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24)
천마님 안마하신다-124화(124/309)
< 천마님 안마하신다 124화 >
“하, 진짜 맛있었다.”
준비된 식사가 끝나고 난 이후.
마지막 디저트 접시를 막 비운 직원 한 명이, 와인 한 모금으로 입을 축이고는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탄성을 터트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양이 많네.”
“솔직히 처음 요리가 나왔을 때, 요만큼 담겨있는 거 보고 살짝 실망할 뻔했었는데.”
요리 하나하나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디저트까지 합치면 대략 열 가지 정도의 요리가 계속해서 서빙되었다.
“영국 음식은 맛이 없다고 들었었는데 말이야.”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맛없는 것만 있겠냐?”
“그런가?”
딱히 흠잡을 곳이 없었던 훌륭한 식사.
일부러 배려를 해준 것인지 입맛에 안 맞거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요리도 없었고, 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방금 즐긴 만찬을 주제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요.”
그러던 와중, 그때까지도 강태한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마르케시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더니 새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디저트가 빨리 나온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것이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죄송합니다. 오늘 안에 본국으로 귀국을 해야 해서 말이죠.”
마르케시는 축구에 열정적인 구단주이자 리조트의 사장이지만, 인도에서 거대한 자본을 움직이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한참 재밌는 주제가 나오고 있었던 참이라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긴 했지만, 먼저 잡혀있던 중요한 일정 때문에 그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한국에 오시게 되면, 꼭 가게로 오시죠. 미리 연락을 주시면 따로 시간을 잡아드리겠습니다.”
“하하, 그건 기대가 되는군요! 꼭 가겠습니다.”
먼저 대우를 받았으니, 이쪽에서도 어느정도 대우를 해주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강태한이 그렇게 선뜻 말하자, 마르케시는 환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실장님이 군인 시절 멧돼지에게 쫓겼던 이야기도 그때 이어서 듣도록 하죠.”
“허허, 제 군대 이야기를 다 들으시려면 한 사흘 동안은 계셔야할 텐데.”
들고 있던 와인 잔을 내려놓으며 언뜻 비장한 목소리로 말하는 황 실장.
이번에 함께 식사를 하며 강태한과 나름 관계가 친밀해졌지만, 황 실장과도 묘할 정도로 이야기가 잘 통해 부쩍 가까워진 마르케시였다.
“저는 그럼 이만. 다들 편안하고 좋은 밤 되십쇼.”
마르케시는 빙긋 미소를 지은 다음, 꾸벅 고개를 숙이고서 레스토랑을 벗어났다.
“이야, 생각보다 재미있는 친구였네.”
“그러게요. 그러니 이런 식으로 초대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강태한은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놓인 프레첼 한 조각을 안주 삼아 집어먹었다.
식사는 이미 끝났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간단한 안주와 함께 술을 즐기기 위해 자리에 남아있던 것이다.
“흠흠. 여기 사장님이랑 이야기는 마무리 된 건가?”
그렇게 잠시 있었을까.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최성현이 슬쩍 다가와 강태한에게 넌지시 물었다. 뭔가 볼 일이 있는 모양.
사실 식사가 끝나갈 무렵부터, 최성현이 곁눈질로 이쪽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다는 걸 강태한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일이 있으셔서 먼저 가셨어.”
“그렇구나.”
그러면서 최성현은 자연스레 빈자리에 앉았다.
잠시 흐르는 침묵. 그 침묵 속에서, 황 실장이 술 한 모금을 마시고 넌지시 물었다.
“왜, 자리 비켜줘?”
“아뇨,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그냥 태한이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좀 있어서.”
“그런 것 같긴 한데, 뜸을 잔뜩 들이길래. 뭔데?”
“그리 중요한 건 아니고··· 아니, 중요한가?”
최성현은 애매한 표정으로 머리를 벅벅 긁적이더니, 강태한에게 곧바로 물었다.
“태한아. 내일 에버튼 선수들 안마할 때, 혹시 나도 같이 들어가도 되냐?”
“같이 들어간다니?”
“그러니까··· 나도 같이 안마를 하러 가도 되냐는 말이야. 안마가 아니라 잔심부름이라도 괜찮아.”
그러자 강태한이 오른쪽으로 슬쩍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야··· 툭 까놓고 말하면, 에버튼 선수들을 직접 한 번 보고 싶어서 그러지 뭐.”
최성현은 머쓱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옆에서 듣고 있던 황 실장이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예상했다.”
야구는 한하, 축구는 에버튼.
