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85)
천마님 안마하신다-185화(185/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185화
사실, 아르힌도 이 사람이 실력이 뛰어난 안마사일 거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해 두고 있었다.
마르케시가 원래 예전부터 과장을 좀 하는 성향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헛소리나 허풍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그랬다면 엘리펀트 그룹을 지금의 위치까지 키워 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마사지 한번 받자고 한국까지 오는 것은 너무 요란하게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이자는 비슈누의 화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지금의 아르힌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자신도 흐릿했던 기억들을, 마치 지금 이 순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속속 읽어 내고 있었으니까.
촬영장에서 있었던 사건들은 뭐, 어떻게 사전 조사를 하면 알아낼 수 있기는 할 것이다.
어찌 됐거나 자기는 당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던 인도의 국민배우였고, 관련 기사들은 물론이거니와 최근 그 시절 발리우드를 주제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도 나왔었으니까.
하나 그런 식으로 매체들을 통해 공개된 정보들은 대부분 단편적인 것들이고, 누락된 부분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것들을 이렇게까지 짜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말했던, 자기가 은퇴를 결심하게 된 허리의 부상은, 공적인 자리에서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 사적인 일이었다.
굳이 알고 있는 사람을 꼽자면 당시 진료를 봤던 의사와 아내 그리고 조카네 가족들 정도일까.
심지어는 마르케시도 모르고 있는 부분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마르케시에게는 좀 멋있는 모습만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할까. 그래서 굳이 말하지 않고 적당히 넘어갔던 것이다.
즉, 이 남자가 그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전해 들었을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그렇다는 것은… 방금 전 손으로 등을 잠깐 짚어 본 것만으로, 이 모든 사실을 알아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그게 말이 된단 말인가?’
상식적으로나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기도 모르게 떠올린 생각이었으나, 정말 ‘신의 화신’이라는 게 차라리 말이 될 정도였다.
“신통함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좀 과한 표현이군.”
한편, 아르힌의 반응을 지켜보던 강태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강태한이라도 그런 영적인 능력은 갖고 있지 않다.
그는 그저 혈도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읽어 냈을 뿐.
혈도라는 것은 생기를 비롯한 체내의 기운들이 흐르는 길이며, 신체 곳곳의 부위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렇다 보니 어딘가 문제가 생길 경우, 혈도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기의 흐름이 혼탁해지거나 혈도 중 일부가 막히거나 끊어지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런 것들은 어지간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회복되지만… 상처가 낫더라도 그곳에 흉터가 자리 잡듯, 그 흔적들이 어렴풋이 남게 된다.
예전에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진 모양새가 남아 있다거나, 다른 혈도들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부분이 보인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말하자면 몸에 남아 있는 개인의 역사라고 할까.
그리고 강태한은 그것들을 읽어 내고, 아르힌이 겪은 사고들을 간략하게 짐작해 낸 것이다.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언제쯤, 어떤 사고로 이런 흔적이 남게 되었는지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그럼… 전부 어떻게 알아낸 건가?”
“뭐, 보면 알 수 있다고만 말해 두지.”
다만 그런 걸 굳이 다 설명할 필요는 없고, 설명한다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강태한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찌 됐거나, 우리 서로에게 반가운 상황이로군.”
“그게 무슨 말이오.”
아르힌이 의아해하는 목소리로 되묻자, 강태한은 그와 자신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자네는 다시 두 다리로 뛰어다닐 수있게 되니 반갑고, 나는 지인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으니 반가운 상황이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그런 말을 했었다.
그가 강태한에게 의심을 가졌었던 이유. 그 뒤에 이어진 강태한의 신통함에 놀란 나머지, 정작 중요한 부분을 잊어버리고 있던 아르힌이다.
“…뛰어다닌다고?”
사실, 걷는 것 자체는 지금도 가능하기는 하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오 분 이상을 걷게 되면 무릎 아래로 힘이 풀려 버리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뛰어다닐 수 있게 될 거라니.
아르힌이 어리둥절해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한 단계 앞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세 단계 정도를 훌쩍 뛰어넘어서, 그것도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빈말을 할 사람으로 보이는가?”
