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35)
천마님 안마하신다-135화(135/309)
< 천마님 안마하신다 135화 >
“···뭐길래 그렇게 생색을 내십니까?”
말만 들어봐서는 약간 수상한 느낌도 든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요상한 종교나 다단계를 권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황지운이 알고 있는 조찬혁은 그런 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 그렇기에 의심이 가기보다는 오히려 기대감이 생긴다. 무슨 일이기에 저렇게 거창하게 말하고 뜸까지 들이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지?”
“아니, 뭐··· 알려준다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죠.”
황지운은 겉으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러면서 눈동자에서 살짝 반응이 오고 있는 것이, 내심 기대를 하고 있는 티가 난다. 그 모습을 보며 조찬혁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안마야.”
“···안마요?”
황지운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나타났다.
뭔가 대단하거나 범상치 않은 뭔가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안마라니. 괜히 기대치가 높았던 탓일까, 살짝 올라가 있던 황지운의 어깨가 다시 스르륵 내려갔다.
“뭐, 안마 좋죠. 저도 예전에 종종 받았었고.”
적당한 말로 대꾸를 하긴 했지만, 방금 전보다 텐션이 한참 낮아진 것이 보였다.
물론 안마를 받으면 좋기는 하다. 컨디션 회복 효과도 있고, 솜씨 좋은 분에게 받으면 최소 일주일은 이어질 피로가 몇 시간 만에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 이상의 효과는 딱히 기대하기 힘들다. 그리고 지금 그 정도 효과만으로는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그것만으로는 시간에 맞춰 다리를 회복하고, 이번 공연에 주연으로 나가는 일이 불가능했으니까.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소위 기적 같은 일이었다.
“너 지금 살짝 실망했구나.”
“···솔직히 말하면, 조금요.”
굳이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황지운. 허나 조찬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들어봐라. 그냥 안마였으면 내가 애초에 추천을 안 해주지. 안 그렇냐?”
···그것도 그렇다.
아직까지도 살짝 못미덥기는 했지만, 조찬혁의 말에 황지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아까 말했듯이, 내가 원래 편두통이 심했었잖아. 한 번 터지면 촬영도 못하고 그랬었거든.”
“많이 힘들어했었죠.”
“그때··· 블미션 촬영했을 때, 한 번 길거리 한복판에서 편두통이랑 공황장애가 같이 왔었던 적이 있거든. 팬 분들도 잔뜩 몰려와가지고.”
조찬혁은 그 당시를 떠올리며 중얼거리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살짝 어질한 느낌이 날 정도로 끔찍한 기억이었다.
“···기사로 본 적이 있네요.”
“선생님을 처음 본 게 그 때야.”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심장은 쿵쾅거리고.
당장이라도 의식이 끊어질 것 같았던 그 때.
마치 시원한 샘물이 흘러들어오듯, 머리를 맑고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려보니 옆에는 강 선생님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원래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에 드는 느낌이 있는데, 그 느낌이 오더라고. 그래서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이 싸악 맑아지는 거야.”
“······”
“거의 생명의 은인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선생님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그냥 가시더라고. 그래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는 조찬혁과,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황지운. 그는 잠깐 손을 내밀어 말을 끊은 다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금 무슨 무협소설 이야기 하는 거 아니죠?”
“그런 거면 말도 안 했지. 내가 겪은 실화야.”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조찬혁.
허나 황지운은 애매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일단은 무협소설을 말했지만, 그보다는 약간··· 사이비로 권유하는, 그런 느낌이 더욱 강했다.
이 물만 마시면 전부 낫는다는 둥.
교주님의 손길로 불치병이 치료되었다는 둥.
딱 그런 느낌이지 않은가.
‘하지만 살짝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찬혁이 하는 말이다. 평소 쌓아둔 이미지와 신뢰가 있었기에, 마냥 그런 걸로 치부할 느낌도 아니었다.
“뭐 내가 직접 말하기는 했지만, 그냥 듣는 입장에서는 좀 수상한 느낌이 들 수 있기도 해.”
조찬혁이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실화고 진실인 것을.
실제로 그는 그 이후로 한 번도 편두통을 앓아본 적이 없다. 온갖 병원을 돌아다녀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한 지병이었는데도 말이다.
“큰마음 먹고 내가 예약해둔 걸 좀 양보해줄까 했는데··· 관심이 안 가면 어쩔 수 없지. 평안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고, 억지로 권할 순 없으니까.”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황지운이 넌지시 물었다.
“왜요. 원래는 예약하기 힘들어요?”
“사람이 워낙 많거든. 특히 선생님이 직접 봐주시는 천마코스는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조찬혁은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시늉을 좀 하고는 긴가민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매번 받고 나오자마자 바로 예약 잡고 돌아가는데··· 우연히 취소로 자리가 나는 게 아니면, 대충 삼 주에서 사 주 정도는 걸리지?”
