋지는 않았다. 학교 축제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 같았다. 교복을 입은 앳된 모습이었지만, 연주 실력도 노래 실력도 아마추어의 것이 아니었다.
“어디 연습생이었나? 가수 지망생 같은데.”
“모르겠는데요.”
“서류접수 기간 끝났지? 전화해서 메일로 프로필 받아놔.”
“넵.”
*
태주는 문자로 받은 메일 주소로 프로필을 보냈다. 프로필에 쓸 사진은 얼마 전에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연기를 다시 할 생각을 하고 있어서 미리 찍어 놓았었다. 첨부할 동영상은 연기 연습장면과 기타연주 장면 등을 편집해서 넣었다.
동영상 편집을 부탁받은 태우가 놀라던 모습이 우스웠다. 태산이 동영상을 능숙하게 편집하는 모습에 연습 동영상을 넘겨주었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뛰어왔다. 노래하고 공연하는 모습은 몇 번 보여준 적이 있었지만, 연기하는 모습은 보여준 적이 없어서 놀란 것 같았다. 소속사 오디션에 낼 영상이라는 말에 기합을 넣더니, 생각보다 너무 좋은 장면들을 모아서 준비해 주었다.
이런 편집 기술을 어떻게 익혔는지 묻자, ‘덕심’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박경진의 팬 활동을 하다 동영상을 편집하고 자막을 넣는 일이 익숙해졌다는 얘기였다.
“형 이거 봐봐.”
태우가 동영상을 틀고 태산이를 모니터 앞에 앉혔다. 태주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 부르는 영상이었는데, 태주의 노랫소리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태산이 냥냥 거리기 시작했다.
When your legs don’t work like they used to before
And I can’t sweep you off of your feet♩♪~
“냐야냥 으양 냐냥 냥♪”
“하하하. 이게 무슨 일이야. 태산이 노래해?”
“옹알이 같지만, 얘가 노래 나올 때마다 이러더라고.”
“이거 태산이 채널에 올리면 대박이겠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형 노래 한 곡만 해봐. 같이 노래하는 영상 올리자.”
“오케이.”
태주는 기타를 가져와 태산이가 따라 하기 쉬운 동요를 연주하고 노래했다. 태산이는 특히 동물 울음소리가 나오는 노래를 좋아했다.
태주가 ‘삐약삐약 병아리~’ 노래를 할 때마다, ‘냐앙냐앙 냐냐앙~’ 하고 노래를 따라 했다.
태주와 태산의 듀엣은 바로 편집해서, ‘노래하는 아깽이’라는 제목으로 그날 저녁에 태산이 채널에 올라갔다.
*
상점에 타임 세일 상품이 들어왔다. 전에 세일 할 때 태산이가 들어있던 알을 샀었다. 이번에는 어떤 상품들이 올라왔을지 궁금했다.
[자동 촬영 카메라]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세요.투명 기능 사용 시 카메라를 숨길 수 있습니다.
주의: 투명 기능을 악용할 경우 카메라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연기 연습을 할 때 쓰기 좋아 보였다. 공중에 띄울 수도 있고 물속에서도 사용 가능했다. 직접 입으로 명령어를 말해 작동할 수도 있고, 속으로 명령어를 두 번 말해서 작동할 수도 있었다.
“이건 사야 해.”
바로 구매를 눌렀다. 카메라는 마치 자신을 위해 올려둔 상품 같았다. 태블릿에 연동시키면 촬영한 영상을 바로 태블릿에서 볼 수 있었다. 기계치인 태주에겐 정말 고마운 기능이었다.
사실 태주는 전자 기기들을 잘 사용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은 그나마 오래 사용해서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전화, 메시지, 카메라, 인터넷 외에 사용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상점의 태블릿은 정말 좋은 물건이었다. 다른 사물에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동기화가 되고, 손에 쥔 채 생각하는 것만으로 대부분 기능을 쓸 수 있는 태블릿은 마법 같은 물건이었다.
[속옷세트] [맑은 눈빛 비약] [만능 냄비] [장인의 정원 가위]몇 가지 상품을 더 산 태주가 상점을 닫았다. 곧 정원이 밤이 되기 때문에 쇼핑은 이 정도로 만족 해야 했다.
태주는 최근 정원이 밤이 될 때마다 달빛 연못에서 낚시에 매진했다. 반짝반짝 피부 크림에 쓸 황금 잉어의 비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마리의 잉어도 낚지 못했다. 낚시 기술을 배워서 익혔지만, 이것도 적성이 없었는지 전혀 소득이 없었다.
‘연못이 예뻐서 다행이야. 이대로 한 마리도 낚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데.’