강태한은 길게 대답을 하는 대신, 그의 눈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한마디 내뱉을 뿐이었다.
그 깊이를 쉽사리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눈.
그러면서도 그 눈빛이 맑으면서도 올곧은 것이, 천 마디 말보다도 신뢰를 안겨다 주는 것이었다.
아르힌은 저도 모르게 천천히 좌우로 고개를 저었고, 그 모습에 강태한은 빙긋 미소를 짓더니, 손가락 두 개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다만 여기서 자네가 골라야 하는 게 있네.”
“무엇인가.”
“어찌 됐거나 예전에 몸을 너무 혹사시킨 것은 사실이라서 말이야. 쇠약해져 있다고 해야 하나? 간단한 조치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야.”
그 말에 아르힌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솔직히 누군가 자업자득이라고 말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아직도 자기가 배우로서 참여한 작품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은 부분들도 엄연히 존재했다.
“그 부분은… 할 말이 없군.”
“나무라려고 말한 건 아니네. 단지… 세 차례 정도에 걸쳐 차근차근 회복시키는 방법이 있고, 한 번에 회복시키는 방법이 있네.”
강태한은 피고 있던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했다. 여기까지 들어 봤을 땐 누가 보더라도 후자 쪽이 더 좋은 선택지였다.
“…그 외의 차이도 있을 것 같은데.”
다만 정말로 그랬다면 굳이 선택지를 건넸을 일도 없으리라.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아르힌이 넌지시 묻자, 강태한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전자는 고통스럽지 않은 대신 좀 오래 걸리는 방식이고, 후자는 아무래도 좀 아플 수밖에 없는 방식이지. 아마 많이 아플 거야.”
“하하, 그럼 고민할 필요도 없군그래.”
강태한의 추가 설명을 들은 아르힌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목소리였다.
“내가 다시 아침 조깅을 뛸 수 있게 된다고 하는데, 그깟 아픔 따위가 대수겠는가? 오늘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쪽으로 하세나.”
국민배우로서 아르힌이 갖고 있던 이미지는, 무너지는 빌딩 속으로도 거침없이 달려들 수 있는 상남자의 이미지였다. 실제로 그런 이미지에 어울리는 액션 연기들을 직접 선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와중에 마사지의 고통쯤이야.
그 정도는 뭐 아무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견뎌 낼 자신이 있었다. 오히려 그런 걸로 자길 걱정했다는 것에서 황당함을 느낄 정도였다.
“흠. 좋군.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걱정하지 말고 뭐든지 팍팍 해 주게나. 내 장담하건대, 자네가 내 몸에서 손을 땔 때까지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도록 하지.”
아르힌의 대답을 듣고는 곧바로 다시 등 위에 손을 올리는 강태한. 그런 강태한에게, 아르힌은 염려하지 말라는 듯이 호탕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강태한의 엄지손가락이 척추를 따라 십여 개의 혈 자리들을 순식간에 열어 젖혀 감각을 극대화시키고, 그 상태로 양쪽 허리에 지압을 가한 바로 그 순간.
“끄허어어어어어어어어엉!”
인도 상남자 국민배우의 우렁찬 비명소리가, 천마안마의 복도 너머까지 세차게 울려 퍼졌다.
‘흐음…….’
그런 그의 반응을 생생하게 지켜보던 강태한.
바로 앞에서 엄청난 크기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으나, 그의 얼굴에는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신음은 내지 않았으니 약속은 지킨 셈인가…….’
비명은 내질렀으나, 신음은 내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이 정도 소리라면 다른 손님들이나 안마사들에게도 충분히 피해가 갈 수 있는 수준이다.
“끄어어어억…….”
강태한은 말없이 목 아래쪽의 혈을 가볍게 짚어 냈고, 그 순간, 터져 나오던 아르힌의 비명 소리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
아르힌은 고통의 비명조차 내지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강태한이 말하는 ‘아픔’의 수준을 가볍게 생각한 대가를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 * *
“흐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눈을 뜬 아르힌은, 헐레벌떡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둘러본 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자, 잠들었었던 건가……?”
뒤쪽에 보이는 건 자기가 누워 있던 안마 침대.
