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96)
천마님 안마하신다-196화(196/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196화
“크흠, 이거 제가 괜한 사족을 붙였나 보네요.”
괜히 머쓱한 분위기가 연출된 상황에, 덴버는 조심스레 헛기침을 내뱉고는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아니, 그래도 자주 보기는 해요. 특히 예전에 하던 거, 20킬로 뿌수기 시리즈는 전부 다 봤어요.”
그런 덴버를 달래듯 최성현이 덧붙이듯이 말했다.
다만 마냥 빈말을 꺼내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저 시리즈는 아주 재밌게 봤었고, 스포츠의학과 학생으로서도 배울 부분들이 꽤 많았었으니까.
“아, 그래요? 그 시리즈로 많이 입문하시긴 하죠.”
“제 주변에서도 많이들 봤었죠. 재미도 있고, 실제로 유용한 정보들이 나오기도 하고.”
20킬로 뿌수기는 제목 그대로의 내용으로, 비만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는 왓튜버들이나 연예인들을 섭외하여 한 달 동안 몸무게 20kg 감량을 목표로 진행되는 본격 다이어트 시리즈다.
본격적인 운동 계획과 식단 조절은 물론이거니와, 평소 과식을 방지하기 위한 식습관 및 생활 패턴 교정 등 다이어트 관련 지식들로 널리 알려진 시리즈.
그 외에도 생활 속 자세 개선과 운동 시 부상 방지법 등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고, 다이어트 과정에서 생기는 온갖 해프닝들이 담겨 있어 영상 자체의 재미도 꽤나 출중한 편이었다.
“유명한 분이신가 보네.”
“꽤 그런 편이지? 일단 헬스 왓튜버 중에서는 아직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으실까 싶네.”
옆에서 물어보는 강태한에게 최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한때 공중파에도 자주 나오고 했었으니,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왓튜브라…….’
누구든 자유롭게 영상을 올릴 수 있고 그리고 그 업로드 된 영상들을 누구나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규모의 영상 플랫폼.
요 근래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정보의 창구로서, 단순히 재미나 흥미 위주의 영상들뿐만 아니라, 실용적이고 학술적인 지식과 정보들이 담긴 영상들도 꽤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당연히 강태한도 그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종종 들락거리는 편이었다. 인터넷 뉴스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거기까지 연결되는 상황이 많았으니까.
“훌륭한 일을 하시는군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듣자 하니 이 사람은 거기에 건강과 관련된 정보들을 업로드하는 사람인 모양. 강태한은 담담하면서도 진실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하하… 훌륭하다니요. 그런 말을 들어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아주 훌륭한 일이죠.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언뜻 아부하는 것처럼 들릴 정도로 낯간지러운 말. 하나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무덤덤하고 담백한 탓인지, 도저히 아부나 빈말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 때문일까. 덴버는 오히려 당황스런 기분이었다.
어디서 왓튜버라 하면 주로 ‘한 달에 얼마나 벌어요?’,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요?’ 같은 말들이 자주 나오는데, 이런 식의 반응은 처음 느껴 본 것이었다.
‘근데… 나쁜 기분은 아니네.’
하나 그 당황이 부정적인 느낌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뭔가 인정을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는 쑥스러운 듯, 한차례 코밑을 문지르며 헛기침을 뱉었다.
“크흠, 흠. 어쨌거나…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리자면, 두 분에게 지금 당장이라도 보답을 좀 해 드리고 싶은데요. 혹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강태한은 슬쩍 최성현 쪽을 쳐다봤다. 눈을 마주치자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는 최성현. 자기는 어느 쪽이건 상관이 없다는 제스처다. 강태한은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시간은 괜찮을 것 같은데, 어디로 가는 건가요?”
“이미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는데, 이 빌딩에 요즘 한참 인기몰이 중인 끝내주는 곳이 하나 있거든요. 완전 핫 플레이스 중의 핫 플레이스라고 해야 하나?”
“그래요?”
강태한은 대답을 하면서도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참 인기몰이 중인 곳이라… 그런 곳이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요 근래 새로 입점한 고깃집에 제법 사람이 몰리는 것 같기는 했었다. 지나가면서 볼 때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SNS에서는 예전부터 유명했었던 모양이고, 주변에서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호평이더라고요. 보아하니 유명인들도 많이 다녀가시는 모양이고.”
그 정도의 유명세였나.
