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75)
천마님 안마하신다-175화(175/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175화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나온 강태한은 라이너 호텔의 이태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젠 나름 익숙해진 이곳. 직원도 강태한을 알아봤는지, 곧바로 정해진 자리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아, 오셨습니까, 강 선생님.”
그렇게 도착한 구석진 곳의 테이블.
칸막이와 장식품으로 절묘하게 시야가 가려진 그 자리에서는, 이미 와 있던 누군가가 앉아 강태한을 반기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하하. 얼마 전에 뵈었는데도 반갑네요.”
그는 다름이 아닌 대청그룹의 회장, 장태현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악수를 청한 다음,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레 인사를 건넸다.
“혹시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뇨. 방금 막 일을 마친 참이라.”
“다행이네요. 사실 저도 저녁이 아직입니다.”
장태현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며 메뉴판을 펼쳤다. 천천히 주문까지 마치고 난 이후, 장태현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소식 들었습니다.”
“어떤 소식 말입니까?”
“이곳, 라이너 호텔이 페르모 가이드 3성에 올랐다는 소식 말이죠. 국내에 2성을 받은 곳도 얼마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참 대단하십니다.”
장태현의 말에 강태한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3성을 받은 건 천마안마가 아니라 라이너 호텔이지 않습니까. 제가 감탄을 받을 만한 일은 아니죠.”
“하하, 뭐 여기 호텔도 제법 나쁘지 않은 곳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가이드에 올라온 평가문을 한 번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천마안마가 본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페르모 가이드에 실려 있는 평가문을 읽어 보면, 문맥을 읽지 못하는 게 아닌 이상 그런 뉘앙스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당연하지만, 강태한도 그 부분은 인지하고 있다.
단지 굳이 생색을 내고 싶지 않았을 뿐. 그는 한차례 미소를 지은 다음, 자연스레 대화의 바통을 넘기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장 회장님은 잘 지내셨습니까?”
“아! 그야 물론, 잘 지내고 있지요.”
강태한의 말에 장태현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더 마이스터가 말 그대로 날개가 돋친 것처럼 팔리고 있어서 말이죠. 정말 선생님 덕분입니다.”
“…하하.”
과찬이 괜히 부담스러워 말의 방향을 돌린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여지없이 자신의 공적이 나오고 있었다. 강태한은 머쓱하게 웃음을 흘리고는, 앞에 놓인 물컵을 조심스레 한 모금 들이켰다.
“사실 오늘 따로 선생님을 뵙자고 한 것도, 더 마이스터와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말입니까?”
강태한이 자신을 가리키며 되묻자 장태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게 아니고, 아까 말씀드렸듯 더 마이스터는 상당한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말이죠.”
“기사에서 본 기억이 있군요.”
강태한이 수긍하듯이 답했다. 사실 기사를 찾아보지 않고 계좌에 들어오는 로열티의 액수만 봐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리 열풍이 일어나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판매량과 매출이 서서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실제로 매달 들어오는 로열티의 액수도 서서히 줄어들어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창 때처럼, 아니 그 이상의 액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액수를 보고 어딘가 다른 시장을 개척하기라도 했나 보다, 그런 생각을 떠올렸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인도에서의 안마 의자 열풍이 기사로 올라왔었다.
“축하드립니다.”
“하하. 뭐 앞서 말씀드렸듯 강 선생님이 잘 만들어 주신 덕분이죠. 어쨌거나, 물 들어온 김에 노를 저어야 한다고, 회사 내에서 슬슬 신제품 개발을 시작해야 하지 않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살짝 본론을 꺼내는 장태현. 말을 꺼낸 그는 슬쩍 강태한의 눈치를 살폈다가, 뒤이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뭐 그렇다고 당장 급하게 추진해야 하고 그런 건 아닙니다. 애초에 수명이 짧은 제품도 아니고요.”
그 말에 강태한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마 의자는 한번 구매하면 상당히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다. 한번 구매하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 특히나 구매한 안마 의자가 꽤나 고가의 신제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기본적인 계획이랑 구상안 정도는 짜 두는 게 좋지 않겠나,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게 당연한 일이긴 하죠.”
