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52)
천마님 안마하신다-152화(152/309)
< 천마님 안마하신다 152화 >
“흐으음···”
대청그룹 본사에 위치한 회장실.
그곳에 앉아있는 장태현 회장은, 방금 최 비서가 건넨 자료들을 훑어보며 나지막한 침음을 흘렸다.
“인도에서 갑자기 인지도가 생기고 제안이 들어오고 있는 것까지는··· 얼추 이해를 하겠는데 말이지.”
그가 읽고 있던 자료는 그룹의 자회사 바디케어의 신제품, 더 마이스터의 해외 수요에 관한 자료. 다만 거기엔 그가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좀 있었다.
“왜 갑자기 영국 쪽에서도 오더가 들어오고 있는 거지? 마케팅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없지 않나?”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특히 근래에는 현금을 제치고 ‘부모님이 받고 싶은 효도선물 1위’에 올라갔을 정도다.
다만 다른 해외에서도 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가는 편인가? 라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었다.
동아시아 쪽에는 나름 수요가 있고, 중국과 일본 같은 곳은 한국보다 훨씬 큰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외의 지역, 특히 서양 쪽에서는 안마의자라는 제품 자체가 생소한 수준이다.
···그랬었는데.
요 근래 갑자기 적극적으로 물건을, 특히 더 마이스터의 매물을 요청해오는 나라들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인도와 영국이다.
인도의 경우는··· 그래도 충분히 예상 범주 내였다.
엘리펀트 인더스트리의 회장, 마르케시 본인이 직접 ‘이건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며 호언장담을 하고 가져갔었으니까.
자료의 내용을 보아하니, 본래 지니고 있던 상류층 인맥들을 적극 활용하여 자연스레 인지도를 쌓고 유행을 만들어낸 모양이었다.
“근데 영국 쪽에서는 우리가 뭘 한 게 있나?”
헌데 이쪽에서는 정말 짚이는 부분이 없다.
그는 다시 한 번 자료의 내용을 훑어보며 아리송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료에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매출이 찍혀있었고, 정식적으로 수입을 제안해온 현지 기업들의 목록이 주루룩 나열되어 있었다.
“특히 신기한 건, 제안을 넣어온 기업들이 전자제품 관련 회사들이 아니라 스포츠 관련 회사들인 거야.”
여러 가지로 의아할 수밖에 없는 부분.
그러자, 옆에 서있던 최 비서가 태블릿PC를 조작하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아직 확실한 내용은 아닙니다만··· 영국의 축구팀 중에 에버튼FC가 있지 않습니까?”
“···그건 알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금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축구 선수, 강주완이 뛰고 있는 팀이 아닌가. 딱히 축구에 관심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 정도는 상식이다. 장태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게 왜?”
“에버튼FC의 구단주가 바로 미스터 마르케시입니다. 그리고··· 미스터 마르케시는 구단주들 중에서도 축구에 대한 열정이 많은 사람으로 유명하죠.”
“···흐음.”
“아마 미스터 마르케시가 본인 구단에 더 마이스터를 들여놓았고··· 에버튼FC가 폭발적인 성적을 거두자, 거기서부터 유행이 시작된 게 아닐까, 그런 추측을 해봅니다.”
최 비서는 말을 마친 뒤, 잠시 마르케시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적인 자리에서 봤었던 그 시원하고 유쾌한 모습. 그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참, 원래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물어야 할 것 같은데.”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허나, 상황자체가 워낙 유니크하고 전례가 없는 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별다른 분석을 할 수가 없어서 그런지 그나마 납득이 가는 말이다. 장태현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면서 입을 열었다.
“만약 그 말대로라면··· 아예 에버튼 쪽이랑 연동해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확실히, 좋은 생각 같습니다.”
장태현의 말에 최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미어 리그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유명 스포츠 리그 중에 하나이고, 에버튼은 현재 그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팀이다.
만약 최 비서의 추측대로 에버튼에서 바디케어의 안마의자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고, 거기에 공식적인 스폰이 들어가게 된다면···
그 홍보효과는 단순히 영국에서 인지도를 쌓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니 공식 스폰서로 들어가는 건 어렵겠지만··· 그래도 외적인 부분에서 다방면으로 진행할 수는 있겠죠.”
“물론, 무엇보다도 에버튼FC 쪽의 협조를 얻어내는 일이 중요하겠지만 말이야.”
장태현이 신중함이 담겨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던 중, 그는 새삼 신기하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얼마 전만 해도 안마의자 사업을 계속 유지시키냐, 아니면 빨리 철수시키냐로 고민하고 있었는데···’
조금 더 투자를 하고 기다려볼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빠르게 발을 빼낼지. 이걸 진지하게 고민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 일 같은데.