강태한은 턱을 짚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수준까진 보이지 않았는데, 역시 겉보기만으로 뭔가를 평가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근데 제가 오늘 거기 갈 예정이었거든요. 장인 코스는 예약을 못 잡았지만 일반 코스는 잡아 놨었는데…….”
“…음?”
장인 코스랑 일반 코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단어들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자기가 생각하고 있었던 고깃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 천마안마라고 여기 20층에 있는 곳인데, 괜찮으시면 같이 가실래요? 비용은 당연히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아하.”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강태한은 짤막한 탄성을 입에 담았다. 그러고는 최성현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재밌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중간에 한마디 좀 해 주지.’
이 대화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하는 최성현의 표정. 그 모습에 강태한은 휴우, 하고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뇨, 그런 건 아니고.”
그 한숨을 자기 제안에 대한 반응이라 생각한 것일까, 덴버가 조금 불안해하는 목소리로 묻자, 강태한은 좌우로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그 천마안마의 원장이거든요.”
“…예?”
덴버의 얼굴과 시선은 실시간으로 바뀌었다.
놀람과 당혹감으로 서서히 굳어 가는 얼굴. 약간 벙찐 표정으로 강태한을 쳐다보던 그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페르모 가이드 3성에도 실렸다는 그분?”
“일단은 그렇죠. 제가 3성을 받은 건 아니지만.”
“며칠 밤을 샌 사람도 지압 한번으로 온몸의 피로를 싹! 씻겨 내려 버린다는…….”
“그건 손님 컨디션이랑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그런 적도 있기는 하죠.”
“절름발이도 일으켜 세우고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아무리 그래도 후자는 헛소문이네요.”
어디서 들은 이야기들을 나열하는 덴버의 말.
그 말들에 강태한이 하나하나 정정해 주자, 그는 다시 뜸을 좀 들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많이 동안이시네요.”
들려오는 소문만 듣고 떠올리고 있었던 이미지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의 느낌.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그런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으나…….
예상 외로 젊은, 끽해야 이십 대 중반에서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강태한의 모습에, 그는 내심 놀란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 * *
“이것 좀 드시겠어요?”
“아, 감사합니다.”
잠시 후.
강태한이 내미는 차가운 음료를, 덴버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계속 사우나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영 애매한 그림이었기에, 옷을 갈아입고 실내로 자리를 옮긴 세 사람. 받아 든 음료를 곧바로 한 모금 들이켠 덴버는, ‘크으’ 하며 조그만 탄성을 터트렸다.
“아으, 아까 탈진하고 쓰러졌어서 그런가, 바나나 우유가 특히 유별나게 달큼하네요.”
“필요하실 것 같더라고요.”
“그러게요. 몸 안쪽까지 스며드네.”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두 번째 모금으로 병을 완전히 비워 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태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혹시 저번 주에 촬영하러 온다고 하신 분인가?”
“아, 네. 맞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던 와중, 먼저 입을 연 건 최성현이었다. 그 말에 덴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보니까 유명세에 비해 왓튜브에 관련 영상은 얼마 없더라고요. 있어도 조회 수가 얼마 안 되거나… 그래서 제가 한번 후기를 남겨 볼까 했었죠.”
가끔 가다 특정 업체를 방문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하는 덴버 정 채널. 새로 개장한 피트니스 클럽들이 주 대상이지만, 딱히 범위를 한정해 놓은 것은 아니고 건강과 관련된 시설이라면 어디든 상관없다.
수영장, 풋살장, 경기장, 체육관… 그 외 기타 등등.
그러던 와중, 천마안마의 이야기를 듣고 안마원도 한번 찾아가 보기로 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실장님이 그런 이야길 했었지…….’
한편, 강태한은 얼마 전에 있었던 황 실장과의 이야기를 더듬어 보고 있었다.
사실 천마안마는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얻은 상태였고, 페르모 가이드에 막 언급이 되었을 땐 SNS뿐만 아니라 관련 기사들도 꽤 많이 올라왔었다.
그렇다 보니 촬영이나 취재 등, 여러 제안도 들어오고 있는 상황. 다만 본격적인 방송 출연은 거절하고, 개인적인 왓튜버나 기자들의 취재 정도만 허가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얼마 전에 황 실장이 ‘이번에는 좀 유명한 사람이 오는 것 같더라’라며 따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아마 이 사람이었던 모양. 아마 최성현이 말한 내용도 이 내용일 것이다.
“흐음… 혹시 다른 코스 예약은 하셨나요?”
