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197)
천마님 안마하신다-197화(197/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197화
어느 정도의 운동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가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된다.
특히 프로의 영역에 다다르면 다다를수록, 그 영역 안에서도 위쪽으로 다가갈수록 더욱 그렇다. 최고의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모여 승부를 하는 만큼, 매 시합마다 한계까지 몸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보기에 프로 선수들은 굉장히 피지컬도 좋고 건강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어찌 보면 프로 업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실력, 경기에서의 퍼포먼스 같은 기술적인 부분들을 떠나, 기초적인 체력이 안 되면 선수 생활 자체를 오랫동안 이어 갈 수가 없다. 금방 몸이 삐걱거리고 작은 부상에도 회복이 더뎌지는 것이다.
하나 그렇다고 피지컬이 좋은 선수라면 안전한가?
그것도 아니다. 평소에 아무리 열심히 훈련에 참가하고 부상 방지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던 선수라도, 운이 없으면 한순간에 은퇴 직전의 상황까지 갈 수 는 게 이쪽 세계다.
‘저 녀석만큼 열심히 하던 녀석도 없는데 말이지.’
그의 앞을 걸어가고 있는 캘리버 스미스.
그 또한 그런 유형 중의 한 명이다.
뛰어난 재능에다가 그 잠재력을 꽃피워 내고도 남을 정도의 충분한 노력. 경기장 위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승부욕에 열을 올리지만, 시합이 끝난 후에는 자만하거나 남에게 과시하는 일이 없다.
자만하기보다는 자신의 피드백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의 실책에서도 ‘자기가 커버할 방법은 없었을까’를 고민하고. 자율 훈련조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고…….
여태 동안 지켜본 다른 선수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솔직히 그가 보아 온 선수 중에 가장 겸손하고 뛰어난, 그야말로 모범적인 선수라 할 수 있었다.
하나… 그렇게 훌륭했던 캘리버 스미스의 선수 생활도 이제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마지막 경기에서 태클을 당했던 순간, 십여 미터를 구르고 뇌진탕으로 의식을 잃었던 그 순간, 그의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허물어진 것이다.
뭐, 프로 스포츠 선수라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비단 미식축구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종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딱히 캘리버만의 특별한 비극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팀의 코치로서뿐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저희 돌아갈 때도 전용기로 가나요?”
그러던 와중, 천천히 걸어가던 캘리버가 뒤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자 코치는 조금 의아해하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렇겠지. 그런데 왜?”
“생각해 보니 와이프한테 선물을 사 준 지가 좀 오래된 것 같아서요. 기왕 해외까지 나온 거, 면세점에서 선물 좀 사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캘리버. 그 모습에 코치는 잠시 뜸을 들이며 생각을 해 보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용기가 아니면 아무래도 자네 편의를 봐주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 퍼스트 클래스를 탄다고 해도 민간기 의료 설비에는 한계가 있으니.”
“알죠. 근데, 어쩌면 여기서 완치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마사지 마스터라고 했었나? 그 사람의 오리엔탈 파워로 말이죠.”
그렇게 말하는 캘리버의 말투는 꽤나 장난스러웠다. 코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약간 어두워진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하하, 그럼 오리엔탈 파워로 아예 물 위를 걸어서 돌아갈까? 쇼핑은 백화점에서 하면 그만이잖아. 가는 김에 도쿄도 좀 들렀다가 가고.”
“오, 그거 좋네요. 이게 연륜이라는 건가?”
…그렇다면야, 계속 씁쓸한 기색을 보일 필요는 없으리라. 코치가 한술 더 뜨며 이야기하자, 캘리버가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뭐 어찌 됐거나, 적어도 여기에 있는 동안은 자네 회복에만 집중하자고. 휴양도 좀 하고 말이야.”
“나쁘지 않네요. 그런데…….”
“그런데?”
캘리버는 약간 의문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제 한번 찾아보니, 그 원장님에게 직접 마사지를 받으려면 적어도 두 달, 평균적으로는 세 달 정도 먼저 예약을 해야 한다더라고요.”
“흠. 대충 그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고.”
“그럼, 그 전에 미리 예약해 두신 거예요?”
캘리버의 질문에 코치는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지 않냐는 듯한 얼굴. 하나 그 표정에는 어딘가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여행사에다가 미리 다 말을 해 놨지.”