지금은 영국에 마케팅을 어떻게 할지, 더 나아가 그 영향력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바디케어의 실적을 바탕으로 그룹의 주가가 전체적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여기에 엘리펀트 인더스트리의 수주를 따내는 호재가 겹치고···
“···난 사람 복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야.”
요 근래 줄줄이 이어진 일련의 호재들을 분석해서 올라가다보면, 그 중심에는 강태한이 있다.
직접 핵심 기술개발에 도움을 주었던 더 마이스터는 물론이고, 이번에 따낸 대형 건축 수주 건도 따지고 보면 강태한의 간접적인 도움이 컸던 것이다.
“···조만간 작은 선물이라도 챙겨서 강 원장님이나 한 번 찾아뵈어야겠군.”
물론, 그 모든 게 오로지 강태한 덕분은 아닐 것이다. 허나 모든 준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기회를 얻지 못해 쓰러진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모든 일들의 계기를 마련해준 강태한의 도움과 공로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일.
장태현은 감사함이 단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는 김에 안마도 좀 받고 오시고 말이죠.”
“···최 비서는 나를 너무 잘 안단 말이지.”
그러던 중, 옆에 있던 최 비서가 내심 안쪽에 담아놨던 사심을 지적하자, 장태현은 팔짱을 끼면서 히죽 미소를 지었다.
* * *
“야, 세아야. 오늘은 스케줄 없니?”
“···음? 뭐가?”
쇼파에 앉은 채로 멍하니 앉아있던 유세아.
그녀는 어머니의 말에 뒤늦게 반응하며 되물었다. 그냥 습관적으로 되묻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말을 듣지 못한 반응이었다.
“오늘 스케줄 없냐고.”
“없지. 스케줄 있으면 이렇게 집에 못 있지.”
“그러면 뭐, 됐고.”
그제야 대답을 들은 그녀의 어머니, 한주아는 다시 뒤로 돌아 쇼파를 등받이 삼아 앉고, 아까 가져왔던 과일을 깎기 시작했다. 그렇게 좀 있었을까.
“푸후후.”
멍하니 앉아있던 유세아가 혼자서 웃음을 흘렸다.
뭐 재밌는 거라도 보고 있나? 싶어서 뒤돌아봤더니 그냥 앉아있을 뿐, 딱히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거실의 텔레비전도 꺼져 있는 상황.
그래도 여기까진 그러려니 하는 한주아였지만.
“우흐흐흐!”
잠시 후, 유세아는 쿠션 하나를 끌어안더니 좌우로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한주아가 한 마디 입을 열었다.
“야! 너 뭐 잘못 먹었니?”
“···응? 아니? 어제 오늘 집밥 밖에 안 먹었잖아.”
“근데 왜 미친 사람처럼 굴어!”
한주아의 말에 유세아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내가 쇼파에 앉아서 웃기밖에 더 했나?”
“아무 일도 없는데 혼자 웃으니까 그렇지!”
“···알았어. 사과 먹어도 돼?”
“먹어.”
그러는 와중에도 딸내미가 손을 뻗으니, 손수 과일 한 조각을 찍어 포크를 건네주는 어머니의 모습.
그러자 유세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얌전히 사과를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한주아는 그런 유세아를 잠시 쳐다보다, 새어나오는 한숨을 속으로 삼켜냈다.
‘에휴. 아직도 애라니까···’
세간에서는 이제 관록이 붙어가는 유명 여배우지만,어머니의 눈에는 그냥 아직 철이 덜 든 딸내미로만 보인다. 아니면 그냥 집이라서 편하게 있는 걸까.
‘뭐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래도 예전부터 자기 일은 알아서 잘 해왔던 대견한 딸이고, 그렇기에 그런 부분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불안한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채 과일을 깎고 있던 한주아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너 태한 씨랑은 잘 되가니?”
“···어, 어? 태한 씨가 왜.”
그냥 대수롭지 않게 슬쩍 물어본 거였는데.
유세아의 반응이 이상하다. 당황한 티가 난다고 할까. 한주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 너 태한 씨랑 사귀고 있잖아.”
“그렇지?”
“그래서 뭐,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냐고.”
넌지시 물어보는 질문.
질문 자체는 한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라도 충분히 물어볼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한 수준이었다. 허나 유세아의 반응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별 일? 아니? 아무 일도 없었는데?”
