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21)
천마님 안마하신다-121화(121/309)
< 천마님 안마하신다 121화 >
“우와···”
강릉 바닷가의 외딴 곳에 위치한 펜션.
방금 막 도착해 짐을 내려놓은 유세아는, 홀린 듯이 테라스 바깥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여기 경치 진짜 좋네요!”
눈앞에는 쫘악 펼쳐진 망망대해.
살짝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가파르게 깎인 웅장한 해안절벽이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에는 새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고요한 해안가가 보인다.
거기에다 날씨는 또 얼마나 좋은지, 탁 트인 하늘이 망망대해의 저 끝까지 이어져, 수평선 끝에서 서로 맞닿고 있었다.
“그러게요.”
유세아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온 강태한은, 한동안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늘빛으로 둘러싸인 테라스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유세아의 모습에는, 확실히 그림에서 떼다 놓은 것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여기로 오길 잘했네요!”
그렇게 테라스에서 인근의 풍경을 슬쩍 돌아본 유세아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며 간단한 소감을 입에 담았다.
“마음에 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강태한은 테라스의 문을 닫으며 그렇게 말했다.
사실, 원래 오늘은 캠핑을 가려고 했었던 날이다. 이전에 유세아의 감기몸살로 취소됐었던 캠핑을, 뒤늦게나마 가려고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강태한의 제안으로 캠핑은 취소하기로 했고, 그 대신 여기, 강릉의 펜션에 오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유세아의 컨디션 때문.
요 근래 유세아의 스케줄이 많기도 했고,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촬영을 했다가 바로 전날에 귀국한 참이었다.
본인이 딱히 피곤하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 아니나 다를까, 오늘 보니 몸에 피로가 제법 누적되어 있는 상태였다.
‘캠핑은 아무래도 불편한 부분이 좀 많으니.’
공기 맑은 곳에서 캠핑을 하는 것이 좋은 힐링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야외에서 숙영을 하는 만큼 몸이 그렇게 편한 것은 아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많이 풀리지만, 몸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쌓인다고 해야 할까. 결국 그런 부분까지 감안했을 때, 강태한은 무리해서 캠핑을 가는 것보단 편안하게 쉬는 쪽이 더 좋다고 판단했었다.
“사실 조금 걱정도 했었거든요.”
“뭐를요?”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세아 씨가 캠핑 가는 거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잖아요.”
일단 유세아의 걱정을 해서 계획을 바꾼 거긴 했지만, 캠핑이 두 번 연속으로 취소된 것도 사실이다. 유세아의 입장에선 충분히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뇨. 사실 캠핑이 아니어도 상관없긴 했어요.”
허나 강태한의 말에 유세아는 살풋 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요?”
“네. 그보단 태한 씨랑 둘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은 거니까요.”
“아하··· 저도 좋아해요. 세아 씨랑 같이 있는 거.”
유세아의 말에 강태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답했다. 그 대답에 유세아는 잠시 손을 멈추더니, 이내 입 꼬리를 씰룩이기 시작했다.
‘아으,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가지고···’
말을 꺼내고 나서 뒤늦게 찾아오는 부끄러움!
말할 때는 그저 생각하고 있었던 걸 솔직하게 입에 담았을 뿐이었으나 강태한이 말하는 걸 들으니 상당히 낯이 붉어질만한 말이었다.
“크흠, 흠!”
짐 정리를 얼추 마친 유세아는, 애써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헛기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손에는 따로 가져온 식자재들이 들려있었다.
“그보다, 저는 슬슬 저녁준비를 할게요!”
“이제 막 도착했는데요?”
유세아의 말에 강태한은 슬쩍 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현재 시간은 오후 4시. 엄청 이른 시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급하게 식사준비를 할 시간도 아니었다.
“원래 이런 곳에 놀러왔을 때의 가장 큰 재미는, 요리하고 먹는 거 아니겠어요?”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녀의 말에 강태한이 싱긋 웃었다.
그건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 *
부산스러운 분위기의 주방.
팔팔 끓어오르는 냄비 앞에 서있는 유세아는, 뒤쪽을 쳐다보며 살짝 퉁명스런 목소리를 냈다.
“오늘은 제가 다 준비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보고 있는 건 테이블에 앉아있는 강태한.
그는 유세아가 준비해놓은 꼬치구이용 재료들을 하나하나 꼬챙이에 꿰어내고 있었다.
“심심해서 하는 건데요, 뭐.”
닭다리살과 파, 그리고 다시 닭다리살.
다른 꼬챙이에는 소고기와 아스파라거스.
