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47)
천마님 안마하신다-147화(147/309)
< 천마님 안마하신다 147화 >
“흐음, 그럼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잠시 조용히 명함을 들여다보고 있던 최아람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뭇 진지하게 들리는, 그런 목소리였다.
“···흠흠, 왜?”
그러자 장우영이 조심스레 되물었다.
강태한의 말을 생각해 괜한 기대감을 주지 않으려 말을 골랐던 장우영이었기에, 내심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있었다.
“왜긴요. 아무래도 대기업 회장님이 직접 추천해주는 가게잖아요. 실력 하나는 확실하겠죠.”
“아··· 그렇지.”
허나 기우였던 듯, 최아람은 장난기가 살짝 어린 목소리로 덧붙이듯이 말했다. 그녀의 말에 장우영은 슬쩍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뭐 기업 회장이라고 해서 좋은 가게를 알고 있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곳의 안마솜씨가 장난 아니라는 건, 내가 보장해줄 수 있지.”
“하하, 그럼 꼭 가봐야겠네요.”
읏차.
장우영의 말에 대답을 하고 난 직후, 최아람은 벤치프레스 머신 옆에 고정해둔 휠체어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팔의 힘만으로 휠체어 위에 올라가는 동작.
최아람은 역도 금메달리스트로서 상당한 근력을 갖고 있었지만, 아직은 아무래도 움직임이 어색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좀 도와줄까?”
“아뇨, 괜찮아요.”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장우영이 다가가며 묻자, 최아람이 살짝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났을까. 다소 어설프긴 했어도, 그녀는 마침내 혼자 힘으로 휠체어 위에 앉는데 성공했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움은 감사하지만, 결국 저도 이 몸에 적응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말하는 그녀의 입가에는 어색한 미소가 있었다.
이미 뭔가를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인, 그런 인상.
어찌 보면 그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으나, 한 편으로는 가슴 한 켠이 씁쓸해지는, 그런 모습이었다.
‘강 원장이 굳이 당부하듯 말한 이유를 알겠군···’
장우영은 최아람을 꽤 예전부터 알고 지냈다.
처음엔 그냥 재단을 운영하는 기업가와 후원을 받는 선수, 단지 그 뿐이었으나, 그녀와 언니의 사연을 알게 되고나니 괜스레 좀 더 마음이 갔던 것이다.
식사도 같이 몇 번 하고, 경기나 행사 같은 것이 있으면 괜스레 참가하게 되고··· 이제는 나이차가 좀 많이 나는 조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기에 장우영은 최아람이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해왔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그걸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기까진, 짐작하기도 힘든 수준의 좌절과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다면.
그리고 그게 헛된 희망이라면.
가슴에 한 번 더 못을 박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근데, 이렇게 되니 새로 깨닫는 부분도 있어요.”
“새로 깨닫는 부분?”
“네. 언니가 그동안 이렇게 지내왔었겠구나··· 하는 느낌? 배려가 부족했던 부분들도 좀 보이고요.”
최아람은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머쓱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장우영은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에 입술 안 쪽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렇구나.”
솔직히, 강 원장이 그녀를 치료해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하반신 마비는 근육이 뭉치거나 허리가 좀 쑤시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고, 강 원장 본인도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 정도’라고만 말했으니까.
‘아마 기적같은 일이 되겠지.’
허나, 그래도.
최아람은 그 기적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 적어도 장우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람아.”
“네, 왜요?”
“잘 될 거다, 아마도.”
스스로의 힘으로 바퀴를 굴려 앞으로 나아가는 최아람. 그런 그녀의 옆을 따라 걸으며, 장우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 한 마디를 입에 담았다.
* * *
“···새삼 신기하네.”
라이너 빌딩 꼭대기 층에 위치한 사우나.
그곳의 온탕에 몸을 담근 상태에서, 최성현은 손바닥을 꼼지락거리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반쯤 눈을 감고 앉아있던 강태한이 넌지시 물었다.
“뭐가?”
“내 체력이 말이야.”
손바닥을 꼼지락거리던 최성현은 팔을 굽혔다가 피더니, 어깨를 휘휘 돌리기 시작했다.
지금 그는 퇴근하자마자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사우나에 들어온 상태였다. 그렇기에 충분히 피곤할 법한 상황인데··· 그런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았던 것.
“몸이 그냥··· 편안하네.”
처음 강태한을 따라 운동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
그때는 운동을 마치고 사우나에 들어오면, 몸이 피곤한 나머지 반쯤 녹아내린 듯한 기분이 됐었다. 몸 곳곳에서 근육통의 조짐들도 느껴지고 말이다.
