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83
82. 평온한 정원? >
쿠첼루스에게 촬영장에 와도 된다고 허락을 했지만, 태주는 슬쩍 걱정이 들었다. 10분 움직이고 1시간을 쉬던 저질 체력의 쿠첼루스가 촬영장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쉴 곳도 마땅치 않을 텐데 구경하다 쓰러지진 않을지 걱정이었다.
“쿠첼루스 씨, 전에 잠깐 얘기했던 완드요. 그게 뭐예요? 어디서 구할 수 있어요?”
“마법사에게 꼭 필요한 도구입니다. 마법을 저장하거나 효과를 증폭시키는 기능이 있습니다.”
“혹시 유니콘 꼬리털 같은 걸 심지로 해서 만들어요?”
“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쿠첼루스는 잃어버린 자신의 완드가 아쉬운지 입맛을 다셨다. 그의 완드는 12가지의 귀한 보석을 매개체로 마법을 쓸 수 있게 직접 개량한 물품이었다. 게다가 신체능력을 높여 주는 바스테트 신의 성물을 장착해놔서 그에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혹시 그 관 안에 완드가 있었나요? 오늘 정원에 가서 찾아볼까요?”
“아닙니다. 제 완드는 거기 없었습니다. 아마 왕실에서 회수했을 겁니다. 대신 평범한 지팡이가 있었습니다.”
그 지팡이도 태산이와 실랑이하다가 뺏겨버렸었다. 태주가 말하는 정원 어딘가에 굴러다니고 있을 것이다.
“정원에 상점이 있어요. 마법사용 완드를 찾아볼게요.”
“아! 혹시 보석을 구할 수 있습니까? 보석이 있으면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원석이라면 주먹만 한 게 있어요. 다른 보석은 상점에서 사 올게요. 필요한 걸 말해보세요.”
쿠첼루스는 여러 가지 보석의 이름을 댔다. 태주는 한참 듣다 그냥 종류별로 하나씩 구해다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붕대는 왜 챙기세요?”
“아, 이게, 그.”
“설명하기 힘드시면 괜찮아요. 더럽혀진 상태로 가지고 계셔서요. 세탁해 드릴까요?”
태주는 붕대를 제발 버렸으면 싶었다. 미라였을 때 둘둘 감고 있던 붕대를 왜 저렇게 소중하게 챙기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자신이라면 당장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을 텐데, 소중하게 보관하고 매일 들여다봤다.
쿠첼루스는 세탁하자는 말에도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주인이 붕대를 꺼리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법 진언을 새겨둔 붕대는 완드가 없는 지금 그가 가진 유일한 마법 아이템이었다.
‘사자(死者)의 평안과 불멸을 기원하는 진언이지만, 바꿔쓰면 불안과 소멸을 빌 수 있는 강력한 물건이지.’
만약 완드 없이 이걸 쓰게 되면 목숨을 대가로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가 이 붕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마법 도구가 아무것도 없어서 불안해서였다.
주인을 괴롭힌 사람을 응징하는 데는 이런 거창한 도구까지는 필요 없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약간의 대가를 치르면 쓸 수 있는 마법을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대상 확인이 필요해서 쓰지 못하고 있었다.
‘사막 왕국의 저주는 꽤 지독하지.’
정원에 온 태주는 항상 변함없는 온화한 공기가 새삼 반가웠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정원의 분위기는 확실히 현실과는 달리 안정적이면서 평온했다.
“희, 나 왔어.”
“태주. 이히히.”
태주가 올 시간에 항상 입구에서 맞아 주는 희가 오늘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목소리만 들려주고 있었는데, 숨기지 못한 웃음이 목소리에 섞여 있었다.
“응? 왜 그래? 재밌는 일이 있었어?”
“히히. 이거 봐봐.”
‘짠.’ 하고 나타난 희의 모습을 본 태주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겐 희의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피카피카.”
“킥킥. 이 옷 어디서 났어?”
“해나가 만들어 줬어.”
“아하하. 잘 어울려, 희. 혹시 전기도 쓸 수 있어?”
희가 온몸에 힘을 주는 게 보였다. 하지만 반짝임만 강해질 뿐 전기를 쏘지는 못했다.
“히잉. 못했어.”
“하하하. 마법 주문서를 사자. 그러면 되겠지?”