“흠. 그 선생님은 하루에 몇 명 안 받으시나 봐요?”
“아니. 매일 풀타임으로 계시는 것 같던데.”
“···근데 그 정도란 말이에요?”
조찬혁의 말에, 황지운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지금이 아니면 받고 싶어도 받기 힘들다는 말.
그것만큼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말도 없다. 생각에 잠겨있는 황지운의 모습에, 조찬혁은 피식 웃으며 쐐기를 박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받아볼 거야, 말거야? 안 받으면 그냥 내가 받으러 가고. 나도 한 달에 한 번 받는 거거든.”
“···한 번 받아볼게요.”
“진작 좀 그래라.”
한 번의 재촉에 넘어오는 결정.
좋은 것도 효과가 믿기 힘든 수준이 되면, 오히려 권하기가 힘들어지는구나.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조찬혁은 스마트폰으로 황지운에게 일정표를 보냈다.
“연락은 해둘 테니까, 이 날 찾아가면 돼.”
“···고마워요, 형.”
“아마 안마 받고 나오면, 더 고마워질 걸?”
황지운의 말에 빙긋 미소를 짓는 조찬혁.
그러다 문득, 뒤늦게 떠올린 사실에 조찬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근데 내 커피는 언제 나와?”
“뭐 시켰는데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벨이 고장난 게 아닐까요?”
잠시 후, 조찬혁은 얼음이 이미 꽤 녹아있는 아메리카노 한 잔과 치즈케이크 한 조각을 들고 테이블에 돌아왔다. 치즈케이크는 고장난 벨에 대한 사과의 표시였다.
* * *
“좀 어떻습니까? 선생님.”
라이너 빌딩의 20층에 위치해있는 천마안마.
안마실의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장태현은, 자신감 반, 근심이 반이 섞여있는 묘한 목소리로 넌지시 물었다.
“흐음···”
그리고 그런 장태현의 목 부근에 손가락을 대고 있는 강태한의 모습. 그는 나지막하게 침음을 삼키더니, 펼쳤던 기감을 거두고 손가락을 떼어냈다.
“확실히 좋아졌네요.”
그러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확인한 결과를 말했다.
“조만간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정말입니까?”
“예.”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듯이 짧고 단호한 대답. 그 말에 장태현은 주먹까지 쥐면서 기뻐하는 반응을 보였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탈모와 안녕인가!’
다소 진중한 분위기 속에서 오고 간 두 사람의 대화. 그 대화는 다름이 아니라 장태현의 원형탈모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원래 작은 땜빵 수준이었던 원형탈모가 점점 커지더니 가발을 쓰고 다녀야만 했던 장태현인데.
이제는 가발을 쓰지 않아도, 굳이 다른 머리카락까지 끌어와서 덮어주지 않아도 딱히 그런 티가 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빽빽하게 새 머리카락들이 돋아났던 것이다. 그것도 두툼하고 질긴 강모로!
‘이렇게까지 회복속도가 빠른 경우는 보기 드문데··· 그동안 공을 들이신 게 드디어 효과가 나오는 모양이군요. 이제 재발만 주의하시면 되겠습니다.’
평소 그를 진찰하던 의사도 사실상의 완치를 말했었던 상황. 여기에 강태한의 말까지 듣고 나니, 장태현은 진정으로 탈모의 늪에서 빠져나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잠시 동안 감격의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장태현은 누워있던 몸을 살짝 일으켜, 강태한에게 감사인사를 표했다.
“아직 안마는 시작도 안 했는데요.”
“제 오랜 근심을 덜어주신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다소 진중한 목소리. 강태한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무림에도 탈모는 존재했고, 그로 인한 근심 때문에 수련에 지장이 생기거나 아예 심마(心魔)에 빠져버리는 경우도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사실 선생님께는 감사할 일이 많기는 하죠. 사적인 일로도, 그리고 사업적인 일로도···”
원형탈모 뿐만 아니라 안마의자도, 그리고 가장 처음, 갑작스런 건강악화로 쓰러진 아버지를 도와주셨던 일도···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할 지 모르겠군요. 혹시 필요하신 건 딱히 없으십니까?”
“저야 뭐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강태한이 옆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마땅히 짚이는 건 없었지만,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기는 했다.
“으음. 그러고 보니 아버지께서 안마의자 한 대 정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하긴 하셨는데요.”
“안마의자 말입니까?”
장태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전에 그와 상반되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기억이 있었던 탓이다.
“저번에 안 그래도 회사차원에서 좀 보내드리려했었는데, 아버지께서 거절을 하셨다고···”
“저희 아버지가요?”
“예.”
이번에는 강태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버지가 딱히 선물을 마다하실 만한 분은 아닌데.
같이 마트를 돌 때도 시식코너가 있으면 꼭 한 번 먹어보고, 사은품이 있으면 그것까지 챙겨 오시는 분이다.
“뭔가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군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리는 두 사람.