“예. 아무래도 워낙 히트를 쳤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기록을 갱신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고 있어도 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제품의 수명이 길다’라며 손을 놓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뒤처질 뿐이다.
언제든지 튀어나갈 수 있도록, 미리 예열을 해 놓고 있어야 한다고 할까. 준비된 자가 기회를 쟁취한다는 말처럼, 준비는 항상 필요한 법이다.
“다만, 더 마이스터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강 선생님의 기술이 핵심적인 아이덴티티이자,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장태현은 물컵을 집어 들며 넌지시 말했다.
“그렇다 보니 저희 쪽에서 독단적으로 개발을 시작하는 건 아무래도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선생님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말이죠.”
더 마이스터는 강태한의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정작 그것들은 이미 개발되던 제품에 뒤늦게 접목된 것이다.
하나, 만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강태한의 의견이 들어갈 수 있다면. 근간부터 짜 맞추며 올라간다면.
어쩌면 기존 제품보다 훨씬 뛰어난 후속 제품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장태현은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 * *
‘흐음.’
한편.
장태현의 말을 들은 강태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꽤나 길면서도 듣기 좋은 말들로 포장되어 있었으나, 그 내용만 까놓고 보자면 그냥 신제품 개발에 참여해 줄 수 있겠냐며 제안을 건네는 것이다.
사실 이건 굳이 이렇게까지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말할 정도의 일은 아니다. 그냥 사무적으로 진행해도 별 상관이 없는 문제다.
다만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말을 꺼내는 것은… 그만큼 강태한의 입지와 기여도를 인정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 가고 싶다는 뜻.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네요.”
그리고 그건 강태한에게도 나쁜 이야기가 아니다. 더 마이스터의 흥행으로 상당한 이득을 본 것은 강태한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딱히 그 전에 푸대접을 받았던 것도 아니고, 계약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회장이 직접 말을 꺼내는 것이 어색할 정도다. 그야 뭐 자기가 그만큼의 이득을 안겨다 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 않은가.
“그럼, 한번 일정을 맞춰 볼까요.”
“그 말씀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주시겠다는 겁니까?”
“네, 뭐. 저한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사실상의 확답을 받은 장태현.
하나 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리던 찰나, 강태한의 말이 덧붙이듯이 이어졌다.
“아, 근데 저도 부탁을 좀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부탁을요? 뭐든지 말씀하시죠, 선생님.”
다만 장태현은 오히려 이를 더 반기는 반응이었다.
이 자리 자체는 비즈니스로 만난 자리였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서도 강태한에게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오랜 인연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동안 보아 온 인품이 상당히 뛰어나고, 무엇보다 아버지, 장우영의 은인이기도 했으니까.
그런 짙은 호의 속에서, 강태한이 곧 입을 열었다.
“다른 게 아니고, 요즘 예약이 너무 많이 들어와 기존의 전화를 받는 방식으로는 감당이 안 되어서요.”
“아… 그야 그렇겠네요.”
그 말에 동의하듯 장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 예약은 어찌 보면 인력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반드시 누군가 전화를 받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회사에서 대규모로 운영하는 콜센터도 문의 전화가 밀리기 십상이다.
한데 천마안마는, 그가 알기로 카운터에 앉아 있는 직원 두 명이 모든 걸 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약 문의가 밀리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다.
“그 부분을 개선하시려는 겁니까?”
“예. 안마를 받으려는 손님들이 예약을 하고 일정도 확인할 수 있는 어플이 있으면 좋겠는데요.”
강태한의 말을 들은 장태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는 머지않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 정도라면 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도 아니고요.”
“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그 말에 싱긋 미소를 짓는 강태한.
장태현 또한 마주 미소를 지으며, 확인을 구하듯 그에게 한 번 더 되물었다.
“그러니까, 지역 내 안마원들과 제휴를 맺고, 종합적으로 예약 시스템을 제공하는 중개 사업을 하고 싶으시다, 이 말씀이시죠?”