방금 전까진 한주아의 얼굴을 보고 있었는데, 대답을 하는 도중에 스리슬쩍 베란다 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허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기에 오히려 살짝 붉게 물든 귓바퀴가 대놓고 드러났다.
‘···아하.’
뭔가 별 일이 있었구나.
그리고 그 내용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저렇게 당황하고 감추려는 모습이 오히려 그녀의 짐작을 더욱 확신할 수 있게 만들었다.
“뭐 잘 지내나 보네, 그럼 됐고.”
한주아는 굳이 캐묻지 않고 시큰둥한 목소리로 답하며 사과 한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윽고, 괜한 침묵이 부담스러웠는지 유세아가 텔레비전을 켰다.
키자마자 나오는 프로그램은 블라인드 미션.
딱히 보고 싶은 프로가 있어서 튼 건 아니었고, 두 사람 다 가만히 텔레비전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좀 시간이 지났을까.
“좋을 때다.”
“아 뭐가!”
“아니 왜, 좋을 때라구.”
참지 못하고 한 마디 꺼낸 한주아. 그 목소리는 방금 전과 같이 시큰둥한 것이었지만, 양쪽의 입 꼬리는 버틸 수 없다는 듯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 * *
“오랜만에 뵙네요, 상영 씨.”
“아, 강 원장님!”
라이너 빌딩의 중앙 엘리베이터.
지하2층의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강태한은, 먼저 기다리고 있던 곽상영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뭔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곽상영이 뒤늦게 인사를 받았다.
“그러게요. 오랜만에 뵙네요.”
“흐음···”
살짝 지쳐있는 티가 나는 곽상영의 목소리.
전보다 눈에 띄게 두터워진 다크서클도 그렇고, 여러모로 피곤한 기색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그를 살펴보던 강태한이 넌지시 말했다.
“요즘 좀 바쁘신가보네요.”
“예. 뭐. 일이 조금 있어서요.”
곽상영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미슐랭 가이드 아시죠?”
“그야 뭐, 물론 알죠.”
미슐랭 가이드란, 전 세계의 식당들을 엄선하여 최대 세 개까지 별점을 주는 가이드북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잘 알려진 요식업계 가이드북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별점 하나를 받더라도 일단 거기에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왜요?”
“숙박업계 쪽에도 미슐랭 가이드 같은 게 있거든요. 페르모 트립 가이드라고, 프랑스의 잡지사에서 주기적으로 갱신하고 있는 관광가이드북입니다.”
페르모 트립 가이드라.
들어본 적은 없지만, 미슐랭 같은 것이라고 하니 어떤 느낌인지는 대충 알 것 같다. 강태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에서 방문한다는 말이라도 있었나보죠?”
“아, 그걸 그렇게 말해주고 오면 정말 좋았겠죠.”
곽상영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슐랭의 평가원들과 마찬가지로, 페르모의 평가원 또한 익명으로 돌아다닌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선 그 편이 도움 되기 때문이다.
허나 요 근래, 국내 호텔 업계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페르모의 평가원이 한국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듣자하니 나름 신용할만한 정보인 모양.
그리고 그게 문제였다.
그냥 익명으로 다녀갔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겠는데, 조만간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 업무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나마 오늘은 좀 괜찮을 것 같은데···”
“뭔가 기준이 있나보죠?”
“예. 페르모 평가원은 대개 2박3일로 묵는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아무래도 1박만으로는 평가를 내리기 부족할 수 있으니.”
곽상영의 목소리에선 피곤함이 잔뜩 묻어나왔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강태한이 넌지시 물었다.
“흠. 어깨라도 좀 잠깐 봐드릴까요?”
“···네? 조, 좋죠!”
순간 당황한 곽상영이었으나, 그는 이내 쾌재에 가까운 수준으로 반가운 반응을 내보였다. 안 그래도 안마원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절실했던 것이다.
“근데··· 출근 중이신 거 아니었습니까?”
그쯤, 기다리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넌지시 물어보는 곽상영. 괜히 바쁜 분의 시간을 뺏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까 빠르게 끝내야죠.”
다만 강태한도 따로 시간을 낼 생각은 없었다.
그가 어깨를 봐주는 시간은, 어디가지나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동안. 강태한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듯, 곧바로 곽상영의 양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저, 잠시···”
순간 곽상영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평소보다 빠르게 끝내려면··· 아무래도 그만큼 더 강하고, 더 아프게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살짝 손을 들고 잠시 시간을 달라하려던 곽상영.
허나 그의 말보다 강태한의 손가락이 더 빨랐다.
─흐그아아아악!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텅 빈 공간에, 고통에 찬 한 남자의 절규가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