“아… 그쪽에서 알아서 해 준대요?”
“그렇지. 원래 이런 거 해 주는 게 여행사의 할 일 아니겠어? 돈도 두둑이 챙겨 줬으니까 말이야.”
고객의 쾌적한 여행을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관리하고 스케줄을 짜 주는 것. 그것이 여행사가 하는 일이지 않겠는가.
그 안마원이 많이 유명하고 사람이 몰리는 모양이긴 하지만… 돈이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기 마련이고, 에이스 쿼터백의 회복을 위해서라면 구단에서도 어느 정도 지출을 허용할 터였다.
딱히 공식 일정을 잡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거의 휴양 겸 개인적인 여행에 가까운 느낌.
본인들은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예약을 못 잡았다고요?”
하나.
그날 오후쯤 여행사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코치는 자기가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 * *
여행사에서 숙소로 잡아 준 호텔의 방.
가구부터 느낌이 다른 것이 딱 봐도 호화로운 느낌에다, 대가족이 묵어도 넉넉할 정도로 공간이 넓은 훌륭한 방이었으나… 정작 거실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던 중, 침묵하고 있던 코치가 입을 열었다.
공항에서 이동하는 내내 통화를 하고 있었고, 그 이후로는 계속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가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었다.
“…소문의 마사지 마스터가 직접 한다는, 천마 코스는 예약을 잡을 수가 없다는 모양이야.”
아무리 여행사라고 해도,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할 수는 없다. 표가 매진되었을 때 그들이 표를 구해 오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취소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낚아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고, 그다음으로는 암표상을 찾아보거나, 예약을 잡은 사람에게 어떻게든 연락하여 거래를 하는 방법이 있다.
위의 방법들이 전부 실패하게 되면, 마지막 수단으로 대놓고 가게에 물어본다. 얼마면 우선적으로 예약을 잡아 줄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어느 방법으로도 자리를 구할 수가 없었다는 모양이다. 예약 관리가 생각보다 철저한지 암표 거래도 없고, 예약자 연락처를 구하기도 힘들며, 힘들게 연락이 닿은 사람들도 거래를 원하지 않았다는…….
그런 이야기.
어쩔 방법이 없는 실패고, 자기들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 그쪽의 말이었다. 현지 대기업의 회장님도 일일이 예약해서 방문한다고 했었던가.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여행사의 입장일 뿐이고, 코치는 감정 실린 목소리로 한참 동안을 따졌으나, 그렇다고 불가능한 게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가 얻어 낸 것은 사전 계약에 따라 진행되는 완전한 환불과 향후 추가적인 서비스 제공 약속 정도.
하나 어느 쪽이건 간에, 지금의 두 사람에게는 필요 없는 부분이었다. 소문의 마사지 때문에 이 머나먼 해외까지 찾아온 거였는데, 그걸 받을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럼 뭐, 계획은 그냥 엎어진 건가요?”
“그나마 일반 코스 예약은 잡았다고 해. 우리가 말한 기한 내에는 무리였지만, 기간을 늘려 주면 그… 천마 코스라고 했던가? 어쨌거나 원장님에게 직접 받는 것도 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했고.”
“기한을 늘린다면, 얼마나?”
“거의 한 달. 사실상 빈말이지, 뭐.”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며칠이라면 모를까 한 달씩이나 기간을 늘리는 것은 무리다.
아직 리그가 열리지 않아 휴식을 취하는 기간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하염없이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오. 그럼 뭐… 어쩔 수 없죠.”
결론을 내리자면, 첫날부터 실패한 여행이다.
이 머나먼 해외까지 헛걸음을 한 셈. 하나 캘리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미국 안에서도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잔뜩인데, 이 머나먼 타지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어찌 보면 이런 게 또 여행의 매력이기도 하고.”
그런 캘리버의 말에 코치는 한동안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은 탓하는 말을 할 만도 한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반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미안하다, 캘리버.”
“하하. 그보다 우리 바베큐나 먹으러 가죠, 코리안 바베큐는 식탁에다 직접 불을 깔고 거기에다 직접 구워 먹는데요.”