“아, 역시 인기가 많아서 그런가, 일반 코스 말고는 잡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차례대로 받아 본 다음에 영상을 만들어 보려고 했죠.”
간단한 촬영 허가는 내주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협력을 한다는 뜻까진 아니다. 예약은 다른 손님들과 동일하게 해야 하고, 서비스에도 차이는 없다.
애초에 ‘이 사람이 누구다’라고 안마사들에게 따로 공지를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도움이 꽤 될지도.’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천마안마 쪽에서 그들에게 딱히 요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협조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가게에 새로 적용된 뭔가를 홍보해야 한다든가.
방금 전 살짝 살펴봤던 채널의 규모, 영상들의 조회 수…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강태한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덴버 씨.”
“아, 예. 말씀하시죠.”
“아까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이 녀석도 장인 코스를 담당하고 있는, 나름 가게에서 두 번째 가는 실력의 안마사거든요.”
“아, 성현 씨도 안마사셨군요?”
“예, 뭐… 근데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갑자기 자기를 띄워 주는 말에, 최성현은 멋쩍어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항의하듯이 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태한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천마 코스는 일정이 꽉 차 있어서 무리겠지만, 장인 코스라도 괜찮으시다면, 촬영 일정을 좀 앞당길 수 있게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어떠십니까?”
“…정말입니까? 저야 당연히 좋죠!”
곧바로 화색을 지으며 말하는 덴버.
그 반응에 강태한은 빙긋 미소를 짓고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며 말했다.
“다만, 부탁 하나만 좀 드리고 싶습니다.”
“무엇이죠?”
“저희 쪽에서 협조를 좀 해 드리는 대신… 이번에 저희 가게에서 도입하고 있는 예약 어플이 하나 있거든요. 이걸 언급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덴버는 강태한이 내민 스마트폰을 건네받았다. 화면에 나와 있는 건 방금 언급된 예약 어플. 꽤나 깔끔하고 세련된 인터페이스가 눈에 띄었다.
“저야 좋죠. 이야기할 거리도 하나 늘어나고.”
그 말에 덴버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촬영 일정이 애매하게 밀리는 상황이었는데, 그로서는 반가운 이야기다. 금전적 대가도 아니니 딱히 문제가 될 여지도 없는 것이고.
“좋습니다. 그럼… 언제가 좋나?”
“…응? 왜 날 보고 말해?”
옆에서 식혜를 마시고 있던 최성현.
그는 갑자기 자신에게 들어오는 질문에 의아해하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자 강태한이 당연하지 않냐는 듯이 덧붙여 말했다.
“천마 코스는 꽉 차서 잡을 수 없다고 했잖아. 한동안은 퇴근 시간 이후에도 일정들이 있고… 그러니까 네가 담당해야지.”
“나 뭐 촬영해 보고 이런 적 한 번도 없는데?”
그런 강태한의 말에, 최성현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어이가 없네…….”
최성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빙긋 미소를 짓는 강태한. 언뜻 부드러우면서도 확고한 그 목소리에, 최성현은 묘한 헛웃음을 터트렸다.
* * *
김포공항의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는 터미널.
다른 터미널과는 아예 동떨어져 있는 이곳은 항공사들의 대형 여객기가 아니라, 개인 소유의 비행기들이 착륙하고 이륙할 때 주로 사용되는 곳이다.
“계속 걸을 수 있겠어?”
“예. 아직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터미널과 연결된 복도에서, 지금 한 남자가 보행 보조기에 의지한 채 힘겹게 한 걸음씩을 내딛고 있었다.
구릿빛이 흐르는 근육질의 우락부락한 체형.
하나 그 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그의 걸음걸이는 다 늙은 노인과 비견될 정도로 힘이 없었다. 팔도, 다리도 당장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후들거렸다.
“…그냥 전동 휠체어를 타도 될 텐데.”
“맨날 그것만 타면, 평생 못 걸을 수도 있잖아요.”
남자, 코치의 말에 캘리버는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중요하다는 듯이 덧붙이며 말했다.
“그리고 마사지도 어느 정도 근육이 있어야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여기까지 왔는데, 기왕이면 제일 효율 좋게 받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코치는 캘리버의 말에 잠시 말을 잊은 듯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 피식 웃음을 흘리곤, 그를 제치고 앞으로 걸어가던 캘리버를 따라 걸었다.
‘이 노력이 보답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떠올리는 조그마한 희망. 하나 그 희망이 말 그대로 막연한 것이라는 건 그 또한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