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16)
천마님 안마하신다-116화(116/309)
< 천마님 안마하신다 116화 >
“그렇게 된다면 여러모로 좋겠지만···”
모든 선수들이 한국까지 다녀오려면 다소 과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 일정도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 일단 물리적으로도 거리가 멀었으니까.
허나 상대방을 이곳으로 모셔올 수 있다면?
여러모로 일정에 여유가 생기는 게 사실이었다.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앨버트가 넌지시 말했다.
이전에도 이미 팀에서 가게에 예약을 잡아보려 했던 적이 있었다.
헌데 고드윈이 말했던 그 마사지 마스터의 예약은 3주 이내에 잡을 수 있으면 다행인 수준이었고, 웃돈을 얹어준다고 해서 따로 예약을 잡아준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다.
“예약과 업무에 관해서는 기준이 명확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선수들 중에는 개인적으로 예약에 꽤 많은 액수를 제시한 사람도 있었는데, 거절당했다더군요.”
“흐음··· 그 말을 들으니 더 신뢰가 가는군.”
앨버트의 말에 마르케시는 더욱 흥미가 짙어진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구단주이기 전에 한 명의 사업가. 예약은 고객과의 약속이며, 약속은 신용의 근간이다.
물론 지금 그의 입장에선 그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신용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인간은 없다는 것이, 마르케시의 지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앨버트, 이럴 때는 관점을 바꿔보자고.”
“···관점을 말입니까?”
“그래. 정확히는, 우리의 관점이 아니라, 상대방이 우리 제안을 바라보는 관점을 말이야.”
마르케시의 말에 앨버트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그의 말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무슨 뜻입니까?”
“상대방에게 순전히 업무적인 부분만 제시할 게 아니라는 거지.”
마르케시는 위스키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무리 성실한 사람이라도 휴식은 필요한 법이며, 쉬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바로 그 때를 공략하는 것이다.
“인근의 리조트에 그를 초대하는 거야. 일정은 되도록 그 사람의 기준에 맞추고, 실제로도 본래 목적보다는 휴양에 초점을 두는 거지.”
“···휴양 쪽에 말입니까?”
앨버트의 말에 마르케시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면서 이쪽의 조건도 일부 제시한다. 그렇게 하면, 기존의 협상 테이블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게 돼. 그렇지 않겠나?”
‘영국까지 출장을 와줄 수 있겠는가?’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거부감부터 앞서겠지만, 호화 리조트로 초대를 한다하면, 아무래도 마음이 느슨해질 수 있다.
거기서 조건으로 본래 목적을 살짝 제시하는 것.
물론 겸사겸사 조건을 집어넣는 셈이기에 본래 목적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단순히 액수로 밀어붙이는 협상보다는 훨씬 세련됐으며, 상대에 따라선 훨씬 성공률이 높은 방식이다.
“스케줄도 그쪽 분에게 최대한 맞춰드리자고. 혹시 쉬는 날이 언제인지는 알고 있나?”
“수요일과 목요일에 쉬는 모양입니다.”
“흐음··· 자세한 건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최대한까지 생각하면 화요일 저녁부터 목요일 밤까지 시간이 날 수 있겠군.”
마르케시는 들고 있던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본인의 전용기야 자기가 탈 일만 없으면 항상 대기 중이고, 지금은 리조트가 비수기였기에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겸사겸사 파티도 열자고. 선수들도 리조트로 초대를 하고··· 마사지도 구단에서 받을 필요 없이 리조트 안에서 받게 하면 되겠군.”
그렇게 하면 리조트에서 구단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마르케시의 머릿속에선 최대한 마사지 마스터의 일정에 맞춰진 계획이 짜이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적극적이신데요.”
“그야 감독이 말했던 챔스도 있고··· 다음 달에 머지사이드 더비가 있잖아?”
앨버트의 말에 마르케시가 히죽 웃었다.
머지사이드 더비. 리버풀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두 개의 팀, 리버풀 FC와 에버튼 FC의 경기를 말한다.
말하자면 지역 대표 팀을 가르는 느낌이라 할까.
따로 명칭도 달려있는 만큼 나름 의미도 있고, 응원의 열기도 평소보다 격한 매치지만··· 솔직히 자기가 구단주를 맡기 이전부터, 두 팀 사이의 균형은 살짝 기울어진지 오래였다.
리버풀은 소위 리그의 메이저급 클럽이 됐고, 에버튼은 그에 비해 조금 뒤쳐졌던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실제로 근래의 머지사이드 더비는 리버풀의 일방적인 게임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승률도 그쪽으로 기울어진지 오래였다.
“솔직히 주완이랑 고드윈, 투 탑만으로도 충분히 해볼 만한 그림이 나올 것 같기는 한데···”
마르케시는 히죽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머지사이드 2군 같은 소리 같은 건 두 번 다시 나오지 않게, 아예 압승을 해버리고 싶네.”