최성현이 스포츠 경기를 챙겨보고, 두 팀을 응원하고 있는 팬이라는 건 안마원의 대다수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다.
“흐음··· 그래?”
한편, 강태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색은 안했지만, 사실 강태한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안 그래도 혼자서 하기엔 손이 좀 모자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참이었기 때문.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사이에 모든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한 번씩 봐주고 문제가 있는 곳들은 풀어줘야 하니, 아무래도 일손이 부족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지금은 직원들에게 있어 엄연한 휴가 날이었고, 편하게 휴식에만 집중하라 한 건 자신이었기에 굳이 말을 안 하고 있었던 건데···
이렇게 먼저 말을 꺼내준다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야 도와준다고 하면 고맙지.”
더군다나 그게 장인코스의 한 명인 최성현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강태한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 * *
“오늘 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나왔어?”
방금 막 운동을 마치고 나와 자판기에서 음료 하나를 빼낸 남자. 그는 카페테리아의 좌석을 둘러보다가, 혼잣말을 하듯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곳은 에버튼FC의 트레이닝 센터.
전날 경기가 있었기에, 그 다음 날인 오늘은 각자의 휴식을 위해 아무런 일정도 잡혀있지 않지만··· 그렇다는 건, 평소처럼 트레이닝 센터에 나와 훈련을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자유의 영역이기에 평소보다 훨씬 적은 인원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늘따라 꽤 많은 선수들이 참가한 것이다.
“오, 델버! 이쪽에 앉아.”
그러다 하나둘씩 운동을 마치고, 지금은 각자 음료 하나씩을 챙겨들고서 잡담이나 나누는 시간.
한 남자가 그와 눈을 마주치자, 반갑게 웃으며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후후후, 드디어 내일이란 말이지.”
한편, 자리에 모인 선수들의 대화 주제는 아까 전부터 한 가지로 통일되어 있었다. 비장하게 웃음소리를 흘린 남자는, 깍지 낀 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맞은편에 앉은 고드윈을 쳐다보았다.
“고드윈이 말한 마사지 마스터의 솜씨를, 드디어 확인해볼 수 있겠어.”
다름이 아니라 내일 있을 마사지에 관한 이야기.
강주완이 슬럼프를 극복하고, 고드윈마저 새로운 전성기를 갱신해낸 이후, 에버튼에서는 꾸준히 천마안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두 사람의 경험담은 믿기 힘든 내용이었지만, 실제로 경기에서 결과를 내니 믿을 수밖에 없다.
자기도 한 번 직접 받아보고 싶지만, 저 머나먼 동아시아 끝 쪽에 있는데다 일정에 맞춰 예약을 잡기도 힘들기에 그럴 수도 없다.
그런 상황이니 기대감만 계속 올라갈 수밖에.
그러다 아예 구단 차원에서 그 마사지 마스터를 리버풀로 초빙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드디어 내일이면 그 마사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
“난 아예 오늘 안자고 갈 거야.”
“···왜?”
“모르겠냐? 한 번 생각해봐. 몸이 피곤하면 피곤할수록 마사지의 효과도 올라갈 거 아니야?”
에버튼의 중앙 수비수를 맡고 있는 바트 포스터.
그가 당당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내뱉자, 옆에 앉아있던 고드윈이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트렸다.
“웬일로 휴일에 센터를 나왔나 했더니, 오늘 운동하러 나온 것도 그것 때문이구만? 피곤해지려고.”
“오! 역시 고드윈이 똑똑하다니까. 바로 알아듣네.”
“하하하. 참 너 다운 생각이라 좋다. 기발하네.”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그래.”
그말에 바트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드윈이 자길 놀리고 있다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는 듯한 반응이었다.
“뭐야, 또 마사지 이야기냐?”
그러던 와중, 주변을 막 지나가고 있던 남자가 한 마디 끼어들었다. 핀잔을 주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는 에버튼FC의 주장인 이보르 깁슨.
방금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왔는지, 그는 수건으로 아직 머리에 남아있는 물기를 닦아내고 있었다.
“다들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니까? 아무리 솜씨가 뛰어나도 결국은 마사지잖아. 한계가 명확하다고.”
그는 딱 잘라 말하는 말투로 말했다.
솔직히, 그는 아직도 고드윈과 강주완이 말하는 마사지의 효과를 믿지 않았다.
물론 극찬을 하는 만큼 상당히 만족스러운 경험이기는 했겠지만, 그렇다고 저 둘의 실력이 급격히 성장한 직접적인 원인이라 보진 않는 것.