한 입 크기의 소시지에는 손질된 베이컨을 살짝 감아주고, 그 상태로 꼬챙이에 꿴 다음에 손질된 새우를 꽂고 다시 베이컨으로 감싼 소시지를 꽂는다.
쟁반 위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꼬치구이들.
강태한의 손놀림은 마치 숙달된 전문가처럼 섬세하면서도 신속했고, 작업은 유세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작업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 자체는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뭐라고 해야 되나··· 지난번에 대한 보답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으로 제가 다 준비하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래도 오늘 자신의 계획은 그게 아니었기에, 유세아는 살짝 아쉬운 기색을 입에 담았다. 강태한은 피식 웃으며 들고 있던 꼬챙이를 흔들며 말했다.
“이거, 세아 씨가 혼자 하셨으면 해 다 지고 나서 먹었을 것 같은데요?”
“···그랬을 것 같기는 하네요.”
방금 전에 한 번 해봤는데, 생각보다 꼬치구이를 꿰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단 생고기라는 것이 말랑말랑하면서도 뻑뻑한 물건이고, 꿴다고 해도 제대로 모양을 잡기가 힘든 것이다.
거기에 ‘부족한 것보단 남는 게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양도 넉넉히 준비해왔기에··· 그 말대로, 혼자서 하기엔 작업량이 좀 많았을 것이다.
“요리 쪽은 어떻게 되어가요?”
“아, 얼추 끝나가요.”
“그럼 먼저 굽고 있을게요.”
그 잠깐 사이에 작업을 마친 강태한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은 다음 꼬치구이가 쌓인 쟁반을 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
“···후흐흐.”
테이블에 놓인 요리들을 보며, 유세아는 저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을 터트렸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꼬치구이와, 시원하면서 칼칼한 향이 일품인 해물탕. 거기에 맛깔나게 윤기가 흐르는 닭똥집 볶음까지.
꼬치구이는 강태한의 도움을 많이 받긴 했지만··· 어쨌거나 메뉴선정부터 재료부터 손질까지, 모두 자신이 준비한 것들이었다.
이렇게 먹음직스레 완성된 식탁을 보니 저도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들었던 것.
“이야, 딱 봐도 먹음직스럽네요.”
“그렇죠? 헤헤.”
환한 표정을 지으며 웃는 유세아.
강태한의 한 마디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녀는 국자로 해물탕을 떠서 강태한에게 건넸다. 가리비부터 새우, 전복까지, 해물탕의 핵심들이 모두 담겨있는 한 그릇이었다.
‘근데 약간 메뉴가 술안주에 집중되어있는 듯한···’
강태한이 그런 생각을 떠올리려던 찰나.
유세아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냉장고에 넣어뒀던 캔맥주번들을 테이블 구석에 올려놓았다.
‘하긴, 이런 곳에서 술이 빠질 수 있나.’
그 모습에, 강태한은 피식하고 실소를 터트렸다.
“태한 씨도 한 잔 하실 거죠?”
“좋죠.”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분위기에 어울릴 줄은 안다. 강태한은 유세아가 건네는 맥주를 받아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흘렀을까.
두 사람은 테라스에 놓인 테이블에 남은 안주를 가져다 놓고, 각자 맥주 캔 하나씩을 들고 쇼파에 앉아 밤바다를 보고 있었다.
“영국이요?”
“네. 다음 주 쯤에 가요.”
“와··· 어쩌다가요?”
“에버튼이라는 축구팀이 있는데··· 거기 선수들이랑 인연이 좀 닿을 일이 있었거든요. 그거랑 관련해서 초대를 받게 됐어요.”
강태한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유세아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축하해요, 태한 씨! 벌써 글로벌로 가는 거에요?”
“그냥 인연이 신기하게 닿았을 뿐이지만··· 글로벌이라고 하면 글로벌이네요.”
강태한은 싱긋 웃으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곁눈질로 유세아를 살피더니, 넌지시 입을 열었다.
“살짝 아쉬워하는 느낌이시네요.”
“어, 티나 나요?”
“티 나는 건 아니고, 그냥 느낌이요.”
강태한의 말에, 유세아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후후··· 그냥, 저도 모르게 같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배우생활을 하면서 해외에는 종종 나갔지만, 사적으로 여행을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만약 강태한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간다면··· 어떤 느낌일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직원들이 가는 자리에 무턱대고 따라간다 할 정도로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자기가 배우가 아니었으면 따라갈 수 있었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 말이다.
“다음에 같이 가면 되죠.”
강태한은 싱긋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지금도 좋잖아요.”
“···그 말도 맞네요.”
그러면서 유세아는 다시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달빛을 품은 바다.
밤하늘에선 은은한 달빛이 빛을 발하고, 바다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윽한 달빛을 머금은 채 조용히 찰랑거린다.