“···그건 좋은 생각이군요.”
마르케시의 말에 앨버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라이벌 매치에 있어선, 그 또한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마사지를 잘하길래 마스터라고 부르는 건지, 좀 궁금하기도 해서.”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극히 담백한 호기심도 함께 입에 담는 마르케시였다.
* * *
“최 선생님, 계십니까?”
“예. 무슨 일 있나요?”
“혹시 시간 좀 남으시면 잠깐 와주실 수 있는지···”
쇼파에 앉아 쉬고 있던 최성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봐서 얼추 무슨 일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 원장님한테 배운 내용인데, 아직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조금 있어서요.”
들렸던 방향은 휴식용 침대가 놓여있는 곳.
허나 휴식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자길 찾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안마의 기술과 요령에 관한 질문이었다.
강태한은 안마를 하러 자리를 비운 상황.
물론 최성현도 안마를 마친 뒤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고, 이런 부탁들을 일일이 받아줄 필요는 없었지만···
“흠, 어떤 부분인지 한 번 보여주실래요?”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부터 붙임성 하나는 좋았던 최성현이다. 그는 오히려 흥미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이쪽, 허리 쪽에서 뭉친 곳을 찾는 건데···”
그러자, 남자는 교보재 마냥 누워있는 동료 안마사의 허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허나 빈번이 애매한 곳을 더듬는 게 아직 어설픈 티가 났다.
“근육에 줄기는 잘 따라가시는데, 마지막에 혈을 짚어내는 부분이 아쉽네요.”
“그···런가요?”
“예. 이럴 때 써먹으라고 원장님이 말해줬던 요령이 있는데···”
사적인 자리에선 당연히 서로 반말을 하지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또박또박 원장님 소리를 붙여주는 최성현이다.
최성현은 천천히 다가가 손아귀로 허리를 가볍게 움켜쥐더니, 엄지손가락으로 주변을 조심스레 쓸어 만지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주위를 살짝 압박해주면, 뭉쳐있는 곳을 중심으로 좀 더 근육이 경직되어있는 게 느껴지거든요. 물론 너무 세게 잡으시면 안 되지만.”
그렇게 금방 포인트를 잡아내더니, 해당 지점을 꾸욱 눌러낸다. 그러자, 누워있던 남자의 고개가 살짝 뒤로 젖혀지며 가벼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하···”
“해보실래요?”
“예. 한 번 좀 봐주십쇼.”
최성현의 시범에 이어 남자가 따라하자, 아직 어설프긴 하지만 확실히 나아진 모습이 보였다. 본인도 그게 느껴졌는지 순간 뿌듯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바로 배워가시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최 선생님. 쉬는 도중에 번거로우셨을 텐데.”
“에이, 별 말씀을요. 저도 원장님 쉴 때 잔뜩 귀찮게 하면서 배운 건데.”
최성현은 손을 저으며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업계 안마사들 사이에서 기술을 감추는 건 꽤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적어도 최성현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자신도 강태한에게 배운 기술인데, 이걸 가지고 생색을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도움을 받은 만큼은 자신도 베풀어야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 그렇기에 같은 안마원의 안마사들이 이런 식으로 질문을 했을 때, 최성현은 자기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선 최대한 도움을 주려하고 있었다.
“이야, 훌륭하네.”
“뭐야, 언제 오셨어요?”
다시 앉아있던 쇼파로 되돌아가니, 어느새 옆자리에 앉아있던 황 실장이 가볍게 손뼉을 치며 조그맣게 감탄을 터트리고 있었다.
“좀 됐지. 그보다, 잘하더라?”
“뭐가요?”
“방금 한 강습 말이야.”
황 실장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처럼 반쯤 농담조가 섞여있었지만, 어느 정도 진지함도 담겨있었다.
“네가 확실히 재능이 좀 있다.”
“예? 에이, 한참 멀었죠.”
최성현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처음엔 강태한을 본받고 따라잡는 게 목표였지만··· 지금에 와선 따라잡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강습을 받으며 최성현의 실력도 눈에 띄게 상승했지만, 배움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오히려 강태한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른 안마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은 본인의 복습을 겸하기 위해서다. 따지고 보면 본인도 같이 배우는 입장이고, 다른 사람을 알려주다 보면 간혹 본인도 새삼 깨닫는 게 있었으니까.
‘태한 씨가 재능이 있다고 한 이유가 있구만.’
한편, 그런 최성현을 지켜보며 황 실장은 강태한이 예전에 꺼냈었던 말을 떠올렸다.
이제 막 가게를 옮겼을 때, 아직 최성현을 장인 코스에 올리기엔 무리가 있지 않냐고 물었을 때 강태한이 했었던 말.