적성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었으면 싶었다. 태주는 이미 자신이 요리, 낚시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스카우터를 사서 본인을 측정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정도였다. 스카우터는 타인에게만 쓸 수 있어서 포기해야 했다.
이번에도 태주는 소득 없이 밤을 보냈다. 작물과 열매를 수확해서 챙겨둔 뒤에 기본적인 연기 훈련과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최근에는 정원 출입에 익숙해져서 시간을 정해두고 다녀오고 있었다. 현실 시간 새벽 다섯 시에 맞춰서 입장하고 여섯 시에 돌아오는 방식이었다.
‘오늘은 면허 시험을 보고 시간이 나면 악기점에 좀 들려야겠다.’
회귀하기 전에 영화 촬영을 위해서 바이올린을 배웠었다. 촬영 때문에 배웠다가 취향에 맞아서 꾸준히 십 년 가까이 익혔었다. 연습용으로 적당한 바이올린과 키보드를 살 생각이었다. 중학교 들어가서 기타를 배운 이후로 피아노에서 손을 놨지만, 언제 다시 필요할지 몰랐다. 이전에는 피아노 연주 장면을 찍은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영화와 드라마들을 찍을 테니 미리 준비해두자 싶었다.
‘집에 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가져오고 싶지만, 어쩔 수 없지.’
태주의 어머니는 가족에게 무관심했지만, 용돈이나 교습비 등은 충분히 주었었다. 덕분에 태주는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마음껏 배웠었다. 아이들이 많이 배우는 태권도와 피아노 외에도 승마, 펜싱, 색소폰 등을 배웠다.
‘흠. 펜싱이랑 승마는 봄 되면 다시 시작하고, 색소폰은 별로 재미없었으니까 패스하자.’
관악기는 취향이 아니었다. 색소폰 외에 플루트도 배웠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해 금방 그만뒀었다. 태주가 악기 연주나 운동 같은 활동적인 것들을 주로 배웠던 반면 태우는 서예, 팝업북 제작, 금속공예 같은 걸 배웠다. 손재주도 좋고 진득한 성격이라 공방 같은 곳에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했다.
“냐앙~.”
잠든 녀석을 정원에서 데려왔는데, 이제 깬 것 같았다. ‘냐앙.’ 이라니 호랑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고양이라고 불러서일까, 정말 고양이처럼 굴고 있었다.
“알았어, 줄게. 기다려.”
제가 먹을 분유를 타는 걸 알았는지 다리 옆에 앉아서 빨리 달라고 앞발로 툭툭 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야 바로 주고 싶었지만, 마시기 좋게 적당히 식혀서 줘야 했다.
쪽쪽.
언제 나왔는지 태우가 젖병을 물고 있는 태산이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태주의 품에 안겨서 앞발로 젖병을 붙잡고 힘차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웃으면서 찍었다.
“미남과 고양이.”
“윽. 안 씻었는데 찍었어?”
“괜찮아. 안 씻어도 잘 생겼어. 그리고 형은 별로 안 나와.”
“그래.”
극성이다 싶을 정도로 태산이를 예뻐하는 모습에 태산이에 관한 건 진작 포기한 태주였다. 이미 태산이를 위해서라면 형의 추레한 모습 따위 공개해도 상관없다는 마인드였다. 어쩐지 집안 최고 권력자가 태산이로 바뀐 것 같았다.
태주는 태우가 돌아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어린 태산이를 혼자 둘 수 없어, 교대해줄 태우가 올 때까지 꼼짝없이 집에서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으로 운전면허 시험 접수를 해놓고 태산이와 놀아주었다.
띠리릭.
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태우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형! 우리 태산이 스타 됐어!”
“응?”
“빨리 어제 올린 동영상 봐봐. 조회 수 미쳤어.”
태우는 돌아오자마자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흥분해서 조회 수를 보라고 난리였다.
“360만? 어떻게 이렇게 많이 봤지?”
“TB의 지현수가 파랑새에 올려서 그런가 봐.”
“뭐?”
“아, 형! 탑보이즈의 메인보컬 지현수가 파랑새에 우리 태산이 영상 링크 올렸다고. 탑보이즈 팬들이 다 보고 갔어. 해외 팬들도 다 봤나 봐. 댓글에 외국어 엄청 많아.”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태산이 동영상을 홍보해준 것 같았다. 어쩐지 아까부터 코코아 톡 알림이 계속 뜨더니, 태산이 영상에서 자신을 본 사람들이 연락하는 거였나 보다.
“큭큭. 태산이가 형보다 먼저 스타가 됐네.”
아무것도 모르고 슬리퍼 앞코를 물고 노는 태산이 보였다. 태어날 때부터 예상을 뒤엎더니, 정말 예측불허의 상황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