“응, 좋아.”
귀여운 코스튬을 입고 자신을 반겨준 희에게 마법 주문서를 선물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게 그저 놀이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벤트 기간이 끝나가기 때문에 오늘은 작품을 완성해야 했다. 출품작을 어떤 그림으로 할지는 이미 해나와 상의를 마쳤다. 밑그림을 따라서 호박을 조각하는 일도 꽤 익숙해졌고 연습도 여러 번 해보았다.
이벤트에 출품할 작품은 호박 전체를 사용하기로 했다. 정원의 모든 식구가 한 방향으로 걷는 모습을 호박 중간 부분에 새기기로 했다.
“해나 밑그림 부탁해요.”
“힘내 정원사 씨. 저번 건 꽤 그럴듯했어. 아마 오늘은 성공할 수 있을 거야.”
“네, 오늘은 성공해야죠. 기간도 거의 끝나가니까요. 게다가 우리 정원 식구들을 조각하는 거니까, 꼭 완성할 거예요.”
호박 조각은 하루에 한 번만 리셋이 되었다. 그래서 연습을 위해서 따로 호박을 길러야 했다. 그의 손재주로 정원 식구 전부를 새기는 건 쉽지 않았지만, 누구 한 명 빼놓고 싶지 않았다. 매일 노력한 보람이 있는지, 얼마 전부터는 괜찮은 호박 조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는 호박 조각을 하기 전에 가볍게 체조를 했는데, 재밌어 보였는지 희가 매일 따라 했다. 오늘도 태주 옆에서 체조를 따라 할 생각인 것 같았다.
“희, 시작하자.”
“응. 하나, 둘, 셋, 넷.”
“푸흡. 둘, 둘, 셋, 넷.’’
노란색 동그란 코스튬을 입은 희가 기우뚱 기우뚱거리면서 체조를 따라 했다. 태주는 힘겹게 웃음을 참으면서 체조를 해야 했다.
“정원사씨 이제 시작해도 돼.”
“고마워요, 해나.”
체조로 몸을 푼 그가 앞치마를 매고 호박 앞에 섰다. 전장에 나서는 장수처럼 비장한 얼굴로 그가 조심스럽게 호박 조각을 시작했다.
심각한 얼굴로 조각을 시작하는 그를 보고 해나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심 그를 대견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녀라면 어렵지 않게 호박을 조각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태주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태주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조각을 대신 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대신 호박을 키워서 조각 연습을 하더니, 기어코 볼만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정원사 씨, 오늘은 호박이 아닌 다른 것도 먹을 수 있게 힘내보라고.”
“읔. 해나!”
“해나, 희는 토마토가 좋아졌어.”
“호호호. 정원사 씨, 희 아가씨가 호박 말고 다른 게 먹고 싶대.”
“크흠. 알았어요.”
그의 생각에도 최근에 호박 요리를 너무 자주 먹었었다. 그가 망친 호박 조각은 모두 요리 재료가 되었다. 해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많은 호박이 모두 비료 재료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요리를 잘해도 몇 달 동안 내내 호박을 먹었더니, 물리는 감이 있었다. 호박 요리를 특히 좋아하는 희가 질릴 정도였다. 다른 요리를 먹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호박 조각을 완성해야 했다.
‘쓰윽. 쓱.’
‘쉿!’
태주가 집중하기 시작하자, 희가 해나에게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그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
최근 태산은 정원 한구석에 깊은 굴을 파고 있었다. 그는 그곳에 여러 가지 물건을 숨겨두고 있었다. 태주에게 마법 목줄을 받은 이후로 물건을 가져오기 편해졌다. 돌아다니기도 좋아졌다. 덕분에 얼마 전엔 쿠첼루스의 기다란 막대도 가져다 둘 수 있었다.
육포를 챙겨다니라고 채워준 목줄이었지만, 태산은 그곳에 다른 많은 것을 넣고 다녔다. 그 안에는 가죽 공도 있었고, 담요도 들어있었다. 또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걸 발견해서 목줄에 담았다. 그렇게 많은 것들을 목줄에 담아 새로운 굴로 옮겼다.
정원 곳곳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태산이 유일하게 알지 못하는 장소인 피라미드, 그곳이 재가동된 지 한참 되었다.