사과하는 코치의 말에, 자연스럽게 화제를 저녁 식사 쪽으로 돌리는 캘리버다. 코치는 뭐라 말을 꺼내려다, 이내 고개를 젓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한번 가 보자고.”
이미 시작부터 엎어졌다고 봐도 무방했으나.
그렇다고 울적한 분위기를 계속 이어 가 봤자, 정말 시간 낭비만 될 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여행 기분이라도 내는 것이 최선이지 않겠는가.
그런 캘리버의 뜻을 이해한 코치는, 미안한 기색과 울적한 기분을 애써 감추고는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으음…….’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가는 저녁.
주황빛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 아래에서, 강태한은 느긋한 걸음으로 공원을 걷고 있는 중이었다.
하나 그 표정 어딘가에는 뭔가 아쉬워하는 기색이 어른거렸다. 정확히는, 무언가의 빈자리를 의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여길 혼자 걷는 건 처음이었나.’
강태한의 집 근처에 위치해 있는 넓은 공원.
항상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기도 하고, 특히 조명 시설이 잘되어 있어 밤에도 꽤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곤 하는 곳이다.
바람도 선선하게 잘 불고 한 바퀴 돌면 산책으로도 딱 적당한 수준의 크기인지라, 유세아가 그의 집에 있을 때 ‘바깥바람 좀 쐬고 싶다’라고 하면 매번 찾아왔었던 공원이다.
말하자면, 항상 유세아와 함께 걸어왔었던 길.
하나 지금은 강태한 혼자였다.
유세아는 현재 머나먼 인도에 가 있는 상태. 다름이 아니라, 그동안 막혀 있었던 현지촬영이 뚫리면서 곧바로 일정이 잡히고 진행된 것이다.
그렇게 유세아가 인도로 간지 대략 일주일.
천마안마에 있거나 방에 있을 때는 딱히 별 느낌이 없었는데… 문득 생각이 나 공원을 걷고 있자니, 가슴 한편에 허한 느낌이 생겨났다.
‘딱히 외로운 것은 아니지만… 아니, 외로운 건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공원의 길도 지금은 왠지 허한 느낌이다. 가만히 이 느낌이 무엇인가 고찰해 보던 강태한은, 문득 이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참 새삼스럽구나.”
사람은 감각에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무림에 있었던 시절, 그는 오랫동안 고독의 세월을 보내 왔다. 맨 처음 선의를 베풀어 왔던 스승은 살해당했고, 그나마 마음을 맡길 만한 이들을 만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 때문인지 외로움에는 완전히 무뎌진 상태였는데.
현대로 돌아오며 그런 감각도 되돌아온 것일까. 아니면 유세아와의 정이 깊어진 탓일까.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감각에, 강태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슬슬 돌아갈까.’
본래는 가벼운 산책이 목적이었으나, 예상에도 없었던 자아 성찰의 시간이 되어 버렸다. 생각에 잠긴 채 벌써 공원을 몇 바퀴 돈 강태한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공원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흐음.”
그렇게 좀 걸었을까.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그는, 맞은편에서 다소 언짢은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고, 이를 어떻게 해…….”
땅바닥에 엎어진 나물과 채소들을 허겁지겁 주워 담는 할머니의 모습. 허리가 불편하신지, 움직임이 굉장히 부자연스럽다.
하나 그녀를 도와주는 손길은 없었다.
주변에 행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꽤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귀에 이어폰을 꼽거나, 그냥 앞에 있는 신호를 쳐다볼 뿐이었다.
…물론 그걸 탓할 수는 없으리라.
그래도 야박한 광경임은 어쩔 수 없다. 강태한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그저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 찻길을 가로질러 갈 수는 없었으니까.
하나 그쯤이었을까. 뒤늦게 다가온 누군가가 할머니를 돕기 시작했다. 다만, 그는 누군가를 돕기에는 꽤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이고, 총각! 괜찮아. 혼자 할게.”
“오, 노 프라블럼.”
남자는 꽤나 우락부락한 몸을 하고 있었으나, 몸이 불편한지 보조기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으며,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손발을 절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캘리버 스미스.
오죽하면 할머니가 두 손을 내저으며 만류를 할까.
하나 그렇게 불편한 상황에서도 그는 꿋꿋이 손을 움직여 하나하나 물건을 주워 담고 있었다.