고드윈과 강주완은 예전부터 상당한 포텐셜, 즉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더군다나 두 사람 모두 자만하지 않는 타입이었기에 항상 성실하게 훈련에 참가해왔다.
두 사람의 성장은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결실을 맺었을 뿐. 그걸 마사지의 효과로 치부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생각이다.
이보르는 예전부터 두 선수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뭐야, 이보르. 초치는 소리 할 필요는 없잖아?”
“그건··· 미안하군.”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선수가 한 마디 던지자, 이보르는 반성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마사지의 효과가 전혀 없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야. 주완 같은 경우엔 그게 아니면 부상 후유증이 사라진 걸 설명하기 힘들기도 하고.”
그건 이보르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만 내 말은, 이렇게 구단 단위로 들떠서 움직일 일은 아닐 것 같다는 거야. 중요한 경기를 앞둔 상태에서는 더더욱 말이지.”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이런 식으로 구단 규모의 스케줄을 잡을만한 일이냐고 묻는다면, 거기에 대해선 솔직히 부정적이다.
좀 더 여유가 있을 때라면 휴양의 효과도 있으니 찬성했겠지만, 지금은 팀의 중요한 경기, 머지사이드 더비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같은 지역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두 팀, 리버풀FC와 에버튼FC의 대결.
허나 오랫동안 머지사이드 더비는 리버풀의 일방적인 게임이었고, 에버튼은 어쩌다가 가끔 승리를 거두는 수준에 불과했다.
허나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강주완과 고드윈의 투탑 체제부터 시작해서 팀의 폼도 충분히 올라왔고, 객관적인 지표로 봐도 상당히 해볼 만했던 것이다.
이제는 이기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
그렇기에 마사지에 들떠있기보단, 좀 더 훈련에 집중하고 다음 경기에 집중해야할 때가 아닌가,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뭐, 나는 이보르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한편, 이보르의 말에 고드윈은 너스레를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이보르가 팀을 위해 생각하고 움직이는 주장이라는 건, 에버튼의 모든 선수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다만 살짝 고지식한 면이 있어 간혹 가다 이런 식으로 분위기랑 어긋날 때가 있다는 게 문제였을 뿐.
“···알아주면 고맙고.”
본인도 그런 부분은 인지하고 있는지, 이보르는 머쓱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거나, 모두 마사지와는 별개로 컨디션 관리는 평소처럼 해둬. 특히 바트 너 말이야.”
“···알았어, 이보르.”
시큰둥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는 바트.
그래도 거기에 나름 만족했는지, 이보르는 손을 흔들고는 다시 갈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마 내일이면 주장도 생각이 바뀌어 있을 걸?”
그렇게 충분히 거리가 벌어지자.
고드윈은 웃음기 서린 말투로 동료들에게 소곤소곤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 * *
다음 날.
“우와아··· 진짜로 왔다.”
임시 안마원으로 꾸며진 홀의 테라스에서, 최성현은 감탄 섞인 목소리를 흘렸다.
테라스 아래로 보이는 호텔의 입구에는 큼직한 버스 두 대가 서있었고, 거기선 최성현의 눈에 익은 얼굴들이 줄줄이 내리고 있었다.
“···야, 이거 너무 현실성이 없다.”
고급 리조트의 호텔, 그것도 영국 리버풀에 있는 리조트의 호텔에서, 자기가 응원하던 프리미어 리그 팀의 선수들을 두 눈으로 보고 있다.
그야말로 꿈만 같은 상황에 최성현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 반응을 지켜보던 강태한은 저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음을 흘렸다.
“많이 좋은가 보네.”
“신기하잖아!”
“나는 봐도 잘 모르겠는데. 강주완 선수랑 고드윈 선수 정도?”
강태한이 최성현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직접 만났던 두 선수의 얼굴은 알고 있지만, 축구 경기를 챙겨보는 것도 아니었기에 다른 선수들은 그저 처음 보는 외국인들일 뿐이었다.
“그걸 왜 몰라? 봐봐. 왼쪽부터 바트 포스터, 고드윈 벨스터, 카밀 헤이그, 에레스라 비모흐···”
박자를 맞추듯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나열하기 시작하는 최성현.
“다른 건 모르겠는데, 네가 오늘 아주 신났다는 거 하나만큼은 잘 알겠다.”
그 와중에도 싱글거리는 친구의 얼굴에, 강태한은 가벼운 실소를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