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63)
천마님 안마하신다-163화(163/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163화
라이너 빌딩은 다수의 인원에게 투자를 받아 완성시킨 건물이며, 그렇기에 지분과 소유권도 어느 정도 나뉘어져 있다.
예를 들자면, 강태한의 가게인 천마안마.
이곳은 박호연에게 강태한이 따로 넘겨받은 곳으로, 완전히 강태한이 소유하고 있는 가게다.
다만 이런 가게들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건물의 지분을 대부분 소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건물주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존재한다.
그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는 장재연이다.
물론 일전에 만나 본 적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황 실장은 곧바로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에게 있어 사업하는 곳의 건물주 이름과 얼굴을 알아 두는 것 정도는 기초적인 상식이었으니까.
‘알아 둬서 나쁠 이유가 없지.’
천마안마는 명실상부 강태한이 소유하고 있는 가게지만, 이번에 새로 확장하는 옆의 공간은 임대로 빌려 오는 곳이다.
더군다나 단순히 건물주를 떠나 라이너 호텔을 운영하는 위아리치의 사장이기도 하니,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남겨 두는 편이 바람직하리라.
“멋대로 가게를 살펴보고 있었네요. 실례했습니다.”
“아닙니다. 손님들 보라고 해 놓은 인테리어인데, 그거 둘러보는 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그렇기에 지금의 황 실장은 일종의 접객 모드에 들어가 있었다.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황 실장. 평소 직원들과 잡담을 나누던 때와는 전혀 다른, 젠틀함마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건 그렇고, 사장님이 저희 가게를 구경하러 오신 걸 아닐 테고… 혹시 무슨 용건으로 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예? 그야, 안마를 받으러 왔죠.”
그 말에 장재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순간적으로 오빠가 말했던 ‘안마원을 안마 받으러 가지, 그럼 뭐 하러 가냐?’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 근데 제가 예약 명단에서 사장님 성함을 못 본 것 같은데…….”
반면 황 실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오늘은 일반 안마까지 모두 예약이 잡혀 있어 남는 인원이 없는 상황.
“혹시 예약을 하고 오셨을까요?”
접객이야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미 잡혀 있는 예약들을 엎어 가면서까지 맞출 이유도 없다. 예약이 없다면 그냥 돌려보낼 뿐. 그런 황 실장의 말에, 장재연 또한 얼굴에 난감한 기색을 내비쳤다.
“제가 초청한 손님입니다.”
다만, 대답은 다른 데서 들려왔다.
닫혀 있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강태한. 그는 담담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장재연에게 눈인사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장 사장님.”
“아, 네… 혹시 여기 원장님이신가요?”
“예. 그렇습니다.”
강태한의 모습에 장재연은 당황한 기색을 삼켰다.
그녀가 이 가게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들은, 모두 보고서에 나와 있는 자료나 평가들을 통해 습득한 정보들이었다.
거기에서 읽은 내용들을 토대로 그녀가 떠올리고 있었던 이미지는… 노련하고 경험 많은 안마 장인이 운영하는, 그런 가게의 이미지였었는데.
막상 이렇게 와서 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일단 가게의 인테리어부터가 모던하면서 깔끔한 느낌이 들고, 서비스도 친절하다. 그리고… 사장의 외모가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
‘…뭐야.’
딱 봐서 이십 대 중반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 외모.
얼핏 미려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꽤 훈훈한 느낌인데, 그러면서 몸에는 옷 너머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근육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나 가장 이질적인 부분은… 다름 아닌 분위기.
외견만 봤을 때는 그냥 몸 좋고 훈훈한 청년 정도의 인상이었으나, 분위기는 또 정반대의 느낌이다.
마치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살아온 듯한, 적어도 어디 회사 사장님 정도는 되어야 뿜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깊은 분위기를 뿜어 내고 있었다.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연륜이 느껴진다고 할까. 분위기만 놓고 봤을 땐 자기보다 한참 연상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장 사장님?”
“예? 아, 네.”
그렇게 강태한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장재연.
강태한이 그녀에게 말을 걸자, 그녀는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흠흠. 이거 실례를 했네요. 잠시 다른 생각을 좀 하고 있느라.”
“아닙니다, 별말씀을.”
괜스레 헛기침을 뱉으며 말을 돌리는 장재연. 반면 강태한은 담담한 목소리로 고개를 젓고는, 뒤쪽의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보다, 바로 가시죠.”
