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43)
천마님 안마하신다-143화(143/309)
< 천마님 안마하신다 143화 >
‘···뭐지?’
침대에 앉아서 문 쪽을 쳐다보고 있던 황지운.
그는 방 안으로 들어온 강태한과 눈을 마주친 순간, 저도 모르게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뮤지컬 배우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황지운은 사람의 인상이나 분위기를 보고 이 사람이 대충 어떤 사람인지, 높은 확률로 파악해낼 수 있었다.
일종의 캐릭터를 분석하는 능력이라고 할까?
헌데 이 남자는··· 외모는 그냥 좀 훤칠하고 건장한 청년정도였으나, 느껴지는 분위기는 전에 본 적이 없는 비범한 인상이었다.
다소 비현실적인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할까.
굳이 비슷한 예시를 들어보자면··· 실제로 만나본 사람이 아니라 뮤지컬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 그 중에서도 상당히 위압감이 있는 캐릭터들 중에서나 비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그런 황지운을 쳐다보고 있던 강태한.
‘깁스한 손님은 오랜만이구만.’
그로서도 약간 생소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깁스를 한 사람이 안마원에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 일단 안마라는 것 자체가 몸을 압박하거나 두드리는 행위이기에, 깁스를 할 정도의 부상을 입고 안마를 받기가 살짝 꺼려지는 것이다.
깁스를 이제 막 풀었다며 재활 겸 찾아왔다는 손님들은 종종 보이지만, 이렇게 아예 깁스를 차고 오는 손님은 정말 보기 드물다고 할 수 있었다.
‘뭐··· 물론 그렇다고 안 될 것도 없지만.’
허나 딱히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깁스를 하고 있는 사람이 어지간해서는 찾아오는 일이 없을 뿐.
물론 평소보다 좀 더 신경 쓸 부분이 많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안마를 할 수 없을 정도의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 따로 봐드릴 곳이 있습니까?”
가벼운 미소와 함께 천천히 다가가는 강태한.
불편해 보이는 곳이 명확하게 보이기는 했지만, 강태한은 평소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질문을 건넸다.
“아, 사실 제가 다리가 부러져있는데 말이죠···”
황지운은 머쓱한 기색이 담긴 목소리로 넌지시 입을 열었다. 깁스만 봐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강태한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제가 좀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있어서요. 되도록이면 빠르게 회복을 좀 하고 싶은데···”
황지운은 잠시 머뭇거리며 뜸을 들이다, 조심스레 부끄러움이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시··· 재생력이라 해야 하나, 그런 걸로 회복속도를 좀 앞으로 당길 수 있을까요?”
끝내 말을 꺼낸 황지운은 머쓱해하는 얼굴로 괜스레 시선을 피했다. 본인이 말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요청이란 생각이 들은 것이다.
무슨 게임 속 이야기도 아니고, 현실에서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흠. 알겠습니다.”
허나, 강태한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난감해하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건 좀···’ 같은 반응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담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당황하기는커녕 ‘그렇구나.’하는 정도의 반응.
그 반응에 오히려 황지운이 놀라 되물었다.
“어··· 가능한 겁니까?”
“뭐 자세한 거는 직접 좀 살펴봐야 알겠지만, 딱히 불가능할 것도 없죠.”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는 강태한. 그는 이번에도 그리 대수롭지 않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반응을 보면 원래 무작정 허풍부터 떨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부터 들만도 한데···
그 담담한 반응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 자체에서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인상 때문일까, 황지운은 그의 말에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고 있었다.
‘···하긴, 내가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지.’
이대로라면 공연에 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일단 한 번 보겠습니다.”
“그럼··· 부탁을 좀 드리겠습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주연으로 서는 꿈을 위해서라도, 자길 기다려주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 황지운은 양다리를 침대 위에 올리고 조심스레 몸을 엎드렸다.
“···엇?”
황지운의 등 위에 슬쩍 올라가는 강태한의 손.
단지 그 뿐이었건만, 그의 입에선 당혹어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마치 큼직한 주춧돌이라도 얹어놓은 듯한, 그런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진 것이다.
“흐음···”
한편, 황지운이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동안, 강태한은 그의 몸 안쪽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중요한 무대가 있다고 했었나?”