헌데 지금은 다르다.
피곤하단 느낌도 딱히 없고, 근육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냥 단지··· 개운한 기분이 들 뿐.
“슬슬 체력이 올라올 때도 됐지.”
“그런가?”
원래도 최성현의 체력이 안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루에 열 명이 넘는 손님들에게 안마를 해주는 것.
그 자체가 상당히 많은 체력이 요구되는 일이고, 만약 그의 체력이 부족했다면 장인코스를 맡게 되기는커녕 진즉에 뻗어버렸을 테니까.
다만 업무가 벅찬 만큼, 예전엔 퇴근하고 나면 집에 돌아가자마자 뻗어버렸었는데··· 요즘은 이렇게 운동을 하고 난 뒤에도 체력이 남는 느낌이다. 몸에 활력이 남아돈다고 할까.
“원래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거든.”
“그것도 그런데··· 네 역할도 좀 큰 것 같다.”
예전에도 피트니스 센터를 다녀본 적은 있다.
다만 그때는 무슨 운동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운동을 한다고 당장 뭐가 바뀌는 것 같지도 않아서 금방 의욕을 잃었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무슨 운동을 해야 하는지 네가 딱딱 짚어주잖아.”
강태한이 말해준 대로만 하면 거짓말처럼 몸에 성과가 쭉쭉 나타났던 것.
그냥 ‘오늘은 무슨 기구를 하는 게 좋겠네, 오늘은 무게를 살짝 늘려보는 게 좋겠네’라고 툭툭 말해주는데, 그 가벼운 조언들이 그렇게 도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뭐··· 원래 간단한 길잡이도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는 법이니까.”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강태한. 개인의 몸 상태에 맞춰 조언을 해주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굳이 부정은 하지 않았다.
“아, 그건 그렇고. 오늘 삼겹살이나 먹을까?”
얼추 화제가 마무리되고 잠시 이야기가 뜸해질 타이밍. 그때, 문득 생각난 듯 최성현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삼겹살?”
“그 왜, 저번에 네가 장 회장님이랑 갔다던 삼겹살집 말이야. 거기 맛있었다면서.”
눈썹을 긁적이던 강태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이야기의 주제가 무거웠던 탓에 마냥 식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기도 좋았을 뿐더러, 장우영 회장의 말대로 멜젓 소스의 맛이 훌륭했다.
“거기 맛있었지.”
“이게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어. 대기업 회장님이 단골로 다니는 맛집인 거잖아?”
최성현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설렘마저 담겨있었다. 허나 강태한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못 가.”
“아, 그래? 약속이 있나?”
“손님이 있거든.”
강태한은 목욕탕 안의 시계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퇴근 후 운동까지 마친 상황이었지만, 오늘은 따로 찾아올 손님이 있었다.
“아니, 원장님. 원장님이 쉬셔야 저희도 쉬죠.”
“언제는 안 쉰 것처럼 말하네.”
최성현의 우스갯소리에 강태한은 피식 웃으며 먼저 몸을 일으켰다. 아직 탕에 몸을 담근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몸을 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 * *
‘···음?’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와, 가게로 걸어가던 중.
강태한은 복도에서 왠지 낯이 익은 사람과 마주쳤다. 휠체어 옆을 따라 걷고 있는 양복차림의 남자. 그도 강태한을 알아봤는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원장님.”
“···장우영 회장님의 수행원 분이셨죠?”
“예, 맞습니다. 기억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아마 휠체어에 타고 있는 사람이 오늘의 손님이리라. 강태한이 슬쩍 시선을 보내니, 그녀 쪽에서 먼저 인사를 건네 왔다.
“안녕하세요, 최아람이라고 합니다.”
“강태한이라고 합니다.”
싱긋 웃으며 손을 내미는 강태한.
최아람은 옷소매에 손을 문지르고는 강태한과 악수를 나눴다.
‘다행히··· 기의 흐름이 꽤 불안정하군.’
악수를 나눈 것은 몇 초 되지 않는 짧은 사이.
그 사이에 혈도의 흐름을 가볍게 살펴본 강태한은 안도의 기색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물론 체내에 기의 흐름이 불안정한 것은 몸에 이상이 있다는 뜻이었고, 다행이라는 말이 그리 어울리지 않는 현상이었지만···
지금 같은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하반신 마비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상단전, 즉 뇌 자체에 이상이 생겼거나, 혹은 중간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전자는 강태한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편.