“네? 어딜 말입니까.”
“안마 받으러 오신 거 아니셨나요?”
“아… 네. 그랬죠.”
강태한의 말에 장재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를 너무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던 탓일까, 왠지 평소보다 어리버리한 모습이 나왔다.
“흐음.”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고 난 후.
자리에 여전히 앉아 있던 황 실장은, 남아 있는 찻잔을 정리하며 나지막하게 침음을 흘렸다.
“태한 씨가 은근 사업머리가 있단 말이지.”
처음엔 장재연 쪽에서 관심이 생겨 찾아온 줄 알았는데, 강태한과 따로 연락이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방금 전 상황을 보니, 부드럽게 접객을 하면서도 자연스레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이 꽤나 제법이다. 황 실장은 그를 인정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정리한 쟁반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자, 그럼…….”
잠시 후, 안마실에 들어온 강태한.
방 안의 침대 위에는 먼저 들어온 장재연이 걸터앉아 있었다. 강태한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따로 불편하신 곳이 있으실까요.”
“으음… 글쎄요.”
그 말에 장재연은 잠시 입가에 손을 올리고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말해, 그녀가 여기에 방문한 이유는 안마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물론 안마를 받으러 온 건 맞지만… 안마를 받고 피로를 푸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여기가 과연 보고서에 나왔던 만큼의 가치가 있는 곳인지, 그걸 확인하고 평가하고자 찾아온 것이었으니까.
“…허리가 좀 불편했던 것 같네요.”
그렇다 보니 딱히 어디를 안마받아야 할지 생각해 둔 것도 없었고, 결국 그녀는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적당하면서도 무난한 부위를 입에 담았다.
“허리라…….”
그 말을 들은 강태한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그녀의 몸 상태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허리도 꽤 굳어 있는 건 사실이었으나, 그보다 더 급한 곳이 보인 것이다.
“그보다는, 꽤 전부터 두통이 좀 있지 않으신가요?”
“예? 네… 맞아요.”
장재연은 순간 당황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녀는 작년쯤부터 간혹가다 나타나는 편두통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딱히 삶에 지장이 가는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한번 편두통이 오면, 그날이 끝나기 전까진 주기적으로 시큰거리는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자신은 그저 허리가 불편하다고 했을 뿐인데.
갑작스레 두통이 있지 않냐고 지적한 놀라운 상황.
장재연은 놀랍다 못해 신기한 기분이 들고 있었는데, 정작 강태한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일단 한번 엎드려 보시겠어요?”
강태한이 손바닥을 뒤집는 시늉을 하며 말하자, 그녀는 얌전히 침대 위에 몸을 엎드렸다. 잠시 후, 그녀의 등 위에는 큼직한 손바닥이 슬쩍 올라왔다.
‘…착각인가?’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
잘은 모르겠으나, 체온이 이 정도라면 뭔가 조치를 받아야 하는 건 자신이 아니라 이 남자일 것이다. 아주 높은 고온의 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 테니까.
하나 그런 걱정은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
등에서부터 온몸으로 스며들어 가는 온기. 그 자체가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던 탓에, 몸 자체가 노곤해지고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느낌이 된 것이다.
“흐음… 두통이 그리 심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한편, 그녀의 몸 상태를 살펴보던 강태한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입에 담았다.
“한번 두통이 나오면 숙면을 취하기 전까진 사라지지 않는군. 잠을 좀 설치면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그렇지 않은가?”
“…맞아요.”
이번에도 들어맞았다. 그것도 방금 전처럼 ‘두통이 있다’ 같은 막연한 내용이 아니라, 상당히 세밀한 내용. 장재연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나타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혹시… 오빠한테 들으셨나요?”
문득 떠오른 가능성에, 장재연의 눈이 살짝 가늘게 뜨여졌다. 하나 강태한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누구를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손님에게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군.”
“…그렇겠죠.”
장태현은 여러모로 얄미운 오빠지만, 그렇다고 가족의 일을 어디 가서 막 떠들고 다닐 만한 녀석도 아니다. 장재연은 눈을 감으며 잠시 떠올렸던 의심을 곱게 접었다.
‘…근데 말투가 바뀌지 않았나?’
분위기랑 잘 어울려서 그런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어느새 자연스레 말투가 바뀌어 있었으며, 목소리 톤도 살짝 바뀌어 있었다. 좀 더 중후한 무게감이 실려 있다고 할까.
“저기…….”