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마의 땀을 한차례 닦아 내며 한숨을 쉬었다.
“후우우우…….”
드디어 안마가 끝났구나.
이미 끝난 지 한참인데다 잠까지 한숨 푹 자고 일어났음에도, 아르힌은 그 사실에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 그 정도로 강렬한 경험이었다.
‘…산 채로 분해가 되는 듯한 기분이었지.’
아르힌은 방금 전 있었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잠깐 기억을 떠올린 것만으로도 몸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마치 온몸에 구멍이 뻥 뚫리고, 그 사이로 강풍이 숭숭 불어오는 듯한 기분.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새하얘질 것 같은데, 그게 기본적인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지압이 들어오고, 골격이라도 짜 맞추는 것처럼 주무르고… 그럴 때마다 몸 안에 고전압의 전류라도 흐르는 것처럼, 격렬한 자극이 신경을 타고 올라와 머리를 강타했다.
시원하게 비명이라도 내지르면 좋겠다만, 어째서인지 갑자기 소리도 안 나오게 되고, 중간부터는 몸에 힘도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한데 조금 당황스러운 부분은…….
그러는 와중에도 기분은 꽤 나쁘지 않았다는 것.
변태적인 쾌락 같은 걸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 뒤에 밀려 들어오는 시원함이 있었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난 이후에 찾아오는 편안함도 있었다.
몸 내부가 조각조각 분해되는 듯한 고통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 올바른 형태로 다시 재조립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온갖 자극에 머릿속이 새하얘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와중에도, 이게 몸에 해로운 일은 아니라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어라.”
그러다 문득, 아르힌은 자기가 잠에서 깨어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서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최근에는 지팡이라도 짚지 않으면 가만히 서 있는 것도 힘들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냥 평범하게 서 있었다. 무릎이 욱신거리지도, 후들거리지도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제자리에서 몇 차례 발을 굴렀다. 처음에는 발목으로만 동동, 그 뒤에는 가볍게 걷다가, 그다음엔 뜀박질까지 해 보았는데,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허, 허허, 하하하!”
도저히 믿기 어려운 상황. 그다음으로는 허리 높이까지 무릎을 올리며 뛰어 보려던 아르힌이었으나.
“흐음.”
문 쪽에서 들려온 침음 소리에 겨우 멈춰 설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름 아닌 강태한이었다.
“벌써부터 다시 혹사시키면 좀 곤란한데요.”
“하하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너무 신기하고 기쁘지 뭔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신이 났구만.”
아르힌은 그새 숨이 차올랐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지만, 목소리에는 감격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강태한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그래도 걷는 것 정도는 당장이라도 별 문제없을 겁니다. 산책 정도는 괜찮겠네요.”
그의 혈도는 오랜 혹사의 영향으로 뒤틀려 있어 서서히 말라 가고 있었으나, 그 범위가 광범위할 뿐, 그 정도가 그렇게까지 심한 편은 아니었다.
많이 쇠약해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끊어지지 않고 미약하게나마 줄기가 이어져 있었던 상태.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일정 구간에 고여 있을 뿐 체내에 생기도 충분한 상황이었기에, 그저 혈도를 활성화시키고 뒤틀려 있는 온몸의 혈도를 재정립시키는 것만으로도 상태를 크게 호전시킬 수 있었다.
다만 한두 군데도 아니고 전신의 혈도를 건드려야 하는 만큼, 한 번에 진행할 경우 몸에 가해지는 자극이 꽤 클 수 있지만…….
뭐 본인이 선택한 방식이고, 어찌 됐거나 결과도 좋게 나온 상태였다. 강태한은 싱긋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산책이라…….”
한편, 강태한이 말한 산책이란 말을 되짚으며, 아르힌은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곳으로 오는 길에도 휠체어에 탄 채 마르케시가 뒤를 밀어 줬으니까 말이다.
그랬는데.
돌아갈 때는 같이 걸어갈 수 있단 말인가.
“전동 휠체어는 사지 않길 잘했구만.”
“휠체어요?”
“아니, 그냥 혼잣말일세.”
여기에 오던 길에 마르케시와 나눴었던 대화를 떠올린 아르힌. 그는 되묻는 강태한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