피라미드의 변화를 알아차린 태주는 태산이 그 근처에 얼씬대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태산에게 피라미드를 출입할 능력이 있는 걸 알면서도 가지 못하게 했다.
오늘 태산은 그런 피라미드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몰래 다니면서 상자만 열어 보고 올 생각이었다. 태산은 새로 생긴 약한 부하에게 줄 단단한 막대를 구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 막대를 구할 장소로 피라미드가 가장 좋아 보였다.
태산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스며들듯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태산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놀고 있던 제피르였다.
제피르는 태산이 소리 없이 피라미드에 접근할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태산이 스며들 듯 안으로 사라지자 바로 따라 들어갔다.
태주가 호박 조각에 열중하는 사이에 피라미드 원정대가 그렇게 출발했다.
*
테이블 위에 태주가 깎아 낸 호박 껍질과 부스러기가 수북하게 쌓였다. 주황색 호박은 본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게 바뀌어 있었다. 호박의 중간 부분에 정원의 식구들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었다. 태주부터 희, 태산이, 해나, 단단, 제피르까지 각자의 특징을 잘 살린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이 꼭지 부분을 열어서 조명을 넣으면 되는 거지?”
아직 밖이 밝아서 조명을 설치해도 제대로 된 모습은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완성한 후 스티커를 붙이면 바로 회수되기 때문에 태주는 밤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밤에 불을 밝혀보고 괜찮으면, 리셋되기 전에 스티커를 붙일 생각이었다.
“해나, 희. 완성했어요.”
“수고했어, 정원사 씨. 이대로 이벤트에 보내도 되겠어.”
“예뻐, 태주.”
“고마워요. 저녁에 조명 켜보고 괜찮으면 출품하려고요.”
꽤 오랜 시간을 연습하고 나서야 호박 조각을 완성할 수 있었다. 밑그림에 도움을 받아도 이만큼 걸렸다. 만약 토피어리를 선택해서 혼자서 모양내기를 했다면 얼마나 걸렸을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완성하지 못하고 화분 그대로 회수당했을지도.’
“그나저나 다른 녀석들이 안 보이네요. 저 조각 하는 동안 한 번도 안 다녀갔어요.”
“오두막 안으로도 오지 않았는걸.”
“태산이는 그렇다 쳐도 제피르는 보러 올 법한데 말이죠.”
호박을 조각하는 동안 날카로운 조각 도구에 다칠까 봐 태산이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었다. 놀아주지도 않고,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자, 어느 순간 그가 호박을 조각하면 태산이 오지 않게 되었다.
“뭐 어디선가 잘 놀고 있겠죠.”
“호호호. 태산이야 혼자서도 잘 놀지.”
정원에 오면 항상 바쁘게 놀러 다니는 녀석이었다. 태주는 그런 태산이 걱정은 그만두고, 조각 완성 기념 티파티를 하자며 차를 고르기 시작했다.
*
태주는 섣부른 말을 뱉은 자신의 입을 때려주고 싶었다. ‘어디선가 잘 놀고 있겠죠.’는 무슨 태산이 한밤중이 다 되었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제피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원에 들어오는 첫날은, 항상 밤에 별똥별을 잡으러 간다. 이미 오래전부터 약속처럼 굳어진 일이었다. 열기구 운전을 좋아하는 제피르는 한 번도 이 시간을 어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제피르가 시간을 어겼다.
“얘네들이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진정하라고, 정원사 씨. 둘 다 무사한 걸 희 아가씨가 확인했잖아.”
“실제로 본 게 아니라서 그런가, 계속 걱정돼요.”
오두막 거실 안을 뱅글뱅글 돌고 있는 그를 해나가 억지로 소파에 앉혔다. 그냥 두면 두 아이가 올 때까지 계속 저러고 있을 것 같았다.
“냐아앙.”
“태산아!”
초조하게 두 펫을 기다린 지 얼마나 지났을까, 태산이 울음소리가 오두막 문밖에서 들려왔다. 그는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문을 열어젖혔다.
“너 대체 어디 있었어? 제피르도 마찬가지야. 어디 갔었어? 응?”
“정원사 씨 우선 둘을 안으로 데려오는 게 좋겠어.”
“어휴, 정말이지.”
태산이를 안아 들은 그가 제피르에게도 안으로 들어오라 말했다. 이 두 녀석이 대체 어딜 다녀온 것인지, 들어볼 생각이었다.
