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0)
천마님 안마하신다-10화(10/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10화>
“그럼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거지?”
“예. 저야 나쁠 건 없어 보이니까요.”
강태한은 웃으며 말했다.
물론 정확한 계약 내용은 살펴봐야겠지만, 어차피 지금 말하는 것도 확답은 아니니까 손해볼 건 없다.
“좋아.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태한 씨.”
“예.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웃으며 가볍게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
때마침 방금 전에 주문했던 차가 나와 각자의 앞에 놓였다.
“음··· 그냥 따라 마시면 되나?”
황 실장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앞에 놓인 건 큼직한 찻주전자 하나와 작은 빈 잔 하나.
평소 커피믹스를 주로 마시던 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밖에 없는 물건들이었다.
“괜히 어렵게 느껴지네, 이거.”
“뭐 끽해야 녹차 한 잔인데, 그렇게 신경 쓰면서 마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본래 다예(茶藝)라는 것이 운치가 있고 차의 흥취를 돋우는 것이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오히려 차를 즐기는 데에 방해가 되는 법이다.
편하게 마시고 싶다면, 편하게 마시면 그만.
강태한은 피식 웃으며 대충 한 손으로 차 한 잔을 따랐다.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향긋한 녹차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하긴, 끽해야 녹차 한 잔이지.’
이런 걸로 누가 뭐라 할 일도 없지 않은가.
황 실장도 강태한을 따라 차 한 잔을 따르고, 조심스레 한 모금 목을 축였다.
‘···오?’
생각보다 느낌이 좋다.
입에 착 감긴다고 할까.
평소 마셔본 차라고 해봤자 인스턴트 녹차가 전부인지라 뭐라고 딱 표현할 순 없었지만, 확실하게 다른 느낌이 있었다.
단순히 맛뿐만이 아니다.
그저 입맛에 맞는다는 수준을 넘어선···
“어때요. 생각보다 좋죠?”
“어, 그래. 원래 차는 그다지 마셔본 적이 없었는데, 이거 좀 괜찮네.”
“원래 체질마다 몸에 맞는 찻잎이 다 달라요.”
강태한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볍게 대꾸하고, 차 한 모금을 들이켰다.
잠시 흐르는 침묵의 시간. 순간 황 실장은 뒤늦게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체질마다 몸에 맞는 찻잎이 다르다?’
그렇다면, 강태한은 이미 자신의 체질을 파악하고 이 찻잎을 권했다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그러고 보니, 아까 찻잎을 권할 때도···’
입맛에도 맞고 체질에도 잘 받으실 겁니다.
돌이켜보니 이런 식으로 말했었던 것 같다.
그땐 별 생각 없이 들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마치 자신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에이··· 설마. 무슨 무협지도 아니고.’
한의원처럼 맥이라도 짚어봤다면 모를까, 어떻게 그걸 보는 것만으로 알아차린단 말인가.
황 실장은 아직 강태한에게 안마를 받아본 적도 없었다.
‘우연이겠지, 뭐.’
본인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생각.
황 실장은 고개를 젓고는 찻잔을 들어올렸다.
호로록.
다시 한 번 입에 머금은 한 모금.
입 안에 감겼다가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차의 온기가 온몸 곳곳으로 스며드는 듯한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우연, 이겠지?’
새삼스럽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체질에 잘 맞는다’는 표현이 참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 * *
‘왠지 요즘 몸이 가벼워.’
강태한에게 맨 처음 안마를 받았던 남우현 대리. 그는 요즘 들어 몸의 컨디션이 부쩍 좋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대개 ‘나이를 먹으니 몸이 예전과 달리 좋지 않다’는, 그런 뜻으로 쓰이는 흔한 표현이었지만, 남우현의 경우에는 그 반대였다.
예전 같지 않게 몸이 쌩쌩해진 것이다.
카페인이 없어도 야근이 버텨지고, 좀 피곤해도 한 숨 자고 일어나면 푹 잔 것처럼 몸이 개운하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몸이 개운해서 그런지 머리도 맑다.
그 덕분일까.
회사에서의 입지도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남 대리!”
“예, 과장님.”
“저번에 말했던 일, 얼마나 진행됐어?”
“아, 그 일 말인가요? 거의 끝나갑니다. 오늘내로 보고서 올리겠습니다.”
“···뭐? 벌써?”