“예? ···아, 네.”
“그게 언제인가.”
갑자기 바뀐 말투와 목소리.
방금 전까지 은은하게 느껴지던 위압감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듯한 느낌이다. 마치 공연 중에 배역이 바뀌기라도 한 듯한 느낌이랄까.
다만 그 변화에 짐짓 당황하기는 했어도, 그 말투가 워낙 잘 어울렸던 탓인지, 아니면 위압감 때문인지 굳이 물어볼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그게, 다다음주쯤입니다.”
얌전히 그의 질문에 답하는 황지운.
그러자 강태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흠. 확실히, 이대로면 그때까지 낫기는 힘들겠군.”
강태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뼈 자체는 얼추 자리가 잡혀있다. 이대로 뼈가 붙기만 하면 되는 상황. 허나 그 기한은 아무리 짧게 잡아 봐도 스무날 정도는 필요하다.
게다가 뼈가 붙은 직후에는 아무래도 연결부분이 취약할 수밖에 없으니, 다소 격하게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진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군요.”
그 말에 황지운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원래 별 기대를 안 하고 왔을 터인데, 저도 모르게 슬쩍 기대감을 품었던 것인지 생각보다도 착잡한 심정이었다.
“뭐, 어디까지나 가만히 있었을 때의 이야기일세.”
그러자 강태한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얼떨결에 말장난을 하는 형국이 되어버린 탓이다.
“그럼··· 고쳐주실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부러진 뼈를 고치는 것까지는 무리지만··· 자네의 요청사항을 들어주는 것 정도야, 충분하겠지.”
황지운은 자기가 했던 말을 되짚어보았다.
회복속도를 빠르게 앞당겨달라는, 다소 어처구니가 없게 들리는 내용. 허나 강태한은 담담한 목소리로 그게 가능하다고 말하는 중이었다.
“정말 그게 가능한···”
“생각보다 시간이 좀 지체되었군.”
살짝 감격이 어려 있는 얼굴의 황지운.
허나 강태한은 슬쩍 시간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다가와 그의 목 아랫부분과 꼬리뼈 부근에 양손을 각각 올려놓았다.
“일단 안마부터 시작하기로 하지.”
그러고는 다리미대 위에 올려놓은 빨래를 펴내듯, 양손을 주욱 밀어낸다. 그러자.
“으그으윽?!”
떠더더덕!
척추에서 울려 퍼지는 중저음의 관절음!
그 낯선 울림과, 마치 뼈 마디마디에 바람구멍이 뚫리는 듯한 섬찟한 감각에, 황지운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 * *
“으음···”
노곤한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눈을 뜨던 황지운.
“···허억!”
그러다 순간 화들짝 놀라며,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일어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탁상 위에 올라와있는 전자시계를 쳐다본 것이었다.
‘한 시간이 지났어?’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시간은 그새 한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혹시 시계가 잘못된 건가 싶어 스마트폰까지 꺼내 확인해봤지만, 탁상시계와 똑같은 시간이 나와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상황이.’
캄캄한 방 속에서, 황지운은 잠시 이마를 짚고 기억을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허나 제대로 된 기억은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쾌감에 이리저리 휩쓸리던 기억밖에 없다. 확실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솜씨가 말 그대로 비범했다는 것 정도.
‘마지막쯤은 정말 말이 안 나왔었지···’
마지막으로 왼쪽 다리를 손봐주셨을 때.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온몸의 신경이 그쪽으로 다 몰려 들어간 것처럼 엄청난 감각이 느껴졌었다.
시원하면서도 따스하고.
뜨겁게 달궈지는 것 같으면서도 차갑게 식혀지고.
굳이 말로 표현을 하려면 이런 모순된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 그런 오묘한 감각이었다.
‘근데 깁스를 푼 기억은 없는데 말이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왼쪽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역시 그대로다. 붕대를 풀었다가 다시 두른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는 건, 깁스를 한 상태로 안마를 했었다는 것.
···그게 가능한 일인가?
불편한 걸 떠나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런 의문을 떠올리며, 멍하니 앉아있던 황지운은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려했다.
“···으악!”
그러던 와중, 그는 기겁을 하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다른 생각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저도 모르게 무게중심을 부러진 왼쪽 다리에 주고 일어섰던 것이다.