“바로 시작해도 되겠군.”
그 의문을 입에 담으려던 장재연.
하나 그녀의 의문은 답을 구하기는커녕, 입 밖에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몸 상태의 확인을 마친 강태한이 곧바로 손을 움직인 탓이었다.
허리춤을 붙잡고, 양쪽의 혈 자리를 각각 짚고 있는 엄지손가락. 그 한 쌍의 엄지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끼아아아악!”
마치 요구르트 뚜껑이라도 터트린 것처럼 터져 나오는 강렬한 자극과 통각에, 장재연은 저도 모르게 천을 찢는 듯한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 * *
그 뒤에 이어진 일들을 장재연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냥 엄청 자극적이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순간적인 고통에 비명이 절로 나오다가도, 등골의 신경을 타고 올라오는 시원함과 쾌감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때로는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올라와 내가 지금 아픈 건지 시원한 건지도 모호할 정도였다.
여태 동안 그녀가 느꼈던 신경의 자극들이 해변가의 파도라고 하면, 지금은 해변가에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이리 밀려오고 저리 밀려오는 자극 속에서, 그녀는 표류하는 뗏목처럼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뿐이었다.
‘얼추 마무리되었나.’
한편, 그녀가 그렇게 있는 동안, 강태한은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실제로 그리 어렵거나 특이한 증상은 아니었다.
그냥 어깨에 뭉쳐 있는 근육들을 풀어 주면 그만이었으니까. 예전, 지독한 편두통으로 고생하던 조찬혁 배우에 비하면 경미한 증상에 불과했다.
두통의 대부분은 어깨에서부터 비롯되는 것.
그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뭉치다 못해 단단하게 굳어 버린 근육 덩어리가 혈도와 신경을 압박하면서 생기는 증상이었다.
물론 그대로 방치되어 규모가 더욱 커진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남는 공간이 점점 좁아지다 혈도와 신경이 얽히게 되면 마비 증상까지도 찾아올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뭉쳐 있는 근육만 풀어 주면 끝나는 일이다. 이미 전신의 안마를 마쳐 두고 마지막으로 어깨의 상태까지 한 번 더 확인한 강태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몸에서 손을 떼어 냈다.
“혹시 한 시간 정도 사이에 일정이 있습니까?”
평소와 같이 물어보는 강태한.
스테이크를 굽고 나서 한동안 시어링을 해 줘야 고기의 맛이 최대한 살아나듯, 안마 또한 받은 뒤에 제대로 휴식을 취해 줘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렇기에 강태한은 친절하게도 직접 수혈(睡穴)을 짚어 한 시간 동안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지만… 그래도 손님에게 일정이 있다면야, 강제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이, 일정이요……?”
그 말에 장재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어눌한 목소리로 말했다. 몸에는 벌써부터 활력이 흐르고 있었는데, 아직 정신은 그러지 못했다. 마치 수십 명에게 두들겨 맞은 느낌이라고 할까.
“딱히, 없…….”
거기까지 말하던 장재연은, 순간적으로 정신을 꽉 붙잡았다. 몽롱한 와중에도 깨어나는 사업가의 정신이었다.
‘이건… 대박이야!’
장재연은 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 정말로 사실인가, 그걸 판단하기 위해 이곳에 찾아왔다.
보고서 내용 그대로인가, 혹은 과장이 좀 있는가.
솔직히, 그녀는 후자 쪽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부대시설 하나가 호텔의 인지도와 매출을, 그것도 이렇게까지 견인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하나 이 정도라면… 가능하다.
오히려 아직 제대로 발굴이 되지 않아 저평가를 받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자, 잠깐만요!”
그리고 기회가 나타나면, 최대한 빠르게 잡는다. 그게 그녀의 좌우명이었고, 그 의지가 그녀의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강태한은 움직이던 손을 잠시 멈추고 물었다.
장재연의 입에서 ‘없’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움직였던 손. 대답이 조금 더 늦었다면, 그녀는 이미 꿈나라로 향했으리라.
“혹시… 같이 식사라도 어떠신가요?”
“흐음.”
강태한은 잠시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예전이라면 이쪽 방면으로 둔한 탓에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이라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죄송하지만,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네?”
그 말에 장재연은 저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 그녀는 천천히 좌우로 고개를 젓고는 덧붙이듯이 말했다.
“아뇨, 그냥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어서요.”
“…그러시다면야, 뭐.”
강태한은 괜스레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