“남 대리, 그 뭐야. 어제 계약 건은 어떻게 됐어?‘
“그거 그쪽 이 차장님 통해서 성사됐습니다.”
“이 차장이? 그 양반 좀 깐깐한데?”
그동안 쌓이기만 했던 업무가 이제는 일사천리.
“이야, 남 대리! 요즘 사람이 완전 달라졌어?”
“그렇습니까?”
“그렇다니까! 원래는 명함만 대리였는데, 이젠 일도 어지간한 대리급보다 잘하는 것 같아.”
“하하하. 감사합니다.”
업무가 잘 풀리니 지지부진하던 실적도 올라가고, 자연스레 부서 내에서의 평판도 좋아졌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나날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운이 막히는 순간은 오는 법.
남우현에겐 바로 오늘이 그랬다.
“저녁은 이미 먹고 왔는데?”
“술? 술도 딱히 내키진 않고···”
“그냥 다음에 봅시다, 남우현 씨. 내가 그쪽이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그냥 요새 몸이 허한 게,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 귀찮다고.”
남자의 말에 어색하게 웃는 남우현.
그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하··· 이거 난감하네.’
앞에 있는 남자는 천리물산의 김관호 부장.
직함은 부장이지만 일이 년 안에 이사급으로 올라갈 거라 알려진 양반으로, 이번에 꽤 큰 계약 하나가 이 양반의 결정 하나로 좌지우지되는 상황이었다.
‘위쪽에서는 이미 다른 쪽으로 넘어간 계약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긴 했지만···’
대놓고 손을 놓기도 뭣하니 적당한 사람 하나 붙여놓은, 사실상 패전투수나 마찬가지인 입장.
하지만 남우현은 이번 일을 성사시키고 싶었다.
계약 자체는 큰 건수였고, 기대가 없는 만큼 성사시켰을 때의 반응도 드라마틱할 테니까.
지금 이 자리도 정말 어렵게 만들어낸 자리다.
그렇기에 뭐라도 해봐야하는 입장이었지만, 저렇게 다 컷트를 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밥도 싫다, 술도 싫다.
업계에서 이건 사실상 ‘그냥 가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거나, 아니면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
‘···안색이 좀 안 좋아 보이긴 하시는데.’
남우현은 슬쩍 김관호의 모습을 살폈다.
어떤 회사원이 안 그러겠냐만, 김관호는 유난히 얼굴빛이 하얗고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몸이 허하다는 게 빈 말이 아니신 건가?’
순간 남우현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 보는 상대에게 제안하기엔 다소 이상한, 어쩌면 실례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생각이.
남우현은 스마트폰을 꺼내 날짜를 확인했다.
때마침 예약을 해뒀던 날도 오늘이다.
솔직히 남에게 양보하기엔 아까웠지만, 회사일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이걸 김관호가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관건이었다.
그럼 같이 사우나나 가실까요? 라는 말을.
‘···에이. 모르겠다.’
아마 그냥 돌아가도 뭐라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형식적인 잔소리나 좀 듣고 말겠지.
남우현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저, 김 부장님. 그럼 사우나는 어떠십니까?”
“···뭐? 사우나?”
“예. 제가 좋은 곳을 알고 있습니다.”
김관호의 얼굴이 씰룩였다.
화가 났다기보다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내가 그쪽 회사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우리가 사우나를 같이 갈 사이는 아니지 않나?”
“그, 몸이 허하다고 하시고, 안색도 좀 안 좋아보이셔서··· 제가 진짜 좋은 곳을 알고 있거든요.”
남우현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시 흐르는 침묵.
가만히 서있던 김관호가 순간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 참. 어지간히 좋은 사우나인가봐?”
“사우나는 적당히 좋은데, 거기 있는 안마사 한 분 실력이 진짜 장난 아닙니다. 요새는 아예 예약을 안 하면 받을 수가 없을 정도로요.”
“그럼 나도 못 받잖아?”
“에이. 당연히 제가 미리 준비를 해뒀죠. 준비를 안 해놨으면 제가 부장님한테 말이라도 꺼냈겠습니까?”
“흐음···”
김관호는 침음을 삼키며 턱을 매만졌다.
사실, 안 그래도 퇴근하고 사우나나 갈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참이다.
몸이 허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생각할수록 어처구니없는 제안인 건 여전했지만, 그래서 그런 건지 오히려 조금 흥미가 생긴다.