뒤늦게 이를 깨닫고 다시 앉아, 반사적으로 왼쪽 다리를 감싸 안고서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는데···
“···어라?”
생각보다 괜찮다.
아프지도 않고 그냥 아무렇지 않은 느낌.
그는 침대에 앉은 채로 다리를 구부렸다 피기를 반복하다가, 조심스레 땅바닥에 왼쪽 발을 내려놓고 살짝 몸을 일으키듯 몸무게를 실었다.
“어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왼쪽 다리에 조금씩 힘을 더하던 황지운은, 마침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을 뿐.
‘···몸도 엄청 가벼워.’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목발을 짚고 다니다보면, 움직임과 균형이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몸이 굳어갈 수밖에 없다.
황지운은 무대복귀를 위해 꾸준히 재활운동을 해주고 있었지만, 그것도 결국은 한계가 명백한 수준.
헌데 그 뻐근했던 온몸이, 지금은 기름이라도 칠해놓은 것처럼 부드러웠다. 당장 동네 한 바퀴라도 달려보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말이다.
“흐핫, 흐하핫!”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두 다리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천천히 몸을 움직이더니, 웃음을 흘리며 스트레칭을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일어나셨나요···?”
그러는 사이 문을 열고 들어온 직원.
그는 안에서 스트레칭을 하다못해 제자리에서 뜀박질까지 하고 있는 황지운의 모습을 발견했다.
“저, 원장님이 전해두란 말씀이 있었는데···”
“예, 말씀하시··· 어억!”
그렇게 뛰고 있던 와중.
황지운은 다시 왼쪽 다리를 감싸 쥐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지레 겁을 먹은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느껴지는 통증과 욱신거림 때문이었다.
“얼추 회복되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한 이틀 동안은 얌전히 계시는 편이 좋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 그렇군요.”
잔뜩 흥이 올라있던 기세가 단번에 꺾어진 모습.
그래도 점프까지는 안 해봐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황지운은 욱신거리는 다리를 조심스레 매만졌다.
* * *
라이너 호텔의 연회장.
수십 개의 테이블들은 손님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들의 시선은 전면의 단상 위에 선 남자에게로 집중되어 있었다.
“오오오오!”
그리고 남자의 손에서 쥐어져있던 손수건이 하얀 비둘기로 바뀌는 순간, 사람들의 입에서 환호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와··· 어떻게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연신 박수를 치고 있던 유세아가, 아래에 놓인 냅킨으로 마술의 흉내를 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신기하네요.”
“그러게요.”
그런 유세아의 말에 강태한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라이너 호텔에서 준비한 디너쇼.
국내 유명 마술사들이 참여했다고 하더니, 확실히 마술의 수준이 상당하다. 강태한도 대단한 솜씨라고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손짓만으로 저걸 다 구현해낸단 말이지···’
찰나의 눈속임을 던져놓고 그 사이에 구현해내는 트릭.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말 그대로 마술로 보일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정교하면서도 신속한 그 손놀림은, 사천당문의 암기를 다루는 솜씨에도 비견할만한 정도.
강태한은 단순한 신기함과는 조금 다른 감탄의 의미로 박수를 쳤다.
“근데 여기, 자리 구하기 힘들지 않았어요?”
디너쇼 자체는 각색이지만, 유명 마술사들이 참여하는 이런 본격적인 자리는 아무래도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가요?”
허나 강태한은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는 단지··· 이 호텔의 총지배인, 곽상영에게 따로 자리를 받았을 뿐이었다.
“저도 아는 분에게 선물을 받은 거라.”
“아하···”
굳이 감출 일도 아니기에 솔직히 말하는 강태한.
그러자 유세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한 씨가 은근히 인맥이 참 넓은 편이란 말이죠.”
“그렇다고 하기엔··· 아니, 그런 편이네요.”
강태한은 아니라고 말을 하려다 이내 말을 삼켰다.
장태현 회장, 강주완 선수, 에이원인 박시준···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얼굴들이, 그야말로 각 분야의 유명인들뿐이었던 것이다.
“제가 인복이 좀 있나봅니다.”
강태한은 괜스레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잔을 집어 와인 한 모금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