특히 장태현의 머릿속에서는 김미영이라는 담당자의 이름이 자꾸 머릿속에 어른거렸다.
“그건 그렇고.”
그러던 중.
슬쩍 시간을 확인한 강태한이 장태현에게로 다가와, 등 위에 손을 올렸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옆에 있던 장태현도 뒤늦게 알아차렸을 정도다.
“슬슬 시작하도록 하지.”
“예··· 어억!”
마음의 준비가 들어가기도 전에 바로 들어가는 지압. 이번이 세 번째로 받는 안마였지만, 익숙한 듯 익숙해지지 않는 이 자극에 장태현은 짧고 굵은 비명을 터트렸다.
‘뭔가 여태동안보다 압이 센 듯한···’
뿐만 아니라 평소보다 좀 더 아픈 듯한 느낌.
그리고 그건 잘못 느낀 것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이 좀 줄어들었지만··· 걱정하지 말게. 그만큼 조절을 하면 그만이니.”
혈을 뚫어내는 힘도.
곳곳을 짚어내는 손길의 속도도.
평소보다 두 배 정도는 올라간 느낌이다.
“으으으으윽!”
허나 장태현이 느끼는 자극은 평소의 몇 배는 되는 듯한 느낌! 곱연산이 아니라 제곱이 들어간 듯한 그 자극에, 장태현은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었다.
* * *
“바디케어 쪽은 그야말로 순항 중이고···”
여의도 공원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그곳의 구석진 창가 자리에서, 최 비서는 태블릿PC에 담긴 서류들을 살펴보며 보고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대청그룹 장태현 회장의 비서.
가장 기본적인 스케줄 조정과 일정 조율에서부터 임시 경호, 간단한 서류 분류와 정리까지 도맡아하고 있는 나름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다른 쪽에서도 딱히 시급한 사안은 없어 보이네.’
현재, 대청그룹은 전체적으로 순조로운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고 그냥 무난하지만, 그렇다고 정체되어있는 것도 아닌.
얼마 전까지 바디케어 쪽이 실적이 점점 떨어지면서 사실상 적자를 내고 있었던 상황이지만, 그것도 이번 신제품의 성공으로 뒤집어진지 오래다.
단순히 적자에서 벗어난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열풍을 일으키는 수준. 덕분에 바디케어는 말할 것도 없고, 그룹 내 다른 회사들의 주가까지 천천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중이었다.
“···확실히 장난 아니기는 했지.‘
이번에 바디케어에서 나온 신제품, ‘더 마이스터’를 이용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최 비서는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기존 안마의자와는 궤를 달리하는 느낌.
처음 회장님이 강 선생님을 기술고문으로 추천할 때만 해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조금 과한 결정이 아닐까’ 했었지만, 직접 체험해보고 난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이걸 당사자에게 직접 받아보면 어떤 느낌일까, 라는 생각에 천마안마에 곧바로 예약 문의를 넣었을 정도였으니까.
‘어쨌거나 회장님이 따로 신경을 쓰실만한 건···’
이것 정도겠지.
스크롤을 주르륵 올리자, 꽤 길게 작성된 문서 하나가 나타났다. 이는 대청건설에서 보내온 보고서.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인도의 엘리펀트 인더스트리에서 진행되는, 대형 정유 플랫폼 수주 건과 관련된 보고서였다.
한 번에 수천억 단위가 오고갈 대형 프로젝트.
허나 사실 경쟁후보들도 쟁쟁하고, 딱히 연줄이 있는 곳도 아니었기에 거의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기획인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 임원급도 아니고 그룹의 회장인 타르빈 마르케시가 직접 찾아온다고 해서 헐레벌떡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르케시는 기분에 따라 간혹 기행을 벌이는 일이 있다고 알려진 인물.
한국에 갑자기 찾아온 것도 그런 기행들 중에 하나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이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바디케어 덕분에 그룹 계열사들이 전체적으로 우상향을 하고 있는 지금. 여기서 이 프로젝트까지 따내게 된다면, 그야말로 호재 중의 호재가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일단은··· 음?’
관련 서류들을 중심으로 정리를 하고 있던 와중.
창가 너머로 보이는 어떤 얼굴에, 최 비서는 스마트폰을 꺼내 뭔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으로 찾아낸 것은 타르빈 마르케시의 얼굴.
그리고 바깥에서 보이는 것도 타르빈 마르케시의 얼굴이었다.
“···뭐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스마트폰을 틈틈이 확인하고.
발걸음에 약간 자신이 없는 느낌이 들고.
전형적인 길을 잃은 사람의 특징이다.
‘수행원들은 어디다 두고? 아니, 애초에 아직 입국예정일까지도 한참인데?’
그러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기행.
모든 상황을 이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중요한 건 매우 귀중한 클라이언트가 곤란한 상황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최 비서는 급하게 짐을 정리하고는, 곧바로 카페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