그리고 혈도의 흐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후자 쪽과 관련되어 있는 증상이었다. 일종의 최소 조건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손이 따뜻하시네요. 안마사라 그러신가?”
“그런가요.”
강태한은 싱긋 웃으며 손을 거둬들였다.
그 뒤에 순간 이재만과 마주치는 시선. 그러자, 이재만이 갑자기 어색한 얼굴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 그, 저는 회장님의 지시로 왔습니다. 아람 씨를 여기까지 좀 안내해드리라고···”
“그렇군요.”
“뭔가 다른 마음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왠지 단호하면서도 어설픈, 그런 목소리. 마치 물어보지도 않은 뭔가를 변명하는 듯한 느낌이다.
“예··· 알겠습니다.”
대체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강태한은 일단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아람도 머쓱해하는 분위기였다.
* * *
잠시 후.
“내부가 밖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넓네요.”
최아람은 침대 위에 앉은 채, 방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생각보다도 꽤 널찍한 게, 휠체어를 들여놓아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쾌적한 공간이었다.
“여기가 유독 넓은 편이긴 합니다.”
그녀의 말에 강태한이 머쓱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실장님이, 몸이 불편한 손님이 오실 수도 있으니 이런 방도 준비해두는 게 좋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아하··· 배려가 깊으신 분이네요.”
“겉보기보다 그런 면이 있으시죠.”
가볍게 손뼉까지 치며 감탄을 터트리는 최아람. 그녀의 반응에 강태한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일단 엎드려보시겠어요?”
“아, 네.”
강태한의 말에 조심스레 몸을 움직이는 최아람.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 탓에 시간이 좀 걸리긴 했으나, 강태한은 조용히 그녀를 기다렸다.
“먼저 상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준비가 끝났을 때, 강태한은 천천히 그녀의 등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어라··· 뭐지?’
순간, 최아람의 눈빛에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
처음 악수를 나눴을 때 느꼈던 손바닥의 온기.
그때는 손이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정도의 감상에 불과했었는데, 지금은 그 수준을 한참 벗어나있었다.
마치··· 따뜻한 온수가 손바닥을 따라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마치 온기가 스며드는 듯한, 그런 안락한 기분이었다.
‘상단전 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군.’
반면, 강태한은 그녀의 몸 안에 기감을 펼치고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었다.
위쪽에는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한 상황.
그 다음에는, 아래로 이어지는 통로를 살핀다.
흘러내려가듯 척추의 대주(大柱)혈을 따라 천천히 아래쪽으로 뻗어져가는 기감. 그렇게 내려가다, 얼추 신유(腎兪)혈 인근에 다다랐을 쯤.
“···그렇군.”
한참 집중상태에 들어가 있던 강태한은,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뜨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충 알겠네.”
“네?”
갑자기 바뀐 말투와 분위기.
거기에 의아한 목소리를 내는 최아람이었으나, 강태한은 담담한 표정으로 본인의 말을 이어나갔다.
“척추의 대주혈에 문제가 있었어.”
꼬리뼈 위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신유혈.
그 부근에서, 하체와 이어져있는 중추신경과 대주혈이 지나치게 가까워 서로 얽혀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애당초 신경과 혈도의 성격상 서로 가까운 곳에 있을 수밖에 없고, 좀 붙어있는 것 정도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아예 서로 얽혀버린 탓에 중간에 간섭이 일어나고 막혀버렸다는 것이 문제다. 일종의 혼선 현상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아마 선천적인 문제도 있을 것 같군.”
“저기··· 죄송한데.”
그런 강태한의 말에, 최아람이 의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듣다보니 좀 수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약간 사이비스럽다고 할까.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자네 하반신의 감각을 되살릴 수 있다는 뜻이지.”
“···네?”
담담한 목소리로 답하는 강태한.
허나 더욱 사이비의 뉘앙스가 짙어지는 말이었기에, 최아람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쯤.”
강태한은 설명을 이어가는 대신 손을 움직였다.
대주혈에 문제가 있는 부분을 슬며시 짚고, 반대 손으로는 그녀의 종아리 가운데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꾸욱 누르기 시작했다.
“으아가가각!”
급작스럽게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
이번 지압은 애당초 일부러 아프라고 누른 것이었고, 최아람은 참지 못하고 괴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 아프잖아요!”
“그래.”
거의 반사적으로 항의하는 최아람과,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강태한.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흐르더니.
“···어?”
최아람은 뒤늦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