그러는 동안 나지막하게 귓가를 채우는 파도소리.
낮처럼 시원하고 뻥 뚫린 경치는 아니지만.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 고요한 풍경. 그 풍경에 조용히 집중하고 있다 보면, 마치 이 세상에 단 둘만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혹시, 이따가 안마 좀 해줄 수 있어요?”
조용히 그 풍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유세아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순간 강태한은 의외라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다, 빙긋 미소를 지었다.
“해드리죠, 뭐.”
그러면서 강태한은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순간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유세아.
하지만 이내 소박하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안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강태한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댔다. 보이는 것보다도 더 넓고 단단한 것이, 의외로 편안한 느낌이었다.
“안마는 언제 해드릴까요?”
“잘 모르겠는데··· 당분간은 이렇게 있을래요.”
눈앞에 펼쳐진 조용한 밤바다의 풍경.
아름답기는 하지만 조금 쌀쌀한 그 풍경 속에서, 뺨을 타고 전해지는 강태한의 체온에 유세아는 은은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 * *
“김포공항은 꽤 자주 와봤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안내를 따라 한참 걷고 있던 황 실장.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감탄을 입에 담았다.
“이런 곳이 있는 건 또 처음 알았네.”
그는 제주도 여행만 거의 열 번 정도 다녀왔었고, 그 중 예닐곱 번은 김포공항을 이용했었다. 그렇기에 나름 익숙한 곳이라 할 수 있었는데.
지금 그가 걷고 있는 곳은 상당히 생소한 곳이었다.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곳은 다름 아닌 전용기 이용객 전용 터미널.
자신이 전용기를 소유하고 있거나, 다른 사람의 전용기를 얻어 탈 일이 없다면 찾아올 필요가 없는 구역이었으니까.
“다른 터미널이랑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오히려 면세점이랑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없어서 아쉽죠.”
안내하듯 앞장서서 걷던 남자가 어깨를 으쓱거리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지난 번 강태한과 이야기를 나눴었던, 교환학생 출신의 인도인 직원이었다.
“이야, 태한 씨 덕분에 이런 구경을 다 해보네.”
“아직 도착도 안했는데요, 뭐.”
옆으로 슬쩍 다가가 강태한에게 말을 거는 황 실장. 반면 강태한은 덤덤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원래도 그랬지만, 진짜 태한 씨 따라서 가게 옮기길 정말 잘했단 말이지.”
“그러게 말이야. 하하하.”
황 실장의 말에 김성훈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새로 장만했는지, 평소 쓰지 않는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는 게 누가 봐도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들떠있는 것은 김성훈뿐만이 아니었다.
“우와, 나 저렇게 생긴 비행기는 처음 본다.”
“전용기라서 모델이 다른가보네. 신기하다.”
“야, 저기! 저기 막 이륙하려한다, 저거!”
“아이, 정씨! 살면서 공항 처음 왔어? 쪽팔리니까 좀 가만히 있어!”
“자기도 처음이라 그랬으면서 뭘···”
그 뒤로 줄지어 따라 걷고 있는 스무 명의 직원들. 그들은 줄줄이 따라오면서 저마다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처음 와보는 전용기 터미널과 창가로 보이는 전용기에 신기해하는 사람들, 오랜만의 해외여행에 살짝 설레는 사람들··· 그리고 비행기 자체가 처음이라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신기한 사람까지.
주변이 조용한 만큼 그들도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긴 했지만, 멀리서 누가 봐도 들떠있다는 걸 알 수 있을만한 분위기였다.
“왜, 다 같이 소풍가는 것 같고 좋구만 뭘.”
한편, 그 분위기를 지켜보던 황 실장이 털털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어디 메달 따러가는 것도 아니고 놀러가는 건데, 가벼운 마음으로 가자고.”
다른 사람한테 민폐를 끼칠 정도로 크게 떠들면 또 모르지만, 기분이 들떠서 일행끼리 떠드는 정도라면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다들 기내식 사먹을 달러는 따로 챙겨왔지?”
“하하, 실장님. 그게 통하겠습니까?”
“좀 당연한 걸 말했나? 하하하.”
실없는 농담을 던지고 웃음을 터트리는 황 실장.
헌데 일행 중 한 명이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이 거 참. 영국으로 간다고 해서 파운드만 바꿔왔는데. 달러도 챙겼어야했나?”
그 말에 주변 일행들의 시선이 순간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방금 전까지 옆에 있던 정씨에게 잔소리를 했던 최씨였다.
“아니, 그··· 내가 미안해, 최씨.”
그 말에, 황 실장은 뭐라 할 말을 찾다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