“…예?”
하나 장태현이 생각한 것은 강태한이 생각한 것보다 더 넓은 범위의 이야기였다. 아예 사업적으로 들어가 버리는 이야기.
“…그렇게까지는 필요하지 않은데요.”
그 말에 오히려 당황한 강태한은 머쓱한 표정으로 턱을 긁적였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냥 따로 알아보는 쪽이 나았으려나.’
강태한은 이쪽 분야에 문외한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의 경험상, 잘 모르는 분야는 그냥 지인을 통해 일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장태현 회장에게 물어본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닭 잡는 데에 소 잡는 칼을 꺼내 쓰려고 하는, 그런 격이었던 모양이다.
* * *
“스으으으…….”
과녁을 바라본 채, 한 번 길게 호흡을 가다듬는다.
마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힘은 활을 붙잡고 시위를 잡아당길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 외의 힘은 날숨과 함께 몸에서 빼낸다.
편안하게 몸이 가벼워지면, 그 상태로 정신을 비운다. 떠올리는 것은 잔잔한 호수. 그 상태로 호흡을 마저 가다듬으면, 자연스레 주변 환경들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산들바람.
두 뺨에 느껴지는 봄의 습기.
‘오랜만이네.’
여기까지 마치면, 비로소 활을 당길 준비가 끝난다.
정가인은 간만에 느껴 보는 이 고요한 감각에 입꼬리를 씰룩였다. 한동안 교통사고의 후유증 때문에 제대로 연습 한번 못해 봤던 정가인이다.
하나 지금은 다르다.
조용히 과녁을 쳐다보고 있던 그녀는 허리춤에서 집어든 화살을 걸고, 당기고, 놓았다.
준비에만 한참 걸렸던 이전의 과정들과는 달리, 마치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 동작.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떠나간 화살은 곧바로 날아가… 당연하다는 듯, 과녁의 중심에 꽂혔다.
하지만 그 손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마치 명중은 당연하다는 듯, 약간의 동요나 들뜸도 없이 다음 화살을 시위로 가져간다.
그렇게 이어지는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
“…후우우.”
개인전에 해당되는 세 발.
화살을 모두 쏘아 낸 정가인은, 그제야 긴 호흡을 내쉬며 활을 내려놓았다.
“…이야, 이거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네.”
짝, 짝, 짝.
옆에서 느린 박자로 세 번 박수를 친 김 코치는 그녀에게 다가오며 넌지시 말을 걸었다. 의외의 결과였는지 입꼬리가 씰룩거리고 있었다.
“복귀하자마자 만발이라니.”
김 코치는 과녁 쪽으로 슬쩍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세 발의 화살들이 정중앙에 촘촘히 꽂혀 있었다.
후유증이 회복된 것 같다더니, 곧바로 이런 성과를 뽑아낸 것. 비록 단편적인 결과이기는 하나, 스태프진 사이에서 은근슬쩍 나오고 있던 후보 교체의 의견들을 일축시킬 만한 광경이었다.
“세 번째 화살이 좀 흔들렸어요.”
하나 정가인은 별다른 기색 없이 평소처럼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응이 있다면, 그나마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 있는 정도일까.
“처음에 힘을 너무 뺀 게 원인인 것 같네요.”
“…가끔 너랑 연습할 때면 내가 굳이 필요한가 싶은 생각이 든단 말이지.”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피드백을 내리는 정가인. 그런 그녀의 모습에 김 코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찌 됐거나 그로서는 기쁜 일이었다. 후유증에 고생하고 있을 때는, 저런 모습도 볼 수 없었으니까.
“가인이 네 상태를 보니까, 그 선생님 솜씨가 뛰어나긴 한 모양이다.”
“…네.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김 코치의 말에 정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안마를 받았던 이후, 그녀는 그야말로 최고의 컨디션을 갖게 되었다. 후유증은 물론이요, 그 이전의 몸 상태보다도 더 뛰어난 컨디션을 말이다.
물론 한동안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던 만큼 감각이 살짝 무뎌지긴 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것만 되살리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