그땐 그냥 ‘태한 씨가 생각이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넘겼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생각하면 그 말대로였다. 자기가 봐도 최성현의 성장이 도드라지고, 나름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안마실력 자체는 아직까지 김성훈과 황태진이 좀 더 앞서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다른 안마사들을 가르쳐주거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은 최성현이 좀 더 뛰어났던 것이다.
“우리 가게 이름이 약간 무협느낌이 있으니까··· 대사형, 아니, 최 장로님이라고 불러드릴까?”
“그게 무슨··· 그럼 실장님부터 장로로 바꿔요.”
장난스럽게 한 마디 던지는 황 실장에게, 최성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 * *
“오! 이런 데서 연예인을 다 만나고, 신기하네요!”
주차장에 서서 누군갈 기다리고 있던 중년의 남자.
그는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손을 크게 흔들며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조 사장. 뭔 놈의 연예인 소리야?”
“하하, 형님! 연예인이 별겁니까? TV에 나왔으면 다 연예인이죠! 흐핫!”
방금 차에서 내린 이는 강태한의 아버지 강호연.
그리고 그런 그를 맞이하는 이는, 공주와 대전에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원호였다.
“아직 촬영도 안 했는데 무슨 헛소리야?”
“그럼 예비 연예인이라고 부르면 되나?”
“으, 그런 것 좀 하지 말어.”
강호연에게 방송국의 요리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었던 일. 얼마 전 통화에서 그 일을 말하자, 조원호는 ‘드디어 형님이 빛을 보십니까’라며 자기 일처럼 좋아했었다.
지금의 반응도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부분.
그게 진심어린 반응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지, 손을 젓는 강호연도 그 얼굴을 보면 꽤 쑥스러워하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조 사장님.”
“어! 태한이, 오랜만이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내리며 인사를 건네는 강태한.
그는 강태한에게도 반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보다, 사장님이 뭐냐? 아저씨라고 부르랬잖아!”
“하하···”
아버지와는 종종 가게에 들러 식사를 하고 가기도 하고, 가끔 골프도 치며 주기적으로 만난 모양이지만, 강태한과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허나 워낙 붙임성이 좋은 덕분일까.
어색함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그 살가운 모습에, 강태한은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
“그걸 기억하고 계셨네요?”
“그럼! 내가 아무한테나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하는 줄 알아? 태한이 너니까 그렇게 하라고 한 거야.”
“우리 태한이 너무 귀찮게 하지 마. 오늘 막 대전 내려오자마자 바로 운전하고 와서 피곤할 거야.”
“아이고, 형님! 그렇게 아들만 챙기시면 저도 좀 서운합니다? 하하하!”
강호연의 말에 조원호는 한 차례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터트리더니, 안쪽을 가리키며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야··· 여기 경치가 꽤 좋네.”
“그렇죠? 주차장도 넉넉하고.”
그들이 있는 곳은 대전 유성구 인근의 얕은 산자락.
바로 앞에는 탁 트인 골프장이 보이고, 고개를 좀 더 들면 높이 솟은 산의 능선이 병풍처럼 늘어서있었다.
골프장치고는 규모가 좀 작기는 하지만, 그래도 도심지와 가까운 위치와 뛰어난 풍경이 매력적인 곳.
이번에 조원호가 새롭게 확장하기 위해 개간한 곳으로, 바로 옆에서는 펜션으로 사용하기 위한 건물들이 한참 공사 중이었다.
“골프에 별 관심 없는 사람도 충분히 올만한 것 같은데? 산림욕이나··· 그 뭐야, 힐링 느낌으로.”
“그렇죠? 일단은 골프치는 사람들이 아니어도 가족들끼리, 커플들끼리 주말에 쉬고 갈 수 있는 곳으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조원호는 한참 공사가 되고 있는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산장이나 별장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제법 느낌이 있었다.
“태한아, 20대가 보기에는 어떠냐?”
“으음··· 좋네요.”
강태한은 솔직한 감상을 입에 담았다.
자기가 일반적인 20대의 관점을 대표해서 말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말이다.
“둘러싸고 있는 산도 멋지고, 바람도 잘 들고, 산자락인데 주변에 햇빛을 막을만한 지형도 없고요.”
“오, 꽤 본격적인데?”
주변을 둘러보며 하나씩 짚어가는 강태한에게 조원호가 장난 섞인 감탄을 터트렸다.
“그리고···?”
한편,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던 강태한.
그러던 와중, 그는 갑자기 느껴진 어떤 기운에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보다 정확히는, 고개를 발 아래쪽으로 향했다.
‘강렬한 양기?’
그리고··· 그 양기를 품고 있는 꽤나 굵직한 수맥.
땅속 아래에서부터 느껴지는 그 기운에, 강태한은 자기도 모르게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