“너희 대체….”
“정원사 씨. 우선 둘에게 밥을 먼저 먹여야지. 배고파하잖아.”
해나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두 녀석은 대체 무슨 일을 겪고 온 것인지, 매우 지쳐있었다. 야단을 치려 해도 기운 없는 모습을 보니 말이 안 나왔다.
“우선 밥 먼저 먹자.”
허겁지겁 밥을 먹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 대체 어딜 다녀왔길래 밥도 못 먹었을까. 목줄 안에 육포도 넣어주었는데 , 쫄쫄 굶은 꼴로 돌아오다니, 속상했다.
“냐아아앙.”
“히히힝.”
“녀석들 이제 기운이 나나 보네.”
해나가 차려준 밥을 전부 먹어치우고 나서야 기운이 나는 모양이었다. 배가 부른 듯 느른하게 풀어진 둘의 모습을 보자, 태주가 되레 기운이 빠졌다.
“어휴.”
“호호호. 두 아이 모두 배가 찬 것 같으니, 이제 얘기를 들어봐야지.”
*
거실 안에 침묵이 맴돌았다.
피라미드의 상자를 털러 다녀왔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태주의 표정이 무섭게 굳었기 때문이다.
해나와 희는 살금살금 움직여 주방으로 몸을 피했다.
“이놈 자식들!”
“냥!”
“히힝!”
“어딜 다녀와? 피라미드? 둘이 요정 숲에 놀러 갔나 했는데, 피라미드?”
“냥냐냥냥냥.”
“이놈 자식. 형이 위험하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희가 주방으로 피난을 가서 태산의 말을 통역해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둘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다른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 둘을 흘깃 보던 제피르가 작게 하품을 하고 창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태주는 태산이와 말싸움을 하느라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넌 좀 이따가 다시 얘기하고, 제피르?”
“태주, 제피르는 자러 갔어.”
“크윽. 도망을 치다니.”
해나는 말싸움하는 둘을 한심하게 쳐다보다 유유히 창을 통해 날아갔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 정원사 씨. 곧 12시야. 호박에 스티커를 붙여야 할 것 같은데.”
“아! 내 호박!”
12시가 되면 호박 조각이 리셋된다. 두 말썽꾼 때문에 하마터면 스티커를 잊을 뻔했다.
태주는 한걸음에 달려가, 호박에 스티커를 붙였다. 호박 안에 조명을 설치하고 켜볼 만한 여유는 없었다. 스티커를 붙이자마자 호박이 빛의 공안에 담기더니 사라져버렸다.
“휴우. 겨우 출품했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의 귀에 해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를 이어서 태산의 의기양양한 ‘냥냥.’ 소리도 들렸다. 태산이 피라미드 상자에서 괜찮은 걸 얻은 것 같았다.
“정원사 씨! 어서 들어와 봐. 이건 직접 봐야 해.”
해나의 부름에 오두막 안에 들어간 태주는 자신도 모르게 ‘헉!’ 소리를 냈다. 그만큼 놀라운 광경이 오두막 거실 안에 펼쳐져 있었다.
“태산이?”
“호호호. 봤어? 신기하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냥냥냥.”
“냥냥냥.”
“냥냥냥.”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세 군데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통에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이 상황이 재밌는지 태산이들이 거실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는데, 이젠 정말 혼이 빠져나갈 것 같았다.
“한 마리만 말해봐. 아니, 태산이 말고, 둘 중 아무나 설명 좀 해줘요.”
“태주, 태산이 기술을 구해왔어.”
“기술?”
“응, 분신이야.”
‘그래, 그런 게 아니면 태산이가 세 마리나 될 수 없겠지.’
태산이 피라미드의 상자에서 펫 전용 랜덤 기술석을 가져왔다. 그가 호박에 스티커를 붙이는 사이, 목줄 안에 넣어 두었던 물건을 꺼내서 자랑했다. 그 물건 중에 랜덤 기술석이 있었다.
희가 기술석을 알아보고 설명을 해주자마자, 태산이 바로 그것을 사용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분신 기술을 얻었다.
이 난장판은 태산이 새로운 기술을 쓰면서 벌어진 것이었다.
“제발 좀 멈춰봐, 태산아. 악! 대체 어느 녀석이 진짜 태산이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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