“뭐, 사내놈들끼리 못 갈 것도 없나.”
김관호는 다시 한 번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 * *
“흐음.”
강태한은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황 실장과의 만남이 있었던 그 날 이후, 당장 프리미엄 코스가 추가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가장 먼저 바뀐 부분은 바로 예약 시스템.
원래는 그런 것 없이 찾아온 순서대로 받거나 안마사를 지명하고, 안마사가 시간이 안 될 경우 기다려야했지만, 이젠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 예약을 해두고 찾아오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좀 더 본격적인 안마샵의 형태가 되었다고 할까.
덕분에 강태한 뿐만 아니라 다른 안마사들도 보다 편해질 수 있었다.
언제 손님이 몰릴 지 대충 파악할 수 있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으니까.
다만 강태한이 생각에 잠긴 이유가 이것 때문인 건 아니었다.
‘말투가 좀처럼 바뀌질 않는군.’
강태한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져있었다.
평소의 말투는 이미 고쳐졌다.
‘옛날의 자신과 똑같아졌냐’고 묻는다면 확답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안마를 할 때다.
보다 정확히는, 무공과 관련된 행동을 할 때다.
간단한 일이면 상관없지만, 집중이 필요할 때면 마치 스위치라도 올라간 것처럼 무림 시절 말버릇이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아버지 때는 존댓말이 나왔었는데 말이지.’
그것 때문에 이제는 좀 괜찮아졌나, 고쳐진 건가 싶었는데, 다시 돌아와서 일을 시작해보니 어느 쪽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상대가 아버지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만약 여기가 무림이었더라도 아버지한테는 존댓말을 썼을 테니까.
‘무림에서 익힌 걸 사용할 때는, 나도 모르게 무림에 있었던 시절의 말투가 나오고 마는 건가.’
현대에서의 강태한.
그리고 무림에서의 강태한.
둘은 같은 사람이지만, 그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아마 그 이질감에서 오는 현상이 아닐까.
강태한은 막연하게 그런 추리를 해보았다.
“···음. 뭐 상관없나.”
결국 확실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민해도 소용이 없으리라.
강태한은 머쓱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사실 문제가 생길 일이었다면 진즉 생겼을 것이다.
일을 시작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고, 그만큼 적지 않은 손님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허나 그동안 자신의 말투와 관련된 문제가 있었던 적은 딱히 없었다.
혹시나 하여 황 실장에게 ‘자신의 말투 때문에 클레임이 들어온 적이 있었는지’ 콕 집어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런 적은커녕 클레임 자체가 들어온 적이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왔었다.
‘경우에 따라 오히려 강하게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니.’
서비스업에선 당연히 친절이 기본이겠지만, 때로는 오답이라 여겨지는 것이 오히려 해답일 수도 있는 법이다.
물론 그렇다고 강태한이 일부러 하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도록 하지.’
아직 집중력이 부족한 탓일지도 모르고, 현대의 말투가 입에 덜 붙은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쪽이건 단기간에 고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결론을 내린 강태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예약 손님을 받을 시간.
안 그래도 문 너머로 느껴지는 인기척에, 강태한은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태한 씨, 손님···”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 황 실장.
하지만 그는 도중에 말을 삼켰다.
바로 앞에 이미 준비를 마친 강태한이 서있었던 탓이다.
“혹시 계속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지?”
“설마요.”
강태한은 피식 웃으며 방으로 향했다.
1번방.
이제는 사실상 강태한 전용으로 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방이다.
강태한이 커튼을 걷고 안으로 들어서자, 안에 있던 중년의 남성과 눈을 마주쳤다.
남우현 대리 대신 안마를 받게 된 김관호 부장.
그는 살짝 의심 섞인 눈빛으로 강태한을 살펴봤다.
뭔가 대단한 걸 생각하고 온 건 아니었지만, 거의 초면인 상황에서 느닷없이 사우나를 가자고 할 정도였으니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었던 참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어린데?’
허나 안마사의 얼굴을 본 순간, 그의 미간에 실망의 기색이 맺혔다.
딱 봐도 대학생 정도나 되어 보이는 게 솜씨 좋은 안마사와는 영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이래서야 어깨라도 제대로 주무를 수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무렵.
“흐음···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군.”
“예?”
강태한의 느닷없는 발언에, 김관호는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